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에게 &TEAM은 우연히 그러나 틀림없이 일어난 ‘연(然)’이자 멤버들과 맺어진 ‘연(緣)’이다.
저희 프로젝트 매니저분이 “케이 씨는 모닝 커피를 꼭 마신다.”고 따로 준비해주셨어요.(웃음)
케이: 와! 그래서 커피가 다 준비되어 있던 건가요? 감사합니다.(웃음) 한국에서 마시는 커피가 입에 좀 맞는 것 같아요. 연하고 마시기 쉬운, 산미 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좋아합니다. 처음에는 ‘커피를 왜 이렇게 마시지?’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매일 커피 마시는 친형이 멋있어 보여서 따라 마셨어요. 이번에 ‘아이돌 출발 드림팀’에 나가서 1등해 100만원을 받았는데, 그 상금으로 멤버들을 위해 일본 숙소에서 쓸 에스프레소 머신을 샀어요. 아직 못 써봤는데 기대되네요.
이제 숙소에서 주방을 자주 가겠네요. 예전에는 주방에 거의 안 들어가고, 폭신폭신한 팬케이크를 만들려고 재료도 샀다가 결국 다 버렸다면서요.(웃음)
케이: 제가 약간 모양새부터 신경 쓰면서 시작하는 스타일이에요.(웃음) 물건 챙기고, 준비하고, 요리 만드는 과정 찾아보고, 그러다 정작 요리하려고 하니 바빠져서 못하게 되더라고요.
그럼 요즘 관심사는 커피인가요?
케이: 커피, 향, 영양제, 수면 아이템.(웃음) 비타민이랑 유산균도 챙겨 먹고, 아이 마스크도 쓰고 부모님이 베개도 좋은 걸 선물해주셔서 쓰고 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건강에 관심이 있네요.(웃음)
위버스 라이브에서 매일 밤 빙수를 먹는다고 했잖아요. 건강에 안 좋을 텐데요.(웃음)
케이: 아, 그런데 요즘에는 빙수 자주 안 먹어요! 한국에 있는 친구가 빙수를 좋아해서 같이 만나 먹었다가 다음 날부터 계속 먹었던 거였어요. 숙소에서 애들 잠들었을 때 갑자기 먹고 싶어서 혼자 시켜 먹었어요. 빨리 자야 하는데… 그리고 이건 꼭 인터뷰에 나왔으면 좋겠는데, 요새는 지각 안 합니다! 지각 안 해요! 전날에 다 준비하고 자요.
어떻게 지각을 안 하게 됐어요?
케이: 멤버들이 제가 아침잠이 많은 걸 아니까 항상 깨워주고 챙겨주려고 해요. 그럴 때마다 감동이에요.
누가 주로 깨워줘요?
케이: 의주! 의주는 그냥 신이에요.(웃음) 그리고 완전 리더예요. 저는 처음부터 의주가 리더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의주랑 2년 전부터 같이 숙소 생활을 했는데 항상 자기보다 남들이 우선이에요. 그건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그래서 그때부터 꼭 의주가 리더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TEAM’ 이전에도 숙소 생활을 한 적이 있었죠?
케이: 고등학생 때 장거리 마라톤 선수여서 숙소 생활을 했어요. 엄하고 힘든 환경에서 하나에만 집중하고 싶어 일부러 숙소에 들어갔던 거였어요. 한 방에 20명씩 하는 숙소 생활을 처음 해봐서 생각보다 힘들었는데 그래도 사람을 좋아해서 재밌었어요. 뭐든지 다 혼자서 해야 되니까 요리도 그때부터 하게 됐고, 단체로 움직여야 하니까 전체를 보는 습관이나 객관적으로 자기를 보는 습관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그때도 간사이 출신 분이 계셨어서 오사카 사투리인 간사이벤을 되게 좋아했거든요? 요즘 유마랑 계속 같이 있으니까 귀가 열려서 간사이벤이 술술 나오더라고요.(웃음)
유마 씨도 자기 관리가 철저한 편이라 서로 비슷한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케이: 유마가 정리를 잘하는 편이라 많이 도움받고 있습니다.(웃음) 유마는 옛날의 저를 보는 것 같아요. 관심 없는 건 완전 눈도 안 가는 스타일. 그래서 좋아하는 것만 좋아하는데, 또 좋아하는 게 비슷해요. 둘 다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고, 제가 인센스 스틱을 아주 좋아해서 선물로 유마한테 줬는데 그때부터 유마도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멤버들에게 종종 향과 관련된 선물을 주시더라고요.
케이: 멤버들이 좋아할 만한 걸 생각하는 그 시간이 좋더라고요. 멤버들과 같이 지내면서 각자 스타일링에 맞춰서 뭐가 어울릴지 생각해요. 타키는 감귤 향. 타키가 프레시한 감귤 향을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하루아는 스위트한 향, 로즈 향. 그 향이 하루아 외모랑 잘 맞는 것 같아요. 후마는 아직 못 줬는데 생일이 오면 우드 향으로 선물해주려고요. 후마가 자연스러운, 향수같지 않은 약한 향을 좋아해서요. 저는 우드 향이나 히노키(편백나무) 향을 써요.
그렇게 항상 멤버들을 살피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어요?
케이: 평소에 팀원들한테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서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주고 싶어요. 예를 들어서 저도 모르게 연습하면서도 ‘이건 예민하구나.’, ‘이건 간섭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구나.’, ‘이건 좋아하구나.’ 하는 걸 멤버마다 파악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서 니콜라스는 프라이드가 높아서 피드백할 때 “이 부분은 이렇게 하면 더 좋아질 것 같은데.”라고 하면 “오케이! 고마워.”라고 해요. 타키는 제가 “여기는 이렇게 해주면 좋겠는데.” 하면서 피드백을 하면 집중을 잘 안 할 때가 있었는데, 그러면 집중하자고 얘기하면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식으로 사람마다 다르게 케어해요.
그럼 반대로 케이 씨 본인은 어떻게 챙겨요?
케이: 사실 처음 연습생이 되었을 땐 과거 운동선수였을 때의 습관 때문에 결과가 중요했어요. 그러다 보니 실패했을 때 아쉬워하는 시간이 길었는데, 그 시간이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이랬으니까 다음에는 다르게 하자.’라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해서 아쉬워하는 시간을 줄이고 있어요. 왜냐면 케이라는 사람이 처음 세계에 나왔을 때가 ‘I-LAND’였는데, 사실 저는 그때 춤을 춘 지 얼마 안 됐을 때였거든요. 그런데 보시는 분들은 제가 몇 시간 연습했는지, 준비 기간이 얼마였는지, 무대가 미끄러웠는지 같은 건 모르시잖아요. 그래서 그냥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손성득 퍼포먼스 디렉터님이 “네가 어떤 상황이든 보여줘야 할 때는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무대에서는 이유보다 결과가 중요하다.”라고 말씀해주셨던 것도 많은 도움이 됐어요.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을까요?
케이: 그런데 자기한테 만족할 수 있는 때는 앞으로도 안 오지 않을까요? 모니터링하면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여서 만족할 수 없어요.
왜요?
케이: 하이브라는 큰 회사에 데뷔해 대단한 선배님들 덕분에 기준이 올라가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사실 이 꿈을 꿨던 이유도 방탄소년단 선배님이고, 연습생 때는 세븐틴의 호시 선배님과 방탄소년단의 지민 선배님을 계속 보면서 연습했어요. 선배님만의 독특한 분위기에 빠져서 저도 그런 저만의 분위기를 가지려고 연습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춤만 생각했다면 지금은 보는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하려고 해요. 이 동작이 멋있는데 저만 멋있다고 생각하면 프로페셔널하지 않잖아요. 보는 사람이 공감해야 의미가 생기는 거니까 그걸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케이 씨의 눈이 그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퍼포먼스에서 전하고자 하는 감정이 시선을 통해 드러나더라고요.
케이: 오. 맞아요.(웃음) ‘위댐보이즈’라는 댄스팀분들한테 춤을 배운 적이 있었는데 그때 춤에서 제일 중요한 게 시선 처리이고 시선으로 분위기가 완전 달라진다고 하셔서 연구를 많이 했어요. 버스 탈 때도 제 모습이 창에 비치잖아요. 그때마다 어떤 동작이 멋있는지 조금씩 연습했어요. 그리고 안무 동작을 하나하나 사진 찍어서 어떤 게 멋있는지 계속 연구했고요. 그때는 그런 연습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지만 많이 연습해서 이제는 제 장점이 된 것 같아요.
그렇게 매번 힘든 연습을 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뭘까요?
케이: 루네가 저의 ‘다’예요. 전부 다. 제가 이 일을 하는 이유, 잘하고 싶다고 생각을 하고 열심히 하는 이유가 다 루네분들이에요. 제가 힘들었을 때 팬분들이 출근길에 볼 수 있도록 버스 정류장에 ‘케이! 해피뉴이어!’ 이런 식으로 광고를 걸어주셨어요. 계절마다 광고가 계속 바뀌었고요. 힘들었던 시기를 도와주셔서 루네분들에게 감사했다는 마음을 계속 전하고 싶어요. 루네를 팬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 이상의 ‘은인’이에요.
팬분들 덕분인지 힘든 기간을 마냥 좌절하고 있지만은 않았잖아요.
케이: ‘&AUDITION - The Howling(이하 ‘&AUDITION’)’까지의 준비 기간이 있었잖아요. 처음에는 플레이어로서 성장하고 싶어서 연습을 많이 했고요. 음악을 하면서 점점 ‘나라면 이렇게 할 텐데.’,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다 보니 아티스트로서 크리에이티브하게 음악을 만들고, 프로듀싱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보기도 했어요. 레슨을 마치고 늦은 시간 작업실에 가는 시간이 너무 좋았어요. 표현하고 싶은 걸 그대로 표현할 수 있어서요. 예를 들어 지민 선배님의 무대를 보고 너무 멋있어서 그런 노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비트를 한 번 만들어 보고, 그때는 팬분들에게 편지를 드릴 수도 없어서 그런 아쉬운 마음을 가사로 썼어요. 그 노래는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공개할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작사, 작곡뿐만 아니라 다양한 창작에 참여하기도 하죠. ‘FIREWORK’의 안무 제작에도 참여했다면서요?
케이: 팬 미팅 VCR 촬영과 광고 촬영 사이, 대기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음악을 듣고 안무를 짰어요. 원래 그 부분 안무 후보가 30개 정도가 있었는데, 방시혁 PD님이 저한테도 한 번 해보라고 하시면서 “노래가 쭉 지나가는 느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노래와 콘셉트랑 맞게 그리고 스토리라인을 보여드릴 수 있게 짜야겠다는 생각으로 집중했죠. 진짜 지금까지 살면서 제일 집중했던 시간이었어요.(웃음) 사실 그런 좋은 기회를 짧은 시간 안에 완벽하게 해내야 하는 상황이 많지 않았는데, 그 시간은 저한테 아티스트로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안무가 너무 멋있던데요.(웃음)
케이: 어우. 저희는 되게 힘들어요. 너무.(웃음) ‘FIREWORK’를 연습할 때 여러 가지 시도해봤는데 결국에는 힘을 줘서 하는 게 훨씬 어울려서 소화하는 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재밌었어요. 반응도 되게 좋더라고요. &TEAM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쓰는, 몸 전체로 표현하는 안무가 많아서 그 질주감을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멤버들끼리 합을 맞춰 같은 에너지를 내는 게 중요하겠네요.
케이: 예전에 방시혁 PD님이 “팀이 없으면 개인도 없다.”는 피드백을 많이 주셨는데, 개인의 실력을 늘리는 건 무조건 필요하지만, 팀이 낼 수 있는 힘이 더 크잖아요. 그래서 ‘나는 이렇게 하고 싶은데.’에서 ‘일단 팀을 생각하자.’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이렇게 팀이 된 것도 ‘우연’이자 ‘연(緣)’이라고 생각해서 앞으로도 서로 도와주고 챙기면서 지내고 싶어요.
전설 속 영웅 모모타로(복숭아 동자)를 꿈꾸던 어린 케이 씨가 이렇게 어른이 되었군요.(웃음)
케이: 모모타로!(웃음) 얼마 전에 큰 사이즈의 모모타로가 있길래 ‘이게 왜 있지?’ 해서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봤더니 제가 모모타로가 되고 싶다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저 사실 모모타로가 왜 되고 싶었는지 기억이 안 나요. 그냥 모모타로가 되게 멋있어 보였나 봐요.
그럼 기억나는 모모타로(복숭아 동자) 다음의 꿈은 뭐였어요?
케이: 마라톤 선수. 사실 초등학생 때부터 계속 꿈꿨던 대학으로 진학하는 것도 이미 정해져 있었어요. 그래서 그만둔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우셨고 감독님은 화가 많이 나셨어요. 당연한 일이죠.(웃음) 지금 생각해보면 바보 같은데 그래도 춤을 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했어요. 저는 자기를 믿는 힘이 강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시작해도 걱정 없이 그냥 “미국 가야지~ 춤이라면~.”이라고 생각해서 미국에 갔어요. 결정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도 않았어요. 운명이었던 거죠.(웃음)
미래가 바뀌는 일이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주저없이 결정할 수 있었어요?
케이: 어떻게 보면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는데,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건 못 보고 그것만 ‘끝까지 해내야지.’라고 생각하는 스타일이에요. 데뷔 전 미국에 갔을 때도 격리 기간이 2주였거든요? 예전에 샀던 ‘포켓몬’ 게임을 그때 격리하면서 혼자 하다가 완전 빠져서 잠보다는 게임. 3일 동안 진짜 1분도 안 자고 유튜브로 포켓몬을 집중 공부하면서 게임했어요. 온라인 포켓몬 배틀에도 나갔는데, 세계 랭킹 3등을 이겼어요! 그때 ‘이 이상 하면 안 되겠다.’ 생각해서 그만뒀어요.(웃음) 지금 후마랑 하는 건 취미로 하는 거고 그때는 진짜 진심이었어요.
하나에 몰두해서 끝까지 해내는 건 마라톤 선수로서의 경험이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요.
케이: 그렇죠. 운동은 자기 자신과 싸워서 자신을 이겨내야잖아요. 아이돌 생활에서의 숙소 생활이나 결과물이 중요한 것뿐만 아니라 그런 부분에서도 마라톤이랑 비슷해요. ‘I-LAND’에 나가기 전에는 계속 혼자서 연습하다 보니 라이벌이 저 자신밖에 없었어요. 모니터링하면서 만족하면 그냥 끝이고, 다른 사람이 어느 정도 잘하는지 모르니까 계속 자기랑 싸웠던 거죠. 그 과정에서 같이 운동하던 친구들이 우승하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걸 보면서 힘을 많이 받았어요.
마라톤 선수에서 미국 유학, ‘I-LAND’, ‘&AUDITION’과 &TEAM까지. 말 그대로 아무도 가지 않은 길(‘Road Not Taken’)을 걸어왔네요.
케이: 딱히 제가 대단하게 살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그렇게 들으니 제 삶이 영화 같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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