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글. 오민지,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임수연(‘씨네21’ 기자)
디자인. 전유림
사진 출처. Misaki Takamatsu, Kodansha / Skip and Loafer Production Committee

‘스킵과 로퍼’ 

오민지: 이시카와현의 변두리 마을에서 도쿄의 명문 고등학교에 진학한 미츠미는 입학식 날부터 길을 잃는 등 ‘좌충우돌’한 학교 생활을 보낸다. 그러나 미츠미는 “난 말이야, 다소 거창하게 넘어지는 일이 많은 사람이지만 그만큼 일어나는 것도 엄청나게 잘한다고!”라고 말할 수 있는, 완벽하지 않더라도 스스로를 올곧게 볼 수 있는 아이다. 그런 미츠미의 곁에는 아직은 서투르지만, 나아가고 싶은 (혹은 나아지고 싶은) 친구들이 모인다. 밝아 보이지만 사실 눈치를 보고 꿈과 열정을 가진 사람을 ‘질투’하는 시마, ‘빼어난 외모도 순수하고 정직한 성격도 아닌’ 자신이 콤플렉스인 에가시라, 화려한 외모로 오해받지 않고 친구를 사귀고 싶은 유즈키, 상대를 겉모습으로 평가하던 성격을 바꾸고 싶은 쿠루메, 후회가 남지 않도록 매 순간 노력하지만 보상받지 못할 때가 있는 타카미네, 배역을 위해 평소에도 하이힐을 신고 다닐 정도로 연극이라는 꿈에 열정을 쏟는 카네치카. 이들은 입학식, 동아리와 학생회, 체육 대회, 축제 등 학교의 굵직한 행사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남과 비교하며 열등감을 느끼거나 질투하기도 하고, 자신은 순수하고 올곧은 ‘미츠미’처럼 될 수 없다고 자책하거나 체념하기도 한다.

 

그래서 1화에서 신발도 양말도 벗은 채 앞으로 달려 나가는 미츠미를 뒤따르던, “자격이 없으니까 멈춰 서 있는 것뿐”이라던 시마가 12화의 마지막에 환히 웃으며 미츠미와 다른 방향으로 뛰어가는 장면은 츠바메니시 고등학교의 학생들에게 그리고 이 작품을 보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다. 가끔 멈추고, 싸우고, 실패하고, 후회하고, 꿈이나 목표를 아직도 혹은 앞으로도 모르더라도, 지금 겪는 모든 크고 작은 경험들은 마침내 우리 자신의 일부가 되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거라고. 

플레이리스트: 애플뮤직 Thrive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매년 6월 프라이드 먼스(Pride Month)에 각종 OTT 및 스트리밍 서비스가 관련 콘텐츠 모음을 선보이는 것은 이미 익숙한 일이다. 당연히 애플뮤직도 각종 재생목록, DJ 믹스, 라디오 쇼 등을 빼곡하게 준비했다. 그중에서도 Thrive 재생목록을 보자. 대중음악 역사에서 성소수자 아티스트와 커뮤니티가 미친 영향은 유구하지만, Thrive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이 얼마나 ‘번성’하고 있는지 증명하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재생목록이 샘 스미스와 킴 페트라의 ‘Unholy’로 시작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넌바이너리와 트랜스 아티스트의 노래가 그토록 선명한 상업적 성과를 누린 것도, 그래미의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한 것도 처음이니까. 하지만 번성이 대중적 성공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Thrive는 그 의미를 확장한다. 장르적으로는 아딤 더 아티스트 같은 컨트리까지 이른다. 당대 팝 음악의 경계를 시험하는 최전선은 어떤가? 소피(SOPHIE), 100 겍스, 아르카, 이브 투모어 등이 자리를 지킨다. 클라우드나 브라운 벨트처럼 이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나가는 중인 싱어송라이터도 있다. 요컨대 Thrive는 최근 팝 음악 트렌드를 요약하면서, 그 트렌드를 조각한 밑바닥의 흐름을 드러낸다. 이 재생목록의 이름이 Thrive인 이유다.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임수연(‘씨네21’ 기자): 어드벤처 영화의 공식을 정립한 기념비적 프랜차이즈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15년 만의 속편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로 돌아왔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가던 1944년,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와 동료 고고학자 바질 쇼(토비 존스)는 독일군이 약탈한 유물을 실어 나르던 기차에서 아르키메데스의 다이얼, ‘안티키테라’ 기계의 반쪽을 발견한다. 그리고 달 진출을 놓고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절정에 치닫던 1969년, 인디아나 존스는 모험을 떠나던 전성기를 뒤로하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말년을 보내고 있다. 그의 앞에 바질 쇼의 딸 헬레나(피비 월러 브리지)가 나타나 안티키테라의 비밀을 연구하고 있다며 나머지 반쪽을 찾아 나서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그들 앞에 안티키테라가 시간 여행을 가능케 해주는 마법을 갖고 있다고 믿으며 나치 시절부터 그 존재를 추적하던 물리학자 위르겐 폴러(매즈 미켈슨)가 나타나면서 계획이 꼬이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인디아나 존스’를 좋아했던 이유, 직관적인 내러티브와 아날로그적인 액션 시퀀스 그리고 특유의 유머를 그대로 계승하며 전편에 대한 오마주를 영화 전반에 녹여냈다. ‘로건’의 연출자이기도 한 제임스 맨골드는 한 시대를 대표하는 영웅에 존경을 표하고 그의 노화를 받아들이되 가장 아름답게 이별할 수 있는 법을 아는 연출자이며, 해리슨 포드의 마지막 인디아나 존스가 담긴 영화에서 같은 미덕을 보여준다. 시대를 초월한 클래식의 힘과 이를 현 시대에 적절히 소환하는 길을 보여준 속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