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의 목요일 밤’
김리은: 뮤지션이 MC로 활약하는 토크쇼는 어느새 유튜브 생태계의 주된 흐름이 됐다. 지상파 시대의 뮤직 토크쇼처럼 순수하게 음악에 집중하거나, 소위 ‘본캐’와 다른 캐릭터 플레이로 엔터테인먼트를 보여주거나, 혹은 오롯이 대화와 예능에 집중하는 등 파생된 형태는 다양하다. ‘조현아의 목요일 밤’은 유튜브의 이런 경향들을 결합한 새로운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보인다. 어반자카파의 조현아는 이 프로그램에서 토크를 주도하는 진행자이자, 출연자의 커리어를 상징하는 노래를 부르면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뮤지션이고, 동시에 상대방의 고민을 주제로 노래를 현장에서 작곡하는 프로듀서다. 진행자와 게스트가 함께 술을 마시며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는 것은 유튜브에서 흔한 포맷이지만, 이를 뛰어넘어 대화의 깊이와 예능적 모멘트를 함께 이끌어내는 것은 진행자로서 조현아의 대화법이 빛나는 지점이다. 그는 배우 신혜선이 머리를 쓸어넘기는 사소한 제스처에서도 30대 여성끼리의 공감대를 찾아내고, 오마이걸 유아가 같은 팀 승희에 대한 마음을 이야기하자 눈물을 보이면서도 혼자 울지 못하는 유아에게 “가만히 있어 T.”라고 말하며 웃음을 유도한다.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하고 싶지 않다는 수지의 고민이나, 개인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늘지 않는다는 권혁수의 고민처럼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도 유쾌한 노래로 만들어 해갈하는 것은 뮤지션이자 엔터테이너로서 모두 뛰어난 역량을 가진 조현아가 발굴한 새로운 영역이다. 20분 내외의 한 회차 안에서도 커버 무대, 인터뷰, 예능, 즉석 프로듀싱이 공존하는 ‘익스클루시브 하이퀄리티 프리미엄 어반 원 앤 온리 고품격 뮤직 토크쇼’의 등장. 어느새 토크쇼에서도 이렇게나 많은 수식어를 입증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종의 기원담’ - 김보영
김겨울(작가): 그 업적에 비해 덜 알려진 듯하지만, 김보영 작가는 한국 SF 작가 최초로 전미도서상 번역 부문 후보에 오른 작가다. 단편집 ‘On the Origin of Species and Other Stories’를 통해서다. 중‧단편 소설을 통해 SF의 경이감을 탁월하게 드러내는 작가로 평가받는 김보영은 한국 SF의 중심을 지키며 ‘가장 SF다운 SF’를 쓰는 작가로 알려져 왔다. ‘종의 기원담’도 그러한 경이의 계보 위에 있다. 책에는 ‘On the Origin of Species and Other Stories’에 수록되었으나 우리나라에는 책으로 출간되지 않았던 ‘종의 기원담’과 ‘종의 기원담: 그 후에 있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에 더해 신작 중편 ‘종의 기원담: 있을 법하지 않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제목만 보면 ‘종의 기원’에 대한 진부한 이야기일까 싶지만, 이 제목이 실은 ‘로봇종의 기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 소설은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듯 흥미진진해진다. 어두컴컴하고 추운 지구, 물이 얼어붙고 기름이 흐르는 곳, 공장에서 태어나는 로봇종이 일군 문명은 찬란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어디에서 왔단 말인가? 로봇은 창조되었는가? 누구에 의해서? 로봇들은 종의 기원을 향해 달려간다. 전미도서상 심사위원단의 평은 다음과 같다. “인간과 비인간의 초상을 나란히 그려냈고 동시에 사회적 환경적 이슈에 관해 사유한다.”
‘Killin’ Me Good’- 지효(TWICE)
랜디 서(대중음악 해설가): 지효 하면 작년 트와이스 ‘Talk That Talk’의 직캠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활짝 웃으며 힘껏 춤추는 그를 보면 순전한 기쁨이 그대로 느껴진다. 큰 눈이 전하는 풍부한 표정, 깨끗한 목소리 톤과 의외로 조금 투박한 질감의 보컬 그리고 롤링 같은 동작을 특히 잘 살리는 박진감 넘치는 춤 실력. 무대 위 그는 섹시하면서도 천진하며 또 시원시원하다. ‘Killin’ Me Good’은 이런 모습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Killin’ Me Good’은 섹시함을 표방한 숱한 K-팝 중에서도 특별하다. 가사는 성인의 열정적인 연애 및 관계의 함의를 포함하지만 전혀 음침하지 않다. 화자는 모르는 척 하지도, 애원하지도 않는다. ‘Killin’ Me Good’ 속 여성 화자는 1인칭으로 지금의 완벽한 기쁨과 만족을 말한다. 총의 모티브를 담은 안무는 성인 여성 화자의 이런 고백에 설득력을 더한다. 끊임없이 싸우는, 일명 ‘걸크러시’와는 또 다른 주체성이다. 지금의 K-팝에서는 니치한 영역이나, 분명 소구하는 청자층이 있을 것이다.
뮤직비디오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티셔츠를 벗어던지고 카메라와 눈을 맞춘다. ‘나는 내가 무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를 보여주는 것처럼. 반박할 수 없이 너무나 멋진 성인 여성 아티스트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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