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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배지안,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디자인. 전유림
사진 출처. tvN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콩콩팥팥)’ (tvN)

배지안: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이하 콩콩팥팥)’는 배우 이광수가 나영석 PD에게 친구 네 명이 함께 재밌게 할 수 있는 방송을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이광수를 비롯해 서로 절친한 사이로 잘 알려진 도경수(EXO 디오), 배우 김우빈과 김기방이 주말 농장에 도전하다 보니 서로를 파악하거나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 없다. 나영석 PD가 연출한 ‘신서유기’에서 종종 봤던 “오해하지 마세요 진짜 싸우는 중입니다^^”라는 자막이 나올 법한 상황이 1화부터 등장한다. 돈을 쓸 일이 있으면 무조건 휴대폰 초시계를 이용해 한 사람에게 ‘몰아주기’를 하고, 밭을 가는 방법을 정하는데도 한참이다. 먹고 싸우고 중간에 스트레칭도 한 번 했다가 다시 싸우고 먹느라 농사는 언제 하나 싶지만, 그들은 트랙터를 빌려 한 번에 문제를 해결하고, 마을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가며 농사법을 익힌다. 인생 첫 농사임에도 불구하고 심어보고 싶은 건 많고, 밭은 이쁘게 꾸미고 싶고, 네 명이 호기롭게 원형 밭을 만드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헛웃음이 난다. 하지만 수박 먹고 뱉은 씨를 모아 밭에 심는 등 시청자들이 한 번쯤 궁금했던 일들을 시도해 보는 사이 멤버들은 점점 농사에 몰입하게 된다(진짜 싹이 난 게 반전이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농부를 꿈꿨다는 도경수는 서울에서 밭을 관찰할 CCTV를 사비로 구입해 직접 설치하고, 집에서 선인장도 못 키운다던 김기방은 의외의 재능을 발견하고 김우빈은 좀 더 스타일리시한 밀짚모자를 준비하는 엉뚱함을 보인다. 당최 오디오가 비지 않는 이광수 덕분에 ‘리틀 포레스트’ 감성은 무너졌지만 나영석 PD는 대신 네 사람이 농사를 짓는 사이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의 삶을 자연스럽게 담아낸다. 평소엔 느긋하고 잔잔하던 마을이 복날만 되면 여기저기 백숙 파티로 바빠지고, 쌀집에선 작업복을 팔고 정육점에선 신발도 판다. 농사에 진지해지는 것은 마을에 녹아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가끔은 ‘콩받는’ 친구들이지만, 정겹고 따스운 마을 이야기를 소개한다.

가사가 없는 음악 (Apple Music)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K-팝의 클래식 음악 샘플링 혹은 보간(interpolation, 특정 녹음이 아니라 선율의 일부를 빌려쓰는 것)이 때때로 하나의 유행처럼 느껴진다면, 반대로 클래식 분야에서 익숙한 대중음악을 새롭게 연주하는 것도 하나의 갈래처럼 따로 말할 수 있다. 최신 K-팝의 클래식‧재즈 연주 버전이 무난한 배경음악의 대표 격으로 희화되는 웃지 못할 경우가 종종 있지만, 역시나 그 안에서도 옥석은 있다. 애플뮤직의 ‘가사가 없는 음악’이 주목하는 지점이다. 더블베이스로 연주하는 퀸의 ‘Bohemian Rhapsody’, 포르투갈 기타에 의한 비틀스의 ‘Here Comes the Sun’이 그렇다. 조니 미첼의 ‘Both Sides Now’는 그 존재가 알려진 녹음만 1,500가지 이상이다. 여기서 최근 나온 훌륭한 버전을 들을 수 있다. ‘가사가 없는 음악’은 ‘노래’를 팝 원곡으로 제한하지 않는다.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의 ‘Ah, je veux vivre(아! 꿈 속에 살고 싶어라)’, 슈퇼첼의 아리아 ‘Bist du bei mir(당신이 곁에 계신다면)’, 2004년 영화 ‘코러스’의 ‘Vois sur ton Chemin(너의 길을 보아라)’가 이어진다. 홀리데이 시즌으로 뛰어들기 전에 잠시 마음을 가다듬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