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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예진C
사진 출처. 하이브 레이블즈 유튜브

어릴 적부터 물을 가까이하던 소년은 아침 일찍 눈을 떴을 때도,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집에 들어왔을 때도 그리고 잠들기 전에도 어항 안을 다정하게 살핀다. 물고기들이 밥 잘 먹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는 보이넥스트도어의 이한은 물고기 아빠가 되어 어항 속에 또 다른 자신만의 세상을 가꾸어 간다. 이한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작은 자연, 어항과 함께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물생활 철학과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 물생활: 물고기를 기르는 삶을 뜻하는 신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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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와의 첫 만남

이한: 초등학교 때 부모님이 구피라는 물고기를 데려오셔서 기르기 시작했어요. 그때는 저도 어리다 보니 물고기를 기르는 방법을 자세히 알진 못했어요. 바나나라고 불리는 노란색의 시클리드라는 물고기도 키웠는데, 관리법을 잘 모르다 보니 어쩌다 그 친구가 죽게 된 거예요. 너무 슬퍼서 그 친구를 집에 있는 화분에 묻어주고, 무덤을 만들어서 돌에 이름도 새겨주었어요. 그 후 1년 정도를 굉장히 슬퍼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생명을 키우려면 더 깊은 공부가 필요하고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어항의 ‘여과 사이클(수조 안에서 발생하는 유해 물질이 잘 분해되어 물고기에게 적합한 환경이 조성되는 순환 구조)’ 원리를 공부하면서 본격적인 물생활을 시작하게 됐어요.

 

어항의 심장, 여과기

이한: 여과기는 어항 속 물을 계속 순환시켜주는 장치예요. 여과력이 좋으면 앞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수조 속이 투명해지고 물고기들의 변화도 느껴져요. 여과기도 휴대폰처럼 계속해서 좋은 신제품들이 나오는데, 물고기들한테 좋은 걸 해주고 싶으니까 계속 구글링을 하면서 찾아보게 돼요.(웃음) 스펀지 여과기, 외부 여과기 등 종류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저는 외부 여과기를 사용해요. 외부 여과기는 소음이 없고 어항 내에 자리를 차지하지 않아요. 그리고 입수구, 출수구를 투명한 걸로 쓰면 잘 보이지 않는 점도 장점입니다. 저는 여과기가 정말 어항의 심장이라고 생각해서 어항에 여과기를 과하게 달아줬어요. 비유하자면 방 하나에 에어컨 다섯 개를 단 느낌?(웃음) 물을 잘 갈아주고 여과 사이클이 잘 잡히면 적당한 여과력으로도 충분하지만, 혹시 제가 해외 스케줄을 가거나 며칠 동안 사전 녹화나 뮤직비디오 촬영이 있어서 바쁠 때는 관리에 한계가 있을 수 있잖아요. 언제 어떤 환경에서든 물고기들이 잘 지낼 수 있도록 엄청 빵빵하게 여과기를 달아주고 있어요.

보이넥스트도어의 물생활 입문기

이한: 어항을 들이기 전에 한 달 가까이 멤버들에게 물어봤어요. 멤버들 얼굴 보일 때마다 “진짜 괜찮아요?”, “진짜 어항 놔도 돼요?” 이렇게 집요하게 물어봤었어요. 아무래도 생명이다 보니까 한 번 들이면 계속 책임져야 하잖아요. 혹시라도 멤버들이 불편해할 수도 있으니까 조심스러웠는데 멤버들이 오히려 좋다고, 괜찮다고 말해줘서 감사하게도 데려오게 됐어요. 처음에는 어항을 보고 멤버들이 신기해하고 관심도 많았어요. 기계를 보면서 “이거 뭐야?” 물어보기도 하고, 계속 와서 구경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한 4개월 정도 지나니까 이젠 호기심을 가진다기보다 자연스러운 존재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숙소에서 각자 할 것들을 하면서.(웃음) 저희는 리얼리티 ‘재미있어 보이넥’에서의 모습이랑 진짜 똑같거든요. 각자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너무 행복한 것 같아요.


물고기 밥 주기

이한: 제가 물고기 밥을 주고 있으면 멤버들도 와서 주고 싶어 해요. 밥 줄 때는 물고기들이 몰려오니까요. 근데 당연히 밥 주는 건 제가 거의 다 해요. 이걸 하려고 물고기 기르는 건데!(웃음) 저는 적정량을 지켜서 밥을 주는 편이라, 밥을 이미 많이 준 상태면 멤버들에게 내일 아침에 와서 주라고 해요.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밥 주러 오는 사람은 저밖에 없죠.(웃음) 그러다 저녁에 밥을 줄 때 누가 다시 와서 “나 어제 밥 주기로 했는데 못 줬어!”라고 하면 그 사람에게 주라고 해요.(웃음) 물고기에게 밥을 줄 때는 어항 안을 잘 살펴야 해요. 무리 안에서 10마리 중에 항상 3마리 정도 밥을 잘 못 챙겨 먹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걸 보통 개체 탈락이라고 해요. 잘 먹는 애들은 진짜 빵빵해져서 엄청 커지는데, 잘 못 먹는 애들은 홀쭉하단 말이죠. 그럼 그런 애들만 기억해뒀다가 밥 먹는지, 안 먹는지 잘 지켜보고 안 먹으면 그 친구 먹을 때까지 계속 따라다니면서 줘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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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코리도라스

이한: 가만히 어항을 보다 보면 물고기들도 성격이 다 달라요. 사나워서 친구들을 따돌리는 애도 있고, 아니면 너무 착해서 그냥 구석에 숨어서 당하고만 있는 애도 있고요. 같은 종 안에서도 성향이 되게 다양해요. 코리도라스 같은 친구는 그냥 덤덤해요. 너무 털털하고 다른 애들이 와서 괴롭혀도 신경도 안 쓰고요. 코리도라스는 그리스어로 ‘코리’가 헬멧이라는 뜻이고 ‘도라스’는 피부라는 뜻이래요. 말 그대로 헬멧 같은 피부를 가진 물고기예요. 이 친구들의 뼈 모양을 보면 머리 쪽에 굉장히 단단한 갑이 싸여 있어요. 그래서인지 공격을 당해도 무덤덤하고 튼튼한 그런 친구라 귀엽습니다.


가장 멋진 물고기, 가물치

이한: 처음에 물고기를 접했을 때는 알록달록한 친구들에게 시선이 갔는데, 요즘은 수수한 무늬의 친구들이 예뻐 보이더라고요. 해외에 ‘스네이크 헤드’라고 불리는 가물치와 비슷하지만 색과 사이즈가 다르고, 굉장히 화려한 친구들도 있는데, 저는 그보다 한국 토종 가물치를 정말 좋아해요. 왜냐면 가장 강하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보면 ‘형님’ 소리가 나올 정도예요.(웃음) 한국 가물치는 힘이 세서 정말 멋집니다. 그리고 딱 보기에도 되게 멋있게 생겼어요. 진짜 뱀 같은 머리와 무늬가 참 멋있습니다. 


남미 콘셉트의 어항

이한: 지금 어항은 확실한 남미 콘셉트예요. 어항은 자갈이나 큰 돌, 유목의 재질에 따라서 콘셉트가 많이 바뀌거든요. 전에는 화산석을, 그다음엔 청룡석을 섞어 넣었고, 강모래를 썼었어요. 그런데 이번엔 좀 바꿔서 하얀 모래랑 유목들도 굉장히 많이 넣었어요. 전에는 동남아 계열 수초가 많았었는데 그걸 다 걷어내고 남미에 있는 소드 플랜츠라는 굉장히 크고 넓게 자라는 식물을 2개 심었어요. 이제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자리가 잡힐 것 같아요. 최근에는 엔젤피시랑 오토싱이라는 친구도 새로 데려왔어요. 엔젤피시는 어항 높이에 따라 핀이 세로로 예쁘게 자라는 친구들인데, 그 모습이 궁금해요. 그런데 엔젤피시는 확실히 어항 내에서 말썽꾸러기예요. 좀 마음대로 하려는 성격이 있는데, 다행히 제 어항에 있는 친구들이 속도가 대부분 빨라서 싸움이 붙지는 않아요. 오토싱이라는 친구는 벽 타는 버전의 코리도라스예요. 벽에 붙어서 이끼를 먹는 귀여운 친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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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를 위한 취미,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

이한: 스노클링을 너무 좋아해요. 살던 곳이 부산이라 그냥 오리발 끼고 바다에 나가 계속 왔다 갔다 하곤 했어요. 동남아시아에 가서 스쿠버다이빙도 해본 적이 있는데, 크레이피시나 고래상어 같은 친구들이 실제로 눈앞에서 돌아다니니까 너무 신기해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어요. 근데 요즘은 외국도 좋지만, 지리산이나 강원도 계곡에 가고 싶어요. 수심이 깊어서 스노클링하기 좋은 곳도 있고, 가을이 지나면 낙엽에서 물이 빠져 빨갛게 물드는 곳도 있고요. 다양한 매력을 가진 곳들이 많더라고요. 예쁜 물고기들도 너무 많아서 무엇보다도 그 친구들을 보러 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스쿠버다이빙은 전문적으로 하려면 4가지 단계의 자격증이 있고, 단계별로 들어갈 수 있는 수심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전에 나이가 어려서 도전하지 못했는데 앞으로 시간이 나면 무조건 라이선스를 얻어볼 생각입니다! 

 

물고기 구경하는 강아지, 코니(이한의 본가에 있는 반려견)

이한: 이건 저도 너무 신기했는데, 코니도 같이 물고기 구경을 해요. 어항이 정말 무거워서 책상 같은데 올리면 눌리거나 휘기 때문에 어항 규격에 맞게 보통 축양장이라는 선반을 제작해요. 본가에 있는 그 축양장이 높이가 되게 높은데 코니가 바닥에 앉아서 위로 어항을 올려다봐요. 저랑 자기 전에 같이 바닥에 앉아서 구경하기도 해요. 밤에 불을 다 끄고 어항 불만 켜두면 막 찰찰찰찰 달려와 앉아서 그걸 봅니다. 너무 귀여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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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Y NEXT FISH

이한: 일단 리우 형을 보면 박스피시라는 물고기가 떠올라요. 해수어인데 작고 공같이 생겨서 귀엽거든요. 제가 본 해수어 중에 제일 귀여워요.(웃음) 태산이는 블루탱. ‘니모를 찾아서’에서 나온 도리가 블루탱인데, 장난기도 많고 잘 때 옆으로 누워서 자거든요. 보면 막 죽은 척하고, 이상한 데에 끼어서 자고. 그렇게 장난기가 많은 모습이 태산이와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운학이는 확실히 코리도라스예요.(웃음) 운학이는 그냥 이렇게 뭐 먹을 거 없는지 찾으러 다니고, 먹고.(웃음) 되게 털털하지만 또 다정하고 귀여운 게 운학이 매력인 것 같아요. 재현이 형은 풍선몰리요. 풍선몰리는 이제 볼 옆에 이렇게 주머니가 있는데, 강아지가 꼬리 흔드는 것 같이 찰랑찰랑하며 다니는 친구들이에요. 강아지같이 귀여운 매력을 가진 재현이 형에게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성호 형은 제브라다니오로 하겠습니다. 이 친구는 일단 굉장히 활동성이 좋고 튼튼하고요, 진짜 안 죽기로 유명한 물고기예요. 정말 튼튼해서 물잡이 기간에 보통 이 물고기를 넣거든요. 새로운 환경에 정말 잘 적응할 수 있는 친구라 항상 파이팅이 넘치는 에너자이저 성호 형과 닮은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아까 말씀드렸던 가물치로 하겠습니다!

 

‘물멍(물을 바라보며 멍하게 있는 일)’이 주는 행복 

이한: 저만의 세상이 작게나마 하나 더 있는 기분이에요. 어항을 제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만들 수 있고, 좋아하는 친구들을 계속해서 볼 수 있어서 좋아요. 항상 숙소에 들어가면 어항 앞에 앉아서 “애기들 잘 있었어?” 이렇게 말을 걸어요. 물고기들이 작다 보니 저도 모르게 물고기들을 보고 “애기”, “어린이” 이렇게 불러요.(웃음) 애들이 잘 있었는지 보고, 아픈 친구는 없는지, 밥은 얼마나 남았는지 자연스럽게 살피게 돼요. 씻고 나와서도 잠깐 보고, 뭐 먹으면서도 잠깐 보고, 자기 전에 밥 한 번 더 주고 잘 먹는지 보고 자고. 이렇게 틈틈이 계속해서 보게 돼요. 어항 앞에 앉아 머릿속을 정리하는 시간도 보내곤 해요. 하루를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시간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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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아두고 싶고, 나누고 싶은 물생활

이한: 요즘엔 어항 구경하면서 토이카메라로 사진이나 영상을 찍고 있어요. 저화질로 찍히지만 그래서 오히려 운치가 있답니다! 그리고 제가 데뷔 때부터 쭉 꾸준히 물고기 사진이랑 제 사진을 같이 올리면서 뭐든지 과하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물고기 사진을 더 많이 올리면 물고기보다 제 얼굴을 보고 싶다는 댓글이 굉장히 많이 달리더라고요.(웃음) 근데 저는 제 눈에 너무 예쁘니까 보여주고 싶어서, 좋은 걸 함께 나누면 좋으니까요. 제가 보여드리고 싶은 것과 원도어분들이 보고 싶어 하시는 것들을 골고루 공유드리고 싶어서 나름 주기를 지키고 있어요.(웃음) 

 

물고기들에게 하고 싶은 말

이한: 일단 행복한지 물어보고 싶어요. 어항이 좀 넓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공간은 충분한지, 행복한지 물어보고 싶고 그런 다음에 어떤 사료가 맛있었는지 물어보고 싶어요. 종류가 많다 보니까요. 그리고 제가 평소에 말을 자주 거는 편은 아닌데 그냥 밥 잘 먹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먹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사실 물고기들이 밥 잘 먹는 게 제게 가장 큰 행복인 것 같고, 밥 먹는 모습이 가장 사랑스럽고 예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