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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후령
디자인. 전유림
사진 출처. 빅히트 뮤직
00:0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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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의 첫 솔로 앨범 ‘Layover’의 선공개 곡 ‘Rainy Days’의 뮤직비디오에서 뷔는 바게트 빵에 흰 페인트 물감을 묻혀 마주하고 있는 투명판에 그림을 그린다. 언뜻 외계인의 형상 같기도 하고 뷔와 닮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림처럼, 뷔에게는 순간의 감정이나 분위기를 그만의 독특한 색채를 담은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는 물감이 있다. 뷔는 그 물감을 통해 상상 속 이미지를 사진과 그림, 언어, 연기 그리고 음악으로 그려낸다. 보고, 듣고, 즐기고, 좋아하는 것들로부터 영감을 얻어 자신의 창작물로 표현한다는 뷔. 무엇이든 시각적인 이미지로 풀어내는 렌즈를 가진 이 비주얼리스트(Visualist)의 시선을 좇아보았다.

Jazz

“계속 좋아하다 보면 그게 좀 증폭되고, 제가 좋아하는 게 있으면 행동을 하게 되니까요. 어릴 때 재즈를 많이 듣고 자랐는데 지금은 제가 너무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음악이 그런 결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위버스 매거진’ 인터뷰에서 했던 말처럼, 뷔가 재즈에 대해 갖는 애정은 유명하다. 영화 ‘상류사회’에서 빙 크로스비와 루이 암스트롱이 ‘Now You Has Jazz’를 부르는 장면을 “인생 영상”이라며 공유하거나, 위버스에 “재즈에 감동할 수 있는 건 정말 큰 축복”이라는 감상을 남기며 진심 어린 찬사를 보낼 만큼 재즈를 사랑한다. 또한 쳇 베이커를 좋아해 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본 투 비 블루’를 추천하더니, 인스타그램에 ‘Autumn Leaves’ 트럼펫 핸드싱크 영상을 올리기도 했고, ‘인더숲 BTS편 시즌 2’에서는 화상으로 트럼펫 레슨을 받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뷔는 ‘위버스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루이 암스트롱과 같은 고전적인 재즈 음악에 대해 “이미지를 상상하게 만들죠. 예를 들어 어떤 곡을 들었을 때는 어느 지역의 밤거리를 걸으면서 앞에 있는 무언가를 본다든가 하는 생각을 계속 하게 만들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는 재즈가 뷔에게 영감을 주는 방식이기도 하다. “부재가 주는 상념을 공감각적 이미지로 그려내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할 만큼 뷔에게 음악은 시각적인 이미지를 청각적으로 그려내는 것이기도 하고, 재즈와 같은 고전 음악은 그가 어린 시절부터 특유의 감성을 갖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상상하던 시각적 이미지의 원천과도 같았다. ‘더블유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첫 솔로 앨범인 ‘Layover’에 재즈의 느낌이 반영되고, 올해 페스타 기간에 공개된 ‘Le Jazz de V’ 라이브 클립에서 ‘It’s Beginning to Look a Lot Like Christmas’, ‘Cheek To Cheek’ 등 재즈 곡들을 부르게 된 이유일 것이다. 뷔는 음악으로서의 재즈뿐만 아니라 하나의 문화적 양식으로서 재즈가 가진 시각적 분위기를 지금 이 시대에 자신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Vante

뷔가 자신의 이름(V)과 호주의 사진작가 앙트 바짐(Ante Badzim)의 이름을 더해 스스로 지은 예명, Vante(반테). 뷔는 직접 찍은 사진을 공유하거나, 그가 좋아하는 사진작가를 소개하면서 Vante로서 활약해왔다. 2019년 뷔가 독일의 사진작가 하네스 베커(Hannes Becker)와 캐나다의 사진작가 칼럼 스네이프(Callum Snape)의 작업물을 추천하자, 그들은 해시태그 ‘#photosforvante’를 사용하며 뷔를 위한 사진을 공유하며 응답하기도 했다. “국적과 상관없이 모든 예술가에게 연대를 느끼고, 그런 연대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며, 그들과 공감하면서 무언가 배운다는 느낌을 받습니다.”(‘보그’)라는 뷔의 말처럼, 그는 국적, 장르, 유명세 등 예술을 평가하는 잣대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만의 프리즘으로 세상의 예술가들과 소통한다. 예컨대 뷔는 2018년 월드 투어 중 우연히 들른 미국 댈러스의 갤러리에서 어느 작가의 작품을 사며 이 작가의 손을 잡고 “당신의 나날이 밝게 빛나기를(May your day shine bright.).”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사진이라는 취미로부터 시작된 Vante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작품을 자유롭게 소개하는 과정에서 그가 관심을 보이는 또 다른 장르인 미술의 영역까지 포괄하는 페르소나로 확장됐다. 특유의 개성이 돋보이는 뷔의 그림은 직접 커스터마이징해 착용한 재킷이나 ‘인더숲 BTS편 시즌2’‘달려라 방탄’ 방탄 인테리어 편 등 자체 콘텐츠, 뷔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제는 ‘by Vante’라고 하면 어떤 느낌의 작품일지 연상될 만큼 그동안 뷔는 ‘Vante’라는 페르소나를 통해 자신의 취향을 아미에게 꾸준하게 공유해왔다. 지난 8월 11일 선공개된 ‘Rainy Days’ 뮤직비디오에서 뷔가 바게트 빵에 흰색 페인트를 찍어 그림을 그리는 장면을 두고 Vante를 소환하는 반응이 많았던 이유일 것이다. 이름의 탄생 비하인드처럼, Vante의 행보는 마음껏 좋아하고 다른 예술가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과정에서 영감을 얻는 ‘창작자 뷔’의 가치관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 ©️ BTS Facebook

보라해, I Purple You,

“거울에 비친 눈물의 의미는 웃음에 감춰진 나의 색깔 Blue & Grey”. ‘BE’ 앨범에 수록된 뷔의 자작곡 ‘Blue & Grey’에서 뷔는 자신의 감정을 색채에 비유해 표현한다. ‘위버스 매거진’ 인터뷰에서 뷔는 작업 과정을 회상하며 “지금 내가 생각하는 이 시간은 온통 다 그레이야. 그리고 나는 블루구나.”라고 느꼈던 순간의 감정을 전하고자 한 곡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뷔는 RM과의 공동 작업 곡 ‘네시(4 O’CLOCK)’에서 “달빛 속에선 온 세상이 푸르”고 너의 노랫소리가 “붉은 아침”을 데려온다며 시간의 흐름을 색채 대비를 통해 묘사하는가 하면, 이번 솔로 앨범의 수록 곡 ‘Blue’의 가사에서도 “Green, yellow, red, blue”라는 색이름을 빌려와 청자의 상태를 표현하는 소재로 삼는다. 감정의 팔레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 것처럼 색을 활용해 감정을 형상화하는 뷔의 독특한 감각은 자신의 음악뿐만 아니라 그가 사용하는 일상적인 표현에서도 묻어난다. 방탄소년단의 대표적인 상징 중 하나인 “보라해.” 역시 이러한 뷔의 발상으로부터 비롯된 말이다. 지난 2016년 팬 미팅 ‘MUSTER’에서 뷔는 관객석의 아미들이 방탄소년단의 응원봉인 아미밤에 보라색 비닐을 씌워 이벤트를 한 광경을 보고, 무지개의 마지막 색인 보라색은 끝까지 “상대방을 믿고 서로서로 사랑하자.”라는 의미라며 “보라해.”라는 표현을 새롭게 만들었다. “보라해.”는 아미와 방탄소년단 사이 사랑을 말하는 또 다른 표현으로 자리 잡았고, 한글뿐만 아니라 “I Purple You”, “紫” 등 세계 각국의 보라색을 뜻하는 말들이 뷔가 덧입힌 새로운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서울 곳곳을 보랏빛으로 물들일 만큼, 아미와 방탄소년단 사이의 언어를 넘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언어가 된 “보라해.”의 시작에는 고유한 시선으로 순간을 포착하고, 이를 자신의 색채와 언어로 표현하는 뷔의 관점이 있었다.

@thv

현재 뷔는 한국 남자 연예인 중 가장 많은 수치인 약 6,122만(2023년 9월 5일 기준)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계정 개설 당시 최단 시간인 43분 만에 100만, 4시간 52분 만에 1,000만 팔로워를 달성하며 기네스 기록까지 세웠을 만큼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플루언서 중 한 명이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업체 ‘Lefty’에 따르면 지난해 뷔가 패션위크 기간 동안 인스타그램에 올린 셀린느 공식 계정을 태그한 포스트는 1,200만 달러의 EMV(Earned Media Value, 미디어 가치)를 기록해 패션위크를 통틀어 포스트당 최고 금액을 기록했을 정도다. 셀린느에 이어 까르띠에의 앰배서더로 발탁된 뷔의 인스타그램에서는 남자 솔로 가수로서 엘튼 존 이후 두 번째로 영국의 패션 매거진인 ‘팝 매거진’ 표지를 장식하는 등 말 그대로 아이코닉한 셀럽의 삶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뷔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는 이 채널에서 사람 김태형으로서의 일상 또한 함께 보여준다. 바지에 달아둔 캐릭터 ‘몰랑이’ 키링, 거리에서 정국과 어깨동무를 한 채 과자가 든 비닐봉지를 입에 물고 있는 순간, 차례상 앞에서 ‘소원을 비는’ 반려견 연탄이의 모습 등 소소하고 친밀한 일상 조각들도 뷔의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만나볼 수 있다. 또 뷔에게 인스타그램은 그가 항상 “친한 친구”라고 표현하는 아미와의 소통 수단이기도 하다. 뷔는 스토리에 파리 몽마르트르 거리의 화가가 자신의 캐리커처를 그리는 모습과 결과물을 공유한 후, 입국 시 공항을 찾은 팬에게 캐리커처를 선물했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올리자고 생각했어요. 거긴 그냥 내 색깔을 보여주는 계정이고, 굳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맞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위버스 매거진’ 인터뷰에서의 뷔의 말처럼, 뷔가 좋아하는 순간들이 한데 모인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세계적인 스타로서의 화려한 삶과 한 20대 청년의 활기차고 유쾌한 일상이 공존한다. 그런 의미에서 뷔의 ‘@thv’ 계정은 한 페이지로 보는 그의 삶의 요약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Actor

선공개된 이번 솔로 앨범 수록 곡들의 뮤직비디오에서 뷔는 전혀 다른 방식의 연기를 보여준다. ‘Love Me Again’ 뮤직비디오에서 뷔는 라이브 공연의 한순간을 담은 것 같은 영상 속에 홀로 서서 눈빛의 미묘한 떨림과 시선 처리만으로 아련한 감정을 전달한다. 한편 ‘Rainy Days’ 뮤직비디오에서는 차분하고 정적인 분위기의 일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다가, ‘Blue’ 뮤직비디오 티저에서는 다급히 복도를 걸어가고 운전대를 잡는 등 누군가를 급히 찾는 듯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돌이켜보면, 과거 뷔는 ‘화양연화 on stage : prologue’에서 연기 경험이 전무한 상황에서 표현하기 쉽지 않은 복잡한 감정선을 끌고 가는 인물이었고, ‘봄날’ 뮤직비디오의 도입부에서 가장 먼저 등장해 클로즈업 샷만으로 곡이 가지는 특유의 서정적인 정서를 눈빛으로 표현한 멤버였다. 뷔는 ‘BEYOND THE STORY : 10-YEAR RECORD OF BTS’에서 ‘화양연화’ 활동 당시 “그때 저한테는 콜린 퍼스가 롤 모델이었어요. 그 사람이 내는 분위기를 너무 좋아해서, 저도 그런 분위기를 가져가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뷔는 재즈, 사진, 미술에서 영감을 얻는 그의 방식대로, 영화 속 배우를 보며 뮤직비디오에서 또는 무대 위에서 자신이 어떻게 연기하면 좋을지 고민한다. ‘위버스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뷔는 ‘Butter’를 준비할 때 하이틴 영화와 뮤지컬을 많이 봤고, 영화 ‘사랑의 눈물’의 이미지를 살리고자 노력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제64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본격적인 ‘Butter’ 무대에 앞서 올리비아 로드리고와 귓속말을 하는 장면을 즉흥적으로 연출하기도 했다. 뷔는 여러 배우와 작품으로부터 자신이 펼칠 연기의 영감을 얻고, 뮤직비디오와 무대마다 각자 다른 자신의 캐릭터를 표현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연출가다.

Vintage

뷔는 아날로그적인 것들을 좋아한다. 뷔는 여러 차례 자신이 찍은 필름 사진을 SNS에 공유했고, 필름 사진을 유독 좋아하는 이유로 필름 특유의 모노톤 감성을 꼽았다. 한동안은 베레모나 플랫캡, 더블버튼 재킷, 브라운 사각 토트백 등 빈티지 무드가 돋보이는 아이템을 사복 패션에 즐겨 활용하기도 했다. 클래식하고 빈티지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뷔의 취향은 그가 비주얼 콘셉트 기획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작업물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어딜 가든 다시 또 클래식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방탄소년단의 ‘Special 8 Photo-Folio’ 화보 프로젝트의 ‘Me, Myself, and V ‘Veautiful Days’’ 촬영 스케치 영상에서 뷔는 고전적인 느낌, 흑백 감성, 중세 시대의 분위기를 좋아해 클래식한 콘셉트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해당 프로젝트의 기획 과정을 담은 프로덕션 필름에서는 자연광 촬영에서도 빈티지 요소를 강조해달라고 제안하거나 옛날 1980년대 영화 느낌을 구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고전 흑백 영화를 연상시키는 ‘Blue’ 뮤직비디오 티저의 연출이나 ‘Rainy Days’ 뮤직비디오의 빈티지한 질감 효과, ‘Love Me Again’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CRT 모니터 같은 레트로 소품 등 지금까지 공개된 ‘Layover’ 수록 곡들의 뮤직비디오에도 뷔의 취향이 여실히 반영되었고, 그를 통해 뷔의 음악이 가지는 특징적인 정서 중 하나인 그리움과 외로움의 감정을 극대화해 전달한다.

Visualist

“저는 뮤직비디오나 화보에서 상상의 이미지를 만들어낼 때 큰 성취감과 희열을 느끼는 듯해요.” 뷔가 ‘더블유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은 그의 첫 솔로 앨범인 ‘Layover’의 프로모션 과정에서 전체 수록 곡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고 콘셉트 포토를 네 차례에 걸쳐 공개하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그는 2021년 ‘V’s BE-hind ‘Full’ Story’ 인터뷰에서 자신이 그리는 미래의 음악에 대한 질문에 “나의 기분이나, 내가 지금 무엇을 하는지,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를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다고 답한 적이 있다. “저를 잘 나타낸 것 같아요. 김태형이고, 이런 걸 좋아하고.” 뷔가 위버스 라이브에서 밝혔듯, 이번 앨범의 콘셉트 포토는 메이크업 없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촬영에 임했고, 어도어 민희진 총괄 프로듀서가 “태형아, 내일 시간 있어? 잠시 나와 봐.”라고 해서 즉흥적으로 작업한 결과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Layover’는 그간 뷔가 일관되게 보여줬던 미적 취향의 집합체이자, 민희진 프로듀서의 표현처럼 “뷔의 화려함보다는 그 이면의 담백함에 초점”을 둔 작품이다. “영화의 OST를 들으면 그 영화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아미들이 노래를 들으면 무언가를 보지 않더라도 저절로 상상하게 되기를 바랐어요.”라는 뷔의 말처럼, 그는 뮤지션인 동시에 비주얼리스트(Visualist)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의 음악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Layover’는 뷔가 그동안 좋아하는 것들을 경험하며 떠올렸던 무수한 이미지들을 모아 창조한 새로운 뷔의 세계다. ‘Rainy Days’의 뮤직비디오에서 뷔가 투명판에 그린 그림이 그의 모습과 겹쳐 보이는 앵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