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년 사이 빌보드 핫 100의 가장 인상적인 변화 중 하나는 연말 차트 상위권에서 캐럴의 활약이다. 물론 스트리밍 덕분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겨울이 되면 모든 사람은 자의 반 타의 반 캐럴을 들었다. 그래도 계절적인 라디오 성적이나 앨범, 음원의 반짝 판매량이 차트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스트리밍은 사람들이 듣는다는 실질적인 소비 행위를 측정 가능한 것으로 바꾸고, 차트가 그 지표를 받아들였다. 말하자면 캐럴의 차트 지배력은 스트리밍이 음악 소비의 보편적 플랫폼이 된 역사에서 가장 선명한 지층이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있다. 이 노래는 1994년 머라이어 캐리의 캐럴 앨범 ‘Merry Christmas’의 수록 곡으로 발표되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정상급 뮤지션에게 캐럴 앨범은 그렇게 진지한 프로젝트가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상업적 전성기에 있던 머라이어 캐리는 ‘Merry Christmas’를 빌보드 200 3위까지 보냈다.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뮤직비디오가 제작되는 등 앨범의 대표 곡이었고, 라디오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공식적인 피지컬 음반 형태로 싱글이 나온 적은 없다. 당시 핫 100은 피지컬 형태의 싱글 음반이 없다면 등재 자격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핫 100에 진입한 적은 없다. 그 후로도 이 노래가 홀리데이 재생 목록의 일부가 되기는 했지만, 상업적 성공이라는 측면에서는 머라이어 캐리 본인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이 이 정도로 만족했을 것이다.
그런데 1998년에 핫 100 등재에 싱글의 피지컬 음반을 요구하는 규칙이 사라진다.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2000년 1월, 83위로 딱 한 주간 처음 핫 100에 등장한다. 그 이후 이 노래가 핫 100에 다시 오를 때까지 10년 이상이 걸렸는데, 오래된 노래가 차트에 재진입하는 것을 막는 다양한 규칙(Recurrent Rule)이 여전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 규칙이 점차 완화되면서 2012년 홀리데이 시즌에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핫 100 29위로 재진입하여 21위까지 오른다. 규칙이 바뀌어 차트에 돌아온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캐럴의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순위는 매년 꾸준히 상승하여, 2017년에는 9위, 2018년에는 3위에 오른다.
마침내 2019년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핫 100 1위에 오른다. 캐럴이 핫 100 1위에 오른 것은 1958년 이후 처음이었다. 그 이후는 전설이다. 2019년 4주간, 2020년 2주간, 2021년 3주간, 2022년 4주간 1위를 기록하며 총 12주간 1위에 오른다. 이 곡 덕분에 머라이어 캐리는 핫 100 1위 19개로 비틀스의 20곡과 불과 1곡 차이다. 그는 19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 2020년대에 모두 1위 곡을 가진 최초의 아티스트다. 그는 가장 오랜 기간에 걸쳐 1위를 내고, 가장 많은 주간 1위를 기록한 아티스트다.
2011년 빌보드는 홀리데이 100 차트를 따로 발표하기 시작했다. 음악계가 캐럴 시장을 주목하기 시작한 무렵이고, 핫 100이 재진입 조건을 완화하여 클래식 캐럴을 다시 등재하기 직전이다. 2023년 홀리데이 100 차트는 12월 2일 자로 돌아왔다. 2011년 이후 총 63주간 작성된 차트에서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58주간 1위를 기록했다. 나머지 5주간 1위는 펜타토닉스 3주간, 저스틴 비버 1주간, 아리아나 그란데 1주간이다.
홀리데이 100 차트의 2위 터줏대감이 바로 브렌다 리의 ‘Rockin’ Around the Christmas Tree’다. (빌보드 올타임 홀리데이 100 차트) ‘Rockin’ Around the Christmas Tree’는 1958년 발매된 클래식이다. 이 노래는 2013년 홀리데이 시즌에 50위로 핫 100에 돌아왔다. 역시 꾸준히 상승하여, 20178년 30위, 2018년 9위로 머라이어 캐리를 따라잡아 왔다. 이후 머라이어 캐리가 홀리데이 여왕으로 재위한 2019~2022년 4년간 2위를 지켰다. 같은 기간 동안 2위만 9회다. 그리고 2023년, 마침내 만년 2위가 새로운 왕좌에 오른다.
올해 연말 시즌이 시작되던 때로 돌아가보자. 11월 25일 자 핫 100에서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17위로 재진입한다. 왬!의 ‘Last Christmas’를 비롯하여 다른 3곡의 홀리데이 클래식이 핫 100에 돌아왔지만, 그중 ‘Rockin’ Around the Christmas Tree’는 없었다. 이때만 해도 머라이어 캐리의 독주가 영원할 줄 알았다. 12월 2일 자 핫 100에서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4위로 상승하고, 글로벌 200은 3위까지 올라간다. 같은 주간 ‘Rockin’ Around the Christmas Tree’는 핫 100 8위, 홀리데이 100 2위로 재진입한다.
이때부터 ‘Rockin’ Around the Christmas Tree’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한다. 12월 2일 자 차트가 공개된 11월 28일에 이미, 12월 9일 자 차트 성적 집계 기간(11월 24~30일)이 상당히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주중 성적을 보면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라디오, 음원 판매 등에서 앞서고 있지만, ‘Rockin’ Around the Christmas Tree’의 스트리밍이 더 빠르게 증가하면서 스포티파이의 ‘Daily Top Songs USA’ 차트 1위를 지키고 있었다.
이는 ‘Rockin’ Around the Christmas Tree’의 발매 65주년을 맞이하여, 과거보다 적극적인 홍보 정책을 펼친 덕분이다. 브렌다 리는 새로운 뮤직비디오를 내놓았다. 동시에 캐럴 5곡이 수록된 ‘A Rockin’ Christmas With Brenda Lee’ EP를 새로 내놓았다. 그중에는 프로듀서 필러스의 댄스 리믹스도 포함되어 있다. 틱톡도 시작했다. 그녀가 댄스 챌린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래와 자신의 경력에 대한 회고를 공개했다. 비행기에서 기내 인터콤으로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 바이럴을 타기도 했다.
물론 머라이어 캐리의 ‘연금’이 아무 노력 없이 저절로 유지된 것은 아니고, 올해도 마찬가지다. 머라이어 캐리는 2020년, 2021년 연속으로 애플TV+를 위한 스페셜 쇼를 만들었다. 2022년에는 CBS와 ‘Mariah Carey: Merry Christmas to All!’ 스페셜을 방송하는 등 대규모 홍보를 쉰 적이 없다. 2023년에도 11월이 되자마자 짧은 비디오를 공개하고, 홀리테이 테마의 빅토리아 시크릿 캠페인에 등장했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노래를 부르고,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운명의 12월 9일 자 핫 100, 결과는 ‘Rockin’ Around the Christmas Tree’의 정상 등극이다. 2019년 홀리데이 시즌 이후 작년까지 2위만 9회 했다. 자세한 성적을 따져보면, 머라이어 캐리가 여전히 음원 판매와 라디오에서 강세를 보이고, 브렌다 리가 스트리밍에서 앞선다. 종합 점수는 근소한 차이였을 것으로 보인다.
캐럴 시장의 판도만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 걸려야만 가능한 기적적인 기록이 여럿 만들어졌다. 핫 100에서 발매 65년 만의 1위는 가장 오래 기다린 기록이다. 기존 기록은 역시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의 25년이다. 브렌다 리 개인으로는 1960년 이후 63년 만의 세 번째 1위 곡이다. 기존 기록은 셰어가 ‘Believe’로 기록했던 25년 만의 1위다. 브렌다 리는 올해 78세다. 역대 최고령 1위 아티스트다. 그녀는 이 노래를 13세에 녹음했다. 녹음 시점으로 따지면 가장 어린 아티스트의 1위 곡이기도 하다. 하나 같이 앞으로 깨질 것이라 기대하기 어려운 기적적인 기록이다. 한편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글로벌 200과 미국 제외 글로벌 차트 1위를 지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는 여전한 위세를 자랑했다.
이제 홀리데이 시즌은 더 재미있어졌다. 매주 누가 1위일까 지켜보는 일이 연중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하다. 일단 12월 16일 자 핫 100에서는 ‘Rockin’ Around the Christmas Tree’가 2주째 1위를 지켰다. 앞으로 1월 초 차트까지 계속 될 대결이다. 그리고 내년에도, 그 다음에도. 우리는 먼 훗날 언젠가 아리아나 그란데의 ‘Santa Tell Me’, 켈리 클락슨의 ‘Underneath The Tree’, 저스틴 비버의 ‘Mistletoe’가 겨루는 것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