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생 생활을 오랫동안 해온 만큼 데뷔 후의 느낌이 남다를 것 같아요.
제이: 기쁘고 들뜨기보다는 좀 차분한 것 같아요. 3년 동안 연습생 생활을 했다 보니 주변에 데뷔한 친구들도 많이 생기고, 옆에서 지켜보며 데뷔 과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거든요.
‘I-LAND’ 때랑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좀 더 차분해진 거 같기도 하고.
제이: 그렇죠. 방송 때는 매 순간 제 자신을 증명해야만 했던 석 달을 보내다 보니까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었고요, 무대에 설 때 떨림의 정도도 지금과는 너무 달랐고. 지금은 무대에서 거의 하나도 안 떨려요. 저희 집 안방에서 춤추고 노래하듯이 편안한 마음으로 집중하면서 하고 있습니다.(웃음)
방송 보니까 부모님께서도 엄청 유쾌하시더라고요.
제이: 부모님과 털털한 친구 같은 사이에요. 방송에서 어머니가 말씀하시는 것도 완전 직설적이잖아요.(웃음) 저랑 부모님 모두 되게 솔직 담백한, ‘상대방이 날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이 사람들한테 필요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겠다.’ 그런 느낌의 성격이에요. 방송에서도 연습생 때 했던 거랑 별반 다를 것 없이 그냥 ‘좋은 무대를 만들고 싶다.’라는 것만 생각하면서 매주 보내서 솔직한 면들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원분수’ 모먼트가 나오기도 했고요.(웃음) 그 장면을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제이: 어... 많이 힘들었었구나.(웃음) 지금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어쨌든, 그땐 많이 힘들었었구나. 너무 과하게 솔직했던 것 같아요.(웃음)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흑역사를 즐기라.’는 조언을 잘 실천하던데요.(웃음)
제이: 네, 지금 신경도 안 쓰고 있습니다. ‘될 대로 되라.’라는 식으로 신경 쓰지 않고 있고요, 어차피 돌이킬 방법은 없고, 제가 죽고 나서도 인터넷상에 떠돌 제 영혼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그냥 포기하고 있습니다.(웃음)
‘I-LAND’에서 사실 제이 씨가 항상 원하는 파트를 못 받아서 ‘원분수’를 느낀 것도 있잖아요.(웃음) 이번에는 파트가 마음에 들어요?
제이: (웃음)네. 되게 마음에 들고,(웃음) 후렴구에서 훅 부분에 성훈이 파트랑 제 파트, 거의 똑같은 부분이 두 차례 반복되잖아요. 사실 처음에는 성훈이 파트 때 제 춤을 추고 지금 제 파트 때 성훈이 걸 제가 추는 거였어요. 근데 나중에 안무 순서가 바뀌는 게 분위기에 맞겠다고 판단돼서 바뀐 거거든요. 그전에도 괜찮긴 했지만 바뀐 게 둘한테 훨씬 더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겁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웃음), 공포영화 같은 콘셉트를 소화하기는 어렵지 않았어요?
제이: 사람들이 저 겁 많다고 하는데 저는 진짜 겁 거의 없는 사람이고요.(웃음) 제가 논리적인 편이기 때문에(웃음) 과학적으로, 수학적으로 풀거나 해석하거나 증명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감이 좀 있는 편이에요. 그래서 호러틱한 부분에 좀 약했던 것 같아요.
제이: 네. 촬영했을 때는 아쉽다고 생각이 드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감독님이 엄청 멋있게 잘 만들어주셨더라고요. 특히 저랑 제이크가 마주 보고 있고 카메라가 가운데로 지나가서 성훈이로 넘어가는 파트를 찍을 때는 ‘아 이게 어떻게 담길까?’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그 장면이 생각보다 되게 멋있게 나와 가지고.(웃음)
‘Given-Taken’의 첫 번째 후렴구에서 눈빛이 인상적이더라고요.
제이: 제가 1절, 2절 둘 다 맨 앞이어서 전체적인 파트가 잘 보일 수 있도록 춤의 느낌과 표정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빠르고 힘을 팍팍 주는 춤보다 느린 게 훨씬 더 살리기 어렵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집중도를 올릴 수 있게 공격적인 느낌을 주면서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센터를 맡은 후렴구 부분도 굉장히 강렬했어요.
제이: 처음에 퍼포먼스 디렉터님이 그 부분을 약간 건들건들하고 불량한 느낌으로 하라고 하셨거든요. 거기에 더해서 제가 곡을 전체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저희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귀족 같은 느낌을 주는 것도 있기 때문에 좀 깔아보는 듯한 느낌을 포인트로 해석했어요. 그래서 몸은 최대한 힘을 주면서 춤추고 있는데 반대로 표정에는 여유를 주면서, 살짝 비웃는 느낌으로 표현했어요.
춤을 통해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제이: 예전에 댄스 선생님이 말씀하신, “춤은 기본기가 잘 갖춰져 있으면 누구나 잘 출 수 있는데 멋은 여유를 통해서 나온다.”는 말을 항상 새기면서 연습을 해왔거든요. 그래서 몸은 엄청나게 파워풀하고, 막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같이 힘을 주면서도 표정이나 전체적인 몸의 분위기는 ‘이 정도는 여유롭게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나오게 춤을 추고 싶어요. 그런 면에서 제가 K-POP 안무를 출 때 롤모델로 삼는 선배님이 방탄소년단의 지민 선배님이에요.
춤에 대해서 평소에 많은 생각을 하나 봐요.
제이: 제가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것에 대해서는 진짜 열정이 강해요. 완전히 그냥 하얘질 때까지 태워버리는 성격이어서, 뭐 하나에 꽂히면 몇 주 동안 밥 먹고 씻고 자는 시간 빼고는 하루 종일 그것만 한다든지, 그런 집념이 좀 있어요. 그리고 제가 뭔가를 딱딱 맞추는 걸 되게 좋아해요. 게임 닉네임도 다 똑같이 만들고, 물건들을 색깔별로 정돈한다든지. 이런 면들은 패션을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여러 디자이너들을 보고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칼 라거펠트님 같은 경우는 공적인 자리에서 무조건 블랙슈트만 입으셨는데, 그 사람의 확고한 이미지가 드러나잖아요. 어떻게 보면 콘셉트이기도 하죠. 사람을 봤을 때 어떤 느낌과 생각이 들게 만드는, 그런 아이덴티티가 보이는 게 멋있었어요.
제이: 예술과 관련된 것들엔 다 웬만큼 흥미가 있어요. 그리고 ‘아티스트’라는 말에 걸맞은 사람이 되려면 예술적으로 어느 분야에서든 부족함이 크게 없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본업부터 시작해서 외적으로 보이는 부분에 대해 예술에 몸을 담그고 있다는 게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해서 패션을 중요시하고 있어요. 그리고 방탄소년단 뷔 선배님처럼 패션으로 유명하신 아티스트분들 보고 멋있다고 생각해서 그 영향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멤버들 스타일링도 해준다고요.
제이: 애들이 요즘 부쩍 패션에 관심이 생겨서 저한테 이것저것 물어보더라고요. 제가 패션 감각이 뛰어난 건 아니고, 길이나 색감 등을 보고 계산을 잘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이렇게 매치했을 때 다리가 짧아 보일 수 있겠다.’, ‘이런 색 조합은 얼굴 톤이 뜰 수 있겠다.’라는 걸 사진만 보고도 알 수 있으니까 멤버들이 뭔가 계산기 쓰듯이(웃음) 저한테 와서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봐요.
제이 씨가 ‘I-LAND’에서 ‘Dive into You’ 유닛 멤버의 특성에 맞춰 파트 분배했던 장면이 생각나네요.
제이: 제가 음악이나 춤, 옷처럼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관찰력이 있는 편이어서 특징 같은 걸 잘 파악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뭘 하든 효율을 중시해요. 사실 ‘Dive into You’ 파트 분배했을 때 민감한 상태이기도 했고(웃음), 저의 계산적이고 효율적인 면을 굴러가게 하는 건 감정이거든요. 승부욕이 생긴다든지, 화가 난다든지, 아니면 자존심이 걸려 있다든지, 그럴 때는 상당히 집중하는 편이어서, 머릿속에서 계산이 빨리 되고 효율적으로 좋은 결과를 끌어내는 것 같아요.
화제가 됐던, ‘I-LAND’에서 비 프로듀서의 피드백을 받아들였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제이: 비 프로듀서님한테 혼날 때 영상이 여기저기 돌아다녀서 저도 좀 놀랐어요.(웃음) 그렇게 행동했던 게 미국에서 태어난 영향이 있기도 하지만 그것도 효율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런 피드백을 받고 주눅들 시간에 제가 뭐라도 해서 발전하면 다음에는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거니까요. 그리고 상대방의 의견을 확실하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안 그러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더 나아가서 발전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그 사람에 대한 예의와 효율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국 생활이 제이 씨한테 많은 영향을 줬나 봐요.
제이: 미국은 전체적으로 프리하고 솔직한 대답을 많이 요구하기 때문에 그런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다른 생각들 다 배제하고 저 사람에게, 저에게, 그리고 지금 상황에 가장 필요한 게 뭔지를 가장 먼저 생각하고 그에 따른 행동을 하는 편이에요. 그게 설령 좀 안 좋게 보이더라도, 진짜로 그 사람과 저를 위한 일이라면 주저하지 않는 것 같아요. 자기 뜻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그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해요.
계속 ‘효율’을 강조하는데, 평소 연습하거나 일을 할 때 느슨해지는 것을 되게 싫어하겠어요.
제이: 연습은 별개인 것 같아요. 예술이라는 건 추상적인 분야라 효율을 따지기보다는 천천히 생각하고 느끼는 시간도 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춤추는 시간인데도 이어폰 꽂고 앉아서 노래를 들으며 생각에 집중하기도 해요.
그래서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은 건가요? 요리도 잘하고 상식도 많이 알던데.
제이: 어렸을 때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어요. 부모님이랑 유튜브를 통해 조금씩 배우면서 깨작깨작 요리해왔어요. 상식 같은 경우는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아버지가 저랑 되게 비슷하거든요. 별의별 걸 다 알아요. 평상시 굳이 필요 없는 것도 고차원적으로 아세요. 제가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어서 여러 가지 물어보다 보니까 많이 듣기도 했고. 어렸을 때부터 뜬금없이 궁금한 것들이 많았어요. ‘시간 여행은 왜 안 되는 걸까?’, ‘핸드폰 화면 터치는 무슨 원리로 이뤄지는 걸까?’, 이런 궁금증이 생기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찾아봐요.
제이: 원래 이 쪽에 관심도 없었는데 길거리 캐스팅으로 다른 회사 오디션 제의를 받았어요. 그때 뭔가 그냥 있어 보여서(웃음), 한 번 시도나 해보자 해서 2~3일 정도 레슨 받고 오디션 봤다가 붙었어요. 그러고 나서 사정이 있어 회사에서 나오고,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실력 발휘를 해보자 싶어 어느 회사를 들어갈지 생각하던 때에 우연찮게 음원 차트에 들어가 봤는데, 1위가 방탄소년단 선배님들의 ‘피 땀 눈물’이었어요. 그때 선배님들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했거든요. 근데 그 노래를 듣자마자 엄청 압도되는 느낌이 들었고, 뮤직비디오도 찾아봤는데 ‘아, 이 분들은 뭔가 급이 다른 것 같다.’, 뭔가 그런 느낌이(웃음) 좀 들어서 빅히트를 목표로 잡고 한두 달 정도 연습해서 실력 좀 갈고 빅히트에 왔어요.
그만큼 ‘I-LAND’ 할 때 데뷔가 간절했겠어요. 리더를 경험해보기도 했었는데, 팀을 이끄는 건 어떤 기분이었나요?
제이: 리더를 두 번 정도 해본 사람으로서 솔직히 사람이 할 일은 아닌 것 같거든요.(웃음) 그만큼 힘든 자리고, 중압감이 과한 자리예요. 희승이 형하고도 따로 얘기할 때 “솔직히 말해서 너랑 내가 리더 할 성격은 아니잖아.”라고 한 적도 있어요. ‘I-LAND’에서는 리더를 할 만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많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저랑 희승이 형이 나갔었던 거라 좀 많이 힘들었거든요. 어떻게 행동해야 되고, 어떻게 관리해야 되는 건 알고 있는데 성격이 그걸 못 따라주는 느낌이어서. 그래도 정원이가 저희 팀에서 정신력이 강한 친구다 보니까 경험이 쌓이면서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데뷔 전부터 희승 씨와 가까웠었나 봐요.
제이: 저랑 희승이 형은 가족보다도, 지난 3년 넘게 엄마보다도 희승이 형을 본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그만큼 친하고 할 말 다 하는 사이예요. 그런데 정원이는 연습생 때 말 그대로 형, 동생 같아서 친하기보다는 많이 챙겨주는 느낌이었죠. 그래서 저나 희승이 형이나 정원이와 아주 가까워지기는 어려웠어요. 그런데 같은 팀이 될 수도 있겠다는 동료 의식이 들기 시작하면서 정원이도 마음을 여는 것 같았고, 저도 그때부터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서로 가까워지고, 연습하면서 데뷔까지 한 터라 팀에 대한 마음이 더 애틋할 것 같아요.
제이: 많이 챙겨주고 싶죠. 저보다 잘하는 애가 있는 분야에는 제가 굳이 끼어들 필요는 없고요.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많이 챙겨주려고 해요.
그럼 아직 직접 만나지 못한 팬들에게는 무엇을 해주고 싶어요?
제이: 팬들을 직접 못 보는 저희에게도, 팬들한테도 안 좋은 상황은 맞지만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 방송이 대부분 사전 녹화를 하기 때문에 저희가 데뷔 초에 할 수 있는 실수가 줄어들잖아요. 저희끼리 실력을 갈고닦을 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나중에 팬들을 직접 만났을 때 진짜 후회 없고, 진짜 미련 없는, 제대로 된 무대를 보여주고 싶어요. 그렇게 하려고 지금 열심히 연습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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