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방방콘’은 처음이지?” 지난 6월 14일 열린 방탄소년단의 ‘방방콘 The Live’는 닫혀 있던 문이 열리면서 시작한다. 첫 번째 문을 열고 들어서는 곳은 오프닝 영상 속 ‘아미의 방’이다. 방탄소년단을 기다리는 아미의 모습은 멤버들을 통해 재현된다. 다시 두 번째 문이 열리는 순간, 무대 위의 멤버들과 모니터로 이를 지켜보는 아미는 ‘방탄소년단의 방’으로 빨려 들어간다. ‘쩔어’를 시작으로 하나둘 각자의 방에서 나온 멤버들은 함께 복도를 지나 무대 위에 선다. ‘방방콘 The Live’는 아미를 방탄소년단의 방으로, 방에 있는 멤버 개개인을 방탄소년단의 무대로 불러들이며 서로를 연결한다. ‘방방콘 The Live’는 코로나19로 인해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을 수 없는 지금 등장한 비대면 온라인 콘서트다. 공연을 본다는 것이 온라인 공연을 경험한다는 의미로 바뀐 지도 꽤 되었다. 그러나 모두가 집에서 각자의 문을 닫고 서로의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이 시기에, ‘방방콘 The Live’는 아티스트와 팬의 연결을 보여준다.

“관객들이 함께할 수 없는 비대면 공연에서 대규모 공연장은 무의미했어요. 그럼 굳이 공연장을 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콘서트에서 할 수 없는 일을 해보기로 결정했죠.” 연출을 맡은 하정재 빅히트 쓰리식스티 콘서트제작팀장은 ‘방에서 방으로’라는 콘셉트를 정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공연장이 어디기에 그렇게 세트를 많이 바꿀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정도예요.” ‘방방콘 The Live’는 대규모 공연장을 대관하는 대신 스튜디오에서 다수의 세트를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공연에서 여러 개의 방을 만들어 공간을 바꾸는 시도도 그래서 가능했다. 장혜선 빅히트 쓰리식스티 콘텐츠사업기획팀장은 “외부에서는 공연 제작 방식이 센세이셔널하다는 반응이었어요. 하지만 각종 음악 방송 무대와 자체 기획 방송을 만들어왔던 제작진으로서는 전혀 생소한 일이 아니었어요. 사실 스튜디오에 멀티로 세트를 짓는 건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항상 하던 방식이거든요.”라고 말했다. ‘방방콘 The Live’의 무대는 기존 공연과 다른 온라인 공연만의 특징이 무엇인지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관객석을 향해 돌출된 공연장 무대와 달리, ‘방방콘 The Live’는 말 그대로 ‘방’처럼 면과 면으로 관객을 감싼다. 이러한 구조는 관객이 경험할 수 있는 세계를 무대 밖 객석에서 무대 안으로 옮겨 몰입감을 강화한다. 예컨대 ‘흥탄소년단’ 무대를 마친 멤버들은 발걸음을 옮겨 또 다른 방에 도착하는데, 나란히 서서 실시간으로 아미와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그들의 뒤엔 각종 악기와 지금까지 발매했던 앨범들, 달력과 시계 그리고 ‘night rather than day(낮보다는 밤)’라는 문구가 놓여 있다. 오프라인 공연과 달리 순식간에 세트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방방콘 The Live’는 퍼포먼스를 보여준 무대와 다른 세트로 관객에게 방탄소년단의 ‘방'을 둘러보는 듯한 기분을 주면서, 멤버들이 꾸준히 음악과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여러 세트를 활용하는 장점은 특히 각각의 단절된 공간으로서, 방탄소년단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유닛 무대에서 도드라진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의상부터 소품까지 아이디어를 내며 세세하게 공을 들인 각 세트는 오프라인 공연보다 더욱더 깊고 섬세한 감정선을 만들어 낸다. 진, 제이홉, 정국의 ‘Jamais Vu’에서 세 사람은 아무리 계단을 오르고 쉼 없이 걸어도 같은 자리에서만 맴도는 흑백의 패러독스에 갇혀 있다. 그들은 온통 푸른 빛(Blue, 울적한 기분)으로 물들어 있지만, ‘수없이 반복된 대도 난 또 뛸 거라고’ 노래한다. 잠시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된 방탄소년단의 시선은 RM과 슈가의 ‘Respect’를 통해 내면으로 향한다. 뉴트로(New-tro)풍의 무대는 과거를 돌아보며 얻은 깨달음을 자신만의 색깔로 현재에 녹여내는 노랫말을 보다 효과적으로 가시화한다. 뷔와 지민의 ‘친구’ 무대는 두 사람이 실제로 자주 다녔던 버스정류장을 재현한 공간에서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모습, ‘언젠가 이 함성 멎을’ 미래를 연결한다. 관객을 직접 만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방방콘 The Live’는 멤버들이 관객에 대해 느끼는 마음을 더욱 세심하게 전달하면서 오히려 공연의 새로운 표현 양식을 찾는 것으로 나아간다. 멤버들이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휴대폰으로 셀프 캠을 촬영하며 ‘좋아요’를 부르는 순간, 화면은 그들이 발신한 화상통화를 수신하고 있는 것처럼 변한다. 모바일 환경이 주를 이루는 미디어 이용 방식이 연출로 활용되는 순간이다. 한 공간에 둘러앉아 있던 멤버들과 관객은 순식간에 휴대폰 너머로 분리되고, SNS로만 안부를 알게 된 노랫말과 함께 직접 대면하지 못하고 원격으로 소통해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반영한다. 이어지는 ‘하루만’에서 멤버들은 의자에 각각 떨어져 앉아 노래를 부르고, 카메라는 그들을 풀숏과 바스트숏으로 번갈아 비추며 단숨에 눈앞의 광경을 멤버들이 회상하는 ‘어느 날의 음악 방송’으로 바꿔 놓는다. 방탄소년단이 팬들을 만나지 못하는 동안 여러 비대면 채널을 통해 산발적으로 전했던 이야기들은 ‘방방콘 The Live’라는 무대로 압축되고 화면을 응시하는 관객에게 직관적으로 전달된다.

공연이되 TV 음악 프로그램처럼 곡마다 다양한 세트를 만들고, 멤버들은 콘셉트가 다른 세트와 세트를 이동하며 그에 어울리는 멘트를 하기도 한다. ‘방방콘 The Live’는 콘서트, 음악 방송, 팬 미팅 등의 장점들을 섞어 온라인 실시간 공연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것은 취소된 오프라인 공연의 대체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의의가 있는 공연이다. 이런 의도는 관객이 ‘방방콘 The Live’를 통해 오프라인 공연과는 다른 관람 경험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도 이어진다. 관객들은 6개의 멀티뷰로 무대 곳곳을 원하는 대로 바라볼 수 있고, 분할 화면에는 시청자 간 소통을 위해 실시간 접속 중인 아미의 수와 연동된 아미밤을 확인할 수 있는 세계지도가 배치됐다. 오프라인 공연의 관객들이 공연을 함께 보며 환호한다면, ‘방방콘 The Live’는 온라인 관객들이 공연장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도록 하고, 마치 친구들끼리 TV 프로그램을 보며 SNS로 대화하듯 전 세계 관객들을 연결했다. 제작진이 ‘수많은 관중이 이루는 불빛과 함성이 빠진’ 온라인 공연을 기존 공연처럼 연출하고 중계하는 일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방식을 찾은 결과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 공연만의 새로운 형식이 생기기도 한다. ‘방방콘 The Live’의 러닝타임은 위버스에 올라온 영상을 기준으로 1시간 33분 45초다. “스마트폰 화면으로 공연을 봤을 때, 과연 3~4시간짜리 공연 내내 가만히 앉아서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강민이 빅히트 쓰리식스티 문화콘텐츠기획팀장은 앉은 자리에서 하나의 영상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고려해 러닝타임을 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콘서트 VCR 영상을 대체하는 두 차례의 인터미션에는 멤버들이 관객과 마주 보는 ASMR과 눈싸움 콘텐츠를 선보였다. 멤버들은 유튜브 크리에이터처럼 화면을 가득 채운 채 화면 너머 시청자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때론 다정한 인사를 전한다. 멤버별로 이어지는 영상 사이에는 방탄소년단이 출연하는 CF 광고를 교차로 송출했다. “말 그대로 눈을 뗄 수 없게끔 하고 싶었어요.” 하정재 팀장은 “아무리 제작비 관련 사안이라 해도 멤버들과 관련이 없는 아무 광고가 중간에 삽입되는 것은 팬들에게 너무 무성의하다고 생각했어요.”라며 “관객들이 몰두할 수 있도록 멤버들이 유튜버처럼 카메라에 바짝 다가가 눈을 맞추는 콘텐츠와 직접 출연한 광고를 함께 준비한 것”이라 말했다. 공연이라는 가장 오프라인 중심의 형식에 지금 온라인의 문화가 더해졌다고 할 수 있다.

‘방방콘 The Live’에서 2,000개의 아미밤이 빛나던 순간은 이 새로운 공연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공연장에서 멤버들의 힘이 돼준 아미밤이 스튜디오에서도 빛나게 하기 위해, 제작진은 모양을 본뜬 조명이 아닌 실제 아미밤 2,000개 이상을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설치했다. 하정재 팀장은 “관객 한 명 한 명이 아미밤을 들고 왔던 콘서트장과 달리 스태프들이 한꺼번에 옮기는 데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며 건전지 6,000세트를 사서 아미밤에 일일이 넣었다는 후일담을 전했다. “원래 아미봉은 관객들의 좌석과 자동 페어링됐던 건데, 이번엔 1번, 2번, 3번... 수동으로 설정해야 했어요. 리허설하다가 건전지가 닳으면 다시 교체하고. 원래대로 콘서트가 열렸다면 할 필요가 없었던 일이죠. 기획팀장님까지 지나가다가 일손을 보탰어요. 그래도 무대가 잘 나온 걸 보니 역시 수작업을 이기는 건 없더라고요.” 하정재 팀장은 이를 두고 “공연의 본질”이라 표현했다. 온라인 공연이지만 직접 설치한 응원봉을 통해서라도 아티스트와 관객은 심정적으로 연결된다. 아미밤을 매개로 한 유기적인 연결은 ‘Anpanman’에서 멤버들을 지켜주는 거대한 앙팡맨, 빈 무대에서 아미밤이 만들어내는 ‘BTS❤ARMY’, 멤버들이 지난 공연을 추억하며 대신 외쳐 보는 아미의 응원 구호, 스스로 불러온 아미의 목소리에 ‘보고 싶다’고 대답하는 ‘봄날’까지 이어진다. 기존 공연이든 비대면 공연이든, 공연이 아티스트와 관객의 연결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아미의 함성을 듣지 못하니 유난히 힘에 부치는 것 같다고 말하거나, 손에 손을 잡고 강강술래를 하다가 무대 공간이 모자라도록 아미의 자리를 비워두듯이, ‘쩔어’부터 ‘봄날’까지 이어지는 서사의 대전제는 반드시 ‘만나러 갈 것’이라는 믿음이다. 천천히 복도를 지나 문 너머로 걸어가는 방탄소년단은 처음 문을 열고 나왔던 각자의 방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방으로 향한다. 때문에 활짝 열렸던 문이 닫히게 돼도, 그들의 인사는 작별이 아닌 “또 봐요”라는 다짐이 된다. 이런 흐름을 통해 ‘방방콘 The Live’는 끊임없이 비대면 공연이 대면 콘서트를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못 박으며 대면 공연이 사라질 것이라는 불안감을 누그러뜨린다. 동시에 기존 콘서트의 한계를 보완하는 새로운 공연 콘텐츠이자 수요 높은 사업으로서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강민이 팀장은 이에 대해 “온라인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이상, 투 트랙으로 병행되지 않을까요. 오프라인 공연이 재개돼도 시공간의 제약이 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온라인 공연이 선택의 폭을 넓혀줄지도 모르겠어요.”라고 전망했다. 하정재 팀장은 “현재 발전하고 있는 기술력이 갑자기 매몰되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후 공연이 아니더라도 다른 비대면 만남이나 콘텐츠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표했다. 결과적으로 ‘방방콘 The Live’는 공연의 또 다른 문을 열어두었다.

방탄소년단은 다시금 새로운 공연을 준비 중이다. 제작진은 이에 대해 “‘방탄소년단의 공연’을 향한 기대치를 고려하면 안주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방방콘 The Live’는 최대 동시 접속자 75만6,000명을 기록했다. 장혜선 팀장에 따르면 “가장 많이 판매된 라이브 스트리밍의 2배를 기준으로 ‘방방콘 The Live’의 최대치를 예상했는데, 실제로 4배 가까이 판매”된 수치였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공연 영상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느냐”며 놀라워했지만, 장혜선 팀장은 “우리는 이미 앞서 영국 웸블리, 사우디아라비아 등 투어 스트리밍을 진행해왔던 터라 신기한 일이 아니었어요. 만반의 준비를 위해 영상팀과 키스위 모바일이 하나의 기술팀처럼 협업을 진행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방방콘 The Live’는 온라인 공연이 기존 공연의 대체재에 머물지 않고, 온라인 공연만의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만큼 아티스트와 스태프 모두 기존 공연 이상의 노력이 들어간다. 전 세계 수십만 명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에 세트를 옮겨가며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진행된 공연은 “생방송은 늘 어렵다”던 멤버들의 새로운 도전이자, 함께 콘서트를 즐겼어야 할 관객 모두에게 묻는 안부였다. “여러분들에게 희망을 드려야만 되고 행복을 드려야만 하는, 그래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런 ‘방방콘’부터 시작해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언제 대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희가 최대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RM의 말처럼, 그들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열심히 했다. 그리고 팬에게 다가설 수 있는 새로운 길로 가는 문을 열었다. 아직은, 직접 만날 수는 없을지라도.
글. 임현경
디자인. 전유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