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020 세븐틴의 퍼포먼스
‘Fearless’, 세븐틴이 이뤄낸 승리의 서사
2020.12.30
누구도 원하지 않는 이유로 인류의 역사에 오랫동안 기록에 남을 한 해였다. 그래도 사람들은 살아갔고, 살아남기 위해 애썼다. 12월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이어지는 여섯 팀의 어떤 무대들에 대한 각각의 이야기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2020.06.22. Mnet ‘SEVENTEEN COMEBACK SHOW [헹가래]’ : ‘Fearless’
세븐틴이 지난 6월 22일 Mnet ‘SEVENTEEN COMEBACK SHOW [헹가래]’에서 선보인 ‘Fearless’는 진군의 북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버논이 무게감 있게 울리는 비트에 맞춰 거대한 북을 울리자, 무대는 곧 전장이 된다. 화이트아웃(시야 상실)을 야기하는 강한 빛, 불꽃, 연기 등의 연출이 더해져 현장감을 불어넣는다. 곳곳이 찢긴 제복은 앞서 수차례 거쳐왔을 전투의 혹독함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그럼에도 세븐틴은 싸움을 끝내기 위해 ‘다시 링 위로’ 향한다. 그들이 맞서는 적은 두려움에 휩싸인 과거의 자신이다. 세븐틴이 지난해 발표했던 곡 ‘독 : Fear’를 생각하면, ‘Fearless’는 ‘독 : Fear’의 진실을 상기해내고 이를 반전시키며 주도권을 쟁취하는 과정이다. ‘독 : Fear’에서 오른쪽 손목에 얼굴을 파묻으며 두려움에 잠식된 모습을 묘사했다면, 족쇄를 풀어내고 자유로워진 ‘Fearless’에서는 오른쪽 손목으로 독을 삼켰던 입가를 닦아낸다. 앞서 ‘겁이 나 깨지 못’하고 외면하던 승관은 ‘Fearless’에 이르러 자신의 반영을 똑바로 응시한다. 과거의 ‘상처를 기억’하는 정한은 디노를 일으키고, ‘오늘’을 말하는 디노를 딛고 넘어선 조슈아는 '좀 더 멀리' 가는 내일을 바란다.
어긋나고 부딪치던 세 시점의 자아가 서로를 끌어안을 때, 비로소 '새로운 나'가 탄생한다. ‘두려움 없는(Fearless)’ 내면에 한 발 더 다가선 찰나다. 이때 원우는 자신을 향해 손을 뻗는 도겸에게서 고개를 돌려 정면을 응시함으로써 창조되기를 거부하고, 미켈란젤로의 천장화 속 태초의 인간은 갖지 못했던, 스스로 태어나는 주체성을 획득한다. 이어 그가 베어 문 열매를 높이 들어 올렸다가 뭉그러뜨리는 동작은 성과의 무게와 두려움을 깨닫게 한 ‘독 : Fear’를 넘어서는 단계를 보여준다. 메탈 사운드와 함께, 후렴구 ‘Because I’m fearless’에서 멤버들은 절규하듯 날카로운 고음을 낸다. 이로써 곡은 그 자체가 단단하고 예리하게 벼려놓은 마음이자 승리를 위한 무기로서 존재한다. ‘독 : Fear’에서 유한함에 대한 불안을 멈출 수 없었던 그들은, 이제 자의적으로 두려움을 끊어내고 앞으로 나아간다. 요컨대 ‘Fearless’는 한 자아가 두려움과의 전투에서 치열히 고민하고 성찰하며 끝내 승리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대서사시다. ‘Fearless’가 9개월의 공백기를 가졌던 세븐틴의 인사이자 컴백 쇼 ‘헹가래’의 첫 무대여야만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헹가래는 혼자서는 절대 성립할 수 없으며, 위로 떠오르는 사람과 그를 받아서 다시 띄워주는 사람들이 각각 추락과 무게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서로 신뢰할 때에만 가능해진다. ‘영원한 건 절대 없단 걸 알면서도 끝낼 수도 없’었던 과거의 세븐틴은 용기를 내 몸을 던졌고, ‘영원한 건 절대 없단 걸 알 수 있기에 끝낼 수 있’다고 노래하는 현재의 세븐틴이 다치지 않도록 떠받쳐 준다. 세븐틴이 비상하는 순간이다. ‘나’와 ‘우리’를 믿기에, 혹여 추락하더라도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음을 알기에.
세븐틴이 지난 6월 22일 Mnet ‘SEVENTEEN COMEBACK SHOW [헹가래]’에서 선보인 ‘Fearless’는 진군의 북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버논이 무게감 있게 울리는 비트에 맞춰 거대한 북을 울리자, 무대는 곧 전장이 된다. 화이트아웃(시야 상실)을 야기하는 강한 빛, 불꽃, 연기 등의 연출이 더해져 현장감을 불어넣는다. 곳곳이 찢긴 제복은 앞서 수차례 거쳐왔을 전투의 혹독함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그럼에도 세븐틴은 싸움을 끝내기 위해 ‘다시 링 위로’ 향한다. 그들이 맞서는 적은 두려움에 휩싸인 과거의 자신이다. 세븐틴이 지난해 발표했던 곡 ‘독 : Fear’를 생각하면, ‘Fearless’는 ‘독 : Fear’의 진실을 상기해내고 이를 반전시키며 주도권을 쟁취하는 과정이다. ‘독 : Fear’에서 오른쪽 손목에 얼굴을 파묻으며 두려움에 잠식된 모습을 묘사했다면, 족쇄를 풀어내고 자유로워진 ‘Fearless’에서는 오른쪽 손목으로 독을 삼켰던 입가를 닦아낸다. 앞서 ‘겁이 나 깨지 못’하고 외면하던 승관은 ‘Fearless’에 이르러 자신의 반영을 똑바로 응시한다. 과거의 ‘상처를 기억’하는 정한은 디노를 일으키고, ‘오늘’을 말하는 디노를 딛고 넘어선 조슈아는 '좀 더 멀리' 가는 내일을 바란다.
어긋나고 부딪치던 세 시점의 자아가 서로를 끌어안을 때, 비로소 '새로운 나'가 탄생한다. ‘두려움 없는(Fearless)’ 내면에 한 발 더 다가선 찰나다. 이때 원우는 자신을 향해 손을 뻗는 도겸에게서 고개를 돌려 정면을 응시함으로써 창조되기를 거부하고, 미켈란젤로의 천장화 속 태초의 인간은 갖지 못했던, 스스로 태어나는 주체성을 획득한다. 이어 그가 베어 문 열매를 높이 들어 올렸다가 뭉그러뜨리는 동작은 성과의 무게와 두려움을 깨닫게 한 ‘독 : Fear’를 넘어서는 단계를 보여준다. 메탈 사운드와 함께, 후렴구 ‘Because I’m fearless’에서 멤버들은 절규하듯 날카로운 고음을 낸다. 이로써 곡은 그 자체가 단단하고 예리하게 벼려놓은 마음이자 승리를 위한 무기로서 존재한다. ‘독 : Fear’에서 유한함에 대한 불안을 멈출 수 없었던 그들은, 이제 자의적으로 두려움을 끊어내고 앞으로 나아간다. 요컨대 ‘Fearless’는 한 자아가 두려움과의 전투에서 치열히 고민하고 성찰하며 끝내 승리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대서사시다. ‘Fearless’가 9개월의 공백기를 가졌던 세븐틴의 인사이자 컴백 쇼 ‘헹가래’의 첫 무대여야만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헹가래는 혼자서는 절대 성립할 수 없으며, 위로 떠오르는 사람과 그를 받아서 다시 띄워주는 사람들이 각각 추락과 무게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서로 신뢰할 때에만 가능해진다. ‘영원한 건 절대 없단 걸 알면서도 끝낼 수도 없’었던 과거의 세븐틴은 용기를 내 몸을 던졌고, ‘영원한 건 절대 없단 걸 알 수 있기에 끝낼 수 있’다고 노래하는 현재의 세븐틴이 다치지 않도록 떠받쳐 준다. 세븐틴이 비상하는 순간이다. ‘나’와 ‘우리’를 믿기에, 혹여 추락하더라도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음을 알기에.
글. 임현경
디자인. 페이퍼프레스
사진 출처.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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