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쿤의 귀가 빛나는 밤에’
이지연: “이 방송은 마음을 치료해주고 힐링해주는 콘셉트이기 때문에 다들 집에 들어가면 누워 있잖아요. 저 역시 누워 있기 때문에 이렇게 누워서 하는 게 이걸 보시는 분들이 마음이 편안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코드 쿤스트는 ‘EP.1 기안84’ 편에서 프로그램의 콘셉트에 대해 이와 같이 설명한다. “누워서 방송하고 싶다.”라는 말을 예쁘게 포장한 코드 쿤스트의 바람처럼 ‘코쿤의 귀가 빛나는 밤에’는 호스트인 코드 쿤스트와 게스트가 각자 침대에 누워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고민을 나누고, 게스트의 고민에 맞춤형 ‘테라피’까지 제공한다. 하지만 무서운 이미지가 걱정이라는 이동휘에게는 ‘부드러움 테라피’ 중 털 테라피를 추천하며 머리에 연분홍색 헤어 피스를 붙여 부드러운 인상을 만든다든가, 감정 표현이 고민이라는 덱스에게는 말투 교정을 통해 풍부한 감정 표현을 배울 수 있는 ‘쿠션어 테라피’라며 말끝마다 ‘~용’을 붙이는 ‘용용체’를 알려주는 등 일반적인 테라피와는 거리가 먼 상황들이 이어진다. 게스트들은 초반에는 “이게 진짜 테라피가 맞냐?”라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제목처럼 ‘빛나는 귀’로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코드 쿤스트의 태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캐릭터를 연구하는 방법’이나 ‘예능 출연에 대한 고민’ 등 저마다의 진짜 고민을 털어놓을 만큼 깊은 대화를 끌어낸다. 특유의 높지도, 그렇다고 낮지도 않은 잔잔한 에너지로 촬영이 진행되는 내내 게스트의 말을 잘 들어주며 공감할 줄 아는 태도는 상대가 누구든 자신의 속마음을 꺼내기에 편안한 분위기를 만든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점점 편해진다는 게스트나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된다는 시청자들의 수많은 반응이 이를 증명한다. 시작은 “게스트의 지친 곳을 치유해주는 방송”이었지만 어느새 보는 사람의 마음마저도 자연스레 치유시켜주며 힐링의 대상과 영역을 넓혀 나가는 ‘코쿤의 귀가 빛나는 밤에’. 15분 내외의 길지 않은 러닝 타임 속, 코드 쿤스트가 선사하는 가장 담백하고도 다정한 테라피다.
박소은 - ‘2017’
김도헌(대중음악 평론가): 싱어송라이터 박소은의 청춘은 반짝거리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무모한 자신감과 부질없는 기대에 부풀어 알코올과 카페인을 열심히 들이붓는 새벽의 거리 끝에 정신을 차려 보면 찐득하게 절인 채 맞는 공허한 아침이 얼마나 많았던가. 후회, 좌절, 무기력, 짜증과 못난 감정을 홀로 감당하며 몇 번을 무너지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또다시 아무런 목적도 없는 순수한 유희를 위해 신발 뒤축을 구겨 신고 거리로 나섰던가. 지난해 아름다운 것들만 예술로 창조되는 건 억울하고 부당하다는 뜻을 담은 정규 앨범 ‘재활용’을 내놓았던 박소은이 새 앨범 ‘타임라인’으로 돌아왔다. 20대의 응어리진 감정을 시간 순서대로 돌아보는 수록 곡 중 대형 페스티벌에서 모두를 뛰게 할 ‘2017’이 귀에 들어왔다. 제목부터 과거의 이야기임을 숨기지 않는 이 곡에서 박소은은 복잡한 현실의 소음에 잠시 귀를 닫고 술과 사람의 힘으로 다 같이 행복하게 미소 지었던 과거를 기념한다. “나는 평범하게 가벼운 맘이야 / 근데 특별하게 위험할 뿐이야”라 경고했던 전작의 록 타이틀 ‘슬리퍼’와 달리 마음껏 향수에 젖을 수 있다. 그래서 더 지독하게 우울하다. 내일 없이 스스로를 취하게 만들며 막연하게 ‘좋다’를 내뱉던 시절이 돌아올 수 없음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목 놓아 이 노래를 불러볼 생각이다. “난 알아. 오늘 같은 우린 다신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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