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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도헌
사진 출처. 롤라팔루자

전 세계 K-팝 팬들에게 2023년 여름만큼 설레는 계절은 없다. 뜨거운 날씨를 잊게 만들 야외 페스티벌에 출연하는 K-팝 아티스트들의 존재 덕분이다. 올해 세계 각지 주요 음악 페스티벌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K-팝 아티스트들의 활약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과 함께 개최될 페스티벌과 행사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를 소개해본다.

  • © The Governors Ball
  • © SM Entertainment

더 거버너스 볼 뮤직 페스티벌 2023

뉴욕항에 위치한 거버너스섬에서 개최되는 더 거버너스 볼 뮤직 페스티벌은 뉴욕을 대표하는 야외 페스티벌이다. 2011년 조던 월로비츠, 톰 러셀, 요니 라이즈먼이 처음 시작한 이 페스티벌은 장르 구분 없이 당대 가장 인기 있는 가수들을 초청하며, 뉴욕 각지의 유명 레스토랑과 푸드트럭이 참가하며 다양한 행사를 제공하는 종합 문화 행사로 자리 잡았다. 처음에는 밴드 걸 토크, 프리티 라이츠, 엠파이어 오브 더 선, 맥 밀러, 네온 인디언 등이 참여한 소규모 페스티벌이었지만 2014년 아웃캐스트, 잭 화이트, 스트록스, 뱀파이어 위켄드 등 대형 밴드들이 참가하며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했고, 이듬해부터는 드레이크, 카니예 웨스트 등 힙합 스타들의 활약이 이어지며 화려하고 거대한 음악 축제로의 발판을 닦았다. 이름은 더 거버너스 볼 뮤직 페스티벌이지만, 사실 첫 행사를 제외하면 랜달섬, 시티 필드, 플러싱 메도스 코로나 파크 등으로 장소를 옮겨 진행하고 있다. 올해 더 거버너스 볼 뮤직 페스티벌은 6월 9일부터 11일까지 열렸고, 헤드라이너는 리조, 오데사, 켄드릭 라마가 장식했다. 6월 10일 K-팝 그룹 최초로 에스파가 등장해 40분가량 무대를 펼쳤다. 이날 서브 헤드라이너로는 일본 출신 싱어송라이터 리나 사와야마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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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드 랜즈 뮤직 & 아츠 페스티벌
에스파는 미 대륙을 가로질러 또 하나의 K-팝 그룹 최초 미국 페스티벌 출연 기록을 쓴다. 8월 11일부터 13일까지 샌프란시스코 골든 게이트 파크에서 개최되는 아웃사이드 랜즈 뮤직 & 아츠 페스티벌의 첫날 무대를 장식할 예정이다. 올해 헤드라이너는 켄드릭 라마, 푸파이터스, 오데사로 더 거버너스 볼 뮤직 페스티벌과 유사하지만, 아티스트 출연자 수와 페스티벌의 규모는 더 크다. 2008년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열린 아웃사이드 랜즈 페스티벌은 첫회 헤드라이너로 밴드 라디오헤드를 내세우며 순식간에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물론 적자로 인해 페스티벌 규모를 축소하고, 위조 티켓이 성행하는 등 문제점도 발생했지만 현재는 다양한 행사를 즐길 수 있는 친환경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했다. 더 거버너스 볼 뮤직 페스티벌과 마찬가지로 고른 장르 뮤지션들이 초청받아 무대를 펼친다.
  • © Lollapalooza Paris
  • © Lollapalooza
​롤라팔루자 
한국 아티스트 최초의 미국 음악 페스티벌 헤드라이너 무대는? 2022년 제이홉의 7월 31일 롤라팔루자 시카고 페스티벌 4일 차 무대였다. 하루 전인 7월 30일에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한국 그룹 최초의 롤라팔루자 데뷔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1991년 록 밴드 제인스 어딕션(Jane’s Addiction)의 보컬 페리 패럴(Perry Farrell)의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해 시카고로부터 미국을 대표하는 축제 브랜드로 자리 잡은 롤라팔루자는 다양한 장르 뮤지션들이 한데 모이는 종합 음악 축제의 개념을 제시하였으며 전 세계 다양한 도시에서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2010년 칠레로의 확장을 시작으로 브라질, 아르헨티나, 독일, 스웨덴을 넘어 이스라엘, 아시아까지 축제 포맷을 수출했다. 올해 롤라팔루자 페스티벌에는 총 네 팀의 K-팝 그룹이 등장한다. 먼저 7월 21일부터 7월 23일까지는 보이그룹 스트레이키즈가 롤라팔루자 파리 행사 최초로 헤드라이너 무대를 펼친다. 8월 3일부터 8월 6일까지 총 170여 팀이 참여하는 시카고의 롤라팔루자 페스티벌에서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뉴진스가 무대에 선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미국 페스티벌 진출 1년 만에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서며, 뉴진스는 데뷔 1년 만에 미국 페스티벌에서 북미 K-팝 팬덤에 인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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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 록 페스티벌

다양한 장르의 종합 음악 축제가 페스티벌의 대세로 자리 잡은 가운데 록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은 왠지 모르게 고루한 인상을 풍긴다. 하지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페스티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997년부터 지금까지 일본을 대표하는 음악 축제, 일본 최초의 야외 록 페스티벌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 후지 록 페스티벌이다. 후술할 섬머소닉 페스티벌과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페스티벌 양대 산맥으로 군림하고 있으며, 최대 관객 14만 명 이상을 동원하기도 했다. 더 거버너스 볼 페스티벌처럼 후지 록 페스티벌도 후지산 일대에서 개최된 것은 1997년 단 한 해였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첫회 텐진야마 스키장 일대에서 열렸던 페스티벌 현장에 강력한 태풍과 폭우가 몰아쳐 많은 관객과 아티스트가 불편을 겪었고, 이듬해 장소를 도쿄만 도요스의 도쿄베이사이드스퀘어로 옮겼으나 무더운 일본의 여름 기후가 발목을 잡았다. 1999년 니가타현 나에바 스키장 일대에 정착하여 오늘날까지 페스티벌을 이어오고 있다. 록 페스티벌 간판과 달리 최근에는 다양한 장르 아티스트가 참여하여 무대를 펼치고 있다. 올해는 RM이 참여한 ‘섹시느낌’으로 K-팝 팬에게 이름을 알린 음악 크루 바밍타이거가 한국 가수로는 유일하게 후지 록 페스티벌에 선다. 

  • © Summer Sonic

섬머소닉 페스티벌

자연 속에서 개최되는 후지 록 페스티벌과 정반대로 도심 속에서 개최되는 섬머소닉 페스티벌은 일본을 대표하는 글로벌 음악 페스티벌이다. 2000년 일본 자국 음악가들과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교류를 주창하며 등장한 섬머소닉 페스티벌은 일본 동쪽 치바와 서쪽 오사카에서 동시에 열리는 독특한 구조로 유명하다. 총 이틀간의 공연 중 첫날 공연을 마친 아티스트는 다음 날 다른 도시로 이동해 무대에 선다. 음악 팬들은 동일한 아티스트 라인업을 두 도시에서 즐길 수 있고, 아티스트들은 도쿄 인근 치바와 오사카라는 일본 대도시에서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음악과 이름을 알릴 수 있다. 치바에서는 조조 마린 스타디움과 마쿠하리 멧세, 오사카에서는 마이시마 소닉 파크에서 공연이 열린다. 주최 측은 마린 스테이지, 오션 스테이지, 소닉 스테이지, 레인보우 스테이지, 비치 스테이지 등 크고 작은 다양한 공연장 호칭까지 통일하여 두 도시를 찾는 이들의 불편함을 줄였다. K-팝 팬들에게도 섬머소닉은 다수의 아티스트가 출연하여 익숙한 이름이다. 인피니트, 몬스타엑스, 더보이즈, 세븐틴 등이 섬머소닉 페스티벌 무대를 밟았다. 지난해에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 CL, 지코, 강다니엘, 서리가 한국 가수로 참여한 바 있다. 올해는 뉴진스, 트레저, 엔하이픈, 태양, 강다니엘이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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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시 섬머 타임 하이드 파크 

영국 런던 하이드파크에서 개최되는 브리티시 섬머 타임(British Summer Time) 페스티벌은 2013년부터 6만5,000명 이상의 관객이 찾는 영국의 대표 페스티벌이다. 런던을 대표하는 하이드 파크에서 6월 말부터 7월까지 열리는 축제로 일주일 동안 개최되는 축제의 명성이 대단한데, 영연방에서 인기 있는 음악가들을 헤드라이너로 하여 장르 구분 없이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출연하여 무대를 빛낸다. 2023년 6월 23일부터 7월 9일까지 열리는 브리티시 섬머 타임 하이드 파크 페스티벌에서 주목받는 이름은 블랙핑크다. 이미 올해 미국 최대의 음악 페스티벌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K-팝 그룹 최초의 헤드라이너 무대를 펼치며 기록을 쓴 블랙핑크는 브리티시 섬머 타임 하이드 파크 최초의 한국 가수 및 아시아 그룹 최초 헤드라이너로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