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가 등장하고 베테랑이 컴백하는 건 음악계에서 매년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럼에도 올해의 힙합 씬은 남달랐다. 유독 반갑고 놀라운 컴백이 이어졌다. 2010년대가 낳은 랩스타 빅 션(Big Sean)과 릴 우지 버트(Lil Uzi Vert)가 새 앨범으로 돌아왔고, 래퍼들의 래퍼로 유명한 나스(Nas)와 그룹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는 새 앨범으로 건재를 알렸다. 그런데 누구보다 놀라웠던 컴백이 있다. 래퍼이자 프로듀서, 제이 일렉트로니카(Jay Electronica)다.

대중에겐 다소 생소한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힙합계에서 그는 이미 유명 인사다. 좀 더 적확하게 말하자면, 정규 앨범 한 장 없이도 유명한 래퍼다. 2007년에 첫 믹스테이프(Mixtape)를 마이스페이스에 올리며 데뷔한 이래, 가공할 랩 실력으로 업계, 동료 아티스트, 힙합 팬,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많은 이가 고대하던 데뷔 앨범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도무지 나올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사이 일렉트로니카는 음악보다 이슬람교인으로서의 구도자 생활에 집중했다. 간혹 다른 아티스트의 곡에서 피처링으로 접할 수 있을 뿐이었다. 여전히 날카로운 그의 랩은 귀를 즐겁게 했지만, 오랜 기다림에 앨범에 대한 기대는 자연스레 접혀갔다.

그런데 올해 그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제이 일렉트로니카, 데뷔 13년 만에 첫 번째 정규 앨범 발표! 무엇보다 ‘A Written Testimony’는 기다리다 지친 팬은 물론, 그의 존재를 잠시나마 잊었던 이들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 만큼 탁월하다. 그리고 여기 앨범을 좀 더 제대로 느끼기 위해 알아두면 좋을 두 개의 포인트가 있다.

첫째, 라임과 메시지다. 앞서 언급했듯이 일렉트로니카의 랩 실력은 현존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이처럼 뛰어난 랩 퍼포먼스를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이 그의 예사롭지 않은 가사다. 네이션 오브 이슬람(Nation of Islam)의 교리에 영향받은 세계관을 바탕으로, 자아성찰과 사회적인 이슈를 때론 은유적이고, 때론 급진적으로 풀어낸다. 선입관을 갖지는 마시라. 그렇다고 해서 본작이 종교음악은 아니다. 그가 다루는 주제는 종교를 넘어 세계로 확장되며, 그래서 인상 깊다. 예를 들어 ‘Ghost of Soulja Slim’이란 곡에선 제도적 인종주의를 비판한다.

둘째, 제이지(Jay-Z)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힙합 모굴, 제이지는 오래전부터 일렉트로니카를 지원해왔다. 사업가 이전에 뛰어난 래퍼인 그는 이번 앨범에서 절반 이상의 곡에 피처링하여 놀라움을 안긴다. 앨범의 또 다른 주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Flux Capacitor’에서의 랩은 1994년 그가 힙합계로부터 주목받는 계기를 만든 빅 대디 케인(Big Daddy Kane)의 ‘Show & Prove’ 속 제이지의 귀환이다.

‘A Written Testimony’는 2021 그래미 시상식의 '베스트 랩 앨범'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 놀라운 컴백에 음악산업계도 화답한 셈이다.
TRIVIA

힙합계를 놀라게 한 첫 믹스테이프

그가 2007년 마이스페이스에 올렸던 첫 번째 믹스테이프 ‘Act I: Eternal Sunshine (The Pledge)’는 무려 5만 번 이상 다운로드되었다. 무명 래퍼로서는 굉장히 높은 수치였다. 이 같은 반응은 업계의 관심을 끌었고, 이듬해 세계 최대 규모의 힙합 페스티벌인 ‘록 더 벨스(Rock the Bells)’에도 초빙된다.
글. 강일권(리드머, 음악평론가)
디자인. 전유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