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자각몽으로 꿈을 움직이던 소년은 이제 현실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려 한다. 

A DREAMER

태산: 스스로를 몽상가(Dreamer)라고 생각해요. 침대에 누우면 보통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하는데, 저는 음악을 틀어놓고 몽상에 잠기다가 잠들거든요. 그리고 자각몽도 꿀 줄 알아요. 이건 제가 몽상가라는 증거라고 생각해요.(웃음) 지금도 자각몽을 꾸려면 바로 꿀 수 있는데 너무 피곤해서 요즘은 하지 않아요. 그래도 한 달에 다섯 번 정도는 꿈속에서 이게 꿈이라는 걸 알아차려요. 지금까지 꿨던 자각몽 중에서는 우주를 돌아다니다가 행성을 움직였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저만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꿈속에서 “행성을 움직여라!”라고 하면 안 되고, “행성이 저기서 저기로 움직이면 좋겠다.” 이런 화법을 사용하면 움직이더라고요.

 

몽상가의 독서법

태산: 평소에도 상상하는 걸 좋아해서 영화나 드라마, 유튜브를 잘 안 보고 소설책만 읽어요. 영상물을 보면 눈에 보이는 장면만으로 상상이 끝나버리기도 하고, 1~2시간이면 다 보게 되잖아요. 그런데 책을 읽으면 시간이 더 오래 걸려서 여운이 남기도 하고 주인공들이 어떤 모습으로, 어떤 풍경 속에서, 어떤 걸음걸이로 걸어갈지를 상상하는 게 즐거워요. 최근에는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이라는 책을 재밌게 읽었어요. 한 노숙인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양한 손님들을 위로하고 스스로를 들여다본다는 줄거리인데, 제가 이렇게 설명드리는 것만으로는 전할 수 없는 감동이 있는 책이에요.

꿈의 시작점

태산: 아버지에게 음악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유치원 때 동요를 졸업하자마자 아버지께서 비틀스 같은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들려주셔서 음악과 친해졌거든요. 너바나, 카펜터스, 리처드 샌더슨처럼 제 세대가 아닌 아티스트들의 음악도 아버지께서 추천해주셔서 좋아하게 됐어요. 트렌디한 음악을 잘하려면 한 시대에서 최고로 불렸던 예전 아티스트들의 음악도 잘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옛날 음악과 최신 음악을 병행해서 듣고 장르도 가리지 않아요. 특히 너바나를 음악적으로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록은 코러스에서 터지는 사운드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감정적인 여운이 커서 좋아해요. 그래서 록 스타일의 비트 위에 멜로디를 짜고 제가 좋아하는 로커들이 사용할 법한 보컬로 부르면서 가사를 써보기도 했어요. 정통 록 음악은 두 개 정도 만들었고, 그런 성향이 섞인 음악들은 굉장히 많습니다.(웃음) 

 

음악으로 감정을 기록해온 시간들

태산: 중학교 3학년 때까지는 MBTI 결과가 ENFP였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지금은 INTJ예요. 친한 친구들을 제외하면 낯선 사람들 앞에서는 내향적인 성격으로 바뀌었어요. 어린 나이부터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고민이 많아져서 그랬던 것 같아요. 제 감정을 상대에게 이야기하면 그 사람도 같이 힘들어지는 게 싫어서 점점 혼자 문제를 해결하게 되더라고요. 그 대신 저의 감정에 공감해주는 게 음악이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것도 음악이고, 제가 힘들 때 위로해줬던 것도 음악이고, 제가 신날 때 더 신나게 만들어줬던 것도 음악이니까.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곡을 쓰기 시작했는데, 당시의 제 감정을 고스란히 담는 음악을 좋아해요. 몇 달 지나서 그 노래를 들으면 ‘아, 내가 이때 이 감정으로 노래를 썼지.’라는 생각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요.

 

무대 위에서의 원동력, 솔직함

태산: 무대 아래에서의 저는 내성적이고, 이성적이고, 낯을 많이 가리는 사람이기는 해요. 그런데 사실 저는 꾸밈없는 성격이고, 거짓말도 하지 않고 제 생각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무대 위에서도 연기를 한다기보다 그냥 제가 생각하는 저다움을 보여주려고 하는 편이고, 오히려 무대에 올라갔을 때 자신감이 좀 더 붙어요. ‘돌아버리겠다’ 퍼포먼스에서 첫 부분을 연기할 때도 스토리가 있거든요. 이한이가 저에게 인사를 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뒤에 있는 운학이에게 하는 거였고, 그래서 ‘아 됐어.’ 하고 혼자서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흠흠’ 하면서 음악이 시작돼요. 혼자서 고민하다가 “야, 내가 미친 건지 함 들어봐”라고 하는 건데, 그것도 연기를 어떻게 연습했다기보다는 그냥… 그냥 했습니다. 하하.(웃음) 트레일러 첫 장면에서 “야, 내가 미친 건지 들어봐.”라고 연기하는 장면도 감독님께서 “친구들이랑 전화하는 것처럼 해봐.”라고 하셔서 정말 친구들이랑 전화하듯이 했더니 오케이 사인이 나왔어요.

‘돌아버리겠다’ 비하인드

태산: 사실 ‘돌아버리겠다’라는 가사는 제가 쓴 거예요. 프로듀서님들께서 곡의 멜로디만 나온 상태에서 저희 멤버들한테 여섯 글자에 맞는 표현을 제안해보라고 했어요. 모두 100개 이상씩 적어서 냈고, 저는 200개 정도 적어서 냈는데 ‘나도 모르겠다’도 있었고 ‘진짜 모르겠다’도 있었고, 그중 하나가 ‘돌아버리겠다’였는데 그게 채택이 됐습니다.(웃음) ‘돌아버리겠다’ 가사는 누군가한테 이야기하는 듯한 대화체잖아요. 그래서 말하듯이 노래해야 감정 공감이 잘될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노래도 랩도 아닌 그 사이의 경계선에 있는 느낌으로 부르려고 했어요. 평소에도 싱잉 랩이나 랩에 노래 한 스푼 섞은 느낌의 장르를 좋아하기도 해요.

 

상상으로 쓴 ‘Serenade’

태산: 이 노래가 문을 ‘똑똑’ 두드리는 사운드와 함께 시작되잖아요. 긴장한 상태에서 문을 두드리고 여자 주인공이 언제 나올지를 기다리는 건데, 그러면 그 사람은 굉장히 긴장되지 않을까? 말을 제대로 할 수 있게 입술도 풀었을 것 같고. 그래서 “아 진짜 긴장돼 죽겠네 / 굳어버린 입술 풀어”라고 썼는데 프로듀서 님들께서 사람들이 많이 공감할 만한 가사라고 말씀해주셔서 기억에 남아요.

 

BEHIND THE DOOR, 소년들의 연습기

태산: ‘Serenade’에서 “Ah 튕기지 말아줘요 / Oh 돌려 말 안 할게요” 파트의 멜로디가 원래 바뀔 예정이었어요. 프로듀서님들께서 이 파트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셨거든요. 그런데 저는 멜로디 가이드만 들었을 때 그 멜로디가 너무 좋은 것 같아서,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하고 녹음했는데 프로듀서님들이 “와, 이걸 살리네. 바꾸지 말고 이대로 가자.”라고 하셔서 지금의 멜로디가 됐어요. ‘One and Only’는 일단 처음에 재킷을 입는 안무가 생각보다 어려웠어요.(웃음) 그래서 리우 형과 계속 이야기하면서 맞췄고요. 그리고 문 뒤에 숨어 있을 때 카메라가 조금만 다르게 앵글을 잡아도 저희가 문 뒤에 숨어 있는 게 보여서 완벽하게 숨기려고 노력했어요. 또 저는 아니지만 멤버들이 문을 옮기거나 터는 동작들이 있는데, 생각보다 문이 무거워서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다들 노하우가 생겨서 잘합니다.(웃음) 

‘BOYNEXTDOOR’의 여섯 명이 모이기까지

태산: 지금의 여섯 멤버가 모두 모이게 된 건 1년 전이에요. 시행착오도 많았고 추억도 많아요. 다투기도 하고, 서로에게 의지하기도 하면서 지금은 말 그대로 하나의 팀이 됐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다 같이 미국에 연수를 갔을 때예요. 저희가 좋아하고 동경했던 댄서분들에게 안무를 배웠는데 그때는 고민 없이 정말 재밌게 즐기기만 했거든요. 그때 멤버들과 더 가까워졌어요. 저희 팀은 한 명 한 명의 개성이 두드러지고, 제가 부족한 점이나 제가 보여주지 못하는 색깔을 다른 사람들이 채워주는 팀이라고 생각해서 정말 좋아요.

 

태산의 ‘BOYNEXTDOOR’ 멤버 소개

태산: 운학이는 막내여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정말 귀엽고 아기 같아요. 형들한테 재롱도 많이 부리고, 형들이 슬퍼하면 계속 같이 슬퍼하고, 공감도 잘해주고 남을 배려해줘요. 최근엔 키가 많이 커서 저랑 비슷해지고 있어요.(웃음) 운학이와 같은 MBTI인 ENFP 재현이 형은 남을 웃겨주고 즐겁게 해주는 좋은 성격입니다. 이한이는 정말 독특한 매력이 있는데, 남들이 보통 생각할 수 없는 창의력을 발휘할 때가 많아서 그런 모습이 신기해요. 리우 형은 저처럼 정말 내향적인 성격이고 게임을 좋아하는데, 저희 중에서 춤을 제일 잘 춰서 연습할 때 저희의 디테일이나 다른 동작들을 짚어주면서 많은 도움을 줘요. 성호 형은 저랑 성향이 비슷해서 이성적인 사람인데, 저랑 성호 형 말고 나머지 네 명은 모두 공감 능력이 좋은 사람들이거든요. 그래서 가끔 멤버들이 울면 저랑 성호 형은… 아, 그런데 생각해보니 성호 형도 자주 우는 편이네요. 그럼 저는 혼자 어떻게 해야 하죠?(웃음)

팬들과 함께 성장하는 ‘옆집 소년들’

태산: 여담인데, 저희 인사법인 “Who’s there? BOYNEXTDOOR!”의 문구와 제스처는 제 아이디어예요.(웃음) ‘BOYNEXTDOOR’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앨범 이름인 줄 알았어요. 저희 음악과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팀명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색깔이 강하고 개성 있는 저희의 특징이 잘 표현된 이름이라고 생각해요. ‘BOYNEXTDOOR’가 팬들과 함께 성장하는 팀이 되었으면 해요. 저희가 옆집 소년(BOYNEXTDOOR)이라면, 저희의 옆집에는 팬분들이 계시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옆집에서 저희의 성장을 함께 지켜봐주시면 좋을 것 같고, 저희와 또래인 분들에게는 좋은 옆집 친구가 되어드리고 싶어요.

 

청춘의 BGM이 되기를 바라며

태산: 저에게는 추억이 중요하거든요. 저희 팀도 팬분들에게 그런 추억이 되었으면 해요. 저희 아버지가 신해철 선배님을 굉장히 좋아하세요. 신해철 선배님이 아버지의 청춘이었고, 그 시절을 생각하면 음악을 틀지 않아도 그분의 음악이 마치 BGM처럼 깔리는 느낌이 드신다고요. 아버지에게 신해철 선배님이 그렇듯이 저희 ‘BOYNEXTDOOR’가 팬분들에게 청춘을 떠오르게 하는 아이콘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시간이 흘러서 팬분들이 이 시절을 기억할 때 저희가 BGM이 되어드릴 수 있게끔. 

Credit
글. 김리은
인터뷰. 김리은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송후령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노효린 (KOZ 엔터테인먼트)
사진. 윤송이 / Assist. 김재민, 박헌준
헤어. 홍준성, 김해연
메이크업. 건희, 김예지
스타일리스트. 화이트채플
세트 디자인. 최서윤, 손예희, 김아영 (da;rak)
아티스트 매니지먼트팀. 장문성
아티스트 의전팀. 박근영, 박병호, 왕희선, 원종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