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MU 모두의 남매 뭐든 해’ (AKMU 공식 채널)
송후령: 악뮤(AKMU)가 데뷔 이래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체 콘텐츠, ‘AKMU 모두의 남매 뭐든 해’가 내세우는 콘셉트는 명확하다. 악뮤의 본격 ‘남매력’ 향상 프로젝트. 이미 두 차례 실패했고 앞으로도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는 이 미션은 이수현의 말처럼 “일부러 남매력을 더 떨어뜨려서 자체 콘텐츠를 이어가려는 제작진의 큰 그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AKMU 모두의 남매 뭐든 해’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이찬혁과 이수현의 ‘남매력’이다. 이찬혁의 1일 매니저가 된 이수현이 마사지를 명목으로 누워 있는 이찬혁의 등에 올라타 발로 밟는다거나, 조용히 하라며 이찬혁이 냅다 ‘홈X볼’을 던져도 일체의 타격 없이 생긋 웃으며 떨어진 ‘홈X볼’을 주워 먹는 이수현의 모습은 이들이 “가족 (같은) 관계”이기에 나올 수 있는 장면들이다. 첫 에피소드에서 각각 대감과 머슴이 되어 펼친 상황극은 마치 저녁 시간이면 TV 앞에 가족들과 모여 앉아 보던 시트콤 같기도 하다. 예컨대 머슴 역할이 되어 심부름을 도맡아 하게 된 이찬혁이 “주어진 환경에 주저앉지 마세요.”라는 교훈을 전하면, 이수현이 곧장 “그렇다면 대감인 전 한참 주저앉을게요.” 하고 능청스럽게 맞받아치는 식의 ‘티키타카’가 영상 내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처럼 9년 넘게 함께한 직장 동료이자 동시에 가족이기도 한 기묘한 관계에서 나오는 ‘남매 케미스트리’는 일상과 콩트의 경계를 넘나들며 누구든 즐겁게 볼 수 있는 유쾌한 그림을 만들어낸다. ‘악뮤 또 싸움’, ‘복종’, ‘서열 정리’와 같이 언뜻 보면 꽤나 자극적인 섬네일 속 문구를 보고서도 웃음을 머금고 마음 편히 영상을 클릭할 수 있는 이유다.
이진아 - ‘도시의 속마음’
김윤하(대중음악 평론가): 누구나 기억하는 강렬한 데뷔는 음악가에게 있어 축복일까, 저주일까. 음악계에서 너무 흔해 일일이 세는 것조차 무의미해 보이는 이 굴레 한가운데 싱어송라이터 이진아도 서 있다. SBS ‘K팝스타 시즌4’에 출연해 주목받은 것도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가지만, 대중의 기억 속 이진아의 이미지는 여전히 아이 같은 목소리를 가진 독특한 감성의 음악가에 멈춰 있다. 관심은 고정관념이, 스포트라이트는 그림자가 되어 긴 꼬리를 늘어뜨렸다. 꾸준한 싱글과 앨범 발매에도 불구하고 이진아를 ‘특이한 가수’ 이상의 무언가로 부르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정규 앨범으로는 5년 만에 선보이는 ‘도시의 속마음’은 그렇게 동화 속에 영원히 박제될 것만 같던 이진아와 이진아의 음악이 비로소 자신을 가둔 틀을 깨고 나와 숨겨둔 너른 날개를 마음껏 펼치는 작품이다. 앨범을 통해 전해지는 그의 음악적, 정서적 성숙은 안정적 사랑이 동시에 전하는 포근함과 불안을 노래하는 첫 곡 ‘My Whole New World’만 들어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 불현듯 찾아왔다는 슬럼프는 그동안 자기 눈에만 보이는 반짝임을 찾아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이진아만의 순수한 감수성을 부쩍 성숙하게 만들었다. 이진아의 전매특허 같은 목소리와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톡톡 튀는 곡 전개는 그대로, 그를 음악으로 풀어내는 방식이 그 언제보다도 친절하고 보드랍게 느껴진다. 스텔라장과 박문치, 사라강과 이효리, 이상순 같은 다양한 동료들의 다정한 도움도 앨범의 체온을 1도 높게 만들어 준다.
‘공산주의자가 온다!’ - 이신주
김겨울(작가): 제목만 보면 왠지 불온한 듯하지만, 정작 그 내용은 좀 다른 쪽으로 불온하다. 2018년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한 SF 작가 이신주의 단편집으로, 총 12편이 수록되어 있다. 각각의 작품은 SF에서 만나볼 수 있는 특이한 소재를 뚝심 있게 밀어붙이며 독자에게 지적 쾌감을 선사한다. 언어 구사를 통해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려 하는 비밀 조직, 식품 개발 회사에서 개발한 ‘완벽한 음식’, 새우의 모습으로 나타난 ‘만능세포’,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한 개의 몸에 인격이 하나밖에 없는 ‘단일성 정체감 장애’ 등의 소재는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진지한 접근과 충실한 개연성이 더해져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웃기다거나 슬프다거나 하는 감정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씁쓸한 뒷맛이 인간이라는 존재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작품들이다. 이야기에 빠져들어 읽다 보면 어느새 나와 사회, 세상에 대한 낯선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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