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계속 보고 싶어 했었어요.
수빈: 결국 못봤어요. 내려갔더라고요.(웃음) 친구들이랑 단체 방에 “아, 영화 보고 싶은 게 있다.”고 누구 한 명이 올리면 “같이 보러 가실 분?” 해서 갈 사람들끼리 보러 가고 그렇게 하는 거예요. 제가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고 말하면 같이 가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되게 고맙죠.
최근 친구들과 여행도 다녀왔죠?
수빈: 얼마 전에도 친구들이랑 가평으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어요. 가서 애들끼리 요리 대결도 하고, 친구들이 알려달라고 해서 ‘Sugar Rush Ride’ 춤을 가르쳐주면 자기들끼리 즉석에서 대결하면서 저보고 심사위원을 해달라고 했거든요. 그런 게 재밌고 귀엽죠.(웃음)
친구들과의 관계가 꽤나 소중한 듯해요.
수빈: 친구들이 저에 대해서 되게 잘 안다고 해야 할까요? 저에게 관심이 많고 사랑이 많은 친구들이라서요. 평소에도 누가 “최수빈이 이것밖에 안 먹는다고? 너 뭔 일 있지?” 이런 식으로 물어보면 진짜 무슨 일이 있거든요. 이제는 얘네가 좀 싫을 정도로(웃음) 나를 간파하고 있구나. 그리고 서로 선을 넘었다 싶으면 바로바로 사과하고, 여행 가서도 “얘들아 너희 덕분에 행복했고, 너무 좋다.” 이런 얘기를 잘 해주는 편이에요. 저도 그런 분위기에 이끌려 낯부끄러운 얘기도 하고, 싸울 때도 있지만 그걸 빌미로 성장하고요. 사람 자체가 밝아진 것 같고, 되게 솔직해질 수 있다고 해야 될까요? 표현하는 방법을 잘 알게 됐어요.
그런 과정에서 얻게 되는 에너지가 있겠어요.
수빈: 제가 올해부터 엄청 밖을 나가게 됐어요. 작년에 제 자신에 대해서도 헷갈리고 고민이 많아서 힘들어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래서 도움을 청하려고 밖에 나가서 선배들에게 이야기도 많이 듣고, 상담 요청도 하면서 친해진 사람들도 생겼고요. 그러면서 좀 더 나갈 일이 많아지게 됐어요. 똑같은 일상 속에서 리프레시하는 느낌이라 요즘 그런 시간들이 필요한 것 같더라고요.
월드 투어를 보낼 때는 어땠나요? 당시 브이로그를 보니 공연 이후 수빈 씨만의 소소한 루틴이 자리 잡은 것 같았거든요.
수빈: 아티스트들이 콘서트 끝내고 숙소에서 공허함을 느낀다는 얘기가 많잖아요. 저는 전혀 없고.(웃음) 그런 큰 사람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와서 혼자 있는 시간이 뭐랄까, 그날은 되게 많은 일이 있는 하루니까요. 혼자 생각을 정리하고 취미 생활을 하는 시간들이 소중한 것 같아요. ‘콘서트 끝난 특별한 날이니 더 좋은 걸 하겠어!’ 이런 것보다는 익숙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안정감 있는 것 같아요.
익숙함을 소중히 여기는 동시에 다양한 액티비티를 경험해보고 싶어 하는 게 의외였어요.
수빈: 저는 솔직히 성격이 조금 불 같다고 해야 될까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질리는 것도 빨리 질려요. 수영도 복싱도 잠깐 배웠다 말고, 베이킹도 관심이 생겨서 오븐을 살까 고민하다 한 번 하고 다시 안 하고, 카메라도 사놓고 한 달 만에 안 쓰고.(웃음) 일단 내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웬만해서 실행으로 옮기는 성격이에요. 추진력도 좋고, 하고 싶으면 잠자는 시간 버려가며 해보고요. 저는 취미 생활이 없는 시기가 되게 힘들거든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걸 할 수 있는 시기가 비면 힘들어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하고 싶으면 해야 하는 성격이 된 것 같아요. 언제 안 하고 싶게 될지 모르니까, 하고 싶을 때 즐거움을 느껴야 된다는 주의예요.
그렇지만 하는 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꾸준한 인내심이 있잖아요.
수빈: 어떤 직업을 해도 이만큼 온 힘을 다해서 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나중에 시간이 많이 흐른 뒤 나이가 들고, 만약 언젠가 은퇴를 하게 되면 저는 대충대충 살 게 눈에 보여서(웃음)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특히 이 직업에서는 저희를 빛내주기 위해 일해주는 분들이 많다 보니, 그분들의 성의와 정성을 봐서라도 절대 대충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컴백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 같아요. 이번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위버스 라이브에서 여러 번 드러내기도 했고요.
수빈: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고난들이나 아픔을 안고 헤쳐나간다는 이야기인데, 이해하기도 쉽고 제가 충분히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요. 이전 앨범을 준비할 때는 솔직히 말하면 전에는 제가 잘 소화할 수 있는 콘셉트일까 걱정해서 스스로 자신감이 충분히 높진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노래도 조금 더 ‘이지 리스닝’이고 춤도 재밌게 해서 자신이 있는 것 같아요. 타이틀 곡 ‘Chasing That Feeling’은 처음에는 단순하다고 생각했는데, 네다섯 번 듣고 난 다음부터 중독성 있고, 흥얼거리게 되고. 이게 플레이리스트에 들어가면 넘기지 않고 계속 들을 만한 노래 같다고 생각했어요.
춤에서는 ‘Chasing That Feeling’이 ‘Back for More (TXT Ver.)’보다 체력적으로 어렵다고 언급하기도 했어요.
수빈: 누가 봐도 ‘Back for More (TXT Ver.)’가 체력적으로 힘들 것 같다는데, 저는 정작 ‘Chasing That Feeling’이 더 힘들었어요. 그래도 안무는 진짜 좋아해요. 처음 배울 때 안무가 너무 재밌어서 싱글벙글 신나서 췄는데, 안무 쌤들이 “이건 아련하게 해야 되는데 수빈 씨 너무 신나 보인다. 감정을 절제해야 된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전주 구간에 시원시원하게 팔을 뻗고 지금까지 안 써봤던 라인들이 있는데 제 몸에 되게 잘 맞고 재밌었어요. 자신의 감정을 좇고 좀 아프더라도 앞으로 질주하겠다는 내용을 춤이 잘 표현한 것 같고, 안무를 배우면서 노래가 좋아졌어요.
위버스 라이브에서 앨범의 수록 곡 중 ‘최애 곡’이 있다고 했는데, 혹시 어떤 곡이었어요?
수빈: 그게 ‘물수제비’예요. 싱어송라이터 한로로 님이 써주신 노래인데, 제가 그분 노래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본인 노래를 주신 건가 싶을 정도로 한로로 같은 음악을 주셔서 들었을 때부터 너무 좋았어요. 제가 자주 듣고 부르는 장르를 녹음할 수 있다는 게 재밌고 편했던 것 같아요. 저는 한로로 님 음악도 목소리도 좋지만, 한글만 쓰는 가사가 진짜 예쁘다고 생각하거든요. “상처를 집어삼킨 물은 언젠가 잠잠해져 / 넓은 품을 갖게 될 테니.” 모든 상처들은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기 마련인데, 어떻게 물수제비라는 소재로 이런 생각을 했을까. 진짜 존경스러웠어요.
앨범이 나오기까지 월드 투어가 있기도 했어요. 수빈 씨가 무대를 즐기는 것에 대해 고민이 있었던 것 같은데, 두 번째 투어는 조금 더 즐기게 되었을까요?
수빈: 월드 투어를 하면서 긴장은 잘 안 하게 됐어요. 이제는 콘서트 시작 전에도 긴장되고 무서운 것보다는 기분 좋은 설렘 정도만 있어요.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편안하게 임하는 것 같아요. 물론 아직 완전히 즐기는 건 아닌데,(웃음) 억지로 익숙해지려 한다고 익숙해지는 건 아니니까. 조금 더 기다려봐야 될 것 같아요.
그간 월드 투어와 함께 ‘롤라팔루자 시카고’나 ‘2023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이하 ‘VMAs’)’ 같은 의미 있는 대형 무대에 서는 순간도 있었어요.
수빈: 물론 ‘VMAs’는 되게 긴장되는 자리였는데 그럼에도 재밌었어요. 왜냐하면 어릴 때부터 슈퍼스타였던 사람들도 많고, 또 해외 시상식인데 모아봉을 든 사람들이 있었던 것도 너무 신기하고. “내가 여기 있어도 됐나?” 싶은 꿈 같은 자리에 있었어서 재밌었어요. 비비 렉사처럼 나의 동력이었던 사람을 정말 운 좋게 만나게 되고요. 그런 순간들이 열심히 한 노력에 대한 보상 같고, 큰 동력이 돼요. 감사하고 운이 좋은 것 같아요.
그렇게 얻은 동력은 다시 온 힘을 다해 모아에게 나눈다고 느껴지고요.
수빈: 저도 팬이었지만 이해가 안 될 정도로, 팬이라는 존재는 ‘순애’가 아닌가. 콘서트를 할 때도 신기했던 게 그 먼 길까지 와주시는 것도 정성이고, 같은 관심사를 가졌다는 이유로 팬분들끼리 나눔을 하시기도 하잖아요. 친구들끼리의 사랑도 아니고, 연인끼리의 사랑도 아니고, 이게 정말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무언가가 있다. 저도 누군가의 팬이었지만, 가수의 입장으로 봐도 ‘팬이라는 존재는 순애 자체다.’ 너무 신기할 정도로 순애라고 생각해요.
수빈 씨의 애정을 오히려 느낀 게 위버스 라이브에서 팬들을 위해 약간 조심스러울 수 있는 주제도 단호하지만 따뜻하게 풀어주더라고요.
수빈: 뭔가 그런 생각이에요. ‘서로 편안하게 사랑을 나눠주자.’ 그래야 저도 더 편하게 다가가고, 팬분들이 정해둔 선을 넘지 않으려고 조심하고요.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건 모아와 내가 더 큰 사랑을 더 거리낌 없이 나눌 수 있도록 만들려고 하는 거예요. 저도 때로는 불편하고 무시해도 괜찮은 건데, 굳이 꺼낸 건 서로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없게 하려는 거니까요. ‘서로 편한 사이가 되자. 서로를 지켜주고 서로를 사랑해주는 사이가 되자.’는 취지에서 한 말이었어요. 물론 저도 최선을 다해 둥글게 말하려고 하고요.
그리고 멤버들에 대해서는 ‘TXT 쉐어하우스’ 콘텐츠에서 ‘동반자’에 비유하기도 했어요.
수빈: 저희가 작년에 다 같이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어요. 연말에 시상식을 준비하며 ‘동료애’라는 걸 더욱 느꼈고, 저희끼리 진지한 대화도 하고 속마음 얘기도 많이 했어요. 그때 한국에 있던 날도 많지 않았다 보니, 서로에게 의지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월드 투어 때 멤버들이 수빈 씨 방에 자주 찾아오기 때문에 큰 방을 배정받는다는 것도 의외였어요. 조금 더 자신만의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수빈: 들어온다고 불편한 건 거의 없어요. 각자의 방이 있는데 제 방에 굳이 들어와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는 건 ‘나를 신뢰하고 있구나. 나를 필요로 하는구나.’ 싶어서 고맙고 약간 뿌듯하기도 해요. 저도 막상 만나면 제가 더 신나서 떠드는 편이라서요.(웃음) 찾아와줘서 좋고,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그런 시간에는 보통 어떤 얘기를 나누곤 해요?
수빈: 개인적으로든 팀적으로든 힘든 게 있으면 저한테 털어놓거나,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 오는 게 대부분이에요. 회사에 건의 사항이 있으면 제가 대표로 전달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번 월드 투어 때는 멤버들이 제 얘기를 듣고 싶다며 찾아온 적도 많았어요. “형은 지금 투어가 어때요? 힘든 건 없어요?” 이렇게 물어봐주고요. 사실 저는 나눠서 득이 될 게 없는 짐은 혼자 갖고 있는 편이긴 하거든요. 그래서 때로 멤버들이 저에게 서운해할 때가 있긴 한데.(웃음) 물론 저도 말해서 짐을 나누고 해결할 수 있는 건 당연히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저도 말하는 걸 싫어하지 않으니까요.(웃음)
연준 씨와 태현 씨가 ‘슈취타’에서 팀으로 이루고픈 큰 목표에 대해 다른 멤버들이 동의해줬다고 말하기도 했잖아요. 그 목표에 동의하게 된 계기는 그런 대화들 속에서 나왔을까요?
수빈: 저는 거대한 목표를 갖는 사람도 아니고, 워낙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좋아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작년에 우리끼리 그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멤버들의 꿈은 뭔지, 멤버들의 행복은 뭐고 목표는 무엇인지.’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이 분야에서의 정상을 찍고 싶다는 멤버들의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래서 ‘그래? 그게 너의 행복이고, 그게 너의 목표라면 나도 최선을 다해줄게.’ 멤버들의 행복이 저는 목표였으니까요. ‘그게 멤버들의 행복이 될 수 있다면, 나도 너희랑 같은 목표로 최선을 다해볼게.’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멤버들의 행복이 수빈 씨의 행복이 되는 이유는요?
수빈: 저는 멤버들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들, 주위에 좋아하는 친구들, 스태프분들. 이런 분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게 제일 큰 행복이거든요. 그래서 팬들도 행복했으면 좋겠고요. 제 행복만큼이나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행복이 많이 기쁘고 중요한 것 같아요. 저한테는.
그렇게 목표의 초점이 이동하면서 스스로 일을 대하는 태도에서 변화한 게 있나요?
수빈: 실제로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데뷔 후로 항상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래, 최선을 깨보자.’는 마음으로.(웃음) 연습도 촬영도, 모든 걸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저는 작년보다 올해 그리고 올해보다 내년에 더 열심히 할 거예요.
목표를 향하는 과정에서 때로 어려움이 따르기도 할 텐데, 어떻게 계속 나아갈 수 있는 걸까요?
수빈: 이 직업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제게는 이 직업에서 고통보다는 행복이 훨씬 크게 느껴져요. 애초에 저는 힘든 일을 오랫동안 끙끙 앓는 사람도 아니고요. 그리고 이렇게 많은 사랑과 큰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 쉽지 않고, 이게 너무 힘들다고 포기할 정도로 절대 작은 행복이 아니니까요. 힘들어도 버틸 만하다 싶을 정도로, 더 큰 행복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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