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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사진 출처. HYBE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브라질에서 온 사마라예요. 다섯 살 때부터 노래를 불렀어요. 제 나라를 대표해서 나올 수 있어 정말 자랑스러워요. 저는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 오디션이 정말 꿈과 같아요.” 하이브와 게펜 레코드가 함께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의 출연자 사마라의 자기소개 영상인 ‘The Debut: Dream Academy - Samara’s Intro’의 첫마디다. 1분 11초 동안 이어지는 사마라의 이야기는 다른 오디션에 도전했지만 데뷔 준비 2년 만에 “너는 여기에 안 맞는다는 것 같다.”며 탈락한 뒤 좌절했던 시간을 지나 다음과 같이 끝을 맺는다. “브라질 사람은 포기하지 않아요. 저는 저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끝까지 저와 브라질의 모습을 보여줄 거예요. 여러분의 피부색이나 출신은 중요하지 않아요. 언제든지 꿈을 찾아갈 수 있어요. 사랑해요!” 

 

이것이 2023년의 K-팝이다. 동시에 곧 다가올 미래의 K-팝일 것이다. 브라질에서 태어난 여성이 한국에서 태어난 장르, K-팝을 통해 미국에서의 데뷔를 꿈꾸며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말한다. 방탄소년단의 투어 이름이자 그들이 유엔본부에서 열렸던 유니세프 청년 어젠다 ‘제네레이션 언리미티드’에서 발언했던 문장은 현실이 됐다. “Speak Yourself!” 사마라처럼 해외에서 K-팝을 듣고 자란 여성에게 K-팝은 꿈을 이룰 수 있고, 살아온 과정을 말할 수 있는 방법이다. “피부색이나 출신은 중요하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사마라의 말은 역설적으로 인종, 국적, 계층 등이 벽이 될 수 있는 현실 사회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리고 사마라에게 K-팝은 그것을 뛰어넘는 꿈이다. 

 

방탄소년단의 멤버 정국은 싱글 ‘Seven (feat. Latto)’으로 빌보드의 글로벌 200과 글로벌(미국 제외) 차트 1위를 6주 연속 차지하고 있다. 5년 전 방탄소년단이 ‘LOVE YOURSELF 轉 ‘Tear’’로 첫 빌보드 200 1위를 한 이후, K-팝의 현 위치다.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의 공개를 앞두고 다양한 국가에서 온 20명의 출연자들을 소개하는 영상 ‘‘HYBE x Geffen’ The Debut: Dream Academy - Art Film’ 에는 자신과 같은 국적의 출연자를 응원하는 댓글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의 공식 트레일러 ‘‘HYBE x Geffen’ The Debut: Dream Academy - Official Trailer’에서 출연자들이 각자의 국기를 들고 모이는 장면은 바로 지금 K-팝의 현실이기도 하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태어난 국가의 언어와 문화를 뛰어넘어 K-팝을 듣는다.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는 그 다음을 전망한다. 전 세계에서 K-팝을 듣던 이들이 그 무대에 서는 시대.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의 또 다른 출연자 마농은 스위스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가나 사람”이고, “어머니는 스위스계 이탈리아 사람”이다. 마농은 “이 사실이 저한테 많은 영향을 준 것 같아요.”라며 “제 인생에 다양한 문화가 함께 존재하는 건 멋진 일”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다양한 인종, 국가, 문화적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K-팝 그룹이 되기 위해 모이고 경쟁한다.

일반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은 하나로 이어진 프로그램 한 회분 안에 오디션 내용을 알리는 미션 공개와 출연자의 개인사, 해당 출연자의 퍼포먼스가 함께 공개된다. 반면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는 출연자 전체가 출연하는 ‘The Debut: Dream Academy - Mission Announcement’를 통해 첫 번째 미션을 먼저 공개한 뒤, 20명의 출연자가 사마라나 마농처럼 각자의 개인사를 소개하는 인트로 영상을 따로 공개했다. K-팝의 주 소비층인 전 세계 10~20대가 틱톡과 유튜브 등의 숏폼 영상에 익숙해진 것은 물론 짧은 영상부터 보고 본 영상을 보는 경향이 생긴 시대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청자는 미션 영상이나 퍼포먼스 영상(오는 9월 7일 오전 12시(KST) 공개)을 통해 흥미가 생긴 출연자들의 인트로 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반면 인트로 영상을 통해 특정 출연자의 팬이 된 뒤 퍼포먼스 영상을 찾아볼 수도 있다. 동시에 이런 콘텐츠 공개 방식은 출연자 각자에게 허락된 독립된 영상을 통해 출연자 모두의 이야기를 전하는 데 유리하다. 인트로 영상을 통해 20명의 출연자가 극적인 연출 없이 자신의 목소리로 스스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들이 세상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보다 선명해진다. 그 점에서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는 올림픽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각국에서 모인 출연자는 선수들이고, 그들은 미션이라는 종목을 통해 경쟁한다. 첫 미션부터 탈락자가 생기는 경쟁은 치열하고, 출연자들은 올림픽 선수들의 경기처럼 뛰어난 무대를 선보여야 한다. 시청자들은 이 경쟁만 즐겨도 된다. 그러나 올림픽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에게 그 숫자만큼 올림픽에 출전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처럼,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의 출연자들 또한 모두 무대에 서야 할 이유가 있다. 시청자는 출연자들이 무대 위에서 활약하는 모습만 봐도 된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무대 뒤 출연자들의 모습을 찾아보게 되는 순간, 그 무대에 서는 것을 절실히 원하는 사람들의 삶과 메시지를 알 수 있다.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는 전 세계 10대 여성들에게 K-팝이 무엇이 됐는지 보여준다. 그들에게 K-팝은 세계적인 스타가 될 수 있는 꿈이자, 자신의 현실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세계적인 현상이 된 K-팝의 방법론을 적용하여,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하고 재능 있는 인재들을 초대해 약동하는 집단을 창조하기 위한 여정이다.” 지난 8월 29일(KST) 미국 LA IGA 스튜디오에서 열린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의 기자 간담회에서 방시혁 의장이 한 말이다. 방탄소년단 이후 K-팝은 전 세계 어디든 팬이 있는 글로벌 장르가 됐고,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의 출연자들은 그 결과다. K-팝은 다시 이전과 또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K-팝, 보다 정확히는 아이돌 그룹을 제작하는 한국의 제작사들은 달라진 현실에 대응해야 할 순간이 오고 있다. 제작사가 많은 자본과 기획을 들여 음반으로부터 자체 콘텐츠에 이르는 다양한 방식으로 아티스트의 매력을 전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K-팝이었다면, 앞으로는 이 제작 방식에 K-팝을 보며 꿈을 키우고 있는 전 세계의 다양한 국가, 인종, 계층을 융화시켜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유형의 K-팝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가 20명의 출연자에게 데뷔의 꿈을 여는 ‘아카데미’인 동시에 하이브, 더 나아가 K-팝 전체의 ‘아카데미’일지도 모른다. 이젠 K-팝의 ‘종주국’ 위치가 됐다고도 할 수 있는 한국은 그리고 한국의 K-팝 제작사들은 이 국제학교 같은 오디션을 기점으로 다시 한번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타고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