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의 타이틀 곡 ‘Life Goes On’의 뮤직비디오 감독을 맡았어요.
정국: 처음부터 뮤직비디오를 맡고 싶은 의지가 컸어요. 시놉시스를 다 정리해서 함께 뮤직비디오 만드시는 감독님과 얘기하고, 영상 뽑아서 편집해가면서 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의견을 나누면서 작업해 나갔어요. 처음에는 립싱크 장면이 많았는데 그런 장면을 조금 더 빼고 멤버들의 감정선이 들어갈 수 있는 장면들을 많이 넣었고요. 장면의 조합이 쉽게 되지 않아서,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 어떤 것들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게 된 것 같아요.
방탄소년단의 유튜브 채널에 올리는 G.C.F(Golden Closet Film)에서 멤버들의 모습을 담곤 했는데, 이번에는 뮤직비디오를 찍었네요.
정국: 촬영 현장에서는 준비된 내용들을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다 나와 있으니까 촬영 중간중간에 내가 멤버들을 담아보자는 마음으로 카메라 하나 들고 여기저기 찍고요. 예쁜 곳에서 촬영했으니까 그때 멤버들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들을 찍어달라고 하면 찍어줬어요.
정국 씨 자신은 어떤 모습을 찍었나요?
정국: 저는 그냥 찍혔죠.(웃음) 제가 G.C.F 찍을 때도 안 나오잖아요. 저는 약간 뒷전이에요. 뮤직비디오를 촬영할 때도 카메라 안에 들어가 있을 때는 내가 나를 찍을 수는 없으니까 감독님이 찍어주시는 대로 마음 편하게 있었죠. 제가 찍을 땐 멤버들을 최대한 잘 담으려고 노력했고요. 제 뮤직비디오가 아니라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니까 한 명의 생각이 담기는 게 아니라 멤버들의 상황을, 우리의 상황을 영상을 통해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보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긴 하겠지만 우리도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걸 느끼고, 같은 상황 속에 있다는 걸.
카메라에 많이 찍히는 사람이지만 본인 나오는 부분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네요.
정국: 원래 카메라에 찍히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웃음) 평소 일할 때 당연히 멤버들하고 같이 있는데, 그때 카메라를 들고 저를 셀프로 찍기 어렵기도 하고. 그래서 틈틈이 멤버들에 대해 담고 싶은 걸 담아요.
정국: 화보를 찍거나 하는 건 당연히 해야 하는 거라서 최대한 열심히 찍는데, 여전히 쉽지 않아요. 그나마 영상 촬영은 괜찮아요. 그리고 수만 명 앞에서 노래 부르는 건 하나도 안 떨리는데, 소수의 사람들 앞에서 말하고 노래 부르면 되게 떨리고요. 무대에선 그런 게 하나도 없는데, 뭔가 조금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건 못하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과 어려워하는 일이 뚜렷한 것 같네요.
정국: 음악에 관련된 일들, 녹음, 작곡, 가사 쓰기, 뮤직비디오 촬영 같은 건 다 괜찮아요. 그런데 그 외의 일들은 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BE’에 수록된 ‘병’이 일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담았잖아요. 7년 동안 좋아하는 일과 힘든 일의 반복이었을 텐데, 힘들 땐 어떻게 넘어가나요?
정국: 저는 오히려 제 문제를 잘 알고 있어서 괜찮은 부분도 있어요. 해결책 같은 걸 막 찾기보다 경험하면서 하나둘씩 알게 되니까요. 지금처럼 성장하고 달라지고 성격이 바뀌는 것도 주위 환경 때문에 바뀌고 성장한 거니까요. 어려워한 일들도 조금씩 경험하면서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정국: 연습생 때는 형들이 랩하는 걸 보면서 ‘와 멋있다!’ 생각했었는데, 형들하고 맨날 같이 있다 보니까 지금은 그런 걸 전혀 모르겠다가(웃음) 가끔 형들이 쓴 가사나 곡, 아니면 무대 위에서 춤추는 모습, 하는 말들을 보고 ‘아, 맞아. 이 사람이 이런 사람이었고, 그때보다 더 달라졌지.’ 하는 걸 느낄 때가 있죠. 그런 것 있잖아요. 가족들끼리 함께 살 때는 잘 못 느끼다가 얼굴을 오래 못 보거나 하면 보고 싶고 울고 그러는. ‘찐’, ‘찐가족’.(웃음)
‘BE’는 ‘찐가족’(웃음)이 각자의 곡을 내고 조합도 즉흥적으로 짜면서 만들었잖아요. 그렇게 만들어보니 어때요?
정국: 전반적인 밑그림은 회사하고도 상의하고, 저희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 같이 정리도 했어요. 그렇게 곡을 만든 다음에 다 같이 들어봐서 별로다 싶으면 다시 작업하는 거죠. 저희끼리 모여서 “이번에 유닛 누구누구 했음 좋겠냐?” 하고, “어떤 내용이 좋을까?” 같은 식으로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정국 씨가 작곡한 ‘Stay’는 멤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요?
정국: 원래는 제 믹스테이프에 들어갈 곡이었어요. 다른 곡이 앨범에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뷔 형이 제 곡을 듣더니 “정국이가 쓴 곡이 되게 좋다.”고 해서 멤버들이 들었는데, 훨씬 낫다고 하면서 어찌어찌 해가지고(웃음) ‘Stay’가 됐죠. 원래 생각하던 메시지도 ‘우리가 이렇게 멀어져 있어도 그 자리에 머물러 달라.’는 거였어요. 같은 의미를 담은 곡으로 쓴 거다 보니까 ‘BE’에 실린 게 뭔가 기분이 좋았어요. 처음엔 우리는 항상 같이 있다는 마음을 담으려고 영어 가사로 쓰면서 ‘wherever’, 어디 있든 함께 있다는 마음을 담았는데, 그걸 듣고 남준이 형이 ‘Stay’가 낫지 않냐고 의견을 준 게 좋아서 바꿔봤어요. 제가 어떤 가사나 다 잘 쓰는 건 아니니까 제 마음이 들어간 것들을 남준이 형이 정리를 잘 해줬어요.
가사는 절절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데, 막상 편곡은 EDM 스타일로 신나요.
정국: 만들면서 팬들과 함께 공연했을 때 모습을 상상했어요. 팬들이랑 방방 뛰는 상상.
정국: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 앨범이 저희에게 와닿는 느낌이 사뭇 달랐어요. 전 세계가 코로나19를 겪고 있으니까 힘내서 팬들한테 전달하고 싶은 말들도 있으니까요.
팬을 만나면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정국: 구체적인 모습은 딱히 없는데, 예전에 무대에서 했던 모습들을 보면 표정이 어색하고, 춤도 완벽하지 않아 보였어요. 이런 것들을 계속 보완해 나가는 것 같고, 결과적으로 팬들이 내 모습을 봤을 때 무대를 꽉 채우는 ‘아우라’와 멋이 있다 느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요즘 활동하는 자신의 모습은 만족스러운 것 같아요?
정국: 아니요. 100% 만족스럽진 않아요. 최근에 ‘Dynamite’로 무대를 하고 퍼포먼스를 했지만 제 부족한 면이 계속 보였어요.
‘Dynamite’의 뮤직비디오나 무대에서의 도입부에서 정국 씨의 연기력이 정말 인상적이었는데요. 코로나19의 시대에 활기차면서도 멋진 느낌을 잡아내서, 이 곡이 어떤 곡인지 바로 설명해주는 것 같았어요.
정국: 그게 뮤직비디오 촬영 첫날에, 제가 제일 먼저 찍은 장면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못해서 맨 뒤로 미뤄졌어요. 그래서 긴장을 풀고 촬영을 할 수 있었죠.
긴장이 풀리면 그런 모습이 나오는 거군요 (웃음)
정국: 네. 긴장이 샥! 풀리면서 컨디션이 탕! 이렇게 돼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한 거거든요.(웃음)
정국: 제가 약간 낯도 많이 가리고, 예전에 노래시키면 못 부르고 그랬거든요. 어른들이나 선생님 앞에서. 지금도 약간 그런 게 있어요. 그래서 제가 ‘아, 이건 내가 못할 것 같은데?’ 하고 한계를 걸어버리면 안 되거든요. 분명히 잘할 수 있을 텐데도.
왜 그럴까요?
정국: 제가 춤도 그렇고 노래도 그렇고, 그렇다고 멜로디를 기가 막히게 잘 쓰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항상 어중간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만의 색깔은 또 있는 것 같아서 조용히, 조용히 사람들한테 천천히 한 발자국씩 다가가서 ‘나는 이런 사람이에요.’라고 알리고 싶고. 그냥 뭐, 네.(웃음)
본인이 한 노래나 퍼포먼스를 객관적으로 모니터링하면 본인이 많이 바뀌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지 않나요?
정국: 많죠. 목소리가 많이 바뀌었고, 키와 골격, 얼굴 형태 같은 겉모습 전체가 다 바뀌었고, 처음엔 모든 게 어색했다 조금씩 지나니까 ‘제스처가 좀 괜찮아졌네. 근데 아직 춤은 너무 정석대로고.’ 좀 지나면 ‘춤은 이제 좀 추고 제스처도 괜찮은데 표정이 어색하네.’ 또 조금 지나면 ‘표정은 괜찮은데 뭔가 아, 한 끗이 없네.’(웃음) 이런 식으로 점점 바뀐 것 같아요. 그다음에 제 행동, 생각들, 꿈, 목표, 그리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하고 싶은 것, 이런 것들이 그때 상황에 맞춰서 계속 바뀌어 나가겠죠.
‘BE’에서도 변화가 있던데요. ‘Life Goes On’에서 전체 곡에 음색만 살짝 묻어가게, 흘러가듯 부르던데요.
정국: 네. 전 그걸 좀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 곡에 ‘내 개성을 살려 넣어야지가 아니라 그 곡에 내 목소리를 묻혀 가야지.’ 이런 느낌이 커요. 가사만 봐도 정말 세상이 멈췄고, 근데 너무 슬퍼할 수만은 없고, 삶은 계속 이어져 나가고 계속 흘러가니까, 그런 복잡미묘한 슬픔에 제 색깔을 살짝 섞고 싶었어요. 멤버들이 녹음하는 걸 다 들어보고, 내가 여기서 어떻게 하는 게 나을지 생각하면서 불렀어요. 목소리는 계속 변화를 주면서 어떻게 하면 더 멋있고 깔끔하게 부를 수 있을지 계속 연구하고요. 녹음하면서도, 공연하면서도, 연습하면서도 계속해서 다르게 시도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달라지다 뒤돌아보면 많은 걸 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나요?
정국: 지나간 일은 신경을 안 쓰는 사람이라. 지금의 저만 봤을 때 지금 필요한 게 뭔지 생각하지, ‘그땐 이랬는데 이만큼 성장했어, 잘했어.’ 이런 생각은 잘 안 해요.
정국: 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고 싶어요. 이 마음이 식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방탄소년단으로 엄청난 성공을 했는데도 뭔가 더 해서 늘고 싶은 이유는 뭘까요?
정국: 일단 제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말하며, 행동은 어떻고 노래는 어떻게 하고, 이런 걸 사람들한테 알려주고 싶어요. 그 뒤에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인정받고, 사람들이 저 친구가 정말 멋있는 친구라는 걸 조금씩 알게 되고, 다시 차근차근 스텝 바이 스텝을 하고 싶어요. 그렇게 한 인간으로서의 정국, 그 사람 자체로 인정받고 싶어요.
방탄소년단으로 엄청난 것들을 이뤘는데도 더 증명하고 싶은 에너지는 어디서 나올까요?
정국: 마음이 그렇게 얘기를 하는 것 같아요. 방탄소년단은 멤버들이 있고, 회사도 있고, 팬분들이 있으니까 이렇게 올라올 수 있었던 거죠. 다만 ‘나 혼자서도 인정받을 수 있을까?’ 하는 궁금함은 있어요. 그래서 한번 혼자 몸을 던져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이뤄내고 싶은 것도 많고.
그럼 점점 나아지면서 정국 씨가 도착하고 싶은 이상적인 모습은 뭘까요?
정국: 본업 ‘겁나’ 잘하는 사람.(웃음) 그런 사람들은 다른 걸 해도 멋있어 보이잖아요. 저는 아직 부족한 게 많아요. 제가 더 노력해서 내 노래에 자신이 있고, 아니면 내 춤, 퍼포먼스에 자신이 있고, 그런 부분들이 다 올라가면 뭔가 더 어필하고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제 개인보다 방탄소년단이 훨씬 중요하고 훨씬 더 소중해서 혼자 뭘 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다만 혼자서도 공연장에 가득 찬 관객들 앞에서 3~4시간 정도를 끌어갈 수 있을 만큼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본업인 음악이 정말 중요하겠어요.
정국: 그냥, ‘내가 놓지 말아야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질려도, 정말 듣기 싫어도, 귀찮아도 항상 달고 살아야 하는. 전 나중에도 계속 음악을 하고 싶어요. 정말 멀긴 하지만, 음악으로 꼭 증명해내고 싶어요.
MBTI 성격 유형 검사 결과 ISFP라고 공개해서, 그 특징이 뭔지 찾아봤어요. 물론 MBTI가 모든 사람의 성격을 정확하게 알려줄 수는 없겠지만, 성격적인 특징이 ‘호기심 많은 예술가’로 나와 있더라고요. 그 생각이 나네요.
정국: 네. 맞는 것 같아요. 저도 검색해서 성격 정리한 걸 찾아보기도 했는데 재밌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이상으로 삼는 목표도 높나 봐요. 아주 높은 곳에 기준을 두고 계속 성장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정국: 안개 낀 산 같아요.(웃음) 아직 보이지도 않아요.
정국: 음... 저희가 지금 일곱 명이잖아요. 그럼 일곱 명이 계속 앞으로 뛰어가요. 그럼 분명히 일곱 명 중에 한 명씩 한 명씩 지쳐서 떨어져 나갈 것 아니에요. 근데 같이 뛰어가는 사람이 한 분 한 분 많아질수록 누가 지치면 끌어줄 수 있잖아요.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봐주셨던, 우리를 응원해줬던 사람들이 있으니까 우릴 좋아하는 사람들도 계속 많이 생기고, 그 사람들이 우릴 끌어주는 게 아닐까. 그래서 그냥 고맙... 고맙다고밖에 말할 게 없어요. 진짜 그때 우리가 뭐라고(웃음) 좋아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좋아해 주신다면, 응원해주신다면, 우리가 보답할 방법은 음악과 퍼포먼스로 우리를 전달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어려워하는 일도(웃음) 열심히 하게 만드는 사람들. 항상 되게 고마워요.
‘Stay’의 마지막 가사가 생각나네요.
정국: ‘우린 함께인걸’.(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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