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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연
디자인. 전유림
사진 출처. 각 프로그램 유튜브

“진 씨와 제이홉 씨 모두 군대에 가고 나서도 아미분들이 본인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고, 아미분들에게 무언가 하나라도 더 콘텐츠를 남기고 가고 싶다라는 마음이 크셔서 출연을 결정하게 되었어요.” 방탄소년단의 슈가가 유튜브 ‘BANGTANTV’에서 진행하는 ‘슈취타’의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오리지널콘텐츠제작실 박준수 SP는 방탄소년단의 멤버 진과 제이홉이 입대를 앞두고 ‘슈취타’를 촬영한 이유를 설명했다. 박준수 SP에 따르면 진과 제이홉은 ‘슈취타’를 “자신의 이야기를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는 곳이자 제일 의미가 있을 콘텐츠”라고 판단했다. ‘슈취타’는 티저만으로도 평균 조회 수 150만 회를 거뜬히 넘고, 본편 중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지민이 출연한 ‘EP.7 SUGA with 지민’ 편은 839만 6,560회(7월 21일 기준)를 넘을 정도다. 또한 ‘슈취타’는 방탄소년단의 멤버들뿐만 아니라 세븐틴의 호시와 우지 같은 뮤지션, 배우 이성민과 이나영, MC 신동엽 등 다양한 게스트가 출연했다. 방탄소년단의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되는 콘텐츠라는 점에서 ‘슈취타’는 방탄소년단의 자체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파급력은 유튜브에서 한국의 스타들을 다루는 중요한 토크쇼 중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슈취타’는 지금 한국의 유튜브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경향 중 일부다. 작년 12월 유튜브 코리아에서 발표한 ‘2022 한국 유튜브 5대 트렌드’ 리포트에는 ‘토크쇼 시리즈’가 트렌드 중 하나로 선정됐다. 또한 유튜브의 ‘2022년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인기 동영상 및 크리에이터 결산 리스트’에 따르면 ‘최고 인기 동영상’ 항목에서 톱 10 순위에 오른 10개의 영상 중 3개가 토크쇼 영상이고, 그중 이영지의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이 4위, 미노이가 진행하는 ‘미노이의 요리조리 시즌 2’가 10위였다. 또한 아이유가 자신의 채널 ‘이지금[IU Official]’에서 진행하는 ‘아이유의 팔레트’, 이무진이 진행하는 ‘리무진서비스’ 등도 올라오는 콘텐츠마다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다. TV 음악 토크쇼는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줄어든 반면, 유튜브에서는 뮤지션이 진행하는 토크쇼들이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은 최근 2개월 동안 올린 영상(비하인드 영상 격인 ‘차린건 ZIP뿔도 없지만’ 제외)의 조회 수 평균은 약 940만 회고, 시즌 1과 2를 통틀어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에피소드는 방탄소년단 진이 출연한 ‘🚨속보🚨 방탄 진, 얼굴 자체가 진수성찬✨ 차쥐뿔 근본 잃어버려...👥 EP.13’ 편으로 조회 수는 2,043만 966회(7월 25일 기준)였다. 

‘BANGTANTV’의 구독자 수는 7,580만 명(7월 21일 기준)이고, ‘이지금 [IU Official]’ 또한 855만 명(7월 21일 기준)을 확보하고 있다.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의 이영지 또한 오래전부터 SNS와 유튜브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가져왔다. 이른바 ‘슈퍼호스트’라 할 수 있는 이들의 채널은 게스트의 이야기가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는 매개체로 작용하고, 호스트의 팬덤은 물론 잠재적으로 팬이 될 수 있는 구독자와 시청자에게까지 닿을 수 있는 접점이 만들어진다.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 에피소드 중 화제가 된 장면이기도 한 채령이 “프링글스 한 통 다 먹어본 적 있어?”라고 말하며 폭식에 대해 말하는 부분으로 제작된 유튜브 쇼츠는 무려 1,788만 5,108회(7월 21일 기준)의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다. 유튜브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뮤지션들이 토크쇼를 진행하면 호스트나 게스트의 팬덤이 주요 장면을 쇼츠 등 다양한 형태로 재가공해 전파하면서 토크쇼는 더 높은 인지도와 영향력을 갖게 된다. ‘리무진서비스’에서 비투비의 이창섭이 나온 에피소드를 팬이 일부 편집, 뮤지컬 발성과 K-팝 발성을 비교하는 쇼츠로 만든 영상 조회 수는 479만 8,264회(7월 21일 기준)에 달한다. ‘리무진서비스’의 제작을 담당하는 최송윤 PD는 “저희가 제작하는 쇼츠뿐 아니라 ‘팬튜브’분들이 재미있는 장면이나 토크 부분을 편집해서 올려주는데, 그런 ‘팬튜브’ 영상이 조회 수가 정말 잘 나오더라고요. 저희 입장에서는 감사하죠.”라고 말했다. ‘리무진서비스’가 미방영분을 선공개 영상의 개념으로 쇼츠를 통해 릴리즈하기도 하는 이유다. 뉴진스의 하니가 ‘리무진서비스’에 출연해 부른 아이유의 ‘밤편지’는 선공개 쇼츠로 제작되어 약 146만 회(7월 21일 기준)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하니 씨의 선공개 쇼츠 조회 수가 정말 잘 나왔는데, 쇼츠만으로도 반응이 너무 좋다 보니까 본편의 조회 수에도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라는 최송윤 PD의 말은 유튜브라는 플랫폼에서 뮤지션이 진행하는 토크쇼만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이자 특징을 보여준다. 토크쇼가 K-팝 콘텐츠의 특징과 만나면서 이 시대의 미디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슈취타’의 게스트 선정에는 슈가가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박준수 SP는 “게스트 섭외에 대해서는 슈가 씨가 보통 먼저 이야기해요. 신동엽 씨 같은 경우는 늘 MC만 하시던 분이니 여기 와서는 본인 이야기를 하셨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줬고요. 이성민 씨도 슈가 씨가 너무 좋아하는 배우이다 보니 이성민 배우님과 꼭 한 번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며 의견을 냈어요.”라고 전했다. 이영지 역시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 채령 편에서 자신의 출연 이유에 대해 궁금해하는 채령에게 “내가 언니를 얘기한 거야.”라며 출연 게스트에 대해 직접 어필했다. god의 오랜 팬인 아이유 역시 god의 게스트 출연 희망을 종종 언급해왔다. 이미 큰 영향력을 가진데다 K-팝 콘텐츠의 특성을 통해 넓게 전파되는 이 뮤지션들의 토크쇼는 그만큼 본인이 원하는 게스트를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이 대화하고 싶은 게스트를 통해 기존 토크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의 대화를 이끌어낸다. ‘슈취타’에서 슈가는 게스트 이성민이 무명 배우로 연극하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자 데뷔 전 어려운 환경에서 공연을 하던 자신의 일화를 말하며 대화를 보다 깊게 끌어갔다. ‘슈취타’의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오리지널콘텐츠3스튜디오 정재훈 LP가 “슈가 씨는 본인의 삶 자체가 다양한 걸 겪어왔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베리에이션이 엄청 넓어요. 어떤 게스트가 나오더라도 각각의 사람들에게 공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호스트로서는 엄청난 강점이죠.”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또한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에서 외국인 게스트이기도 했던 뮤지션 크리스토퍼가 출연했을 때, 그는 등장 당시에는 통역가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었다. 그러나 이영지와 대화를 나눈지 얼마 안 돼 “이 콘텐츠 조회 수가 왜 높은지 알 것 같아요. 누군가와 만난 지 5분 됐는데 알고 지내던 사이 같은 느낌”이라며, “이건 그냥 뺄게요.”라고 이어폰을 뺐다. 

“보통 토크 프로그램들은 게스트의 이야기가 주가 되는데 ‘슈취타’에서는 슈가 씨가 본인이 평소에 만나고 싶었던 분들을 게스트로 만나는 거라 본인의 이야기도 되게 많이 하고 있어요. 그런 점이 제작 과정의 특이점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박준수 SP가 말하는 ‘슈취타’의 대화 방식은 뮤지션의 토크쇼가 기존 토크쇼와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이기도 하다. ‘슈취타’,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 조현아가 진행하는 ‘조현아의 목요일 밤’ 등은 호스트가 게스트와 술을 마신다는 콘셉트를 통해 대화하기 편한 분위기를 만든다. ‘미노이의 요리조리’는 미노이가 게스트에게 반말을 하며 요리를 해주는 설정으로 미노이가 게스트에게 빠르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한다. ‘리무진서비스’는 이무진이 출연한 뮤지션들의 노래를 듣고 감상을 솔직하게 나누면서 게스트와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토크의 중요한 부분이다. ‘리무진서비스’의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최인영 작가는 호스트인 이무진이 게스트와 대화를 나누는 방식에 대해 “베테랑 토크쇼 MC들과는 다르게 무진 씨만이 할 수 있는 화법이 있다고 생각해요. Z세대의 대표적인 표본 같은 느낌도 있고요.”라고 전했다. 이 뮤지션들의 토크쇼에서 호스트는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일 뿐만 아니라 게스트와 전문적인 음악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동료 또는 마음을 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 같은 대화 상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슈가가 ‘슈취타’를 ‘여러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라는 이유로 기획하고, 아이유가 ‘아이유의 팔레트’ 1화에서 게스트 적재와 뮤지션들이 공연할 공간이 많이 없다는 이야기를 나누다 “이렇게 음악하는 분들을 계속 모시는 코너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아.”라며 ‘아이유의 팔레트’를 이어간 것은 중요하다. 기존 방송국에서 한 인물의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토크쇼가 점점 사라지는 지금, 뮤지션들이 유튜브에서 진행하는 토크쇼는 동료 뮤지션들, 더 나아가 한국 대중문화 산업 안에서 한 명의 직업인이자 일상이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리고 이것이 K-팝의 방식으로 전 세계에 퍼지면서 그들의 이야기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에서 게스트들이 이영지와 술을 마시며 편하게 이야기한 자신의 생각들이 1,00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할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다. 콘텐츠의 주도권이 TV에서 유튜브로 넘어오는 시대에, K-팝 뮤지션들은 그렇게 자신의 삶과 음악 이야기를 수많은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레거시 미디어와 뉴 미디어 사이에서, 토크쇼와 K-팝 뮤지션 사이에서, 새로운 장르가 탄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