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의 언어에는 항상 ‘주변’과 ‘상대방’이 있었다. 그렇게 주변을 중심에 놓고 공전하는 18세 소년의 마음이 대화 내내 반짝이고 있었다. 마치 지구를 맴돌며 어둠을 밝히는 달처럼.

이번 앨범의 ‘THIRSTY’ 버전 콘셉트 클립이 공개된 다음 날 위버스에 촬영 장소와 자전거를 찍은 사진을 올렸어요. 어떤 부분에 신경 써서 찍었나요?

하루아: 자전거 사진을 찍을 때는 앵글에 불필요한 것들이 안 들어오게 해서 자전거에 시선이 집중되게 하려고 신경 썼어요. 카메라를 보면 격자로 선이 나뉘어 있는데, 그 격자들의 중앙에 피사체의 중심이 놓이도록 하려 했어요.(웃음)

 

‘&DAY’에서 니콜라스 씨와 사진을 가장 잘 찍는 단계를 ‘레벨 3’이라고 이야기했는데, 그 정도면 ‘레벨 3’ 아닌가 싶던데요.(웃음)

하루아: 정말요? 그런데 니콜라스 형은 아마 각도나 밸런스가 조금 아쉽다고 할 것 같아요.(웃음) 형한테 사진 찍는 방법을 배웠거든요. 평소에 형이 사진도 많이 찍어줘요.

 

카메라 구입에도 관심이 있는데 아직 사지는 못했다고 했어요.

하루아: 예전에 카메라를 사고 싶어서 니콜라스 형과 같이 가게에 갔는데, 카메라 종류도 많고 성능도 다양하더라고요. 제가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지, 그런 사진을 찍기 위해 어떤 카메라가 필요한지 아직 공부가 필요할 것 같아서 못 샀어요.(웃음) 무언가를 시작할 때 장비를 잘 갖춰야 하는 타입이거든요. 모르고 샀다가 후회하기보다 적합한 것을 사고 싶었어요.

 

하루아 씨의 MBTI 마지막 자리는 확실히 ‘J(계획형)’이겠네요.(웃음)

하루아: 카메라에 대해서만큼은 확실히 ‘J’네요.(웃음) MBTI 검사는 인터넷으로 스스로 해봤는데 한 번은 ‘INFP’가 나왔고 한 번은 ‘ISTJ’가 나왔어요. ‘I(내향형)’인 것만은 정말 인정해요.(웃음) 나머지 항목들은 컨디션에 따라 바뀌는 것 같아요.

하지만 방에 대해서도 계획이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NHK Venue101’ 에피소드 영상에서 초록색 잎사귀 소품을 보면서 “방에 이런 물건을 두고 싶다.”라고 했는데 그 뒤로 방을 꾸몄나요?

하루아: 꾸몄어요! 원래 식물을 방에 두고 싶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자연환경과 가깝게 자라서 혼자 나가 노는 데 익숙했거든요. 그런데 일정이 워낙 바빠서 식물을 기르기는 어려울 것 같았어요. 대신 나무로 만든 시크한 시계를 사서 주변을 플라스틱으로 된 나뭇잎으로 장식하고, 캔버스 그림도 사서 벽에 걸었어요.

 

방을 꾸미면서 스스로의 취향에 대해서 알게 된 부분도 있나요?

하루아: 물건이 보이지 않게 어딘가에 넣거나 커튼으로 가리는 걸 선호해요. 딱 봤을 때 초록초록한 식물만 보일 수 있게. 편안하고 숨 막히지 않는 느낌으로 방을 꾸미고 싶어요. 언젠가 혼자서 음악을 들으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평소 팀 내에서 가장 깔끔하고 정리정돈을 잘하는 멤버로 알려져 있어요.

하루아: 어릴 때 애니메이션이나 아티스트분들을 좋아해서 머치나 장난감을 모아서 예쁘게 장식하거나 줄 세워 나열하는 걸 즐거워했어요. 표현하고 싶은 걸 만들려고 하다 보니 정리정돈을 잘하게 됐어요. 그리고 어머니가 정말 깔끔한 성격이셔서 그 영향도 받았고요.

어린 시절의 하루아 씨는 어떤 학생이었을지 궁금해지네요.

하루아: 말을 잘 듣고 야무진 아이였어요. 주변 상황도 잘 파악하고요. 학교에서 선생님 말씀을 잘 들었고, 수업에도 잘 집중하고, 잔 적도 없어요.(웃음) 꽤 모범생처럼 공부했어요. 특히 암기를 잘하다 보니 사회 과목을 공부할 때 몇 년에 어떤 나라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런 내용들을 외우는 걸 즐거워했어요. 지금도 스케줄을 잘 기억해요. 멤버들에게 내일 어떤 일정이 있고 언제까지 뭘 준비해야 하는지, 그런 기한을 많이 알려주고 있어요.(웃음)

 

평소 말수는 많지 않지만 늘 멤버들을 살피고 있는 것 같아요. ‘TOUR with EJ’에서 케이 씨가 숙소에서 일정 전날 짐을 하나도 꾸리지 않았던 걸 말한 것처럼, 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기억했다가 말하던데요.

하루아: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의 정보가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편이에요. 그래서 케이 형의 일화 같은 것도 잘 기억나요. 마음속으로는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싶어도 상대방의 상황이나 기분이 먼저 느껴져요.

 

데뷔 EP의 주제였던 ‘ME’가 이번 EP에서는 ‘WE’로 바뀌는데 그 자체가 정말 &TEAM의 이야기 같아요. 내향적인 하루아 씨를 위해서 &TEAM 멤버들이 일부러 말을 거는 순간들이 종종 눈에 보여요.

하루아: 맞추셨어요.(웃음) 저희가 팀이 되면서 조금씩 서로에 대해서 알게 되고 도와주려고 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나 봐요. 서로를 많이 이해하려고 하거든요. ‘누구는 어떤 성격이고, 이런 때는 이렇게 되니까 이렇게 해주자.’ 이런 식으로요.

 

그 덕분인지 낯을 가리던 하루아 씨가 어느 순간부터 멤버들과 장난도 많이 치고 자연스럽게 가까워졌어요. 팀 활동이 하루아 씨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요?

하루아: 이전에는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생각하지 못했는데, 데뷔하고 나서 멤버들과 대화하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어요.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하지만, 막상 혼자 산책을 나가서 걷고 있다 보면 외롭기도 하고 “멤버들과 같이 어딘가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지금 제게는 혼자만의 시간과 멤버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모두 너무 소중해요.

‘FIREWORK’의 퍼포먼스를 할 때도 멤버들과의 팀워크가 중요해요. 각각의 멤버들이 타이밍을 정확히 맞춰야만 전반적인 그림이 나오고, 동작의 디테일이 맞아야 하는 파트도 많아요.

하루아: 저희끼리 항상 하는 이야기가, 한눈에 봐도 멋지고 공감이 가는 퍼포먼스를 하자는 거예요. 그래서 연습할 때마다 서로 많은 대화를 해요. 가사에 맞춰서 디테일을 정하기도 하지만, 의견이 갈릴 때는 다 같이 보면서 모두가 멋지다고 생각되는 방향을 선택하고 함께 맞추는 과정을 거듭하고 있어요.

 

‘Road Not Taken’에서도 의주 씨가 하루아 씨를 끌고 가거나, 하루아 씨가 높은 곳에서 뒤로 누워 노래하는 것처럼 난이도 높은 동작들이 많은데 어떻게 연습했나요?

하루아: 어린이날에 형들이 저를 담요에 넣고 흔드는 콘텐츠가 나왔잖아요. 처음 연습할 땐 그런 느낌이었어요.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은. 그런데 보는 사람들이 하루아가 질질 끌려간다고 느끼시면 안 되잖아요.(웃음) 그 파트의 가사가 하울링에 인도가 된다는 내용이라서, ‘이건 끌려가는 게 아니라 내가 하울링에 인도되는 거야.’ 이렇게 상상하면서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FIREWORK’ 1절 첫 파트에서도 하루아 씨의 직관적인 감정 표현 덕분에 곡의 전반적인 정서가 초반부터 잘 전달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하루아: 도입부는 눈길을 사로잡아야 하잖아요. 강렬하게 춤추기보다 곡의 분위기를 이해하면서 표정이나 시선으로 여유 있는 느낌을 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연습했어요. 개인적으로 ‘FIREWORK’는 질주감이 있지만 마냥 활기차기보다 덧없고 허무한, 그러니까 외로움이나 불안한 감정도 있는 노래라고 느꼈거든요. 어릴 때부터 자연을 많이 접해서 감성이 발달된 편이라 그런지 그런 감정을 편안하게 표현할 수 있었어요. 

 

이번 앨범에는 ‘月が綺麗ですね’나 ‘Blind Love’처럼 각각의 감정선이 뚜렷하고 감정 몰입이 필요한 곡이 많은데 녹음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하루아: 목소리로만 감정을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아서, 음악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감정에 집중했어요. ‘&AUDITION - THE Howling(이하 ‘&AUDITION’)’에서 보컬만 부르는 미션을 할 때 댄스와 함께 노래를 하면 표현하기 쉬웠거든요. 그래서 ‘Blind Love’를 녹음할 때 손짓을 하거나 몸을 함께 움직이면서 감정을 표현하려 했어요. 또 디테일한 보컬 표현은 ‘리무진 서비스’ 같은 노래 콘텐츠를 모니터링하면서 많은 연습을 했어요.


‘&AUDITION’ 초반에는 “생각이 너무 많다.”는 피드백을 듣기도 했는데, 어느새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게 됐네요.

하루아: ‘Under the skin’ 때 춤의 디테일은 연습한 만큼 몸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거라 믿고 음악에 집중하면서 연기했더니 생각이 없어졌어요. 그리고 퍼포먼스 전에 스스로를 세뇌하는 게 저에게 잘 맞는 방법이라는 걸 알았어요. 예를 들면 저는 엔하이픈 정원 선배님의 무대를 정말 좋아하는데, 무대를 하기 전에 직캠을 보면서 제가 정원 선배님이라고 세뇌를 하는 거예요. 그러면 생각도 사라지고 스스로가 멋진 것처럼 느껴져요.(웃음)

‘성장 토끼라는 별명처럼 ‘&AUDITION’에서 정말 빠른 시간 내에 성장했어요. 원동력이 무엇이었나요?

하루아: 원래 무언가를 해낼 때 시간이 걸리는 타입이에요. 케이 형이나 니콜라스 형은 굉장히 센스가 좋아서 금방 해내는데, 저는 철저하게 어떤 과정들을 반복하고 지식을 습득해야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스스로 알게 됐어요. 그래서 밤늦게까지 연습실에 남아서 혼자 집중해서 연습하고,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제 페이스로 천천히 연구했어요. 

 

시간이 걸리는 편이라지만 드라마 ‘Dr. 초콜릿’에서의 연기도 경험 없이 훌륭하게 해냈잖아요. 특히 경련을 일으키는 장면에서 많이 놀랐어요. 

하루아: 그 장면은 많이 연습했어요.(웃음) 상황과 인물을 상상하면서 연기했더니 자연스럽게 좋은 테이크가 나왔어요. ‘이렇게 리액션해볼까?’, ‘이렇게 말하면 앤디처럼 보일까?’라고 생각하면 더 안 좋아져서, 그냥 ‘나는 앤디처럼 컨디션이 나쁘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다.’ 이것만 생각하고 몰입했어요.

 

촬영을 잘 마쳤는데도 드라마 촬영장에서 스태프들에게 인사할 때 “여러 가지로 폐를 끼쳤을지도 모르겠다.”라고 걱정했어요. 왜 그랬을까요?

하루아: 드라마 현장이 처음이고 어떤 일정으로 진행되는지 모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촬영이 지연되어도 ‘나 때문에 혹시 시간이 지연되는 건 아닐까?’ 그런 걱정이 있었어요. 어릴 때부터 주변에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늘 있었거든요. 가족들이 힘들지 않게 제가 일을 더 돕는다거나, 제 일은 혼자 알아서 하려 한다거나. ‘&AUDITION’을 촬영할 때도 제가 데뷔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저 친구 괜찮을까?’,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지?’ 이런 걸 먼저 생각하게 됐어요.

 

‘&AUDITION’에서 공동으로 &BALL을 많이 모아야 파이널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는 미션이 공개됐을 때도 “저를 위해서가 아니라 팀을 위해서 노력해야겠다.”라고 말했었죠. 

하루아: 다른 사람의 기분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편이라 그랬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내가 &BALL을 많이 모으면 다들 편해질 텐데.’라고 생각하게 되거나, 의자가 세 개 비어 있는데 네 명이 있으면 ‘나는 덜 피곤하니 내가 서 있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원래 제 고민을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지 않았어요. &TEAM이 되면서 서로 도울 수 있고 의지할 수도 있다는 걸 조금씩 배우고 있어요.

주변을 배려하는 성격이 루네분들을 대할 때도 자연스럽게 드러나요. 비하인드 영상을 보면 하루아 씨는 늘 눈앞에 없는 루네분들을 위해 촬영 현장의 상황이나 하루아 씨의 생각을 설명하고 있었어요.

하루아: 한 루네분이 저에게 “완벽한 아이돌이다.”라고 해주신 적이 있어요. 저는 그저 표현하고 싶은 걸 표현한 것뿐인데 그 말을 들으니까 제 안에 스위치가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특별히 의식한 건 아니지만 루네분들을 위해서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하게 돼요. 아직 저는 일본어와 한국어밖에 하지 못하지만 위버스에서 한마디라도 더 다양한 언어로 감사의 뜻을 전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고, 더 성장해서 여러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번 컴백에서는 3주 동안 한국에서 활동할 예정인데, 기대하는 부분이 있나요?

하루아: 아침 출근길에 아티스트분들이 팬분들을 만나는 걸 종종 봐서 저도 출근길을 기대하고 있어요.(웃음) 이전에 한국 팬 사인회에서 루네분들이 하고 싶은 말을 일본어로 손바닥에 써서 열심히 읽어주시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일본에 못 오시던 루네분들을 이번 활동으로 만나뵐 수 있을 것 같아서 굉장히 기대하고 있고, 더 많은 분들에게 감사를 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돼요.

 

팬들과 마음을 주고받는 과정이 하루아 씨에게는 정말 중요해 보여요.

하루아: 잘 모르는 저를 위해서 루네분들이 편지를 써주시거나 위버스에서 여러 언어로 감사와 사랑을 전해주시잖아요. 그만큼 더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루네분들을 가까이에서 지탱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요. 힘든 일이 있거나 피곤할 때 저희가 조금이라도 루네분들에게 활력이나 살아가는 힘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주변을 배려하는 만큼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하고 내향적인 성격이기도 하잖아요. 그런 사람이 결과적으로는 대중 앞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일을 선택했네요.

하루아: 아티스트가 주는 힘이 정말 대단하고 멋지다고 생각해서 이 꿈을 갖게 됐어요. 항상 아티스트들을 보면서 많은 용기를 얻었거든요. 어쩌다 학교가 가고 싶지 않은 날에도 “내일 콘서트가 있으니까 오늘 힘내자.” 이런 생각을 할 정도로요. 평소 존경하는 롤모델이 방탄소년단의 정국 선배님과 엔하이픈의 정원 선배님인데, 두 분 모두 그분들만의 매력이 출중하시잖아요. 아직 저는 하루아라는 사람만의 매력과 재능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지만, 언젠가 저만의 것을 루네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Credit
글. 김리은
인터뷰. 김리은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이예진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장예슬, 우에다 사에코
사진. LESS / Assist. 이수정, 박순석, 전준서
헤어. 임정호, 김민영, 김민욱
메이크업. 백현아, 이지민
스타일리스트. 김병규
아티스트 운영팀. 송병천, 사토 마나부, 모치즈키 켄타, 마츠모토 치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