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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사진 출처. 빅히트 뮤직, 하이브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다큐멘터리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날씨를 잃어버렸어’는 지난해 그들의 월드 투어 ‘ACT : LOVE SICK’ 일정 중 미국 투어 기간을 따라간다. 7월 7일 시카고에서 시작해 뉴욕, 애틀랜타, 댈러스, 휴스턴, 샌프란시스코, L.A.로 이어진 공연은 7월 30일, 다시 시카고에서 열린 음악 페스티벌 롤라팔루자 공연으로 끝난다. 

 

23일간의 여정은 그 자체로 긴 시간은 아니다. 그러나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23일 앞에는 3년에 가까운 기다림이 있었다. 2019년 3월 4일 데뷔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데뷔 곡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 (CROWN)’의 뮤직비디오는 1년이 채 안 된 2020년 2월 15일, 조회 수 1억을 넘겼다. 주목받는 신인의 등장. 그러나 화려한 데뷔 후 전 세계 팬들을 만나는 월드 투어를 시작할 그 시기에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시작됐다. 해외 공연은 물론 한국에서도 팬들을 직접 만나는 모든 공연이 불가능해졌다. 다큐멘터리 제목이기도 한 ‘날씨를 잃어버렸어’는 팬데믹으로 인해 팬들을, 또는 친구들을 직접 만날 수 없게 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심정을 담은 곡이기도 하다. “하루 이틀, 일주일 또 한 달, 일 년을 나 홀로 걷고 있어 서툰 이 제자리걸음”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날씨를 잃어버렸어’는 팬데믹 이후 2년여 동안 심정적으로 “제자리걸음”을 걷던 것과 같았던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ACT : LOVE SICK’을 통해 세상으로 나가는 첫걸음의 순간들을 보여준다. 팀의 데뷔부터 팬데믹에 이르는 시간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면서 ‘ACT : LOVE SICK’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역사 속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당시 데뷔 4년 차의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투어 전 발표한 앨범 ‘minisode 2: Thursday’s Child’로 2022년 기준 한국 ‘초동(음반 첫 주 판매량)’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역대 네 번째 팀이 됐다. 바로 그때 시작한 첫 번째 월드 투어는 그들에게 생각할 수 없었던 문제들을 불러일으킨다. 팬데믹 사이 발표한 앨범들의 숫자가 늘어난 만큼 ‘ACT : LOVE SICK’의 세트리스트는 앙코르를 제외하고도 스물두 곡이 됐고, 그중 열한 곡은 쉬지 않고 불렀다. 롤라팔루자 공연을 제외하고도 여덟 번 치르는 미국 투어 사이에는 미국 미디어를 상대하는 다양한 스케줄도 소화해야 한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날씨를 잃어버렸어’는 그들이 데뷔 초 진행했던 미국 쇼케이스를 보여준다. 데뷔 앨범 곡들로 자신들을 알리는 데 열심이었던 그때의 신인 그룹은 미국에서 두 번째로 무대에 오른 순간, 자신들도 모르게 모든 것이 달라졌음을 알게 된다.

 

휴닝카이는 ‘혼돈의 장: FREEZE’의 수록 곡 ‘Frost’를 부르던 중 코피를 쏟는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몸 상태 이전에 관객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코피를 쏟은 티를 내지 않은 채 세 곡을 연이어 부른다. 팬데믹 사이 팀의 위상은 멤버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높아졌고, 해야 할 일들의 규모도 커졌다. 하지만 그것들을 능숙하게 해낼 노하우를 익힐 기회는 없었다. 남은 방법은 휴닝카이처럼 어떤 일이 일어나든, 어떻게든 공연을 해내는 것밖에 없다. 공연이 거듭될수록 체력은 떨어지고, 멤버들은 무대 위에서 집중력이 떨어질까 봐 걱정한다. 공연 내용에 대한 멤버들의 견해도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멤버들은 어떻게든 의견을 맞추고, 서로를 격려하며 공연을 해나간다. 그 사이 조금씩 공연장 밖 미국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아이돌이랑 팬의 관계가 진짜 신기하다.”며 팬덤 모아가 주는 사랑에 대해 생각하는 수빈처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생각이 깊어진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날씨를 잃어버렸어’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팬데믹 동안 커져버린 자신들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공연을 통해 입증하는 과정의 기록이다.

미국 투어 마지막 일정이었던 롤라팔루자는 공연 후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지난 앨범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났을 만큼 그 자체로 중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날씨를 잃어버렸어’가 미국 투어 중 멤버들이 겪은 일들을 담으면서, 롤라팔루자는 팀의 더 큰 성공을 견인한 것 이상의 의미가 부여된다. ‘minisode 2: Thursday’s Child’의 타이틀 곡 ‘Good Boy Gone Bad’를 부르는 순간은 롤라팔루자 공연의 하이라이트일 뿐만 아니라,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날씨를 잃어버렸어’를 통해 멤버들이 미국 투어를 통해 이뤄낸 성장의 결과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이 된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첫 월드 투어의 경험을 통해 팬데믹 이전의 신인 그룹 시절과는 전혀 다른 팀이 됐다. 당시 롤라팔루자의 헤드라이너였던 방탄소년단의 제이홉과 그를 응원하기 위해 롤라팔루자를 찾았던 지민이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격려하는 장면은 그래서 상징적이다. 방탄소년단 또한 다큐멘터리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를 통해 공개됐던 것처럼, 월드 투어에서 예상할 수 없었던 많은 문제들을 헤쳐나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첫 월드 투어에서 얻은 것은 그때의 방탄소년단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올해의 롤라팔루자에서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선다. 다시 올라선 그 무대 위에서, 그들은 또 어떤 ‘새로운 걸음’을 내딛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