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걸음으로 인터뷰 룸에 입장해 우렁차게 인사를 건넨 순간부터 운학의 활기찬 에너지는 주변 공간까지 밝히는 듯했다. 데뷔를 앞두고 바쁜 스케줄을 소화 중이지만, 조금도 지치지 않는다고. 어린 시절, 아이돌의 꿈, 연습생 생활, 데뷔 곡, 팀, 무대, 팬. 그가 자기 삶을 이뤄온 것과 채워갈 것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그 에너지의 바탕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생글생글 웃으며 전하는 말 한마디에 넘쳐 흐르는 자기 확신. 신인의 패기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열정 그리고 진심.
나와 닮은 캐릭터는, 루피!
운학: 어릴 적에는 친구들 앞에 나서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 애였어요. 친구들에게도 항상 제가 먼저 다가갔어요. 만화 캐릭터로 치면, ‘원피스’의 루피 같은 느낌? 옆 반 모르는 친구한테 가서 “야, 너 나랑 친해지지 않을래?”, “내 친구들이랑 같이 축구하자.”, “이 노래 좋아해? 그럼 나랑 이거 같이 부르자.” 하면서 말을 걸었어요. “너, 내 동료가 돼라!” 이런 느낌.(웃음) 지금은 그렇게까지는 못하겠어요.(웃음)
모범생
운학: 저는 정말, ‘공부 못하는 모범생’, 이런 느낌이었습니다.(웃음) 선생님들을 너무 존경했거든요. 정말 철없는 친구들 30명이나 모아두고 가르치시는 거잖아요! 너무 대단하신 것 같아요. 선생님들이랑 대화하는 것도 좋아하고, 점심시간에 선생님한테 가서 고민 상담도 많이 하곤 했어요. 선생님께 혼나기도 많이 혼났죠.(웃음) 잘못된 행동은 늘 바로잡아주시고 잘 가르쳐주셨던 선생님들 덕분에 제가 이렇게 건강하게 컸다고 생각해요.
음악과 친구를 좋아했던 소년
운학: 늘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에너지를 받는 걸 굉장히 좋아했어요. 그래서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친구들이랑 공감하기 좋은 장르였던 힙합을 많이 들었어요. 친구들과 음악을 들을 때 느껴지는 그 에너지를 표현하는 게 정말 재밌잖아요. ‘어떻게 하면 이 에너지를 더 잘 표현할 수 있고, 친구들이랑 더 재밌게 놀 수 있을까?’ 생각하다 댄스 학원에 등록했죠. 제가 춤을 배우기 시작한 이유는, 음악을 들었을 때 정말 잘 놀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점심시간에도 친구들을 모아서 음악을 틀어놓고 랩하고 노래하고 춤추는 걸 너무 좋아해서, 선생님에게 건의까지 했어요. “밥 먹고 교실에 돌아와서 친구들이랑 노래 틀고 놀아도 괜찮을까요?” 그렇게 모두에게 동의를 구하고 교실 책상을 다 밀어버린 채로 친구들이랑 춤추고 노래 부르면서 놀았어요.
K-팝 아이돌을 꿈꾸다
운학: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출 때 친구들에게 관심받는 걸 너무 좋아했어요. 그 관심이 저한테 너무 큰 에너지였어요. 중학교 축제 때 K-팝 메들리 무대를 했는데, 끝나고 친구들이 “너 정말 멋있었어.”라고 해주는 게 너무 기쁜 거예요! ‘아, 이거구나. 사랑을 받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라는 걸 느껴서, 그런 관심이랑 사랑을 더 많이 받고 싶은 마음에 K-팝 아이돌을 꿈꿨어요. 학교 축제에서도 이 정도인데, ‘나중에 1만 명, 5만 명의 관객들 앞에서 공연장 좌석을 꽉 채운 무대를 하면 진짜 어떤 기분일까? 너무 느껴보고 싶다.’ 이런 생각들이 제 호기심을 너무 자극하는 거예요. 그 전까지는 래퍼도 하고 싶고, 작곡가도 하고 싶고, 댄서도 하고 싶었는데, 이것들을 응축시켜서 다 할 수 있는 게 K-팝 아티스트이더라고요.
오디션 그리고 자신감
운학: 6개월 정도 학원을 다니면서 연습하다가 회사에서 오디션을 보러 학원으로 오셨어요. 근데 제가 늦잠을 자느라…(웃음) 오디션을 못본 거예요. 너무 감사하게도 그 후에 회사에서 그날 저를 못본 게 아쉽다고 연락을 주셨어요. 그렇게 회사에 직접 가서 오디션을 봤어요. 오디션에서 춤, 노래, 랩을 다 했지만 제가 진짜로 보여준 모습은 자신감 그리고 자신감, 마지막으로 자신감이었어요. 저는 정말 확신이 있었거든요. ‘나, 몇 년 연습하고 데뷔하면 정말 잘할 것 같은데?’ 뭘 알지도 못하는데, 철없이도 이런 생각을 했어요.(웃음) 그래서 자신 있게 말했죠. “저 정말 잘할 자신 있습니다.”
연습생 생활을 즐기는 방법
운학: 그러고 보니 내일이 딱 제가 연습생을 시작한 지 만 3년이 되는 날이네요! 저는 정말 파이팅 넘치고, 피드백을 받으면 갑자기 열정이 불타오르는 사람이라, 연습생 생활이 전혀 힘들지 않고 늘 재밌었어요. 월말 평가를 준비하는 과정도, 평가 자체도 너무 재밌었고요. 회사분들에게 내가 왜 여기에 필요한 사람인지 증명하는 자리잖아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조건 보여줘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매번 임했어요. 안 좋은 피드백을 받더라도 절대 기죽지 않고 그걸 에너지로 썼고요. ‘이런 점들을 말씀해주셨으니까 다음에는 진짜 아무 말 못하실 정도로 잘하는 모습을 꼭 보여드려야겠다.’ 이런 패기가 항상 가득 차 있었어요.(웃음) 월말 평가 때 안 좋은 평가를 받으면 한 달 동안 눈 부릅뜨고 연습한 다음, 좋은 피드백을 꼭 받아내고야 말았죠. 그러다 보면 자신감도 더 생기고 또 그 사이에 보이는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이 과정을 반복했어요.
운학의 라이벌
운학: 연습생 친구들을 경쟁자라고 생각했던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모두가 제 가족이었고, 저에게 너무 큰 에너지를 주는 사람들이었거든요. 오히려 데뷔를 하려면, ‘내가 팝 스타들을 이기면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정도로 유일무이한 사람이 되면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매 월말 평가 때마다 준비해야 하는 곡이 있고, 곡마다 원곡자의 무대가 있잖아요. 그러면 그냥 그 가수의 무대를 이겨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면서 연습했어요.
BOYNEXTDOOR
운학: 저희 여섯 명을 보셨을 때 겉모습도 그렇고 성격도 그렇고, 정말 주변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캐릭터잖아요. 근데 정말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말 특별한 친구들이거든요. 막 옆집에 있을 것 같고,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너무 친근하게 느껴지지만 ‘아, 얘네 없으면 안 돼.’ 이런 느낌 있잖아요. ‘얘네를 대체할 사람은 없어.’ 그 느낌을 주는 게 진짜 BOYNEXTDOOR라고 생각해요.
데뷔 곡 작업
운학: 연습생 2년 동안 무대 연습에만 집중을 하다, ‘어떻게 하면 음악을 더 잘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보니 지금 여기서 나의 한계를 넘으려면 작곡도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작곡을 시작한 지 두 달 정도 됐을 때 팝타임 PD님이 작곡에 관심이 있냐고 물어보셔서 제가 써본 노래를 들려드렸는데, 노래에 저만의 감성이 있다고 말씀해주시는 거예요. 그 뒤로 태산이 형, 재현이 형이랑 PD님 방에서 같이 데뷔 곡을 들으면서 톱라인이랑 가사를 썼던 기억이 나요. 저희가 저희를 표현하는 건 누구보다 잘할 수 있기 때문에, 저희만의 감성이 필요했던 부분에서 형들이랑 참여를 했어요.
열여덟의 운학이 할 수 있는 것
운학: ‘돌아버리겠다’의 “너 걔랑 팔짱 끼더라” 같은 유치한 가사를 제가 썼어요.(웃음) 저희 노래들 중에 너무 직접적이고 어린 느낌이 나는 가사들은 제가 썼을 확률이 높아요.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었거든요. 지금 제가 만으로 열여섯 살이라 쓸 수 있는 가사라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막 스물다섯 살 돼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좀 이상하잖아요.(웃음) 노래 속 주인공이 됐다고 상상했을 때 느껴지는 순수한 감성을 가사로 녹이고 싶었어요. 그래서 노래 부를 때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어요. ‘돌아버리겠다’와 ‘Serenade’는 일부러 대화체로 가사를 쓰기도 했고요. 노래의 주인공한테 몰입해 세상 사람들한테 이 가사들로 실제로 말하는 것처럼 부르려고 했어요. 녹음을 하면 할수록 점점 제 목소리에 나만의 색깔이 있다고 느껴지더라고요. 프레시하고, 영하고, 지금의 저만 낼 수 있는 감성, 따라 하고 싶어도 못 따라 하는 표현을 하는 데 정말 많이 신경 썼어요.
무대 위에서
운학: 저는 춤출 때 디테일이나 동선 같은 것들을 거의 신경 안 쓰고, 음악에 심취해서 몸을 맡기는 편이에요. 그게 재밌거든요. 이것도 저만 할 수 있는 저만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실 저희 안무 사이사이에 있는 과장된 모션이나 표정 연기를 저는 절대 연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 노래 속 캐릭터가 진짜 저의 모습이고, 온전히 음악을 통해 그냥 저를 보여드리는 거예요. 아마 현실에서 제가 가사들을 전달한다고 했을 때 무대 위에서 짓는 표정이나 표현하는 감정이랑 크게 다를 게 없을 거예요. 그래서 제가 노래를 하고 무대를 할 때 하는 모든 것들은 진짜 저를 표현하는 거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첫 연기
운학: 트레일러 필름에서 보여준 제 모습도 사실 연기가 아니었어요. 스스로 연기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뭔가 가짜처럼 나와서, 그냥 진짜 저를 보여드리는 게 영상에 더 매력적으로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모든 장면들을 그냥 저라고 생각하는 게 편해요. 부끄러워하는 모습 같은 것들도 진짜 그 상황에 놓여 있을 때의 저예요. 아! 트레일러의 마지막 장면은 연기예요.(웃음) 저라면 도저히 혼자 화장실에 들어가서 “네가 좋아!”를 외칠 것 같지 않아서…(웃음)
웃는 얼굴
운학: 제 웃는 모습, 정말 매력 있죠.(웃음) 근데… 사람들이 저를 귀엽게만 봐주시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웃음) 사실 전 열여덟 살이 그렇게 어린 나이가 아닌 것 같거든요. ‘내가 귀여움을 받아도 되는 나이인가?’ 이런 생각을 혼자서 해요. 귀엽게 봐주시면 당연히! 너무 감사하죠. 지금 나이밖에 못하는 거잖아요. 너무 감사한데, 부끄러워요.(웃음)
BOYNEXTDOOR의 행복한 막내
운학: 막내라서 너무 좋아요! 형들한테 항상 예쁨받고, 어리다는 이유로 가끔씩 위기를 모면할 때도 있고요. “너는 어리니까~” 하면서.(웃음) 그래서 형들이랑 있으면 한없이 어려져요. 물론, 저는 빨리 성숙해지고 어른스러워지고 싶지만요.(웃음) 서로 장난치고, 티격태격하다가도 가끔씩 훈훈해지기도 하고, 만약 저에게 친형이 있다면 바로 이런 형들이지 않을까 싶어요. 형들이 저를 너무 좋아해주는 만큼 저도 형들한테 최대한 잘하고 싶어요.
집에서는 든든한 맏이
운학: 집에선 제가 장남이다 보니 저를 되게 성숙하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옛날엔 여동생하고 진짜 잘 놀아줬는데, 이젠 자주 못 만나니까 너무 아쉬워요. 저는 세상에서 동생을 제일 아끼거든요. 제가 데뷔한다고 하니 가족들이 정말 자랑스러워했어요. 연습생 때부터 항상 “엄마, 나 무조건 데뷔할 수 있다. 걱정하지 마라.” 자신 있게 말했거든요.(웃음)
에너지 모드 전환
운학: 저는 상황에 따라서 에너지의 모드가 바뀌는 사람인 것 같아요. 형들이랑 같이 있을 때는 에너지가 넘쳐서 인터뷰를 할 때도 되게 하이 톤으로 “네! 그런데요!” 막 이렇게 하거든요. 근데 혼자 있을 때는 목소리도 좀 낮아지고, 진지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오늘 사람들한테 뭘 잘못한 건 없을까?’, ‘주변 사람들한테 어떻게 잘해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멋진 가수가 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요. 요즘에는 ‘어떻게 해야 내가 팀에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하고 있어요.
팬이라는 존재
운학: 저희 위버스가 어제 개설됐는데도 벌써부터 좋은 글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너무 신기하고 감사해요. 보다 보면 뭔가 제가 정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 된 기분이에요. 누군가를 좋아할 때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져주시고, 콘텐츠 하나하나 챙겨봐주시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거든요. 이 감사함을 빨리 팬분들에게 전달하고 싶어서, 팬분들이 너무 보고 싶어요.
데뷔 후 나의 모습
운학: 댄스, 보컬, 랩 이 영역들을 구분짓지 않고, ‘올라운더’라는 표현 이상으로 무대 자체를 잘하는 친구가 되고 싶어요. 그렇게 되려고 연습을 정말 열심히 했어요. 많은 분들이 저희 음악이 전하는 감정에 공감을 해주셨으면 좋겠고요. 사람들에게 제 목소리를 듣고 위로를 받고, 기쁨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어서 가수를 하고 싶었으니까요. 조금 더 멀리 봤을 때는, 제가 많은 가수분들을 보고 꿈꿔왔던 것처럼, 많은 분들이 저를 보고 꿈을 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끊임없이 도전하자.’가 제 삶의 모토인데요. 저한테 도전 없는 삶은 재미가 없어요. 그래서 너무 설레요. 앞으로 마주할 것들을 생각하면.(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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