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alad Days’ - 이소(iiso)
나원영(대중음악 비평가): 작년 ‘Banana Shake’가 숏폼 영상 플랫폼들에서 밈으로 재부상한 이후,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또 다른 대표 곡인 ‘샐러드 기념일’이 이소의 ‘Salad Days’에 소환됐다는 건 너무나 적절하게 느껴진다. 원곡에서 건반 사운드를 샘플링하고 전체적인 코드 진행을 따와, 리믹스의 미학보다는 영상 길이의 제한에 따라 “가속(sped up)”한 이 트랙에서는 여러 요소들이 일대일로 호환 가능하다. 그러니까 2005년도에서 2023년도로뿐만 아니라 2023년도에서 2005년도로도 말이다.
여기서 두드러지는 건 두 가지다: (킥보다는 스네어와 하이햇을 찰카닥거리게 강조한) 투스텝 개러지와 드럼 앤 베이스 그리고 (주로 힘을 빼고 조곤조곤 흥얼거리는 창법의) 요조와 이소. 이런 유사성 속에서 두 트랙은 얼마 차이 나지도 않는 시간대를 서로 바꾸더라도 어긋나지 않게 느껴진다. 전자 댄스음악이 늘 시차를 두고 한국 가요에 이식되는 과정에서 분명한 가창이 안정화의 기능을 맡아 ‘일렉트로니카’의 기예를 밀수해올 여지를 마련해준 덕이다. 1990년대 영국의 지하 댄스플로어에서 발원해 분열적인 리듬의 생생한 힘을 들려주었던 양식들도 예외는 아닐 테고 말이다. 출중한 기술력의 프로듀서·DJ와 (종종 객원과 피처링의 형식으로 참여하는) 훌륭한 보컬들로 구성된 2000년대의 국내 전자음악팀들이 거둔 성취란 바로 이 형식을 통해 대안적인 동시에 대중적인 댄스 가요를 가능케 했다는 점이다. 2010년대 이래로 그러한 유산이 아이돌 팝의 제작 공정에 내장되거나, (이소의 경우처럼) 개별 음악인의 도구 상자에 장착되고, 사실 그보다도 더욱 늘어난 전자음악인들의 자주화와 전문화로 이전만큼 유효해지지 못하고 잦아들었을 때, ‘Salad Days’의 샘플링은 가요적인 전자음악의 파릇파릇한 풋내기 시절을 향한 뒷문을 잠시 열어놓는다. 자그마한 트렌드 조각으로 끊어진 이 시간들이 문턱을 넘어 들어와, 흐르는 비트에 여전히 남아 있는 힘을 타고 서로 교통한다.
‘엘리멘탈’
임수연(‘씨네21’ 기자): 물, 불, 공기, 흙 등 각기 다른 원소가 사는 엘리멘트 시티. 불의 원소 앰버는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는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웬만하면 불의 마을을 벗어나지 않는 그는 별다른 일이 없다면 그대로 상점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다. 앰버의 평온한 일상이 깨진 것은 물의 원소이자 도시의 공무원 웨이드가 그의 상점을 찾아 규정 위반을 지적하며 폐점 명령을 내리면서부터다. 극과 극이기에 결코 화합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던 둘은 서로를 알아가게 되면서 사랑에 빠진다. 한국계 미국인이자 이민자 2세대 피터 손 감독의 개인사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인 만큼 디아스포라를 둘러싼 계급 역학이 영화 전반에 투영되어 있다. 특히 앰버는 주류에서 벗어나 차별을 마주하는 아웃사이더, 웨이드는 상류층 엘리트로 묘사된다는 점이 이 같은 메타포를 더욱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다르기 때문에 충돌할 수 있지만 그것이 변화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로맨스와 가족 드라마 문법으로 정직하게 풀어냈다. 여기에 원소의 화학적 특성을 캐릭터 디자인과 움직임에 옮겨낸 상상력과 애니메이팅 기술이 보편적 이야기에 특별함을 더한다. ‘인사이드 아웃’, ‘소울’ 등을 만든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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