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 멤버들의 포토북 시리즈 ‘The Thirteen Tapes (이하 TTT)’의 네 번째 주인공은 ‘Wait’를 발표한 디노다. ‘TTT’의 발표에 앞서 ‘TTT’ 제작에 참여한 위버스 매거진이 디노와의 인터뷰를 미리 공개한다. 72페이지에 달하는 디노의 더 많은 사진들과 특전은 ‘The Thirteen Tapes (TTT)’ vol. 4/13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븐틴의 네 번째 ‘TTT’로 ‘Wait’를 발표해요. 멤버들에게 보여줬나요?(이 인터뷰는 ‘Wait’ 발표 전인 10월 19일에 진행됐다.)
디노: 최근에 ‘음악의 신’ 연습이 끝난 뒤 모아서 한꺼번에 보여줬어요. 연습실에서.
아, 상영회를. 역시 세븐틴.(웃음)
디노: 네. 상영회를 해버렸는데(웃음) 멤버들이 진심으로 너무 멋있다고 해주는 거예요. 승관이 형이 저한테 그런 말 많이 안 하는데(웃음) “이야, 디노! 진짜 멋있다. 진심이다.” 이래서 너무 기분 좋았어요.
형들 없이 혼자 끌고 가는 건 어땠나요?
디노: 와아… 아, 진짜 쉽지 않다. 연습 때 힘든 걸 공감해줄 멤버가 없는 거예요. ‘음악의 신’ 연습 끝나고 꼭 솔로 연습을 해서 하루에 2~3kg씩 빠지기도 하고, 하루는 연습을 세 번 해야 해서 너무 힘들었어요. 근데 다들 “아이고, 디노 힘들겠다.”, “디노야, 나도 ‘Spider’ 때 진짜 힘들더라.” 하면서 위로해주는데, 속으로 울 뻔했어요. 뮤직비디오 찍는 날에 형들 열두 명 다 오기로 했는데, 기분 너무 좋아요.
‘Wait’는 우지 씨와 함께 작업한 것도 의미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우지 씨와 음악 이야기를 많이 하는 걸로 알아요.
디노: 제가 곡 작업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지만 벌스, 프리코러스, 훅 같은 각각의 아이디어 짜는 건 할 수 있는데 큰 그림 보는 건 아직 어렵거든요. 근데 우지 형은 그걸 너무 잘 봐요. 제가 아이디어를 내면 “그럼 이 부분을 좀 수정하면 너의 아이디어가 더 잘 살 것 같아.” 이런 식으로 리드를 많이 해줬어요. 진짜 많이 배웠고 대단해요. 처음에는 곡이 슬프기도 하면서 애잔한 느낌이 강했는데,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가 있어서 우지 형과 자주 만나서 많이 고쳤어요. 그러다 곡이 한 번 산으로 갈 때도 있었고(웃음) 노래 다 불러 놓고 다른 멜로디라인을 얹어 보기도 하고요. 우리는 ‘TTT’가 있어서 싱글이나 솔로 앨범 말고 꼭 선공개처럼, ‘TTT’로 ‘디노는 이런 걸 하고 싶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뭔가 화려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던 것 같은데, ‘Wait’는 화려한 기교가 있거나 하지 않아서 좋았어요.
곡의 비트가 굉장히 심플하기도 하고, 후렴구 들어가는 부분에서 비트만 나오기도 해요. 그런 선택 자체가 힘을 빼려고 한 것 같아요.
디노: 뭔가 더 보여주려고 힘을 줬으면 노래도 춤도 아예 달라졌을 텐데 있는 그대로의 제 성향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평소에는 조용한 곳을 좋아하기도 하고.
사적인 시간을 보낼 때는 자극이 없는 것들에 끌리는 건가요?
디노: 직업 자체가 자극을 받고 또 주는 직업이라서 그런지 개인 시간에는 최대한 안정적인 감정을 유지하려고 해요. 그럴 때 제 마음을 읽어주는 차분한 노래들을 많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모든 것에 힘을 줬죠. 온몸에 긴장을 하고 매사 모든 힘을 쏟았는데 그러니까 쉽게 지치고 재미가 없어지는 게 너무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미있게 일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된 건데, 힘을 빼면 뺄수록 더 새로운 것들이 나오고 재미있더라고요.
에너지를 낮게 유지할 때는 뭘로 내면을 채우나요?
디노: 몇 년 전부터 여행 가서 바다 좀 보고 걸어요. 제가 사는 곳을 떠났다 다시 돌아오면 내면이 채워지더라고요. 여행을 하면 생각을 안 하게 되거든요. 일적으로 뭔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잖아요. 부산에 갔는데 거기서 연습실 잡고 연습할 건 아니니까요. 여행의 그 순간을 느끼는 게 나한테 가장 좋은 일이란 생각만 하니까 저한테 잘 맞아요.
‘Wait’에도 ‘생각 없음’에서 나오는 여유가 두드러지는 것 같아요. 목소리 톤도 굉장히 여유롭게 멜로디를 타고 넘어가던데요.
디노: 보컬 톤은 계속 수정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 목소리에서 나올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세븐틴 활동할 때는 조금씩 보여주거나 상황에 따라 다른 톤을 썼어요. ‘Wait’에서는 그걸 꼭 들려드리고 싶어서 톤을 원하는 대로 내는 걸 중점적으로 생각했어요.
노래처럼 퍼포먼스도 처음부터 힘을 주기보다 천천히 분위기를 끌어올려요. 누워서 시작하는데, 손끝을 작게 움직이는 것부터 시작하더라고요.
디노: 최영준 안무가 님이랑 얘기할 때 신선한 그림을 많이 보여주고 싶었어요. 누워서 시작하는 것도 후렴구 안무를 짜는 데 생각보다 안 나와서 둘이 누웠다 “형, 누워서 시작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하니까 안무가 님이 “나도 그 생각했다.”고 해서 하게 됐어요. 그 자세에서 시작하는데 그때의 비트가 워낙 섬세해 손끝으로 시작해서 일어나는 걸로 표현했어요.
곡 고를 때의 기준에 퍼포먼스에 대한 염두도 반영된 건가요?
디노: 이번 곡은 퍼포먼스를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제가 안 할 것 같은 걸 하고 싶었거든요. 팀 내에서 형들한테 재롱도 부리고, 개그도 하고, 분위기도 살리는 캐릭터라 무대 위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춤이 화려하거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멋있다고 하는 동작들도 큰 감동을 줄 수 있지만, 일상 속의 동작들을 춤으로 녹인다면 그것만큼 공감이 되고 감동을 주는 게 없지 않을까란 생각을 요즘 많이 해요. 그래서 ‘Wait’도 손을 한 번 움찔 한다든지, 나에게 오라는 몸짓을 한다든지 하는 동작들이 있고, 그런 동작들을 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요.
위버스 라이브에서 “모든 게 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던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요.
디노: 저는 춤이 곡을 표현하는 수단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전체적인 부분을 많이 신경 썼어요. 내가 하는 동작과 연결되는 표정, 내가 무슨 말을 전하고 있는지, 그걸 받아들일 사람들이 어떻게 느꼈으면 좋겠는지 곡 내내 신경 써요. 그래서 춤 이전에 디노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조금 더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Wait’에서는 제가 생각해보니까 사랑 이야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더라고요. 오히려 자전적인 이야기를 했고. 그래서 스물다섯 살의 제가 느끼하지 않게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랑 노래를 할지 생각했죠.
1절에는 혼자 춤을 추면서 몸을 구른다거나 하는 동작도 하면서 현대무용을 연상시키는 안무를 보여주고, 2절에는 여성 댄서들이 함께 등장해 같은 동작의 춤을 춰요. 후반부에는 댄서들이 디노 씨와 따로 움직이고요. 혼자였던 사람이 누군가를 만났다 다시 나뉘는 이야기 같기도 했어요.
디노: 곡의 스토리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그런 구성이 나온 것 같아요. 퍼포먼스를 준비하면서 댄서분들과 어떻게 같이 무대를 꾸밀지 고민했는데, 이 노래는 여성 댄서분들과 같이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페어 안무보다 엄청 잘 추는 동작을 똑같이 보여주려고 했어요.
“엄청 잘 추는 동작”이라고 말한 것처럼 ‘Wait’ 후렴구에서 비트가 나올 때 손끝부터 다리까지 그리고 턴을 하면서 여러 테크닉을 보여줘요. 동작의 선택 기준이 뭔가요?
디노: 첫 시작 동작에 이어서 가장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동작을 선택했어요. 춤을 췄을 때 가장 자연스러워야 보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느끼니까요. 손끝에서 다리, 그 다음 턴으로요. 그리고 춤부터 생각하는 사람들은 노래를 들으면 무조건 박자가 쪼개진 대로 춤을 맞추는 게 습관이 돼요. 박자에 다 맞추려면 멋있게 잘 짜야 하는데, 그런 것들을 맞추려다 보니까 스킬이 막 들어가요. 최영준 안무가 님이 “디노는 되니까.”(웃음) 이러면서 안무를 짜기도 해서, 그걸 그냥 다 하니까 그렇게 나온 것 같아요.
그렇게 많은 생각들을 해서 그런지, 퍼포먼스가 전체적으로 보면 자연스럽게 흘러가지만 하나씩 따져보면 굉장히 치밀해요. 창작자로서 치밀하고 꼼꼼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디노: 오, 진짜 맞아요. 감사합니다.(웃음) 연습실에서 진짜 세심하게 연습하는 편이에요. 반대로 무대에 올라갔을 때는 아무 생각도 안 하려고요. 연습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춤이 몸에 배게끔 하려고 하거든요. 그냥 고개를 돌려도 내가 잘 나오는 각도가 나오게끔 연습을 많이 하고, 무대에서는 거기서의 느낌과 감정에만 집중해요. 그랬을 때 제 이성과 감정이 딱 잘 맞물리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러려면 연습량이 엄청나게 많아야 할 텐데요. 연습실에서 계속 거울 보면서 혼자 연습하면 외롭지는 않나요?
디노: 그렇죠, 힘들죠. 사실 처음 얘기하는 건데, 저는 거울 보면서 춤을 잘 못 춰요.
그래요?
디노: 거울을 바라보는 제 모습을 보면서 춤을 잘 못 추겠어요. 제 모습을 보면서 ‘아쉽다, 아쉽다.’ 하다 보니 거울을 잘 못 봐요. 그래서 춤추면서 영상 찍고 연습 뒤에 모니터링을 많이 해요. 제3자 입장이 돼야 제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내 모습을 거울로만 보면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고 생각해서, 한발 물러나서 보는 게 그나마 저를 발전시킬 수 있는 것 같아요.
모니터링을 그렇게 하면 시간을 두 배로 쓰는 거잖아요.
디노: 그게 너무 가치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단체로 연습할 때도 ‘두세 번 추고 가자.’ 이것보다 딱 두 번 추는데 한 번 추는 것을 찍고 모니터링 바로 하고 ‘이거 바꿔야겠다.’ 하고 또 찍고 한 번 더 모니터링 그리고 퇴근. 이게 저는 가장 효율적이고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Wait’도 끊임없는 모니터링과 발전의 결과 같아요. 곡의 퍼포먼스에 ‘DANCEOLOGY’의 경험들이 담긴 것 같거든요. ‘DANCEOLOGY’는 춤추는 공간을 바꾼다거나, 현대무용적인 퍼포먼스를 하면서 계속 새로운 시도를 했어요.
디노: 맞아요. ‘DANCEOLOGY’하면서 가장 많이 알게 된 건 감이에요. 꾸준히 하지 않으면 감을 잃잖아요. ‘DANCEOLOGY’는 안무 창작이나 춤을 췄을 때 느낌들을 잃지 않게 해줬고, 지금까지도 춤에 재미를 갖게 만들어줬어요.
‘DANCEOLOGY’를 하면서 버논 씨, 승관 씨, 민규 씨와 같이 추기도 했는데, 세 분이 체형이나 춤 스타일이 각자 다르잖아요. 다른 멤버들의 안무 디렉터가 되는 경험을 했을 것 같아요.
디노: 확실히 있어요. 멤버들을 보면 바로 떠오르는 느낌이나 안무가 생기거든요. 그런 것들로 제 춤의 느낌이 좀 달라지고 ‘나도 이런 폭넓은 느낌을 낼 수 있는 사람이 됐구나.’라는 걸 현실로 체감하는 시간이었어요. 제일 좋은 건, 멤버들이 너무 좋아해주는 거예요. “안무 좋다. 어렸을 때 우리가 땄던 수준의 안무들 같다.”는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았어요.
한정적인 시간에 만들어야 하는 춤에서 저런 호흡을 보여준다는 건, 그런 상황이 평소에 많은 게 아닐까 했어요. 멤버들이 혼자 연습할 때 같이 연습해주는 경우가 많나요?
디노: 네, 많아요. 전 형들하고 같이 많이 춰요. ‘손오공’ 할 때는 도겸이 형이랑 남아서 맨날 연습하고 그랬었어요.
함께 연습할 때 어떤 역할을 하나요?
디노: 약간 응원 담당 그리고 보조 선생님?(웃음) 춤출 때 어려운 게 있으면 저한테 편하게 물어봐주기도 해요. 저는 그럴 때 춤을 재밌게 춰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이거 아닌데.” 대신 “그것도 맞다.”고 하면서 멤버들을 북돋아주려고 해요.
‘인더숲’ 시즌 2에서 세븐틴이 잘된 게 타이밍도 맞고 운이 좋았던 부분도 있겠지만, 운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유일한 게 ‘팀워크’라고 말했어요. 세븐틴의 팀워크는 어디서 나오나요?
디노: 진심으로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말을 안 하면 모르잖아요. 멤버들끼리 모든 말을 다 하는 건 아니에요.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니까. 근데 그걸 누군가 이끌어주기도 하고 다른 멤버들의 입장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기도 해요. ‘요즘 이 멤버는 이런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걸 인지하고 있는 게 엄청 큰 힘이에요.
세븐틴 안에서 디노 씨는 어떤 역할을 하려고 하나요?
디노: 매년 멤버들한테 하는 말이 있어요. “형들이 무슨 일을 하든 무슨 환경이든 그냥 곁에 있을, 형들을 아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열두 명의 멤버들이 뭘 하고 있는지는 나한테 중요하지 않다. 이미 나에겐 너무나 의미가 큰 사람들이 됐기 때문에 뭘 하든 나는 좋다. 그러니까 편하게 말해.”라고. 그래서 형들이 저한테 편하게 많이 말해줘요. 그럼 저는 그냥 듣기만 하고 아무 얘기도 안 해요.
열네 살에 연습생 시작해서 그런 마음을 갖기까지의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디노: 질문해주시니까 생각 나는 게, 그때부터 생긴 습관이었던 것 같아요. 연습을 매일 하는 건. 회사에 막 들어왔을 때는 형들이 쟤도 연습하다 나가는 건 아닌가 싶어서 바로 친해지진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연습생으로 본분을 다하자.’ 하고 죽어라 연습했어요. 그게 일주일 지나고 한 달이 지나니까 형들이 관심을 더 가져주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말이 좀 트였는데, 어떻게 내 감정을 말해야 하는지는 몰랐어요. 그래서 입 꾹 다물고 있다 감정을 한 번 터뜨렸던 일이 있었어요. 그러니까 형들이 ‘디노가 갑자기 왜 이래? 안 그러던 애가 갑자기 왜 이래?’ 이러면서 ‘디노가 힘들구나. 참고 살았던 게 많았구나’ 하면서 그때부터 얘기를 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여기까지 왔죠. 멤버들 사이를.
열두 명의 형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겠어요.
디노: 형들 열두 명이 다 다르잖아요. 그 열두 명을 다 보면서 사람에 따라 어떻게 대하는 게 더 잘 맞는지 데이터들이 좀 쌓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지금 스물다섯 살인데, 그 전에 열두 번의 스물다섯 살을 본 거잖아요.(웃음) 열두 명의 형들이 20대가 되는 과정을 다 한 번씩 봐서, 저 때가 되면 어떻게 해야겠단 걸 많이 배우죠.
형들에 이어 열세 번째 스물다섯 살이 되는 사이에 디노 씨가 추구하게 된 이상적인 아티스트의 모습이 있나요?
디노: 제가 늘 “역사에 남을 아티스트”, “K-팝의 미래”(웃음) 이렇게 말하고 그랬는데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사람들이 세븐틴이나 저에게 공감이나 재미를 느끼면 좋겠어요. 노래를 듣고 ‘나 딱 이런 마음이었는데.’ 이런 말을 듣고 싶어요.
‘음악의 신’이 더 와닿았겠어요.
디노: ‘음악의 신’은 너무 적합한 곡이죠. 이야기 자체도 ‘음악으로 통하는 우리는 하나’ 이런 내용이라 너무 좋았죠.
‘음악의 신’처럼 세븐틴은 음악에 감사하며 모두를 행복하게 하고 싶어 하는 팀이 됐는데, 디노 씨는 어떤 기분이에요?
디노: 가끔, 혼자 가끔 ‘나 진짜 고생 많이 했다. 이걸 어떻게 버텼을까? 지금이면 도저히 못할 텐데.’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조금 더 신중해지는 것 같아요.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주변에서 “네가 좋은 마인드로, 좋은 습관을 가지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너를 보면서 누군가는 꿈을 키우고 있을 거니까.”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책임감도 느껴요. 메시지를 전하는 힘이 클수록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말들을 하고 싶고요.
캐럿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디노: 캐럿은 제 모든 아이디어들과 무대에서 느끼는 감정들의 근본이거든요. 누군가 제 노래를 사랑해주고 저를 사랑해준다는 게 정말 간단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캐럿 분들을… 저는 한 번도 당연하게 생각한 적 없어요. ‘내가 이걸 내면 캐럿들은 당연히 들어주겠지, 좋아해주겠지.’ 하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래서 실망시키고 싶지 않고, 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캐럿들한테는.
세븐틴의 ‘Rock with you’가 생각나네요. “넌 당연하지 않아”.
디노: 데뷔할 때 했던 ‘세븐틴 프로젝트’가 1,000명의 팬이 모여야 데뷔하는 조건이었어요. 그 1,000명이 가까스로 모여 데뷔했을 때의 그 감정을 기억해요. 그때는 캐럿이라는 이름도 아직 없었어요. 그래서 ‘지금 삶에 너무 감사하다.’는 감정을 멤버들이 암묵적으로 다 느끼는 것 같아요.
그 모든 일들을 거쳐 K-팝의 현재이자 미래가 된 세븐틴의 멤버 디노 씨는 어떤 어른이 된 것 같아요?
디노: 저는 생각보다… 많은 걸 내려놓은 어른이 된 것 같아요. 열네 살에는 행복의 기준이 뭔지 아예 몰랐던 것 같아요. 그때와 지금의 마음이 많이 다르고, 성격도, 환경도 모든 게 변해서 그런지 지금은 사소한 게 너무 좋아요. 멤버들이랑 연습하고 무대에 서고, 캐럿들이랑 신나게 놀고, 여행도 가는 게 너무 즐거운 요즘이에요. 그래서 ‘Wait’도 발표하고 나면 기분이 뿌듯하면서도 좀 아쉬울 것 같은 게, 이 과정이 너무 재밌거든요. 결과도 결과지만 준비하면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들로 행복의 초점이 바뀐, 그러니까 결과보단 과정이 더 중요해진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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