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다양한 음식을 접하는 모습이 즐거워 보여요. 카즈하 씨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웃음)
카즈하: 맛있는 걸 먹는 건, 행복!(웃음) 스트레스도 풀리고, 진짜 행복한 시간인 것 같아요.(웃음) 밥파 친구들이 다양한 음식을 자주 시키는데, 그때마다 한 입씩 뺏어 먹으면서 새로운 음식을 먹는 데 도전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로제 찜닭이 엄청 맛있어서 감동받고 계속 먹었어요.(웃음)
‘LENIVERSE’에서 찜질방 체험, 식당에서 삼겹살 먹기 등 카즈하 씨의 소원이 하나씩 이뤄지고 있는 기분이 어때요?
카즈하: 한국에서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 많이 있었는데, 콘텐츠에서 하나씩 하고 있는 게 너무너무 좋아요.(웃음) 처음 해보는 것들이 영상에 담기는 거니까 나중에 보게 되면 기쁠 것 같아요. ‘이럴 때도 있었구나.’ 하면서.
콘텐츠에 담긴다는 게 중요한 거네요.(웃음) 폐가 체험 중에 위험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그러면 콘텐츠가 나오는 거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콘텐츠에 진심인 이유가 있나요?
카즈하: 우리 멤버들은 우리가 나오는 콘텐츠를 엄청 즐겁게 열심히 보거든요?(웃음) 우리가 웃겼을 때의 모습을 우리끼리 다시 보는 게 재미가 있어서(웃음) 저희 모습을 콘텐츠에 담는 게 좋아요.
이쯤 되면 자기 만족을 위해서 콘텐츠를 하는 것 아니에요? 일단 내가 재밌으니까.(웃음)
카즈하: 그런 것도 있어요.(웃음) 사실 맞아요.(웃음)
자체 콘텐츠에서 전보다 자기 의견도 더욱 분명하게 전달하고, 멘트나 리액션을 적극적으로 하던데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카즈하: 처음에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못하거나, 사람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서 진짜 너무 어려웠는데 요즘엔 한국어가 늘면서 훨씬 더 즐겁게 할 수 있게 됐어요. 멤버들이랑도 이젠 서로가 어떤 성격이고 어떨 때 웃기고, 어떨 때 그 사람의 색깔이 나오는지를 잘 아니까 같이 있을 때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자기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어요. 그 정도로 마음이 많이 편해졌어요.
전에는 멤버들을 관찰하면서 분위기에 맞추는 모습이 많았다면 이젠 상황에 맞게 액션을 취하는 감이 생긴 것 같아 보여요.
카즈하: 조금씩 알게 된 것 같아요. 멤버들이 너무 웃기니까 보면서 ‘아, 이렇게 하면 웃기구나.’ 느낄 때도 있고요.(웃음) 쿠라 언니한테는 한국어로 예능할 때 말로 웃길 수 있는 방법을 배웠어요. 아는데 모르는 척을 한다거나, 그런 것 있잖아요.(웃음) 저희가 데뷔 전에 처음 찍은 예능이 ‘아이돌 인간극장’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완전 예능을 못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찍으면서도 ‘이게 맞나?’ 이런 반응이었는데 막상 보니까 조금 웃기게 나오고, 데뷔하고 나서는 저희의 예능감을 팬분들이 엄청 좋아해줘서 ‘우리가 이런 부분이 있구나.’ 하고 새롭게 알게 됐어요. 근데 우리 진짜 아무 말이나 하고, 이유도 없는데 자신감 있게 하잖아요.(웃음) 진짜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막 하는 게 중요했다고 생각해요.
‘오사카 개그우먼’다운 분석이에요.(웃음) 계란빵이 떨어지는 순간에도 “웃음의 신은 나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카즈하 씨의 유머 감각에 정말 오사카 출신인 영향이 있을까요?
카즈하: 오사카 사람들이 뭔가 웃긴 것에 대해 프라이드가 있고, 웃겼다고 하면 좋아하는 분이 많은 것 같아서, 그런 문화가 아무래도 저한테도 있는 것 같아요.(웃음) 저는 스스로 그렇게 웃긴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웃겼을 때 더 기뻐요.(웃음) 그래서 더 웃기고 싶어요.(웃음) 근데 ‘빵’ 하면 쓰러지는 거는, 저는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국 사람들이 엄청 재밌게 봐주셔서 너무 신기했어요. ‘이게 그렇게까지 웃기다고?’ 이런 느낌이었어요.(웃음)
새삼 카즈하 씨의 첫인상을 돌이켜봤을 때 상상하기 어려웠던 모습이에요.
카즈하: 어렸을 때부터 늘 그랬던 것 같아요. 저에 대한 첫인상은 차분하고 뭔가 낯설어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친해지고 보니까 생각보다 프리하고 장난기 있는.(웃음) 부모님도 바깥에서는 개그를 전혀 안 할 것 같은 느낌인데 사실 엄청 재밌고 웃기는 걸 좋아하세요. 그래서 가족들끼리 있을 때는, 예를 들어 바나나가 있으면 (전화받는 시늉) 이렇게 해서 물건을 개그로 만드는 것 있잖아요.(웃음) 웃긴 모양의 물건을 보면 그걸로 같이 장난치고 그래요. 약간 바보 같은 것도 좋아하는 가족이라.(웃음)
데뷔 전 ‘틱톡’ 영상에서의 발랄하고 장난기 많은 모습이 생각나는데, 어쩌면 카즈하 씨 본연의 성향으로는 더 역동적이고 다양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아이돌의 삶이 적합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카즈하: 뭔가 제 안에 제가 두 명이 있는 것 같아요. 한 명은 자유롭고, 좀 엉뚱하고, 사람들이랑 조금 다른 생각을 하기도 하고, 상상력도 많은 이런 부분이 분명히 있는데, 또 한 명은 너무 진지하고, 신중하고, 낯을 가리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반대인 것 같은 두 개의 면이 있어요. 근데 발레도 그렇고 대부분의 직업은 일하는 모습밖에 못 보여주는데, 아이돌은 무대뿐만 아니라 무대 아래의 모습이나 평소의 모습도 사람들이 다 볼 수 있잖아요. 저의 반대되는 매력들을 다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서 아이돌이란 직업이 엄청 재밌는 것 같아요.
카즈하 씨만의 이미지와 정체성을 드러내는 브랜드 광고 모델 활동도 그 일환이라 할 수 있는데, 카메라 앞에서 스스로를 연출하는 과정에서는 무엇을 가장 중시하나요?
카즈하: 제가 청순하고, 내추럴한 콘셉트를 제일 잘할 수 있다는 건 스스로도 알고, 사람들도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자기만의 스타일이랑 분위기는 어떤 콘셉트에서든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콘셉트에 무조건 맞추지 않고 저의 색깔을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사람들이 원하는 브랜드의 매력을 같이 보여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자기만의 것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타이틀 곡 ‘UNFORGIVEN (feat. Nile Rodgers)’의 퍼포먼스를 여유롭게 소화하는 걸 넘어 카즈하 씨만의 해석이 더해진 풍부한 표정 연기가 인상 깊었어요.
카즈하: 그 말을 들어서 저 너무 기쁜데(웃음), 제가 생각한 만큼 표정 전달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저한테 제일 어려운 과제가 표정 연기예요. ‘FEARLESS’ 때는 제가 제일 예뻐 보이는 표정을 계속 했고, ‘ANTIFRAGILE’ 때는 메롱하는 표정이 처음에 너무 부끄러웠는데(웃음) 갈수록 익숙해졌다면, 이번 ‘UNFORGIVEN (feat. Nile Rodgers)’에선 나다운 표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연습을 했어요. 특히 바닥을 기는 파트에서 처음엔 비 맞은 슬픈 소녀처럼 지친 느낌으로 시작했다가, “난 금기를 겨눠”부터는 세고 과감한 표정을 한 다음 “Watch me now”에선 자신감 있게 웃는 ‘썩소’ 같은 느낌으로, 세 번의 표정 변화를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는 퍼포먼스 디렉터님의 피드백을 최대한 잘 살리고 싶었어요. 노래가 생각보다 너무 빠른데 동작이랑 표정, 피드백, 이런 것들을 다 생각해야 하니까 진짜 정신이 없어서, 0.7배속으로 느리게 해서 정리를 해가며 연습을 했어요.
맡은 파트 내 동작의 임팩트를 살리는 모습에서 본인의 퍼포먼스 역량 자체에 집중해 연습한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카즈하: 지금까지는 발레 동작으로 저라는 사람을 소개할 수 있는 파트를 해왔지만 이제 그런 것에 기대지 않고 안무만으로 저를 보여주는 게 진짜 중요한 목표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힙합 스타일을 한 지 얼마 안 돼서 안무를 전체적으로 소화하는 게 아직 어렵고, 새로운 곡을 할 때마다 ‘이걸 어떻게 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매번 들어서(웃음), 지금도 기본기를 배우고 있고 오랜 시간 연습이 필요해요. 이번엔 특히나 너무 중요한 인트로를 맡아서 부담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있어요.
다양한 형태의 랩을 소화하는 과정에서는 어떤 재미를 느꼈나요?
카즈하: 랩하는 게 아무래도 멋있잖아요.(웃음) 뭔가 랩을 할 때 제가 멋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재미가 있어요.(웃음) 이제는 저의 랩하는 목소리가 많이 익숙해졌고, 녹음할 때 오버한다고 느낄 수 있더라도 더 과감하게 해보기도 해요. 근데 음색도 그렇고, 아직은 뭔가 불안하고 제가 어떤 목소리일 때가 가장 좋은지 잘 몰라서 앞으로 저만의 스타일을 찾고 싶어요. 할수록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수록 곡에서 맑은 음색이나 감정을 실은 고음과 같이 카즈하 씨의 색다른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어요. 녹음할 때 새롭게 접근한 부분이 있나요?
카즈하: 녹음할 때도 표정이랑 디테일을 살리면서 그 노래에 맞게 감정을 끌어올리는 게 엄청 중요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UNFORGIVEN (feat. Nile Rodgers)’의 인트로를 처음엔 다크하고 멋있게 하려고 했는데, PD님들이 상대를 놀리는 것처럼 웃으면서 해주면 좋겠다고 하셔서 여유 있으면서 뭔가 ‘킹받는’(웃음) 그런 느낌을 낼 수 있게 표정을 바꿔봤어요. 그렇게 표정 하나에 제 목소리 톤도 달라지고 들을 때 인상도 달라지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피어나 (Between you, me and the lamppost)’에서는 처음으로 작사에 도전했죠.
카즈하: 람포스트의 빛만 알고 있는 우리랑 피어나만의 시간이랑 비밀이 있으니까,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면서 앞으로 가겠다는 생각을 스토리를 쓰는 것처럼 장면을 상상하면서 가사를 써봤는데, 그중에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 가사의 첫 문장으로 채택됐어요. 일본어로 먼저 생각나는 말들을 쓴 다음 한국어로 뜻을 바꿔보면서 완성했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사에 맞추기 위해 내용을 덜어내는 과정에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정말 어렵지만 윤진 언니가 음악을 통해 자기가 말하고 싶은 걸 사람들한테 전하는 모습이 항상 예쁘고 멋있다고 느껴서, 저도 그런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 마음이 계속 생겨요.
여러모로 카즈하 씨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앨범이라, ‘私は夢を追いかける。私はやりたいことをやる。(나는 꿈을 좇는다. 나는 하고 싶은 것을 할 거야.)’ 문구의 의미가 더욱 와닿아요.
카즈하: 지금까지 해온 것을 그만두고 새로운 걸 도전하는 것에 ‘그렇게 해서 성공할 수 있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어떻게 보면 무모하고 위험하다고 느낄 수 있어요. 근데 제가 K-팝과 관련된 걸 전혀 해본 적이 없는데도 온라인 오디션에 지원했던 작은 액션으로 꿈에 가까워질 수 있었잖아요. 진짜 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내가 이루고 싶은 거라면 작은 가능성을 믿고, 작은 스텝이라도 해보면 꿈에 가까워진다고 확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이번 앨범을 통해 제 과거의 서사나 원래 잘하는 것보다는 새롭게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고, 그걸 사람들이 멋있게 봐주면 좋겠어요.
새로운 경험을 만끽하고 있는 만큼, 카즈하 씨의 아이돌 생활은 어떻게 묘사할 수 있을까요? 은채 씨의 경우 ‘은채의 스타일기’로 표현이 되는 것처럼요.
카즈하: 오! ‘즈하의 버킷리스트 체크 중’?(웃음) 데뷔 전에 쓴 버킷리스트 중에 이뤄진 게 많고, 은채랑 둘이 처음 해보는 것들을 하면서 “우와~” 하고 설렐 때가 많아요.(웃음) 얼마 전에는 블랙핑크 선배님의 코첼라 무대가 너무너무 멋있어서 버킷리스트에 ‘코첼라 무대에 서기’를 추가했어요. 꿈은 크게.(웃음) MC도 해보고 싶고, 나중에 연기도 해보고 싶고, 곡 작업도 해보고 싶고, 브랜드 앰배서더에도 더 욕심이 있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웃음)
카즈하 씨의 도전을 지지하는 피어나가 있으니 꼭 이룰 수 있을 거예요.
카즈하: 지금도 피어나라는 존재가 너무 신기해요. 누구나 자기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지만, 아이돌 팬의 응원은 눈에 보이잖아요. 항상 그 응원을 느낄 수 있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건 너무너무 행복한 일이에요. 저도 몰랐던 모습을 피어나를 통해 알게 될 때가 많아서, 저를 다른 시각으로 봐주고 저라는 사람을 더 잘 이해해주는 이 사람들이 너무 소중해요.
오랜 시간 한 분야에 최선을 다하며 다져온 내실이 도전을 위한 에너지의 밑바탕이 되는 것 같기도 해요.
카즈하: 아까 제 안에 두 명이 있다고 했잖아요. 그런 것처럼 예능 같은 데에선 제가 어떤 실수를 해도, 어떤 이상한 모습이 나와도(웃음) 괜찮다고 느끼는데, 무대처럼 정말 진심인 일에는 실수하는 걸 두려워하고 진지해져요. 발레를 할 때 프로다운 태도를 엄청 중요하게 생각해서 그런지, 잘해내야 되고 실수는 하기 싫은데, 그렇게 못할까 봐 무서울 때가 있어요. 그래서 제가 르세라핌의 멤버라서 기뻐요. 작년 연말 무대를 할 때 특히 느꼈는데, 멤버들이 모두 한마음으로 무대에 진심이고, 저희가 보기에도 정말 멋진 무대를 만들어낸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카즈하 씨가 두려움을 이기는 방법이 하나 더 있죠. ‘즐기는 사람이 이긴다’.
카즈하: 누구나 어렸을 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평가를 신경 쓰지 않잖아요. 어떻게 행동을 해도 내가 좋으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상관없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고요. 근데 성장하면 할수록 신경 쓰이는 게 많아지고, 두려운 게 생겨요. 그럴 때마다 제 어린 시절의 모습을 다시 돌아봐요.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나의 어떤 모습도 가리지 않고, 내 모습 그대로를 지키는 것. 그게 진짜 즐기고,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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