니키는 지친 기색도 없이 내내 분주했다. 농구대를 발견하고서는 골인할 때까지 쉼 없이 공을 던졌고, 틈나는 대로 커버 댄스 영상을 위한 동작을 연습했다. 원하는 바를 이룰 때까지.

한국어 실력이 부쩍 늘었어요.
니키:
 연습생 때는 리얼리티 방송이나 ‘I-LAND’ 같은 오디션 방송도 많이 보면서 공부했고, 형들이 많이 알려줘서 그런 것 같아요. 방송에 출연하기 전에 회의를 많이 하거든요. 아직 모르는 문법이나 단어가 있으면 제이 형이 일본어를 잘하니까 형한테 바로 물어보고. 일상생활에서는 불편함이 없는데 방송할 때 가끔 어려운 부분들이 있으면 도움을 받아요.

언어뿐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접할 기회도 많았을 것 같아요.
니키:
 음식 문화가 많이 달랐어요. 매운 음식은 잘 못 먹겠더라고요. 고기가 들어간 물만두를 좋아해서 많이 먹었어요.(웃음) 경복궁에 갔을 땐 한국의 역사나 전통문화를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I-LAND’에서 방탄소년단 정국 씨에게 선물 받은 생활 한복도 한국의 전통이 담겨있네요.
니키:
 네, 맞아요. 처음 받았을 때 새로운 문화를 알게 돼서 신기했고 선배님께서 주신 선물이라 되게 행복했어요. 지금도 맨날 입어요.(웃음) 형들은 각자 받았던 선물들을 소중하게 아껴 쓰는데 저는 여태까지 제가 입었던 모든 옷보다 훨씬 더 자주 입어요. 좋은 기운을 받는 것 같아요.

일본에서 키즈 댄서로 활발히 활동하던 니키 씨가 이곳에 오게 된 계기가 있나요?
니키:
 초등학생 때 도쿄돔 무대에서 샤이니 선배님들, 아이돌이라는 사람들을 처음 봤는데, 춤뿐 아니라 노래를 부르면서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그런 아티스트가 돼서 ‘이 무대에 무조건 다시 올라가야겠다.’라고 결심했어요. 그래서 한국에 왔고 지금 여기 있어요. 사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배웠던 춤은 제가 알던 춤과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었어요. 노래도 그렇고,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매일 매일 연습했던 것 같습니다. 연습생 때는 한 동작을 수업받으면 다음 수업 전까지 그걸 완벽하게 할 수 있도록 했어요.

데뷔를 목표로 열심히 연습하던 중 위기도 있었어요. ‘I-LAND’에서 그라운드로 방출됐는데요. 당시 댄스 총대를 맡아 패배했을 때, 다른 형들이 막 울고 있을 때도 꾹 참다가 프로듀서들이 찾아와 격려하자 그제야 엉엉 울더라고요.
니키:
 졌던 것에 대해 동료들에게 너무 죄송했는데 우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계속 참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프로듀서님들이 오셨을 땐... ‘I-LAND’를 시작하고 나서 잘 안 되는 부분이 너무 많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잘했다는 말을 들으니까 저도 모르게 갑자기 눈물이 흘렀어요.

마침내 ENHYPEN으로 데뷔하게 됐어요. 데뷔가 결정되는 순간에는 어떤 기분이었나요?
니키:
 그전까지는 제가 데뷔할 수 있는지도 모르면서 그냥 후회를 남기지 않고 싶어서,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많이 노력했어요. 마지막에 7명이서 다 같이 어깨동무를 했을 때야 ‘아, 이제 데뷔하는구나!’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운명적으로 모였다고 생각을 해요. 형들이랑 같이 데뷔하게 돼서 행복합니다. 

6명의 형들과 생활하는 건 어떤가요.
니키:
힘든 일이나 슬픈 일이 있을 때 서로 많이 챙겨줘요. 팀워크도 계속 더 좋아지고 있어요. 지금도 형들이 많이 배려해 줘요. 특히 제이 형이랑은 처음에 일본어로 얘기하면서 소통이 편했어요. 지금은 장난칠 때 빼고는 다 한국어로 하긴 하지만요.

데뷔 쇼에서 가장 가깝게 느끼는 형으로 정원 씨를 꼽았어요.
니키:
나이 차이가 제일 적어서 그런지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형인 것 같아요. 제가 장난기가 많은데 모든 형들이 다 그렇지만 특히 정원 형이 제 장난을 잘 받아줘요.

하지만 함께 잠을 자는 형은 따로 있던데요.(웃음)
니키:
잠은 선우 형이랑 같이 자요. 정원 형이랑은 ‘I-LAND’ 때 가깝게 느낄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선우 형은 그때부터 계속 같이 자다 보니, 선우 형이랑 같이 자는 게 익숙해졌어요.

형들이 방송에서나 SNS에서나 막내 니키 씨를 자랑하곤 해요. 그런 칭찬을 들을 땐 어떤가요?
니키:
뭔가 좀 그냥 부끄러워요.(웃음) 제가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으니까, 형들이 그렇게까지 말해주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좋아하는 말은 “춤 잘 춘다.”예요. 스스로 가끔씩 ‘이번엔 제대로 했다.’라고 생각할 때가 있는데, 그때 그런 말을 들으면 좋아요.

칭찬을 받는 건 쑥스러워하지만, 형들에게는 자주 하던데요. ‘Given-Taken’ 뮤직비디오 리액션 영상에서도 계속 박수를 치면서 형들에게 멋지다고 말해주더라고요.
니키:
제가 형들에게 칭찬하는 건 되게 좋아해요. 자연스럽게 보고 느끼는 대로 말하는 편이라서요. 뮤직비디오는 그 정도로 멋있었고, 감동적이었어요. 3일 동안 촬영을 하면서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했는데, 영상이 되게 잘 나와서 저도 보면서 팬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함께 감상하던 멤버들이 니키 씨 장면을 보며 “다 프리스타일이었는데 현장에서 직접 봤을 때 대박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촬영 과정에서 어떤 느낌을 표현해내고자 했나요?
니키:
다양한 장면들 사이에서 춤으로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퍼포먼스 디렉터님이랑 상의해서 자연스러운 느낌이 날 수 있도록 프리스타일로 춤을 췄어요. ‘Dusk-Dawn’ 트레일러에선 좀비 같은 느낌, 일부러 허리도 뒤로 꺾으면서 다크한 느낌을 내려고 했고요. 타이틀 곡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에는 아예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예전에 봤던 영화가 생각나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저만의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Given-Taken’에서 발에 묶인 사슬을 풀고 공중에 떠오른 니키 씨가 ‘주어짐과 쟁취함 사이 운명의 기로에 남겨진 나’라는 가사를 노래해요. 니키 씨에게는 이 노랫말이 어떤 의미로 와닿았나요?
니키:
지금도 되게 어려운데.(웃음) 음... 주어진 것과 쟁취한 것들 사이에서 복잡하게 고민하는 제 모습을 생각했어요. 제게 주어진 것은 일단 많은 분들이 데뷔를 응원해 주신 게 생각이 나고, 재능이나 운도 그런 것 같아요. 쟁취한 것은 데뷔를 목표로 달려온 것. ‘I-LAND’ 때는 데뷔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면 요즘에는 ‘ENHYPEN으로서 성공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어요.
데뷔 이후에도 고민은 계속되는군요.
니키:
특히 데뷔 쇼는 처음으로 공개되는 무대니까 긴장한 상태로 열심히 준비했어요. 코로나19 때문에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팬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았고, 지켜봐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를 많이 드리고 싶었던 무대였어요.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서 정원이 형이랑 “데뷔까지 힘든 순간들도 있었는데 영상으로 팬분들을 만나는 ‘서프라이즈’를 받으니까 완전 감동적이다.”는 얘기를 했어요. 그러다 새벽 4시쯤에 잠들었어요. 평소에도 그 시간쯤 자는데, 자기 전에 무조건 ‘I-LAND’ 때 받았던 편지를 읽어요. 졸려도 항상 보고 힘을 얻어요.

데뷔 후 팬들의 반응을 모니터링하면서도 힘을 얻었나요?
니키:
‘기대를 넘었다.’는 댓글을 봤을 때 기분이 좋았어요. 좀 안 좋은 반응도 있었어요. 그런 건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해요. 다음에 준비할 때는 더 좋은 무대를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팬들이 니키 씨에게 귀여운 애칭들을 붙여주기도 해요. 가장 마음에 드는 애칭은 뭔가요?
니키:
붕어빵. 니키라는 사람을 그릴 때 무조건 붕어빵이 있으면 좋겠어요.(웃음) 저는 무조건 팥 붕어빵이에요. 다른 것도 맛있긴 한데 심플한 팥이 제일 좋아요. 먹을 땐 머리부터 먹어요. 퓨마도 마음에 들어요. 팬분들이 ‘I-LAND’ 입소할 때랑 끝날 때를 비교한 사진을 올려주시면서 퓨마랑 닮았다고 해주셨거든요.

SNS에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퓨마와 닮은 표범 이모지를 붙이는 이유가 있었네요.
니키:
지금은 만날 수 없으니까 SNS 같은 걸로 소통을 많이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응원해 주신 분들께 받은 만큼 보답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할 거예요. 그런 마음으로 퍼포먼스를 보여드릴 거고, 앞으로도 엔진 여러분과 하나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나중에 만나서 공연할 때는 더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즐겁게 공연할 상상을 하면서 연습하고 있어요.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감사의 마음을 제일 먼저 전하고 싶어요.

연습할 때 상상하는 ‘팬들과 함께하는 공연’은 어떤 모습인가요?
니키:
제 꿈을 찾았던 무대에서 바라봤던 객석의 빛이 정말 예뻤던 게 기억나요. 그때처럼 무대에서 반짝이는 응원봉의 빛을 받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또 응원해 주시는 목소리를 들으면 되게 힘이 날 것 같아요. 팬분들에게 멋있는 퍼포먼스를 꼭 보여드리고 싶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도 하고 싶어요. 뭔가를 타고 아레나 전체를 돌든가 사인볼 같은 선물을 나눠준다든가 하는, 소통하는 무대요.
스스로 ‘춤은 나의 모든 것’이라 표현하곤 해요. 니키 씨는 어떤 마음으로 춤을 추나요?
니키:
세 살 때 아버지가 콘서트 영상을 보여주셨는데, 그때부터 계속 하루에 5시간 정도 영상을 보면서 혼자 연습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 정도로 춤을 좋아했고 앞으로도 계속 멈추지 않고 춤추고 싶어요. 그 마음이 제 인생에서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춤 다음으로 니키 씨가 좋아하는 건 뭘까요?
니키:
마이크. 헤드셋 마이크요. 꿈을 꾸기 전부터 계속 선배님들이 마이크를 쓰는 모습을 봤고, 언젠가 이 마이크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자기만의 마이크랑 인이어를 쓰는 모습을 상상했으니까. 그래서 지금 아주 소중한 물건입니다.

어린 시절 상상이 현실로 이뤄진 거네요. 그럼 조금 더 먼 미래를 상상해봤을 때, 사람들에게 ‘어떤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나요?
니키:
여러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과 행복, 감동을 줄 수 있는 아티스트. 인상에 남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떤 부분에서든 지금보다 더 성장한 모습이면 좋겠다는 그런 바람이 있습니다.
글. 임현경
인터뷰. 임현경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이건희(빌리프랩)
사진. 신선혜 / Assist. 백승조, 김민석, 김상우(@co-op.) (이상 디지털 컷), 전유림(필름 컷)
헤어. 이일중, 경민정
메이크업. 안성희, 권소정
스타일리스트. 최경원
영상. 방우정, 김수린, 염지빈, 김유정, 민영은(빅히트 쓰리식스티), 조영재, 김재형, 김태훈(브랜드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