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은 인터뷰 내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시선을 맞추고 대화하는 기쁨을 아는 이한의 눈빛은, 그가 몇 시간이고 바라본다는 어항의 물결을 닮아 있었다. 잔잔히 일렁이는.

오래된 취미, 어항 꾸미기

이한: 어릴 때부터 물고기를 되게 좋아했어요. 초등학생 때도 부모님과 소소하게 키우긴 했는데, 중학교 1학년 때부터는 혼자 어항을 가꾸고 물고기를 키우기 시작했어요. 테마를 정해서 어항 속에 전체적인 그림을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요, 예를 들어 아마존 느낌을 내고 싶으면 아마존 관련된 자료를 검색해요. 그리고 사진 속 돌이나 나무와 최대한 비슷한 종류의 용품들을 구해서 꾸며요. 요새 어항용품이 정말 잘돼 있어서 원하는 느낌의 돌을 찾으려고 하면 쉽게 구할 수 있더라고요.(웃음) 그렇게 아마존처럼 노란색 모래를 깔고 아마존 강에 있는 맹그로브 나무 유목으로 꾸미는 식이에요. 완성하고는 조명을 켜두고 혼자 두세 시간씩 보고 있어요. 어항을 보다 보면 ‘저 물고기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로 시작해서 시간이 진짜 금방 가요.(웃음) 처음에는 작은 취미였는데 갈수록 더 커져서 본가 방에 어항이 3개 정도였어요.(웃음) 최근에는 회사에서 어항을 하나 사주셨어요! 감사하게도 멤버들이 다 동의를 해줘서 숙소에서 카디널테트라와 코리도라스를 키우고 있어요. 그 어항에는 수초들을 좀 키워보고 싶어서 계곡 테마로 꾸미고 있어요.

 

학생 김동현

이한: 본가가 부산이라 연습생이 되기 전까지 부산에서 학교를 다녔어요. 가까이에 바다가 있다 보니까 친구들이랑 서핑이나 패들보드 같은 해양 스포츠들을 주로 많이 했었어요. 같이 수영을 배우러 간 적도 많고요. 제가 구기 종목은 진짜 못해서(웃음) 별로 안 좋아하는데 제 친구들은 대부분 축구를 엄청 좋아해서 친구들 따라서 축구를 하기도 했어요. 제 친구들 중에는 유치원도 같이 다녔을 정도로 어릴 때부터 봐온 친구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제가 처음에 아이돌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도 친구들은 그냥 “네가 뭘 그걸 하냐?” 이런 식으로 반응했었고(웃음) 데뷔한다고 했을 때도 다들 그냥 웃었어요. 크게 변화 없이 그 반응 그대로여서 전 오히려 더 좋은 것 같아요.

 

태권도 선수와 아이돌

이한: 태권도를 일곱 살쯤부터 시작해서, 중학교 2학년 때까지 태권도 겨루기 선수가 꿈이었어요. 초등학교 때는 시 대회에 나가서 메달도 받고 했는데 중학교에 올라가니까 다 전문적으로 하는 친구들밖에 없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기회를 놓쳤어요. 그러고 나니까 후회가 많이 되더라고요. 그 경험 때문인지 몰라도 어릴 때부터 진로에 대한 생각을 진짜 많이 했어요. 관련된 책도 많이 읽고 진로 체험도 굉장히 많이 하면서 질리지 않는 일을 빨리 찾고 싶었어요. 그래야 저한테도 확신이 생길 것 같았거든요. 그러다 오디션을 볼 기회가 생긴 적이 있었어요. 사실 어릴 때 학예제 같은 학교 무대에 자주 나갔는데, 무대하는 게 재밌긴 했지만 연예인이나 아이돌은 저와는 너무 먼 사람들 같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기회가 생겨서 준비를 하다 보니 욕심이 조금씩 나더라고요. 이번에는 확실하게 결심해야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지금 이걸 하지 않았을 때 10년 후의 내가 후회를 할까? 안 할까?’에 대해서 고민을 진짜 많이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이 기회를 안 잡으면 너무 후회할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아이돌이라는 꿈을 꾸게 되었어요.

“아니 이렇게 생겼는데 아니라고?”

이한: 이번 앨범의 제 캐릭터는 동네에서 가장 잘생긴 애거든요.(웃음) 그래서 트레일러 필름에서의 그 대사는 나갈 준비를 마치고 거울을 보면서 ‘이 정도로 생겼는데도 날 안 좋아할 수 있어?’라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사실 저는 살면서 제가 잘생겼다는 생각을 안 해봤거든요.(웃음) 그래서 자연스럽게 표현하려고 연습을 엄청 했어요. 셀카 모드로 비디오 녹화를 하면서 “아니 이렇게 생겼는데 아니라고?” 이 대사를 여러 가지 버전으로 많이 연습했어요. 결과값은 제가 선택할 수 있지만 그 전에 최대한 여러 번 시도를 해보는 게 그 결과물이 가장 잘 나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돌아버리겠다’의 엔딩인 “아냐?”도 그 두 글자를 다양한 버전으로 찍어보면서 수백 번 연습했어요. 연습 영상을 너무 많이 찍어서 마음에 안 드는 비디오는 지우고 ‘이거 오늘 좀 좋다.’ 싶은 거는 저장해둔 다음에 계속 봐요. 심심할 때마다.(웃음)

 

앤드류 가필드

이한: 곡의 감정을 표현할 때 주로 영화를 레퍼런스로 삼아요. 항상 가사나 곡 속의 포인트들을 봤을 때 ‘이 부분은 이 영화가 잘 어울리겠다.’ 하고 딱 떠오르는 작품들이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이번에 트레일러 필름 거울 장면 대본을 받았을 때는 영화 ‘나 홀로 집에'에서 케빈이 거울을 보면서 머리를 쓱쓱 넘기는 장면이 바로 떠올랐어요. 그래서 저도 그 장면에서 거울을 보며 이렇게 머리를 만지면 예쁘게 나올 것 같다는 생각으로 연습했어요. 또 ‘Serenade’ 속 제 파트 “내 새벽을 망치지 마요” 에서는 사극 영화에서 도련님이 촛불 하나 들고 뒷짐 지고 걸어가는 이미지가 떠올랐고요. 특히 이번 앨범 뮤직비디오나 곡 속에서 훈훈한 미소가 너무 갖고 싶은 거예요. 어떤 걸 레퍼런스로 삼아볼까 생각을 하다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앤드류 가필드가 갑자기 번뜩 떠올랐어요. 그래서 영화를 다시 보면서 그 배우의 미소가 나오는 장면들을 캡처한 다음 거울을 보고 그걸 따라 하면서 연습했어요.(웃음) 세 명의 스파이더맨 중에 앤드류 가필드를 제일 좋아하기도 하는데, 물론 다른 배우들도 스파이더맨 캐릭터를 정말 잘 살렸지만 앤드류 가필드는 약간 슬픈 눈인데 그 속에 따뜻함도 있어서 특히 더 좋아해요.

춤 ‘계획표’

이한: 학원에서 춤을 처음 배웠는데, 사실 스스로 타고난 몸치라고 생각했어서(웃음)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시작이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스스로 하루 계획표를 짜기 시작했어요. 학교 수업을 마치고 댄스 학원에 가면 제가 춤에 투자를 할 수 있는 시간이 6시간 정도 있는데 이때 계획표가 없으면 버리는 시간이 너무 많은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오후 1시부터 2시까지는 수업을 듣고 2시 반부터 3시까지는 수업 들은 걸 정리한 후에 3시부터 3시 반까지는 모니터 영상 촬영.’ 이런 식으로 혼자 시간표를 짜고 다 지켰어요. 그렇게 버리는 시간 없이 알차게 연습했을 때 결과가 제일 잘 나오더라고요. 제가 정한 목표가 있으니까 “피곤해도 그냥 뭐 해야지.” 하고 연습 외에 다른 생각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아요.

 

탁! 확!

이한: ‘One and Only’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포인트가 있어요. 2절 도입부에서 “쇼윈도에 비친 내 모습” 파트인데요, 제 뒤로 멤버들이 워킹을 하다가 제가 비트에 맞춰서 손으로 ‘탁!’ 짚으면 멤버들이 방향을 ‘확!’ 돌리거든요. 그 부분을 할 때마다 쾌감이 들어요. 평소에 노래를 들을 때 비트 사이에 숨어 있는 엄청 작은 소리들을 찾는 걸 좋아하거든요. 퍼포먼스 사이사이 프리하게 제스처 하는 부분에도 제가 비트를 맞추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보실 수 있을 겁니다.(웃음)

BOYNEXTDOOR

이한: 처음 팀명을 듣고, 저희 멤버들을 보면서 머릿속에 ‘BOYNEXTDOOR’를 떠올릴수록 그게 너무 찰떡인 거예요! 약간 “대박.” 이런 느낌이랄까요.(웃음) 대중분들께 친근하게 다가가서 감정을 교류하는 게 제가 생각하는 ‘옆집 소년’의 이미지거든요. 그런데 노크를 해서 문을 열었을 때 막상 저희가 없는 거죠.(웃음) 그러니까 항상 친근하게 다가가니까 어디에나 있을 것 같지만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인 거예요. 저희 곡 ‘One and Only’처럼요. ‘BOYNEXTDOOR’라는 이름이 이런 저희를 잘 표현해주는 단어고 우리에게 잘 맞는 팀명이라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확신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함께 먹는 저녁

이한: 사실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 다른 친구들은 연습을 이미 오래 했는데 저는 연습 경험도 없고 기량이 엄청나지도 않았기 때문에 다들 저를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어요.(웃음) 그런데 제 생각과 다르게 다들 친구처럼 반겨주고 진짜 너무 잘해줬어요! 처음 만난 연습생이 리우 형인데, 연습하다가 안 풀리는 게 있을 때 항상 리우 형한테 가서 물어보면 마법의 열쇠처럼 해결됐던 기억이 있어요. 저희가 항상 오전부터 오후까지 연습을 달리고 멤버들이랑 둘러 앉아서 저녁을 먹었는데요. 다 같이 화목하게 밥 먹으면서 대화했던 그때가 제일 행복했던 것 같아요. 제가 막 신기한 메뉴들을 주문을 했었는데,(웃음) 처음 회사 들어왔을 때 멤버들이 황태탕이나 날치알 돌솥 비빔밥 이런 음식을 한 번도 안 먹고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시켜 먹기도 했고 또 제가 전설의 부산 돼지국밥을 알려주면서(웃음) 주변 국밥집을 같이 가기도 했습니다. 사실 처음 서울에 왔을 때 국밥을 먹고 조금 실망하긴 했지만요.(웃음) 저는 지금도 숙소에서 저희끼리 다 같이 밥 먹고 고기 구워 먹으면서 화기애애하게 있는 시간이 너무 좋아요.

 

“우리 오랜만에 다 같이 얘기나 할까?”

이한: 평소에 멤버들끼리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정해둔 건 아닌데 그냥 어느 날 갑작스럽게 누군가 “우리 오랜만에 다 같이 얘기나 할까?” 하면 6명이 쪼르르 모여서 서로 고마웠던 점이나 쌓였던 점을 나눠요. LA에서 뮤직비디오 촬영하면서도 버스에서 서로 피드백 주면서 얘기 많이 했고, 안무 연습을 할 때도 누군가 이 파트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고 하면 멤버들끼리 힘을 모아서 다 같이 의견을 주기도 해요. 그래서 그런지 ‘돌아버리겠다’ 연습하기 전에 멤버들끼리 감정을 담아 대사하듯 “아 진짜 돌아버리겠다. 야, 좋아해.” 하면서 장난도 많이 쳤어요. 지금은 서서히 줄어들고 있지만요.(웃음)

휴대폰 잠금 화면

이한: 사실 팬분들께 하나 소소한 부탁을 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저희 멤버들 사진이나 제 사진을 휴대폰 잠금 화면으로 설정해주시면 좋겠어요!(웃음) 학창 시절에 제 주변에도 아이돌 선배님들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선배님들을 휴대폰 잠금 화면으로 설정을 해두더라고요. 그러면서 평소에도 계속 화면을 보고 있고 친구들에게도 보여주기도 하는데 저는 그게 너무 좋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 배경 화면에 들어가게 된다면 기분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우체통 같은 사이

이한: 우체통으로 편지를 받을 수도 있고 보낼 수도 있잖아요. 그렇게 팬분들과 소통을 하고 싶다는 의미로 ‘LEEHAN’s DOOR’ 그림에 우체통을 넣었어요. 제가 원래 고민 들어주는 걸 좋아해서 누군가에게 위로를 해준 경험도 많고 또 반대로 위로를 받은 경험도 있는데, 아이돌이라는 직업은 제 주변 사람뿐만 아니라 모두와 위로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예쁜 것 같아요. 제가 꿈에 확신을 가진 가장 큰 이유기도 하고요. 요즘 데뷔를 앞두고 살면서 느껴본 적 없는 감정들을 느끼고 있는데요, 데뷔를 한 후부터는 제가 가보지 못한 세상이니까 걱정되기도 하고 여러 가지 감정이 들지만 그래도 두려움보다는 궁금함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얼른 팬분들께 제 모습을 그냥 다 보여드리고 싶어요. 제 성격이나 평소의 습관, 행동, 말투 이런 것들을 모두 다요. 

Credit
글. 김지은
인터뷰. 김지은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송후령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노효린 (KOZ 엔터테인먼트)
사진. 윤송이 / Assist. 김재민, 박헌준
헤어. 홍준성, 김해연
메이크업. 건희, 김예지
스타일리스트. 화이트채플
세트 디자인. 최서윤, 손예희, 김아영 (da;rak)
아티스트 매니지먼트팀. 장문성
아티스트 의전팀. 박근영, 박병호, 왕희선, 원종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