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훈은 정해진 운명이 있다 한들, 방향을 설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건 온전히 자신의 몫이라고 했다. 스스로 택한 길 위에서 성훈이 동료를 만나고,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상상을 뛰어넘는 재미를 경험하기까지의 여정에 대하여.
체스와 스키, 낚시처럼 멤버들과 즐기는 공통의 취미가 많아 보여요. 최근에는 뭘 했나요?
성훈: 요즘 심심할 때마다 체스를 하고 있긴 한데, 체스는 저랑 제이크만 열심히 하고 있어요.(웃음) 또 5월 5일이 휴가였어서 제이크랑 니키랑 정원이랑 아웃렛에 갔다 왔어요. 서로 옷도 골라주고 그랬죠.
휴가 중에도 함께 시간을 보냈네요.(웃음)
성훈: 각자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오늘 쇼핑하러 갈 사람? 스키 타러 갈 사람?” 이렇게 물어보고 관심 있는 사람끼리 같이 다녀와요. 뭐든 혼자보다는 여럿이 하는 게 재밌으니까, 휴가도 함께 보내는 게 훨씬 더 재밌는 것 같아요. 멤버이면서 또 친구도 되는, 동료...?(웃음) 사이랄까요?
‘동네스타K3’에서 데뷔 초에 그 동료들과(웃음) 1대 6으로 다퉜던 비하인드를 전했어요.
성훈: 모든 게 새롭고 처음 하는 것들이니까 다들 무의식중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힘들다는 감정을 잘 못 느끼고 있다가 그런 순간에 이제 한 번씩 터지는 거죠. 그때는 묵혀둔 감정을 풀 수 있는 시간도 없었고, 저도 아직 저 자신을 잘 몰랐을 때였거든요. 그래도 요즘은 쉬는 날 하고 싶었던 걸 하면서 풀기도 하고, 평소에는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거나 저를 위해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곤 해요. 저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제일 어려운 것 같은데, 그래도 ‘전보다는 저에 대해 잘 알게 되지 않았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웃음)
요즘은 멤버들에게 그런 감정들을 표현하려고 노력하나요? 뉴욕 콘서트 스케치 영상에서 성훈 씨가 고마움을 표하니까 희승 씨가 “오, 원래 이런 말 안 하는데. 부끄러워 가지고.” 이렇게 말씀하시던데요.
성훈: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표현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제 기준과 상대방 기준이 다를 수 있으니까.(웃음) 표현할 건 표현하고,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요. 누구나 짜증이 날 때도 있고, 화가 날 때도 있잖아요. 그럴 때 자신이 이성적인 상태인지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직 어렵긴 한데…(웃음) 그럴 때는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게 답인 것 같기도 해서요.
‘2022 ENniversary MAGAZINE’에서 멤버들, 스태프분들, 엔진분들과 편해지면서 스스로를 “조금씩 내려놓게 된 것” 같다고 말했죠.
성훈: 멤버들을 웃기는 건 괜찮은데(웃음) 처음 보는 분들 앞에서는 아직 잘 못하겠어요. 이번 트레일러 촬영 때도 상대 역을 웃겨야 하는 신이 제일 힘들었어요.(웃음) 그래서 배우 박성훈 씨를 처음 뵀을 때, 선배님이 먼저 다가와주셨던 게 정말 감사했거든요. 예전에 시간이 안 맞아서 사진을 못 찍었던 게 아쉽기도 해서 틱톡을 찍어보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게 됐는데, 진짜로 성사돼서 재밌었어요. 드라마에서만 보던 분이 바로 앞에서 연기를 하시니까 되게 신기하더라고요. 저는 배우가 아니니까 촬영 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감을 잡기가 조금 힘들었지만요.(웃음)
성훈 씨도 ‘DARK BLOOD’ 콘셉트 트레일러에서 연기에 도전하셨잖아요.(웃음)
성훈: 아(웃음), 트레일러 촬영 때는 감독님이 순간적으로 몰입할 수 있게 많이 도와주셨어요. “연기를 하면 안 된다.”라고 디렉션을 주시면서, 보디가드분들처럼 무표정을 유지하면 된다고 설명해주셨거든요. 일단 무표정을 지으면 되는 거니까 그 디렉션이 저한테는 오히려 편하게 느껴졌어요.
액션 신의 비중이 꽤 높던데, 액션 연기를 하는 건 어땠어요?
성훈: 액션 연기가 춤이랑 비슷하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주먹을 날리는 동작부터 반복해서 연습한 다음에, 합을 맞추는 법을 배웠어요. 연습한 자세를 토대로 어떻게 날리고 피할지를 서로 맞추는 거죠. 제가 주먹을 날리면 정원이가 피하고, 정원이가 발차기를 하면 제가 피하기로 맞췄던 걸 기억하면 되는 거예요. 주먹을 뻗는 자세를 취하는 것도 결국은 몸을 쓰는 거잖아요. 칼을 돌리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춤출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싸우면서 주먹을 날리는 동작을 할 때 어색함이 느껴지면 안 된다는 거예요. 너무 짠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안 되니까 자연스럽게 그리고 최대한 멋있게(웃음) 표현하려고 했어요.
타이틀 곡 ‘Bite Me’도 곡이 가진 느낌과 분위기를 살려서 표현하는 게 중요해 보여요.
성훈: 맞아요. 저는 이번 앨범이 콘셉트가 확고하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어요. 춤을 추고 노래를 할 때도 그 콘셉트에 몰입하려고 노력했어요. ‘Bite Me’의 퍼포먼스도 춤만 정확하게 추면 되는 게 아니라, 그 분위기를 잘 표현하는 게 중요해서 처음에는 살짝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고민도 많았어요.
고민은 어떻게 풀어갔나요?
성훈: 2절 훅 파트에서 센터에 섰을 때 그 멋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많이 생각했어요. 제가 춤을 깔끔하게 추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이번 안무는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잔 동작이 없는 느낌으로 연습하려 했어요. 지저분하지 않게 동작을 확실히 딱 잡으면서도 표정이나 제스처 같은 동작의 멋있는 포인트들을 살려보는 거죠.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한 걸음 나아간 거네요. 보컬에 대해서도 고민한 부분이 있을까요?
성훈: 요즘에는 저의 보컬 스타일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에요. 그래서 실험을 많이 해보려고 했어요. 타이틀 곡의 훅 파트에서도 예전에는 전혀 쓰지 않던 발성으로 녹음해봤는데요. 그렇게 녹음을 하면서 또 다른 스타일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이전까지는 목소리가 얇게 나오지 않도록 발성에 신경썼다면, 이번에는 제 보컬을 ‘하나의 스타일’이라고 생각하고 잘 조합해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보려고 노력했어요. 곡마다 최대한 여러 스타일을 섞어서 불러보기도 했고요.
자연스럽게 진성과 가성을 오가는 ‘Chaconne’의 “춤춰 죽음의 무도 / 오만함에 취한 채로” 같은 파트에서 성훈 씨의 노력이 두드러지는 듯해요.
성훈: 아무래도 많이 불러보고 그리고 콘서트 때 라이브를 많이 하는 과정에서 성대가 좀 성장한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투어를 도는 과정에서 많이 늘었다고 생각해요.
성장했다는 게 스스로 체감이 되나요?
성훈: 네! 일단 무대를 많이 했으니까요. 많이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느는 것 같아요. 확실히 무대의 흐름을 따라간다는 측면에서 성장한 걸 느끼고 그리고 라이브나 춤, 제스처나 표정도요. 전체적으로 여유가 많이 생겼고 실력적으로도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경험이 중요하다는 걸 많이 느꼈던 시간이었어요. 투어 경험이 여러모로 저희에게 긍정적인 시그널이 된 것 같아요.
‘위버스 매거진’의 데뷔 인터뷰에서 “멋진 무대를 만들 수 있고, 아우라를 내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었죠. 첫 투어를 통해 그런 무대를 향한 열망이 충족되었을까요?
성훈: 무대할 때가 제일 재미있어요. 힘들긴 하지만(웃음) 그래도 제일 재밌어요. 요즘에는 빨리 새로운 곡으로 또 무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요. 이번 앨범 수록 곡 중에는 ‘Karma’ 무대가 제일 기대돼요. ‘SHOUT OUT’이랑 비슷한 느낌이면서 어떻게 보면 그보다도 더 신나는 분위기의 곡이라, 엔진분들도 되게 재밌게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서울 공연을 마치고 “콘서트를 상상으로만 했었는데 드디어 하게 돼서 감사하다.”고 앙코르 소감을 전했었죠.
성훈: 관객석이 비어 있을 때는 제가 공연을 하고 있는데도 정신을 똑바로 안 차리면 에너지가 낮아질 때도 있었거든요. 눈앞에 관객분들이 계신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잘 몰랐죠. 그런데 확실히 이번 투어를 할 때는 엔진분들이 무대 앞에 계시니까, 요즘은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못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너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차라리 이 느낌을 몰라서 괜찮았는데, 그 에너지를 한 번 경험해보니까 선배님들이 해주셨던 말씀이 이제서야 공감이 많이 돼요.
콘서트 무대가 처음으로 관객 호응을 경험했던 독일 ‘케이팝 플렉스’ 페스티벌 무대와 비교했을 때도 다른 점이 있었나요?
성훈: 저희 콘서트에서는 많은 분들이 저희만 봐주시니까, 다 같이 하나가 된 느낌, 단합된 느낌이 들어요. 공연을 시작할 때는 사실 좀 긴장하기도 하는데(웃음), 함성을 듣다 보면 저희 콘서트에서는 저도 모르게 오버 페이스가 나오기도 하고요. 그래서 종종 평소보다 더 ‘빡세게’ 하게 되는데, 그 순간이 재미있으니까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위버스 매거진’의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인터뷰에서 연습하던 기술을 성공했을 때의 기분 좋은 감정을 “짜릿”한 맛이라고 표현했었는데, 무대에서 오버 페이스되는 것도 비슷한 느낌일까요?
성훈: 피겨스케이팅을 할 때는 그냥… 성취감에 좋아했던 것 같고요. 무대를 할 때 느끼는 감정은 그때와는 좀 다른 것 같아요. 함성을 들으며 춤추고 라이브하는 것만으로 재밌는, 그런 느낌이에요.
피겨스케이팅을 할 때는 성취감에 따라 움직였다고 했는데, 요즘은 어디에서 그 원동력을 얻고 있어요?
성훈: 엔진인 것 같아요, 엔진. 사실 엔진이 없다면 그런 감정도 느낄 수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저희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더 큰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해요. 무대에 서거나 콘셉트 포토 같은 게 뜨면 많은 분들이 반응을 올려주실 때 제가 사랑받는다는 걸 가장 크게 느껴요. 오랜만에 컴백을 하다 보니 “이거 보려고 10개월 기다렸지, 기다리길 너무 잘했다.” 이런 반응들을 보고 많이 뿌듯했어요. 사랑받는다는 느낌, 그리고 저와 팀의 목표를 바라보면서 계속해서 열심히 하게 돼요.
지금 가진 목표는 뭐예요?
성훈: 음, 많은 분들이 더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다는 게 제 목표인 것 같아요. 목표가 꼭 어떤 결과로만 표현돼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더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걸 이루면, 그런 결과들은 다 따라올 테니까요.
사랑이 목표가 된 건데, 운명을 깨닫고 사랑을 노래하는 이번 앨범 속 소년의 서사가 연상돼요.
성훈: 저도 운명이 있다고 믿거든요. 운명이라기보다는 인연…? 제 기준에서는 어쨌든 인연이나 운명이나 비슷한 것 같아요. 둘 다 제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요.
운명을 믿는 이유가 있나요?
성훈: 물론 여기까지 오는 데 저의 선택도 있었지만, 솔직히 연습생을 한다고 해서 모두가 데뷔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실력이 좋은데 운이 좋지 않아서 데뷔를 못하는 사람도 있고요. 그런 걸 보면 정말로 운명이나 인연이라는 게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다만 어쨌든 시작은 제가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운과 같은 것들이 작용해서 엔딩이 나온다 해도 그 과정에서 제가 열심히 해야 더 좋은 방향의 끝을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Karma’의 가사처럼 “운명을 뭐라고들 부르건 / I don’t give a what”인 거네요. 위버스 라이브에서 스무 살이 되는 엔진분께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게 진짜 자기 자신한테 행복”한 길이고, “그 안에서의 목표는 확실하게”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죠.
성훈: 저희 세대에게는 꿈꿀 수 있는 길이 되게 많이 주어지는 것 같아요. 무엇이 됐든 성공으로 갈 수 있는 길의 갈래는 많은 거죠. K-팝 가수나 엔터테이너가 될 수도 있겠고, 자기만의 기술을 터득할 수도 있겠고. 그래서 하기 싫은 일을 누가 시킨다고 해서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일을 해야 더 재밌기도 하고요.
확실한 목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성훈: 하나의 길을 선택했으면 그걸 잘해야 하니까요. 어쨌든 인생을 거기에 걸었으니까 열심히 해야죠. 그래서 목표를 더 크게 잡고 그 목표에 더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면,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 해도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는 더 위로 갈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그럼 현재의 성훈 씨는 행복하다고 느껴요?
성훈: 되게 만족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잘 가고 있는 것 같아요.
더 좋은 방향으로요?
성훈: 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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