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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도헌(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 YG 엔터테인먼트

“문 프리즘 파워 메이크업.” 사랑과 정의의 전사. 제니의 스페셜 싱글 ‘You & Me’ 앨범 재킷 일러스트를 그린 작가 타케우치 나오코의 대표작 ‘미소녀 전사 세일러 문’의 주인공 세라(츠키노 우사기)는 달을 수호 성으로 삼는 전사다. 주인공이니 당연하게도 세라의 힘은 세일러 전사 중에서도 독보적인데, 이는 그가 달의 왕국 실베 밀레니엄의 공주 프린세스 세레니티의 환생인 덕이다. 다양한 필살기와 환상의 은수정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세일러 문은 동료 가운데 가장 밝게 빛나며, 각성을 통해 공주의 모습으로 변신하고 나서는 잠재력을 깨치고 어마어마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You & Me’가 세일러 문을 소환한 이유는 분명하다. 이 노래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까지 ‘BORN PINK’ 월드 투어 현장에서 제니의 솔로 무대를 장식했다. “I love you and me / Dancing in the moonlight” 가사 그대로 희미한 조명 아래 가득 차오른 달을 배경으로 페어 안무를 가져가다 여성 댄서들과의 단체 군무로, 마지막으로 적월(赤月) 바탕 위 다시 남성 댄서와의 호흡으로 마무리하는 흐름이 인상적이다. 제니는 올해 6월 도쿄에서의 샤넬 이벤트에서 프랭크 시나트라의 ‘Fly Me to the Moon’과 푸지스의 ‘Killing Me Softly’에 이어 ‘You & Me’의 재즈 버전을 가창하기도 했다. 월드 투어 솔로 무대에서 제니는 달의 뮤즈였다.

 

달이 주인공인 세계에서는 우주의 질서와 반대로 이 세상이 달 주위를 공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제니와 세일러 문의 공통점이다. 태양계를 지배하는 실버 밀레니엄의 프린세스 세레니티의 운명을 타고난 세라의 원래 모습처럼 제니도 범접할 수 없는 이 시대 최고의 지위를 누리는 팝스타다. 세일러 문은 공주의 위치를 깨닫지 못한 지구인 세라로 극을 시작하지만, 제니는 힘과 권세를 되찾은 미래 우주 왕국 실버 밀레니엄을 통치하는 네오 퀸 세레니티에 근접해 있다. 공주의 춤이 아니라 여왕의 춤이다. 날카롭고도 고고하게, 누구에게나 허락되지 않은 특별한 순간을 장식한다.

 

그렇기에 제니는 당당하고 우아하며 기품 있는 퍼포먼스를 행한다. 이를 표현하는 스타일이 발레코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제니는 ‘You & Me’에 맞춰 다양한 발레코어 의상을 선보였다. 어깨선의 아름다움을 살린 상의와 가벼운 레이어드, 랩스커트와 레이스 하의와 발레 슈즈를 조합하여 발레복을 일상복에 적용하는 발레코어는 제니의 월드 투어 사진이 국내에 널리 알려지며 패션계의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발레코어가 매력적인 건 리본, 레이스가 자아내는 페미닌한 인상 덕분이다. 발레코어 룩의 제니가 보여주는 ‘You & Me’는 그 맥락을 정확히 짚고 있다. 팔 동작을 중심으로 하는 도입부를 지나 페어 안무에서 그림자와 같은 실루엣을 그리며 춤을 추고, 두 번째 후렴부에서 절제된 동작으로 동료 댄서들과 호흡을 맞추는 제니가 패션에 생기를 불어넣은 덕이다. 월드 투어 무대에서부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현재 공개된 퍼포먼스 비디오로 그 모습을 모두가 감상할 수 있게 됐다.

  • ©️ YG 엔터테인먼트, 타케우치 나오코

노래는 어떨까. 얼핏 듣고 나면 흔한 사랑 주제곡 중 하나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You & Me’에서 제니가 사랑의 희열을 느끼는 대상은 나와 함께 춤을 추는 상대방이 아니다. 곡의 주체는 달빛 아래서 춤을 추고 있는 너와 나의 모습을 사랑한다. 내가 애정을 쏟고 지지하는 타인과 함께할 수 있어 아름다운 순간에 대한 경탄이다. 따라서 ‘Love’라는 단어는 풍경에 대한 감상을 표현하는 데 자주 반복하는 반면, 상대방에 대한 감정은 ‘Like’로 제한한다. “Ain’t nobody gonna have your back(나만큼 널 생각해주는 사람도 없어)”, “Everything you do Everything you did Everything I wish I was with(무엇이든 네가 하는 일이라면 나도 함께하고 싶어)”라는 달콤한 고백 뒤에는 “You love it just say you do(좋다고 그냥 말해)”, “This should be your last one(이게 너의 마지막 사랑이 되어야 해)”이라는 은근한 경고가 붙는다. 두 번째 벌스를 “You’re the reason my heart skips drops Just a little touch my world stops(나의 심장을 멈추게 하고, 네가 닿기만 해도 내 세계가 멈춰버려)”라 시작하고 나서 “Finally I know that you’re mine(마침내 네가 내 것이라는 걸 알았어)”이라 시작하는 이유다. 이런 주도권을 상징하는 부분이 댄스 팝에서 장르를 전환해 곡에 온기를 더하던 베이스 멜로디를 냉정하고 무거운 리듬의 영역으로 몰아내는 마지막 부분이다. 완벽한 뮤즈에게 홀린 상대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는 격정의 상태가 된다. 이 모습을 제니는 관찰자의 시점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짧은 퇴장 인사를 전할 뿐이다. 누가 관계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지가 명백해진다.

 

‘You & Me’의 흥미로운 이야기는 제니의 인상적인 보컬과 랩으로 완성된다. 양측 모두 능한 흔치 않은 K-팝 솔로 주자라는 강점을 정확히 살린 곡이다. 노래 러닝타임 3분가량 안에 변화무쌍한 목소리를 들려주는데, 벌스에서 확신에 찬 듯 힘차고 강하게 애정의 메시지를 표현하는 반면 드랍과 함께하는 후렴부는 섬세하고 신비로운 월광의 세레나데다. 다른 시선에서 펼쳐지는 랩은 완전히 다른 인물이 참여한 듯 효과적으로 극을 전환하는 수단으로 기능하며 중간마다 들어가는 짧은 가창이 확실한 대비를 이룬다. 

 

“빛이 나는 SOLO”. K-팝 역사상 그룹 멤버의 솔로 데뷔 중 가장 인상적인 순간 중 하나였던 ‘SOLO’에서 제니의 선언이었다. ‘You & Me’는 이 곡이 나온 2018년 11월 12일 이후 제니가 처음으로 발표하는 단독 싱글로, 그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담은 앨범 단위나 싱글 결과물을 활발히 내놓을 때의 모습을 기대하게 만든다. 평범한 여중생 세라가 세일러 문으로 활약하는 모습도 흥미진진하지만, 그가 궁극의 형태로 활약하는 세일러 코스모스와 네오 퀸 세레니티의 미래도 궁금한 것처럼 말이다. 제니는 이미 만월(滿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