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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해인, 강명석
디자인. MHTL
사진 출처.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세븐틴이 초대한 축제의 순간

윤해인: 노래와 열기가 가득하고,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는 공간. 찰나의 찬란함으로 현실을 버티게 만드는 시간. 세븐틴은 새 앨범 ‘SEVENTEENTH HEAVEN’을 통해 그들만의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타이틀 곡 ‘음악의 신’은 특히나 그 꽉 찬 열기를 있는 힘껏 쏟아낸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와 리듬에 반응하는 세븐틴의 손짓과 제스처는 “음정 하나하나”를 드러내며 생동감을 만들어 간다. 여기에 계속되는 뜀박질 속에서도 활기찬 표정을 유지하는 걸 넘어, 서로의 호응을 서로가 이끌어내며 퍼포먼스를 완성하는 멤버들의 친밀감은 보는 사람도 같이 뛰어 놀 수 있게 몰입시킨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하면서도, 세븐틴은 그냥 즐기는 것 이상으로 최선을 다하며 전력으로 임한다. 여전히 숨이 턱 끝까지 찰 만큼. ‘음악의 신’ 퍼포먼스로 정교한 디테일이나 군무의 쾌감을 넘어서는 감정적 울림을 경험하는 이유기도 하다. 동시에 곡 전반을 이끄는 브라스의 사운드가 축제의 밝은 정서를 보여준다면, 그 중심에 놓인 후렴구는 “너와 내가 모르는 사이여도 춤출 수 있게” 만드는 동력이다. “쿵 치 팍 치”로 압축되는 그 단순한 외침은 누구나 따라 할 수 있고, 그런 후렴의 반복은 가상의 ‘떼창’과 환호성을 상상할 수준의 에너지로 돌아온다. 곡의 마지막 후렴에 이르러 에스쿱스와 원우의 목소리 그리고 박수 소리에 가까운 비트만 남았지만, 가장 큰 희열을 느낄 수 있다.

 

‘음악의 신’이 한낮의 열기와 같다면 ‘Headliner’는 마음 깊이 여운을 남기는 순간이다. 노래가 끝나더라도 “You’re my headliner”가 메아리처럼 맴돌고, “널 따라 부를게”라는 말처럼 계속 이어받듯 부르는 후렴에서는 멤버들의 목소리가 서로를 받쳐준다. 동시에 ‘Headliner’는 “너의 첫 줄에 서 있을 게”라며 세븐틴 자신이 아닌 팬들을 이 노래의 주인공으로 만든다. 그들 스스로 헤드라이너라 칭해도 되는 곳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세븐틴은 멤버들과 함께 노래하고 그 노래는 팬들에게로 향한다. 그래서 ‘Shining Diamond’를 샘플링한 또 다른 단체 곡 ‘Diamond Days’는 더욱 의미를 지닌다. 데뷔를 앞두고 자신의 팬들에게 건넸던 약속을 지금 시점에 꺼내고, 심지어 “지금의 우리들은 여전히 처음과 같아”라고 시작의 다짐을 다시 말한다. 그것도 9년 차를 맞이한 그룹이. 단단하게 빛나고 싶었던 이들은 더없이 그렇게 됐고, 더 나아가 그 빛이 지닌 따뜻함을 상대에게 전할 수 있게 됐다. 세븐틴은 유닛 부석순의 ‘파이팅 해야지’라는 말로 사람들을 유쾌하게 다독이는 동시에, ‘손오공’ 같은 대형 퍼포먼스를 통해 자신들의 위상을 역량으로 확립하는 팀이다. ‘SEVENTEEN STREET in Seongsu’처럼 서울 성수동 거리를 팀의 이름으로 채우고, 그 공간 안에 앨범을 녹여내는 경험으로 치환시킬 수 있다. 세븐틴과 캐럿이 일상 속에서 맞닿게 하면서, 세븐틴이 여는 이 페스티벌은 더욱이 현실과 가까워지는 셈이다. 그런 위치에서 세븐틴은 ‘음악의 신’처럼 음악 본연의 즐거움을 전하려 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을 그들과 캐럿의 축제로 초대한다. 누구나 노래를 흥얼거리고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축제의 순간이다. 앨범 제목의 원형이 되는 ‘Seventh Heaven’은 ‘최고로 행복이 충만한 상태’를 뜻한다. 그 의미처럼 지금 세븐틴은 더없이 충만한 에너지를 건네는 중이다. 그 충만함에는 음악과 즐거움도, 우정과 사랑도 담겼다. 팀과 캐럿을 향한.

청춘의 심장

강명석: 청춘을 목소리로 표현한다면, 세븐틴의 노래가 될 것이다. 8년 전, 그들이 데뷔 전 발표한 ‘Shining Diamond’에서 팬들에게 했던 “빛나는 약속”을 끼워주겠다는 약속을 8년 뒤 새 앨범 ‘SEVENTEENTH HEAVEN’의 ‘Diamond Days’에서 다시 하며 “변함없이 내 맘은 여전히 처음과 같아”라고 다짐할 때, 그 다음 곡 ‘Back 2 Back’에서 “차가운 바람 어둠”을 헤쳐 나가기 위해 등을 맞대고 함께 걸어가는 것을 “내 뒤로 닿을 듯한 너의 떨림”이자 “시야를 파고들어 펼쳐진 설렘”으로 표현할 때, ‘SOS (Prod. Marshmello)’에서 “Tell me where are we going right now?” 같은 친구의 고민에 “Just Shoot the SOS SOS Please tell me SOS”라며 믿음을 보여줄 때. 세븐틴은 청춘의 영원한 질문인 사랑과 우정에 대해 그들의 답을 내야 하는 순간, 꾸밈 하나 없이 격정적인 힘과 뒤돌아보지 않는 속도로 노래를 부른다. ‘SOS (Prod. Marshmello)’에서 “Where is the love”를 고민하지만 곧바로 “We can find the love”를 다짐하는 마음. 지난 10일 세븐틴은 ‘2023 더팩트 뮤직 어워즈’에서 대상을 수상한 뒤 앙코르 곡으로 ‘손오공’을 불렀다. 새 앨범의 타이틀 곡 ‘음악의 신’ 가사처럼 그들은 시상식의 마지막에 모두를 “춤춰 노래해 기분이 끝내”주게 하는 위치에 올랐다. 그러나 그들은 요즘 시상식에서 이례적인 앙코르 무대를 하면서 여전히 무대 위의 모든 일에 힘을 낸다. ‘음악의 신’의 유쾌한 후렴구, “쿵 치 팍 치 쿵 쿵 치 팍 치”를 음절 하나마다 강한 힘을 주는 목소리, 표정은 웃고 있지만 몸은 끊임없이 복잡한 스텝을 밟으며 다양한 대형을 만들어내는 퍼포먼스처럼. ‘음악의 신’ 도입부와 후렴구에 쓰이는 경쾌한 멜로디에 쿵 치 팍 치”가 “쿵 치 ‘뽝’ 치”처럼 들릴 만큼 펄펄 끓는 에너지로 바뀌는 순간은 지금의 세븐틴의 위치, 힘, 속도를 동시에 보여준다.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야 하는 시상식 헤드라이너의 자리에 올랐지만, 그들은 여전히 쿵쿵 뛰는 청춘의 심장으로 힘차게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후렴구 “세상에 음악의 신이 있다면 이건 당신께 주는 메시지”가 “쿵 치 팍 치”로 전환되는 사이에는 신나면서도 힘차게 노래하는 멜로디, “춤춰 노래해 기분이 끝내주네”가 있다. 상이한 분위기를 가진 두 멜로디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작곡의 완성도와 이 변화를 거친 에너지를 유지하면서 정확하게 표현해내는 가창은 그들이 여전히 힘차게 뛰는 청춘이면서 한 해에 1,000만 장 이상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는 슈퍼스타이자 빼어난 테크니션이기도 하다는 것을 동시에 보여준다. 

 

‘SOS (Prod. Marshmello)’가 전반부에 트랩 스타일의 비트를 활용하다 후렴구에 이모코어라 해도 좋을 만큼 거칠고 절박한 목소리의 멜로디로 바뀌거나, ‘Back 2 Back’이 각각 다른 분위기의 멜로디가 세 번 변한 뒤 후렴구에서 폭풍처럼 몰아치는 멜로디를 전개하면서도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그들의 기술적 역량 때문이다. 파트마다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멜로디를 전개하면서도 그것을 멤버들의 보컬 디렉팅을 통해 일관된 정서로 연출하는 우지의 프로듀싱은 새로운 정점에 올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SEVENTEENTH HEAVEN’은 K-팝 아이돌 특유의 멜로디라인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입증하면서, ‘K-멜로디’라고 할 법한, 음악적인 스타일로서 한국 아이돌 특유의 멜로디라인을 2023년의 음악이 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했다. 곡마다 장르가 달라지고, 복잡한 멜로디 전개를 치밀한 구성으로 설득하지만, ‘SEVENTEENTH HEAVEN’의 핵심에는 어떤 노래에서든 후렴구에서는 앞뒤 재지 않고 감정을 쏟아내고야 마는 K-팝 아이돌의 전통적인 정서가 있다. 연차가 쌓이고 할 수 있는 음악이 많아지고 전 세계에 팬을 만들어도 후렴구에서 마음을 벅차오르게 하는 멜로디의 힘은 변하지 않는다. 또는 청춘이 청춘인 이유는 변하지 않는다. 그 점에서 ‘SEVENTEENTH HEAVEN’은 지금 기존의 K-팝으로 불렸던, 보다 정확하게는 한국 보이그룹에 통용됐던 어떤 음악적 양식의 가능성을 한계까지 끌어올렸다.

 

‘Shining Diamond’에서 세븐틴은 데뷔를 앞둔 그들의 자신감을 “이미 충분한 시간과 압력 모두 거쳤으니 잘 봐 I’m that Diamond”로 표현했다. 그리고 8년 후 그들은 ‘Diamond Days’에서 다시 한번 “충분한 시간과 압력”을 노래하며 “처음 날을 기억”한다. ‘Shining Diamond’에서 속삭이던 “Slip into the diamond life”를 ‘Diamond Days’의 후렴구에서 열창하며 부르는 것처럼, 그들은 8년 전보다 더 큰 에너지를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Diamond Days’의 하이라이트는 그 에너지를 꺼버린 채 곡의 리듬에만 의존하며 “Da- Diamond Days Da- Diamond”를 반복하는 순간이다. 힘의 강약을 절묘하게 조절하는 뛰어난 테크닉을 통해 오히려 힘을 뺐을 때, 오히려 그럼에도 리듬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세븐틴의 현재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힘껏 소리치지 않아도, 앞으로 경쾌하게 나아가며 ‘다이아몬드’에 대한 기억을 상기시키기만 해도 그들은 가슴 벅찬 감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수많은 ‘압력’을 거치며 ‘다이아몬드 레코드’를 기록하는 팀이 되었다. 그 시간 동안 그들은 ‘SEVENTEENTH HEAVEN’까지 미니 앨범만 11장을 냈고, 수많은 공연 속에서 ‘아낀다’부터 ‘Fear’와 ‘Fearless’ 그리고 ‘손오공’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퍼포먼스를 몸을 던지듯 수행했다. ‘SOS (Prod. Marshmello)’의 가사 “Everyday we’re fightin’”은 인기 보이그룹으로서 그들의 삶이고, ‘Back 2 Back’의 “강한 믿음에 등져 서 있어”라며 동료에게는 등을 내어줄 수 있다는 믿음은 그들이 압력을 이겨내고 다이아몬드가 될 수 있었던 힘이다. 마치 폭풍의 한가운데에서 뒤돌아 보지 않고 앞으로만 나아가는 것 같은 ‘Back 2 Back’의 후렴구 멜로디처럼, 세븐틴은 창작력과 체력의 한계를 동시에 시험하는 K-팝 슈퍼스타의 전쟁 같은 삶을 살아내는 청춘의 우정과 연대를 증명해왔다. 그래서 ‘음악의 신’에서 세븐틴이 표현하는 음악에 대한 찬미와 모두가 그들의 음악과 춤을 즐기길 바라는 것은 때로는 고통스러울 수도 있었던 시간과 압력 속에서 청춘이 만들어낸 다이아몬드처럼 느껴진다. ‘힘을 다하고 쓰러져도 포기를 모르고 날뛰는 중’이던, 그래도 “I Luv My Team I Luv My Crew”를 부르며 “계속 달릴 수 있어 더”라고 외치던 ‘손오공’들이 기어이 스스로 깨달음을 얻고 세상에 행복을 전한다. 

 

세븐틴은 ‘Headliner’에서 “비 내리는 또 다른 날이 와도 너의 첫 줄에 서 있을게”라며 헤드라이너가 된 누군가를 응원하고 싶어 한다. 명실상부한 헤드라이너가 된 순간, 자신들의 음악을 듣고 있는 이들에게 “You’re my headliner”라고 하는 아이돌. 이것은 기적이다. ‘Monster’의 가사 “Bottom to the 탑스타”처럼 그들은 작은 연습실에서 노래와 춤, 그들을 알리는 인터넷 방송까지 하던 시절로부터 지금에 이르렀다. 영광만큼이나 드러낼 수 없었던 상처와 고통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지금 이 순간, “Bottom to the 탑스타”로 오른 순간 자신의 노래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그들의 헤드라이너라며 사랑을 고백한다. 데뷔 전부터 직접 음악과 춤, 홍보를 위한 인터넷 방송까지 하던 아이돌이 계속 자체 앨범 판매량을 갱신하면서 성장하고, 결국 K-팝 역사상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앨범을 낸 다음, ‘너’가 나의 헤드라이너였다고 노래하는 것은 이제는 픽션에서도 잘 보이지 않는 서사다. 세븐틴은 그것을 현실에서 하고 있다. 세븐틴의 퍼포먼스 유닛은 ‘Back 2 Back’에서 힘겨운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우정과 믿음을 표현하고, 힙합 유닛은 ‘Monster’를 통해 그들의 인기를 “지금 나의 삶은 살짝 Pop star 못 믿겠음 놀러 와봐 Concert”라며 귀엽게 과시한다. 보컬 유닛은 ‘하품 (Yawn)’을 통해 떠나 보낸 ‘너’에 대한 말하지 못했던 진심을 담백하게 표현한다. 멤버 전원이 부르는 앨범의 첫 세 곡이 ‘다이아몬드’가 된 그들의 현재를 가능케 한 시간에 대한 자부심, ‘SOS (Prod. Marshmello)’처럼 어떤 어려움에도 “I’ll be waiting here cuz I’m your friend”의 마음으로 넘어서려는 의지, ‘음악의 신’이라도 불러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아티스트로서의 역할을 노래한다면, 세 유닛의 곡들은 이 거대하고 화려한 K-팝 슈퍼스타의 내면에 여린 소년의 마음이 있음을 고백한다. 인기에는 조금 으쓱대고 싶고 하지만 여전히 함께 세상을 헤쳐 나가는 동료이자 친구가 중요하고, ‘너’에게는 전하지 못하고 삼켜야 했던 진심이 있다. 거침없이 소리치는 청춘의 목소리가 중심에 있는 이 앨범에서 ‘너’에게 마음을 전하는 ‘하품 (Yawn)’과 ‘Headliner’는 차분한 목소리로 낮은 음 위주의 멜로디를 부르는 이유일 것이다. 소년은 성장하여 성공했다. 부와 명예는 이미 넘치게 쌓았다. 그러나 여전히 뒤돌아보지 않고 함께 달려간다. “차가운 바람 어둠”의 세상을 뜨거운 우정과 수줍은 사랑으로 헤쳐 가면서. 그런 아이돌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