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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사진 출처. 위버스콘 페스티벌

“감사합니다. 이 무대를 기억해줘서. 그리고 다시 무대에 오를 힘을 주어서.” 지난 6월 10~11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 KSPO DOME(이하 ‘위버스콘’)과 88잔디마당(이하 ‘위버스파크’)에서 열린 ‘Weverse Con Festival(이하 ‘위버스콘 페스티벌’)’의 ‘위버스콘’에 선 엄정화가 공연 소감을 남겼다. 엄정화는 ‘위버스콘 페스티벌’이 자신을 위해 헌정한 ‘트리뷰트 스테이지’에서 르세라핌과 함께 자신의 노래 ‘Ending Credit’을 불렀다. 가수로서 1993년 데뷔,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여성 아티스트의 역사에서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아티스트와 2022년 데뷔한 걸그룹이 한 무대에 선 순간. “이틀간의 무대 동안 너무나 행복했고 그간의 시간들이 다시 살아 빛나는 기분이었어요.” 엄정화의 소감처럼 ‘위버스콘 페스티벌’은 엄정화가 한국 대중음악사 안에서 쌓았던 시간들을 4세대 걸그룹이 활동하는 현재와 연결해 “다시 살아 빛나”게 했다. 이 과정에서 전설적인 솔로 아티스트 엄정화가 가진 의의와 영향력이 르세라핌에게까지 전달된다. 아티스트의 연결을 통해 서로의 세계가 만나 확장한다. 그리고 확장을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의미로 대중음악사에, 또는 대중음악 산업에 변화를 일으킨다. ‘위버스콘 페스티벌’이 올해 내디딘 한발이다.

  • © Weverse Con Festival

“올해의 라인업은 저에게는 되게 큰 한발이었어요. 하이브 가수가 아닌 위버스 입점 아티스트들이 굵직굵직한 역할들을 했고, 야외 무대에서 위버스 입점 아티스트들의 스페셜 무대를 보여드릴 수 있었거든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말처럼 ‘위버스콘 페스티벌’은 올해 본질적인 변화를 겪으며 다양한 가능성을 시도했다. 2020년과 2021년 12월 31일, 각각 ‘2021 NEW YEAR’S EVE’와 ‘2022 Weverse Con [New Era]’에서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들 중심으로 열렸던 연말 공연은 올해 ‘Weverse Con’에 ‘Festival’이 붙으며 이틀간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로 규모와 의미가 확장됐다. 실내에서 하루동안 열리던 공연이 이틀간 ‘위버스콘’과 ‘위버스파크’에서 낮부터 밤까지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이 됐고, 더 많은 무대 위에 더 많은 아티스트들이 섰다. 백호, 보이넥스트도어, 범주, 다운, 엔하이픈, 프로미스나인, 황민현, 이현, 르세라핌, 문차일드, 뉴진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지코, 앤팀 등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 뿐만 아니라 김준수, 비투비, 라잇썸, 효린 그리고 제레미주커 등 팬덤 플랫폼 위버스에 입점한 국내외 아티스트들이 함께했다. 온라인상의 위버스가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한데 모은 것처럼, ‘위버스콘 페스티벌’은 페스티벌을 통해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트리뷰트 스테이지’에서 엄정화의 등장을 소개한 아티스트는 김준수였다. 그는 ‘위버스콘 페스티벌’을 통해 14년 만에 합동 공연에 참여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엔하이픈 등 보이그룹들은 ‘초대’, ‘Come 2 Me’와 같은 엄정화의 곡들을 새롭게 해석해 헌정했다. 방시혁 의장은 ‘트리뷰트 스테이지’의 의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대중음악의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것들을 챙기고 기념하는, 헌정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요. 그렇게 시대적 의미를 살려가는 공연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대적 의미’라는 측면에서, ‘위버스콘 페스티벌’은 K-팝으로 규정된 아티스트와 그들의 팬덤에게 기존 K-팝 씬 내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웠던 순간들을 제시했다. 엔하이픈의 멤버 제이는 자신의 팀이 ‘위버스파크’에서 ‘Attention, Please!’를 공연하던 중 일렉트릭 기타 연주를 선보였다. ‘위버스파크’ 공연이 모두 밴드 라이브로 진행, 참여 아티스트들이 밴드 라이브에 맞춘 무대 구성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위버스콘 페스티벌’의 연출을 담당한 콘서트제작실 콘서트연출2스튜디오 엄혜정 LP는 “‘위버스파크’ 공연은 관객들에게 페스티벌 무드를 느끼게 하고 싶어서 아티스트들에게 관객들과 함께 뛰놀면서 호흡하는 바이브를 연출해주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어요.”라고 말했다. 엔하이픈뿐만 아니라 투모로우바이투게더, &TEAM 등 ‘위버스파크’와 ‘위버스콘’을 양일간 함께 선보인 그룹들은 ‘위버스콘’에서는 기존의 퍼포먼스 중심 무대를, ‘위버스파크’에서는 야외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밴드 라이브 중심의 무대를 선보였다. 르세라핌의 멤버 허윤진은 ‘위버스파크’에서 혼자 밴드 라이브 공연을 하기도 했다. 르세라핌의 나머지 멤버들은 다른 관객들이 있는 잔디마당에서 함께 허윤진의 공연을 봤다. 기존 K-팝 합동 공연에서는 모두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위버스콘 페스티벌’의 기획을 담당한 콘서트사업실 국내콘서트사업 2팀 백인우 담당자는 “페스티벌로서 어떤 차별점을 가져갈 것인가가 굉장한 숙제였어요. 그래서 두 공연장 환경의 특성을 살려서 아티스트의 다른 매력을 보여주자고 접근했어요. 동일한 아티스트라도 야외와 실내에서의 무드를 굉장히 다르게 가져갔는데, 그런 부분들이 굉장히 중요했어요.”라고 말했다. ‘위버스콘 페스티벌’은 K-팝 공연과 야외 페스티벌, 그리고 K-팝 아티스트와 그 바깥의 아티스트들을 모으고 서로의 범위를 확장하면서 기존 K-팝과 페스티벌의 개념에 대한 경계를 넘나들었다. 

  • © Weverse Con Festival

백인우 담당자는 ‘위버스콘 페스티벌’의 공연에서 가장 달라진 점 중 하나로 “아티스트를 직접 촬영해 공연 중에 활용하는 VCR영상을 제작하지 않은 것”을 꼽았다. ‘위버스콘 페스티벌’이 ‘어반’과 ‘파라다이스’라는 장소에 따른 음악적 콘셉트/경계를 나눴고, ‘파라다이스’에서는 아티스트의 각 VCR 대신 ‘파라다이스’의 콘셉트를 이어주는 영상을 제작, 아티스트간 하나의 주제를 통해 공연이 연결되는 페스티벌의 느낌을 강조했다. ‘위버스파크’에서는 공연과 공연 사이에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관객들이 춤을 배워보는 댄스 스튜디오, 방송인 재재가 진행을 맡은 붐업 스테이지 등이 마련되었다. 댄스 스튜디오에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연준이 깜짝 참여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엄혜정 LP는 공연 사이의 작은 이벤트들에 대해 “공연을 기다리는 사이에 계속 시선을 잡아줄 게 있어서 마냥 대기만 하고 있진 않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위버스콘’에서 기존 K-팝 공연에 보다 페스티벌적인 요소를 더하고자 했다면, ‘위버스파크’에서는 기존 페스티벌의 흐름 안에 K-팝 팬들이 호응할 수 있는 요소를 넣었다고 할 수 있다. K-팝, 또는 위버스와 그 바깥을 페스티벌 안에서 하나로 연결하고 확장하는 시도는 면밀한 운영을 통해 관객들에게 이전과는 다른 공연 경험을 준다. 공연에 대한 경험은 기술을 바탕으로 페스티벌 전반에 대한 새로운 경험으로까지 확장된다. 이를테면 관객들은 QR코드로 ‘위버스 줄서기’를 등록해 자신이 원하는 부스를 예약하고, 알림이 오면 해당 부스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었다. 서비스 중에는 원하는 아티스트의 사진을 고르면 즉석에서 핀뱃지나 포토카드를 만들 수 있는 ‘위버스 바이 팬즈’도 있었다. K-팝 팬이 원하는 서비스가 기술을 통해 페스티벌에 대한 새로운 경험으로 이어진다. 

 

최준원 위버스 대표는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 “보이지 않는 손처럼 위버스의 기술과 플랫폼은 콘텐츠와 IP를 온전하게 경험하게 도와주는 거죠. 티켓을 받고, 본인 확인을 하는 절차부터 공연을 보기 위한 여러 절차와 경험을 아주 당연한 것처럼 편하게 느끼도록 만들기를 바라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백인우 담당자가 ‘위버스콘 페스티벌’이 관객에게 주고 싶었던 경험 중 하나로 “팬분들이 너무 줄을 오래 서지 않고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게끔 하자”라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공연을 위해, 또는 페스티벌을 위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훨씬 편하게 바꿀 수 있다. 방시혁 의장의 표현에 따르면 “지금 쓰고 있는 분들에게는 너무 자연스럽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모두가 불편해 했는데 감수하고 있었던 것들을 없애는 것”이다. 관객에게 주는 이런 새로운 경험들이 모여 ‘위버스콘 페스티벌’같은 새로운 유형의 페스티벌에 가야할 이유를 만든다. 최준원 대표가 ‘위버스콘 페스티벌’의 목표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는 관객들에게 ‘이런 경험이 가능하구나’라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까지는 온 것 같아요. 모의고사 잘 본 것 같은 기분이고, 많은 가능성을 봤어요. 앞으로 ‘이 현장에 왔더니 너무 즐거워’, ‘이건 차원이 다른 경험인데?’를 느끼게 하고 싶고, 그게 가장 궁극의 목표예요.” 다시 말하면, 과거로 절대로 되돌아 갈 수 없는 경험말이다. 혁신이라고도 하는. 

“K-팝 아티스트를 중심으로한 페스티벌이 그동안 존재할 수 있겠느냐에 대한 의문에 대한 답이 ‘가능할 것 같다’가 됐어요.” 김태호 하이브 COO는 ‘위버스콘 페스티벌’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특정 아티스트의 팬 입장에서 봤을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 시간이 단독 콘서트보다 훨씬 짧은데, 페스티벌 티켓을 얼마나 구매할까 고민이 많았어요. 하지만 페스티벌을 치르면서 이게 경험의 문제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태호 하이브 COO에 따르면 ‘위버스콘 페스티벌'을 본 관람객의 만족도와 재관람 의사가 높았다. 또한 ‘위버스콘 페스티벌’의 둘째날에는 외국인 관객 비중이 57%에 달했다. 국적뿐만 아니라 성별, 연령, 인종 등으로 항목을 나누면 관객들은 어느 하나의 유형으로 분류하기 어렵다. “관객 구성이 정말 글로벌한데 연령대도 다양해요. 그 사람들이 잔디공원에 모여서 스탠딩석에서 열광하는 관객부터 방석에 앉아 음식을 먹으며 즐기는 관객, 그늘 뒤로 빠져서 수다를 떨면서 분위기를 즐기러 온 관객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게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최준원 위버스 대표가 꼽은 ‘위버스콘 페스티벌’의 인상적인 순간은 ‘위버스콘 페스티벌’의 가능성이기도 했다. 그는 “서로의 취향을 들여다 보면서 각자의 취향의 경계가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위버스콘 페스티벌’에서 경험하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각자의 취향이 모일수록 서로 더 많은 취향을 공유하는 공동체가 되는 거죠. 우리가 이런 방식으로 음악씬 내에서 장르를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까, 그것만으로도 큰 도전이라고 생각해요”라며 ‘위버스콘 페스티벌’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래서 ‘위버스콘 페스티벌’이 대중음악 산업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면 ‘바로 지금’, 동시대의 음악이 미래로 나아가는 방향을 제시한다는 그 자체에 있을 것이다.  전설적인 아티스트와 현재의 아티스트가 만나 음악의 중요한 가치를 일깨우고, 한국과 K-팝 중심의 아티스트들이 다른 국적과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페스티벌을 통해 만나며 전에 없던 경험들을 가능케 한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결되고, 음악산업에서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관객들에게 체감할 수 있게 한다. 방시혁 의장은 ‘위버스콘 페스티벌’의 비전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한 문장으로 압축했다. “지금 이 시대에 대중 예술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새로운 형태의 기술과 예술적 방법론들이 다 쇼케이스를 할 수 있는 스폿이 되기를 원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