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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해인, 김도헌(대중음악 평론가)
디자인. 전유림
사진 출처. 디즈니 플러스

‘무빙’ (디즈니 플러스)

윤해인: 정원고등학교 3학년 김봉석(이정하)은 기분이 들뜨면 몸이 하늘로 붕 떠오른다. 돈가스 집을 운영하는 어머니 이미현(한효주)은 아들의 능력이 세상에 드러나지 않도록 늘 밥을 많이 먹여 체중을 늘리고,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채워 몸이 뜨지 못하게 한다. 통제하기 어려운 힘을 가진 자식은 하늘로 날아오르려 하고, 그 힘을 물려준 어머니는 어떻게든 자식이 땅에 발 붙이고 살게 하려 노력한다.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강풀이 직접 각본을 맡은 ‘무빙’은 능력을 가진 부모와 능력을 물려받은 아이에 관한 이야기다.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모종의 이유로 모이게 되는 정원고등학교를 배경으로 국정원에서 은퇴한 부모 세대의 초능력자들이 킬러 프랭크(류승범)에게 한 명씩 살해당하는 사이 정원고등학교에 전학 온 장희수(고윤정)와 치킨집을 운영하는 아버지 장주원(류승룡)에게도 모두 숨겨진 능력과 과거가 있다는 사실이 조금씩 암시되며 이야기가 확장된다. 초능력자들의 이야기지만 주요 인물들이 학생과 자영업자 등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고, 부모는 자식이 그 일상을 계속 살아갈 수 있게 하려 애쓴다. 그래서 어린 시절의 김봉석에게 그 어떤 초능력보다 “다른 사람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미현의 대사는 ‘무빙’의 히어로관이자 메시지다. 부모가 자식 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것은 비범한 능력 이전에 선한 태도와 올곧은 마음 그리고 위험한 세상으로부터 분리된 일상이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상관없어 보였던 여러 인물과 사건들이 적재적소에 맞물리며 거대한 스토리가 전개되는 강풀 웹툰 특유의 재미 역시 드라마에 담겼다. 선공개된 7화까지는 김봉석과 장희수, 프랭크를 중심으로 현재의 사건들이, 8화부터는 이미현과 장주원 같은 부모 세대의 과거사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디즈니플러스에서 현재 11화까지 공개됐다. 

소울 딜리버리 - ‘Peninsula Park’

김도헌(대중음악 평론가): 블랙뮤직 밴드 소울 딜리버리는 함께여서 더 빛나는 방법을 고민하는 그룹이다. 이들의 지향점은 일방적인 배달이나 강한 자기주장이 아니다. 신드럼, 준스 세컨드 라이프, 하은, 정용훈의 4인조는 음악이라는 언어로 소통하는 다 같이의 경험으로부터 탄생했고, 그 소중한 여행길의 동반자를 제안한다. 다양한 라이브 콘텐츠를 공개하고 소울 음악 앙상블을 진행하는 등 그들의 접근법은 친근하고 정겹다. 런던에서의 한 달 공동 생활 경험을 기반으로 만든 두 번째 작품 ‘Peninsula Park’는 소울 딜리버리의 매력으로 충만한 신보다. 스튜디오에서의 잼 세션 혹은 NPR뮤직의 ‘타이니 데스크’ 한 에피소드를 생중계로 듣는 듯한 작품이다. 총 세 번의 사운드체크를 거쳐 연주 곡과 보컬 곡을 교차 배치하는 유기적인 흐름 위 R&B, 재즈, 소울, 펑크(Funk), 블루스의 자유로운 교차로가 펼쳐진다. 반가운 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스튜디오에 놀러 온 친구들과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자연스럽게 영적인 창작의 몰입 상태로 진입한다. 데뷔작 ‘FOODCOURT’에서 든든히 목소리를 맡아준 쏠(SOLE)과 따마(THAMA)는 물론 베테랑 뮤지션 진보, 윤다혜, 루루가 참여했다. 특히 재즈 플루티스트 고유진이 참여한 ‘Impossible Espoir’는 클로드 볼링과 장 피에르 랑팔의 컬래버레이션을 블랙뮤직 기반으로 재해석한 듯한 아늑함을 느낄 수 있다. 공동체의 위기를 맞이하는 요즘이다.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뭉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