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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이지연
디자인. MHTL
사진 출처. 하이브 레이블즈 재팬

늑대의 군무가 주는 쾌감 

강명석: 9명이 손바닥을 땅에 붙인 채 웅크려 앉아 있다. 마치 늑대처럼. &TEAM이 새 앨범 ‘First Howling : NOW’ 타이틀 곡 ‘War Cry’의 퍼포먼스를 시작하는 순간이다. 퍼포먼스가 끝날 때도 그들은 똑같이 웅크려 앉는다. 다만 그들의 몸은 조금씩 위아래로 흔들린다. 마치 숨을 몰아쉬는 늑대처럼. ‘War Cry’는 웅크려 앉아 조용히 정면을 바라보던 늑대들이 “my sound”로 “서막의 밤”의 “정적을 찢”고 “좁은 굴을 벗어나 낯선 세상에 날 던져” 숨이 가쁘도록 뛰고, 싸우고, 울부짖는(‘Howling’) 이야기다. 그들에게 “낯선 세상”은 동시에 “거친 세상”이기도 하지만, 그들은 손가락을 날카롭게 펴고 늑대 울음소리를 내며 한가운데로 모이고, 오히려 “지금이 Perfect timing”이라며 어깨를 들썩거리고 몸을 최대한 크게 보이도록 해 앞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들은 이윽고 몸을 숙인 뒤 이내 곡의 시작과 끝처럼 웅크려 앉고, 바닥에 다리를 붙인 채 움직이며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 두 다리로 서 있던 인간이 사라지고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네 다리로 싸우는 늑대가 나타났다. 아홉 마리가 한 마리처럼 움직이면서. 이 순간의 가사, “Can you feel it? Can’t believe it? Can you hear it?” 나를 느끼고, 믿고, 들을 수 있냐는 외침은 무대 위 &TEAM의 퍼포먼스를 통해 늑대인간 같은 존재가 정체성을 세상에 드러내는 의미를 더한다. 세상에 자신의 진짜 정체성을 밝힐 수 없기에 “좁은 굴”에서 살았고, 그들은 어딜 가든 세상의 “거친” 면과 부딪혀야 한다. 그들이 세상에 자신을 밝히기 위해서는 모두 모여 힘을 잔뜩 준 채 세상과의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 
 

&TEAM 멤버들과 캐릭터가 연계된 늑대인간들의 이야기, 웹툰 ‘DARK MOON : 회색도시’에서 늑대인간들은 자신들의 안식처를 찾기 위해 여러 도시를 떠돌지만 배척받는다. 퍼포먼스를 통해 표현하는 ‘War Cry’의 가사는 ‘DARK MOON : 회색도시’ 속 늑대인간의 심경을 ‘First Howling : NOW’에 대한 관점으로 옮겨온다. 앨범의 두 번째 곡 ‘Dropkick’에서 “너와 함께라면 달려나가는 거야 미래로”라며 햇빛 가득한 하늘 아래를 달리는 것처럼 밝게 노래하고, “Won’t leave you standing by yourself”를 합창으로 부르는 것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세상에서 배척받는 그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이 그만큼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일 것이다. ‘너와의 만남’에 대한 행복을 노래하면서도 “무섭지는 않아” 같은 표현이 있는 Really Crazy와 제목부터 스스로를 이방인으로 암시하는 ‘ALIEN’에서 “가자 마음이 가는 대로”라고 노래하는 순간까지 이어지면, ‘First Howling : NOW’는 ‘ALIEN’처럼 배척받던 존재들이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고, 행복을 느끼고, 다시 떠날 채비를 하는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너’는 단지 함께해서 행복한 누군가가 아니라 ‘War Cry’의 가사처럼 “누군가의 울음 위에”, “서로 답을”하고 함께 “돌격 앞으로” 나아가는 내 무리의 일원이 된다. ’DARK MOON : 회색도시’가 그렇듯, 배척받는 이가 세상에 나아가려면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이들과 무리를 만들어야 한다. &TEAM의 등장을 알린 ‘&TEAM Debut Trailer’는 ‘늑대는 달린다’라는 문장이 등장하고, 하나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것은 늑대 시점에서 바라보는 세상이었고, ‘War Cry’의 퍼포먼스는 ‘First Howling : NOW’는 물론 ‘First Howling’ 시리즈 전체에 이 시선을 입힌다. 9명의 멤버가 늑대로 변하고, 대부분의 동작에서 팔다리를 크게 뻗으며 모든 순간에 코어 근육에서 힘을 빼지 않는 것처럼 움직인다. 늑대처럼 크고 거칠지만 한 덩어리처럼 움직이는 군무 속에 “무릴 지어서 돌격 앞으로”를 부르는 순간 일렬로 있던 멤버들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하지만 똑같은 호흡으로 움직이는 순간은 거침없는 신인의 군무가 줄 수 있는 쾌감과 함께 이 팀의 이름, &TEAM’의 의미를 새삼 생각나게 만든다. ‘TEAM’work. 멤버 개개인의 테크닉 이전에 연습량과 멤버들의 호흡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군무를 통해 &TEAM은 그들이 세계관 속 캐릭터가 아닌 무대 위에서 하나의 늑대 무리가 됐음을 입증한다. &TEAM은 작년에 데뷔가 확정됐던 네 명, 오디션 프로그램 ‘&AUDITION - The Howling -’으로 선발된 다섯 명이 모여 탄생했다. 국적도 언어도 서로 달랐다. 하지만 지금 인간 세계의 그 경계들은 무의미해 보인다. 그들은 모두 늑대들인데. 

미약한 목소리가 거대한 함성이 되는 순간

이지연: “Where are you? ただ探している(그저 찾고 있을 뿐이야)”. &TEAM의 데뷔 곡 ‘Under the skin’의 도입부는 고립된 세상 속에서 ‘나’와 같은 꿈과 생각을 가진 ‘너’를 찾고자 하는 소년의 외침으로 시작한다. 작고 흐릿할지 몰라도 “I’m right here, I’m right here”라며 내뱉은 목소리는 이윽고 “Howling”이 되어 서로에게 닿았다. 나(‘First Howling : ME’)로 가득찬 세상에서 너와의 조우를 통해 우리(‘First Howling : WE’)의 세계가 열린 것이다. 지난 두 장의 앨범이 “너와 내가 만난 순간”에 이르는 과정과 마침내 “하나가 된 목소리”(‘FIREWORK’)를 낼 수 있게 된 우리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번 앨범 ‘First Howling : NOW’는 하나가 된 우리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의 첫 시작점(start line)이기도 하다. 힘찬 출발을 알리듯 ‘STARTLINE’ 버전의 콘셉트 포토에서 멤버들은 경기장의 흰색 선 위에서 금방이라도 달려나갈 기세로 준비 자세를 취한 채 결연하게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세상을 향해 과감한 첫발을 내디디며 “어린 날을 벗어나 거친 세상에 날 던”(‘War Cry’)질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Road Not Taken’)을 내딛게 만드는 것은 양옆에 서 있는 동료들의 힘이다. “서로 공명”하는 “난 너를, 너는 나를 닮아” 있는(‘War Cry’) 서로가 존재하기에, “혼자가 아니야”라고 말해주던 너의 목소리(‘Dropkick’) 덕분에.

 

결속과 공명은 &TEAM이 현재까지 발매한 세 장의 앨범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주제일 뿐 아니라 팀을 이루는 주된 근간이기도 하다. ‘I-LAND’부터 ‘&AUDITION - The Howling -’에 이르기까지 저마다의 자리에서 같은 꿈을 꾸던 아홉 소년은 무려 두 차례의 치열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거친 끝에 마침내 서로에게 도달할 수 있었다. ‘First Howling’ 시리즈를 집대성한 이번 앨범은 이처럼 &TEAM이 그간 걸어온 길이자 이들의 이야기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 정규 앨범의 도입부를 &TEAM의 현재를 보여주는 신곡 ‘War Cry’와 ‘Dropkick’으로 시작하여, 후반부는 &TEAM의 시작점이자 탄생을 알린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그널 송 ‘The Final Countdown’와 파이널 라운드 미션 곡 ‘Melody’, ‘Running with the pack’을 배치하며 마무리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18개의 트랙 위에는 &TEAM의 과거와 현재가, 너와 내가 만난 우리의 시간이 켜켜이 새겨져 있다. 아홉 명의 개인(‘ME’)이 하나의 팀(‘WE’)으로 연결되며 ‘WE’가 다시 ‘NOW’로 확장되는 순간, 서로를 향해 내던 미약한 목소리는 어느새 세상을 향해 외치는 거대한 함성(War Cry)이 된다. 함께한다면 “반드시 강해질 수 있을”(‘Dropkick’) 것이라는 확신을 바탕으로 “무릴 지어서 돌격 앞으로”(‘War Cry’)를 외치며 새로운 세계를 향해 과감하게 뛰어들게 만들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