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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오민지
디자인. MHTL
사진 출처. 빅히트 뮤직
00:0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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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몸을 던진 꿈

강명석: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지난해 발표했던 ‘The Name Chapter Concept Trailer’에서 휴닝카이는 하늘 위의 집에서 스스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The Name Chapter’의 새로운 장을 여는 앨범은 ‘이름의 장: FREEFALL’이다. 스스로 선택한 추락. “Been free falling”으로 시작하는 첫 곡 ‘Growing Pain’은 “온몸이 아파”라며 추락의 고통을 말한다. 그러나 타이틀 곡 ‘Chasing That Feeling’의 가사처럼, 추락을 선택하지 않으면 도피하듯 머무르는 환각 속에서 몰락만을 기다릴 뿐이다. “천국을 등진 나 Fall from the sky / Maybe I’ll miss for good 달콤했던 환각”.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Dreamer’에서 고백하는 것처럼, 세상은 “꿈꾸지 않는 어른과 꿈뿐인 소년”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소년의 꿈이 그저 몽상처럼 사라지지 않으려면 꿈꾸지 않는 어른이 되기 전에 현실에 부딪혀야 한다. 이것이 가능한 유일한 시기를 청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른과 소년, “그 흔한 두 갈래 길 사이 난 gray”라고 할 수 있는 그때, 소년의 꿈은 현실과 싸우는 사이 망각하게 될 환각이 아니라 “난 다시 꿈을 꿔 되찾은 name”처럼 내가 누구인지 정의할 수 있는 실존하는 힘으로 변한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에게 “수치스러운 기분”이었던 “어느 날 훅 솟아난 뿔”이 “A big crown on me 더는 흉한 뿔이 아닌 You’re my silver lining”이 됐다는 ‘Deep Down’의 선언은 현실 안에서 꿈을 공존시키려 하는 이들이 얻게 될 결과다. 현실로부터 도망치지도 않고 꿈을 포기하지도 않은 채 살아가면서 나 자신의 그 어떤 것도 미워하지 않는 법을 배운다. 그래서 ‘이름의 장: FREEFALL’은 한 장의 앨범으로서 청춘이 현실을 살아가는 여정을 담은 정신적인 로드 무비 같은 앨범인 동시에, 지금까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여정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순간이 된다.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CROWN)’로 데뷔한 이래,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현실과 환상 어디에도 정착할 수 없는 소년들이었다. 그들은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 (RUN AWAY)’에서 현실로부터 “도망갈까” 생각도 했고,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 뮤직비디오에서는 아무리 도망치듯 차를 몰고 달려도 현실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름의 장: FREEFALL’에 이르러, 그들은 차를 네버랜드가 아닌 현실로 유턴하며 청춘의 삶을 정의한다. 현실에서 살아갈 것. 뿔과 꿈을 숨기지 않은 채. 

 

‘Growing Pain’의 사운드는 파괴적이라고 할 만한 이모코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반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멤버들의 목소리는 의도적으로 사운드에 묻히고, 공간감을 주면서 감정을 눌러 놓은 듯한 효과를 준다. 후렴구인 “고통 속으로 던져버려” 같은 부분에서도 그들의 목소리는 가성을 쓰기도 하며 좀처럼 폭발하지 않는다. 그들이 록 사운드를 기반으로 시원하게 내지르는 것은 일곱 번째 곡 ‘물수제비’부터다. ‘Deep Down’에서 자신의 뿔이라는 정체성을 왕관으로 긍정하고, ‘Happily Ever After’에서 “동화책을 덮어도 삶이 계속 이어져”라는 현실을 “모르면 어때 난 오히려 좋아”라며 받아들인 뒤, 그들은 ‘물수제비’에서 “상처를 집어삼킨 물은 언젠가 잠잠해져 넓은 품을 갖게 될 테니”라며 앞으로도 상처 가득할 현실을 헤쳐나가겠다는 의지를 전달한다. ‘이름의 장: FREEFALL’의 곡들은 전하는 메시지에 따라 사운드의 활용 방식이 달라지고, 곡들의 사운드가 한 장의 앨범으로 연결돼 소리 자체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여정이 된다. ‘Growing Pain’의 이모코어가 현실로 떨어지는 순간의 고통을 그려낸다면 “내 숙명아, come and kiss me I just keep on chasing that feeling”이라며 현실을 두려워하지 않고 달려 나가려는 ‘Chasing That Feeling’은 신스팝 사운드가 “Chasing”하는 속도감을 주는 가운데 멤버들의 목소리는 역동적인 동시에 현실로 오며 “천국을 등진” 나의 비애가 섞여 있다. 그리고 R&B 스타일의 ‘Dreamer’와 신시사이저 소리가 곡 전체를 감싸는 ‘Deep Down’으로 갈수록 곡의 비트는 점차 느려지고,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목소리는 점점 더 차분해진다. 좀 더 정적으로 변하는 앨범의 흐름이 바뀌는 것은 다른 소리 없이 멤버의 목소리만으로 “Deep Down I need you more”를 노래하는 순간부터다. 그때부터 EDM의 빠른 비트가 등장하고, 그들은 2절에서 “뿔”을 긍정한다. 마치 추락하듯 하강하던 곡의 분위기는 도입부부터 경쾌한 목소리로 시작하는 ‘Happily Ever After’부터 상승해 ‘물수제비’의 록을 지나 “When we’re high When we’re low 넌 늘 곁에 All my youth 가득차 너의 온기”를 거침없이 내지르며 부르는 것으로 시작하는 ‘Blue Spring’에 이른다. 현실에 부딪히며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은 청춘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자각을 거쳐 타인이 내게 주는 “서늘했던 내 세계에 마침내 피어난 봄”, 사랑을 깨닫는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에게 사랑은 늘 소중했으나, 현실에 추락하듯 세게 부딪히며 살아간 뒤에 느끼는 사랑의 가치는 과거와 또 다를 것이다. ‘이름의 장: FREEFALL’이 “gray” 같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청춘을 찾는 여정이라면, 그들의 목소리는 각각의 곡이 담은 메시지와 사운드에 정확하게 부합하면서 바뀔 때마다 조금씩 원하는 삶을 찾아가는 청춘의 성장을 구체적으로 그려 나간다. 그 결과, ‘이름의 장: FREEFALL’은 곡마다 다른 장르를 소화하면서도 앨범 전체가 소리만으로도 하나의 이야기처럼 연결된다.

 

‘이름의 장: FREEFALL’은 곡마다 다른 장르를 활용하고, 각각의 곡은 구성적인 변화 대신 벌스와 후렴구를 반복하면서 짧고 깔끔하게 끝내는 데 주력한다. 이것이 이 시대의 팝의 양식이라면, 그 후렴구 속에서 ‘Chasing That Feeling’처럼 곡의 핵심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메시지에 맞춰 목소리를 세밀하게 조율하며 앨범 전체를 하나의 여정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 고유의 영역이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가장 대중적인 방식 안에서 그들의 메시지와 스토리텔링 방식을 청각적으로 구현했다. 이것을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팝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꿈뿐인 소년이 꿈꾸지 않는 어른의 현실 속에서 자신만의 꿈을 만들어 나가는 것처럼,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가장 대중적인 음악, 팝의 세계에서 그들만의 정체성을 담아냈다. 그렇게 청춘이 현실 안에서 자신의 작은 세상을 세웠다. 

현실의 땅에 꽃피운 마법

오민지: ‘Sometimes magical moments can be found in the most unmagical places(때로는 가장 마법적이지 않은 곳에서도 마법 같은 순간이 찾아올 수 있다)’. 새 앨범 ‘이름의 장: FREEFALL’ 콘셉트 티저의 마지막 문장처럼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네버랜드와도 같았던 그들만의 장소를 떠나 “I throw myself(자신 스스로를 던진 채)” “끝없는 낙하”(‘Growing Pain’)를 견뎌내고 마침내 도착한 곳에서는 마법 같은 순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피터팬처럼 하늘을 날아다닐 수도, 영원한 소년으로 남을 수도 없다. “천국을 등진 난 Fall from the sky”(‘Chasing That Feeling’)를 선택한 소년들의 처지는 콘셉트 티저 영상 속 부서지는 척박한 아스팔트 길 위, 적은 빗물에도 떠내려갈 수 있는 하수구 옆에서 의지할 곳 없이 홀로 피어난 꽃과 같다.

 

그러나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발디딘 곳은 완전한 ‘현실(REALITY)’이 아니다. 동명의 콘셉트 필름처럼 이들이 있는 현실은 비가 내리더라도 피할 수 있는 건물과 자신들을 보호해줄 우산이 있다. 콘셉트 필름 속 꽃의 처지로 비유됐을 때와 같이 빗물에 휩쓸리거나 처음 추락했을 때처럼 “고통이 살갗에 I prepared to die”(‘Chasing That Feeling’)여야 할 정도로 위험을 무릅쓸 필요도 없는 안전한 곳이다. 그러나 영상 중간 비가 하늘에서 내리는 대신 반대로 올라가고, 바닥에 적혀진 ‘DOWN TO EARTH’나 ‘FREEFALL’이라고 적혀진 벽의 그래피티에서 알 수 있듯 이 공간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만을 위해 만들어진 세트장이다. 그 다음 공개된 ‘MELANCHOLY’의 콘셉트 필름 역시 활강하던 과거와 달리 땅에 발붙이고 있는 듯하지만 연준이 누운 케이지나 수빈의 뒤에 보이는 철창에서 알 수 있듯 완전한 자유를 갖진 못한다. 온전한 현실도, 완전한 자유도 가질 수 없는 ‘가짜’ 현실 속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함께 있는 늑대개는 이들 자신에 대한 상징일 수도 있다. 자신들을 보호해주지만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케이지(네버랜드)’에서 벗어났지만 아직 진짜 ‘철창 밖 세상(현실)’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온전히 늑대도 개도 될 수 없는 늑대개의 모습은 제대로 된 어른을 본 적 없어 어른이 되고 싶지만 아직 소년일 수밖에 없는 현실 속 피터팬들의 ‘숙명’을 비유하는 듯하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추락을 선택하고 그에 수반되는 고통을 이겨냈던 것처럼 “도망치고 외면해 봤지만”(‘Deep Down’) 짓궂은 운명 속 ‘긴 방황’(‘Deep Down’)을 마친 후 겪는 성장통은 분명 아프다. 그러나 이 고통을 이겨내야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예컨대 ‘CLARITY’의 콘셉트 클립에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목에는 수많은 진주 알들이 걸려 있다. 조개가 자신을 보호하던 외투막과 껍데기 속으로 들어온 불순물로 인한 고통과 아픔을 이겨냈기 때문에 진주를 만들어낼 수 있듯, “피가 흐르고 뼈가 부러진대도” “거짓 없는 꿈에 나를 던져”(‘Growing Pain’)낸 이들만이 얻을 수 있는 메달이다. 고통을 이겨내고 현실과 자유를 진주처럼 얻어낸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서 있는 공간은 지금까지 자신들을 보호해주고 있다고 생각했던 집의 지붕 위, 진짜 ‘현실’이다. 언제든 또다시 추락할 수 있고 비와 태양의 위협으로부터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곳이지만 동시에 ‘Devil by the Window’에서 “Dream on, dream on, good night!”(꿈에서 깨지 마, 잘자!)”라는 악마의 달콤한 속삭임을 이겨내고 마침내 “매일 새로운 태양에게 ‘Good morning’”(‘Happily Ever After’)할 수 있는 공간.

 

그래서 콘셉트 필름 중간에 나타나곤 하는 노이즈들은 판타지적이고 동화 속 세계에 살던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현실에 부딪히면서 나는 오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그 균열과 잡음 속에서, “꿈꾸지 않는 어른과 꿈뿐인 소년 그 흔한 두 갈래 길 사이”(‘Dreamer’)의 경계에 놓여 있다. 그 경계에서 소년의 모습을 간직한 채 현실에 부딪치는 그때, ‘마법적인 순간’을 꽃피운다. 이번 앨범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