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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후령
사진 출처. SM 엔터테인먼트

샤이니의 키는 그와 자신의 팬을 ‘Captain Freak’과 ‘Little Freaks’로 부른다. “저도 어릴 때부터 평범하지는 않았어요. 그런 지점들이 저를 만들어줬다고 생각해요.” ‘엘르’와의 인터뷰에서 키가 한 말처럼, 키는 스스로를 ‘Freak’이라 명명하며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나의 캐릭터를 만들고, 남들과는 다른 방식을 찾으면서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2023년, 데뷔 16년 차 아이돌이 된 키가 이룬 것들은 오직 ‘키다운’ 것을 하면서 꾸준히 그 외연을 넓혀온 결과다. 키는 tvN ‘놀라운 토요일’과 MBC ‘나 혼자 산다’라는 화제성 높은 두 예능 프로그램의 고정 패널로 활약하는 예능인이 되었고, 동시에 지난 6월 발매한 샤이니의 정규 8집 ‘HARD’와 9월 발매한 자신의 미니 2집 ‘Good & Great’로 그룹과 솔로로서 모두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지난 2014년 그가 팬 ‘Little Freaks’를 향해 남긴 이 말은 이미 이루어졌을지도 모른다. luv u always and we’re gonna rock this world! 자신이 추구하는 모든 방향에서 멋진 결과물들을 보여주고 있는 키의 화려하면서도 치열한 모습들을 담아보았다. 

KEY LAND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강점이 뭐냐면 나는 나다운 거만 해.” 2018년 ‘👨‍🎤 샤이니 키가 말하는 그의 콘텐츠, JAYKEEOUT x VWVB™(이하 ‘JAYKEEOUT’)’에서 키가 한 말은 그가 가진 일에 대한 철학을 한마디로 압축한다.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 EP.09’에서 MC 이영지가 끊임없이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는 연예계에서 오랫동안 자기 자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묻자 키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우리 자리는 티오(T/O)가 나는 자리가 아니잖아요.” 키의 조언에 따르면 중요한 것은 “더 웃긴 사람이 있을지언정 나의 방식으로 웃기는 사람은 없게끔 만들면 되는 것”이다. 키는 ‘놀라운 토요일’에서 간식 게임 중 나오는 거의 모든 곡의 안무를 알고 있어 ‘안무위키’라는 별명을 얻었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엔딩 요정’ 게임, ‘자체 원샷’, ‘받아쓰기 자막’ 등 프로그램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코너들을 만들어 ‘인간 놀토’라고 불릴 정도의 핵심 인물이 되었다. 이는 그가 십수 년간 수많은 무대에 서왔고, 미팅에 갈 때면 PPT를 준비해 자신이 생각하는 프로그램의 방향성과 스스로의 강점에 대해 제안(‘JAYKEEOUT’)할 만큼 주체적으로 기획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아이돌이기에 소화할 수 있는 역할이다. 독자적인 캐릭터를 구축해 예능에 대한 해법을 찾은 것처럼, 음악적으로 키가 스스로를 차별화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은 ‘패키징’이다. “앨범적으로는 같은 레트로지만 당연히 달라야 하고, 비슷할수록 ‘이거 뭐 언제까지 하는 거야.’라는 얘기가 안 나오게끔은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무조건 예뻐야 되고 그냥 지나가다가도 사고 싶게끔 만들어야 한다.”(‘Killer’ Made by Keller #1’)고 키가 강조했듯이, 장난감 피규어 포장을 연상시키는 ‘BAD LOVE’, 옛날 비디오테이프 케이스 형태의 ‘Gasoline’, 초회 한정판 게임팩 버전 ‘Killer’ 등 일명 키의 ‘레트로 트릴로지’로 불리는 3연작 앨범의 패키징은 ‘레트로’라는 큰 틀 안에서 변주를 줬고, ‘Good & Great’은 오피스 콘셉트에 따라 커버 레터, 레포트, ID카드 형태의 패키징을 시도했다. 키는 예능과 음악 두 분야에서 솔로 콘서트명인 ‘KEYLAND’라 할 만한 고유의 영역을 구축했고, 도전을 거듭하며 스스로의 경계를 넓혀가는 중이다. 키의 세 번째 솔로 콘서트 ‘KEY CONCERT - G.O.A.T. (Greatest Of All Time) IN THE KEYLAND’의 소개 문구처럼. “늘 다양한 모습에, 우리에게 언제나 낯설지만 익숙하고, 익숙하지만 낯선 그곳”.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키

패션은 키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처음으로 선택한 일이었다. 2016년 토크 버스킹 프로그램 JTBC ‘말하는대로’의 연사로 선 키는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제가 옷을 되게 좋아해요. 일단 옷을 막 사기 시작했어요. 옆에서는 미쳤다고 했는데 나는 그게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것에 너무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이후 키는 패션에 대한 관심을 기반으로 샤이니 콘서트 의상을 디렉팅하거나(‘엘르’), 2015년 샤이니의 ‘View’ 활동 뮤직비디오 스타일링에 참여(‘밀라논나’)하는 등 팀의 비주얼 콘셉트 기획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디렉터로서의 역량까지 갖추게 된다. 키의 정규 2집 타이틀 곡 ‘가솔린 (Gasoline)’의 안무를 담당한 카니(Kany)가 키를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아는 종합 예술가”(‘Inside the ‘Gasoline’ #4’)라고 표현한 것처럼, 키는 솔로 앨범의 디렉터로서 앨범 전반의 콘셉트를 비롯한 패키징, 디테일한 세팅까지 정확하게 제시한다. ‘엘르’와의 인터뷰에서 키는 “허구의 삶을 사는 게 아닌 만큼 제 기억 속의 레퍼런스를 쓰는 게 저에 대한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레트로 트릴로지는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키의 설명에 따르면, ‘BAD LOVE’는 “레트로 스페이스 콘셉트”, ‘Gasoline’은 “레트로 무비 중에서도 B급 영화”, ‘Killer’는 “보드게임과 게임팩 게임기, 1990년대 애니메이션”의 느낌을 반영한 것이다. 또 뮤직비디오 촬영 소품인 음식을 “못 먹을 것 같긴 한데 정말 예쁘고 가지런하게” 세팅해달라고 제안할 정도로 섬세한 디렉션을 주기도 한다. 키의 솔로 커리어에서 분기점이 되었던 ‘BAD LOVE’의 재킷 사진을 “지난날 제가 좋아했던 취향의 집합체”이자 “고로 상상만 14년 한 콘셉트”라고 설명했듯이, 아직도 ‘비주얼라이징’의 힘을 믿는다.는 키는 상상 속에 있던 자신의 취향과 영감을 앨범의 형태로 구현한다. 

마케터 키

아티스트가 아닌 다른 일을 했다면 무슨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키는 “성향과 잘 맞을 것 같아서 마케터를 했다면 잘했을 것 같다.”고 답한 적이 있다.(‘KEY is Good & Great #2’) 사실 키는 이미 훌륭한 마케터다. 유튜브 콘텐츠 ‘뱀집’에 출연한 키는 셀프 메이크업을 하고 온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걸 좋아하는 거야. 그게 어떻게 보면 좀 다른 셀링 포인트가 된 거지. 나는 ‘나혼산’에서 이미 일상도 보여주고 있고.” 키는 자신의 대중적인 이미지를 명확히 파악하고 그래서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지를 영리하게 기획한다. 일례로 2021년 오랜만에 음악 방송 무대에 선 키는 면봉으로 눈밑을 정리하는 제스처를 취하거나, “곧 민호 나옴”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어 다음 차례를 예고하는 등 위트 있는 엔딩 샷을 만들어내며 ‘엔딩 요정’계의 새로운 유행을 불러일으켰다. ‘마리끌레르’와의 인터뷰에서 키는 이러한 시도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해 “플랫폼의 경계가 무의미하다.”는 점을 짚으며, “음악 방송을 실제로 보는 사람보다 SNS에 전파되는 짧은 ‘짤’을 접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샤이니가 오래 활동하기 위해서는 “우리 음악을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는 언제든지 형태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읽어낼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키가 이끌어낸 새로운 ‘엔딩 요정’ 유행은 가벼운 장난에서 시작된 나비 효과처럼 보이지만, 한국에서 인스타그램이 대중적이지 않았던 2013년에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미디어와 플랫폼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전략적으로 설계한 결과다. 키는 ‘230812 mini핑계고 : 유재석, 지석진, 키(KEY) @뜬뜬편집실 (OneCam)’에 출연해 유행처럼 번지는 것들을 “다 그렇게 한다고 다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샤이니가 댄스 챌린지를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던 시점인 ‘HARD’의 성과를 예로 들며 자신의 일은 어느 정도 트렌드를 따라가야 “현역의 느낌”을 살려준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JTBC ‘뉴스룸’ 인터뷰에서 키가 “지금 인기가 많다는 모든 것들을 챙겨 보거나, 먹어보든가, 가보든가.” 하는 식으로 직접 경험하고 공부하며 “저의 일로 한번 녹여서 끌어들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처럼, 그가 늘상 강조하는 “현역의 느낌”이란 결국 이러한 노력으로부터 유지되는 ‘무엇’일지도 모르겠다.

What’s in KEY’s life?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대해서 다 보여주면 재밌잖아. 나는 절대 내가 살아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를 가르치려고 했던 적은 없어. 그런데 의도치 않게 위안이 됐던 거지.” 2018년 ‘JAYKEEOUT’에서 키가 남긴 말은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그의 관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제가 구축해온 라이프스타일적 이미지가 영향을 발휘하는 시기가 온 것 같아요.” 올해 초 ‘엘르’와의 인터뷰에서 키가 말한 것처럼, 키가 먹고, 입고, 쓰는 것에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키는 요리 레시피나 생활 루틴과 같은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유행을 선도하는 인물이 됐다. 쪽파 크림치즈, 바냐 카우다, 레몬 딜버터 등 ‘나 혼자 산다’에서 키가 선보인 레시피는 매번 이목을 끌었고, 그중 ‘기범주’라 이름 붙인 홍차 티백을 활용한 소주 레시피는 SNS에서 크게 화제가 돼 진로와의 협업을 통해 홍차맛 토닉워터를 출시했을 정도다. 또 키가 테라스에서 작물을 키우고, 식물을 사러 가는 모습은 뉴스에서 ‘파테크’나 ‘반려식물’과 같이 최신 트렌드를 설명하는 자료 화면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성별과 관계없이 그냥 저 사람이 쓴다는 이유로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은 그가 개척한 또 하나의 영역이다. 더불어 ‘나 혼자 산다’를 통해 키가 제안하는 삶의 방식은 개성 있고, 사려 깊고, 건강하기까지 하다. 직접 키운 대파로 만든 김치를 쪽지와 함께 이웃에 나눈다거나, 등산 준비물로 정상에서 먹을 오이절임과 크림치즈를 살뜰하게 도시락 통에 담고 낙엽 책갈피를 만들기 위한 손코팅지까지 챙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요리, 공부, 운동, 여행 등 하나의 유튜브 채널이라 해도 될 만큼, 그의 일상에는 다채롭고 재밌는 콘텐츠가 가득하다. 

I’m good I’m great

“‘항상 행복하게 일하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심으로 응원하고 본인을 의심하는 상황과 절대 맞닥뜨리지 않길 제가 정말 바라겠습니다.” 키는 ‘Good & Great’을 “프리랜서든 정규직이든 계약직이든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바치는” 노래라고 소개한다.(‘KEY is Good & Great #4’) ‘Good & Great’에서 여러 차례 반복되는 “나는 좋아 난 멋져”, “OK 잘하고 있어 난 이겨내고 있어”라는 가사는 키가 ‘Worker’들에게 전하는 응원의 말이자, 동시에 스스로에게 “하루 종일 열댓 번을 되새기는 주문”이기도 하다. “생활 속 많은 순간들에서 ‘위트’로 넘어가고자 하는 저만의 주문이 있는 듯해요. 주문에 해당하는 그 말을 입 밖으로 냈을 때 공감하는 사람들의 반응, 또 그 반응이 일으키는 환기 효과라는 게 있잖아요.” ‘더블유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키가 자신이 종종 사용하는 “다 지긋지긋해”라는 표현의 의미에 대해 말한 것처럼, “I’m good I’m great” 또한 “낙하산을 타고 창문 밖 일탈하는 상상”을 하고 “가끔 도망치고” 싶을 때 나 자신을 달래고 분위기를 환기하는 일종의 주문이다. 키가 내가 나를 쓰담쓰담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제안해 만들어진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듯한 안무 동작처럼 말이다.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키는 “데뷔하자, 1위 하자, 상 받자, 핸드폰 받자.”라는 목표들이 있었던 예전과는 달리, 현재 그가 가진 목표는 “이번 주에 중요한 촬영이 있는데 잘 넘기자!”라고 말했다. 이제 앨범을 낼 수 있는 여건에서 지속적으로 앨범을 낼 수 있다면, 그렇게 활동할 수 있다면 그게 성공이라고 생각한다.는 키는 ‘뉴스룸’ 인터뷰에서 대중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지구력 있게 꾸준한 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키는 “그토록 원해왔던 선택한 이 길이 쉬울 리”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힘든 날엔 선택 받은 거라 또 믿어”보겠다고 노래한다. 키는 자신의 시간을 믿는 것이다. 일의 기쁨과 슬픔을 넘나들며 차곡차곡 내실을 다져왔던 15년의 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