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현의 모든 답변은 결국 음악으로 귀결된다. 그가 진심을 다하며, 애정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유일한 것.
올해 상반기, 일기를 쓰거나 안 하던 독서를 시도하기도 했어요.
태현: 지금은 유효하지 않습니다.(웃음) 바쁜 일이 많아져서요. 그때 투어를 돌면서 올해가 되게 기분 좋은 해이지만 약간은 부담이 되는 해였거든요. 삶에 대해 누군가 해결책을 준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힌트를 줄 만한 게 있을까 해서 책을 구매했어요. 엄청난 팁을 얻었다면 아직도 하고 있지 않았을까…(웃음) 일기는 한, 두 달 썼던 것 같아요. 저는 제 얘기를 가족들보다는 멤버들, 친구들 혹은 직원 분들에게 하는 편이거든요. 제가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직원분에게 얘기를 하다 그분이 직업병이 발동되셔서.(웃음) “나중에 가사로 풀어낼 수 있으니 어디에 정리하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거 반, 투어 때 스마트폰 보는 것 반 때문에 하게 된 거였어요.
일기는 어떤 방식으로 썼어요? 그날 있던 일을 나열한다거나, 느낀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태현: 저는 생각이나 감정을 쓰는 편인데, 의외죠? 그러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러다 의문점이 왔는데,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기간이 있었거든요. 그때 저에게 일기를 추천한 분에게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똑같이 쓰되, 그때 그때 느끼는 기분이 조금씩은 달라지니까 그걸 정리하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1순위는 어떤 일에 대한 기분이나 생각, 그 후에 사건의 열거예요. 나중에 보니까 ‘내가 이때 이만큼 기분이 어땠구나.’ 생각할 수 있더라고요.
요즘도 그런 새로운 시도나 도전이 있나요?
태현: 요즘은 오히려 하나씩 놓는 것 같아요. 운동도 조금 쉬고 있고, ‘주어진 걸 해내자.’에 집중하고 있어요. 잠깐잠깐 쉬어주면 일에 집중해야 할 때 쓸 수 있는 육체적인, 정신적인 총량이 늘어나는 기분인 것 같아요.
짧게라도 주어지는 휴식은 어떻게 보내요?
태현: 3일 정도 휴가를 받아서, 어제 친구들과 강원도에 다녀왔어요. 정말 미래가 두려울 정도로 행복했어요. 주제랄 게 없이 가볍게 하는 얘기들이나, 뇌를 많이 거치지 않고 나오는(웃음) 것들이 긴장을 풀어주는 것 같아요.
모든 걸 능숙하게 해내는 태현 씨에게, 긴장되는 상황은 어떤 것들이에요?
태현: 당장 ‘2023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이하 ‘VMAs’)’만 해도 마이크가 들어오면 바로 집중력을 가져야 되잖아요.(웃음) 레드카펫에서 돌발적으로 질문이 들어오는데, 저랑 카이는 무대보다 레드카펫에서 더 떨었어요. ‘롤라팔루자 시카고’ 무대 전에도 여러 미디어 프로모션을 함께 소화하니까 초집중의 상태로 임했고요.
그렇지만 이어지는 공연에는 깊게 몰입해야 하잖아요. ‘Thursday’s Child Has Far To Go’ 처럼 놀아야 하는 곡도 있고.
태현: 그냥 미친 듯이 하는 건데.(웃음) ‘롤라팔루자 시카고’에서 너무 감사했던 건 관객분들이 너무 완벽했어요. ‘Blue Spring’ 같은 곡에서 관객분들이 예상보다 큰 반응을 해주셔서, 관객과 같이 만들어 간 무대였어요. 무대에서는 굳이 미치려고 하지 않아도 미칠 것 같아요. 거기 있을 때만큼은 주인공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웃음) ‘Thursday’s Child Has Far To Go’ 같은 건 누가 그렇게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진짜 기분 좋아서 물 뿌리고 그렇게 돼요. 거의 유일한 순간이에요. 저는 10 중 9를 계산해서 하는데 그런 무대에서는 리허설이랑 다른 그림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놀았을 때 반응이 좋으면 ‘이거 다 계산적으로 해야 되나. 마음대로 해볼까.’(웃음)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도 선은 계속 지키려고 해요.
그보다는 계산이 필요한 ‘Back for More(with Anitta)’의 ‘VMAs’ 퍼포먼스는 어땠어요?
태현: 라이브로 첫 공개를 하니까, 제일 과감한 도전이었다 생각하거든요. 당일에는 긴장하지 않았지만 긴장을 하고 연습을 했어요. 범규 형이 인트로를 하면 제가 “When I’m with you” 불러야 되는데, 속으로 “When I’m”만 한 스무 번 부르고 있거든요.(웃음) 그때 느껴지게 하고 싶은 건 ‘마이클 잭슨이 생각나게끔 하면 좋겠다.’였어요. 발음도 그랬고, 그런 애드리브도 있고, 춤의 라인도 그를 연상시키면 참 좋겠다.
태현 씨가 생각하는 마이클 잭슨의 매력은 뭐예요?
태현: 보통은 마이클 잭슨의 춤을 얘기할 텐데, 저는 보컬이라고 생각해요. 그가 잭슨파이브였을 때부터 마지막까지 냈던 곡에서 보여준 보컬들은 말도 안 되는 스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청각적으로 만족시켜줄 수 있는 부분을 고민했던 것 같아요. 타이트하게 발음하는 와중에 에너지가 나오는 걸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번 앨범에 담긴 노래들이 다양한 보컬을 필요로 하는 것 같았어요. 팝적인 노래도 있고, 직관적이지 않은 미묘한 감정을 노래하기도 하고요.
태현: 녹음 과정만 봤을 때 가장 수월한 앨범이었던 것 같아요. 저희도 많이 늘었고, 저희를 담당하시는 PD님들과도 합을 많이 맞추다 보니 빨라진 것 같아요. 저는 듣는 게 먼저 완성이 되고 보컬이 그걸 따라오지 못했거든요.(웃음) 들은 걸 표현할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었는데, 목이 따라와줘서 편안해진 게 없지 않죠. 보컬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두 가지가 필요한 것 같아요. 하나는 소위 건강한 소리를 찾는 연습. 왜냐하면 저희는 스무 곡이 넘는 세트리스트를 몇십 번을 하기 때문에, 똑같이 좋은 컨디션으로 하려면 더 건강한 소리를 내는 게 장기적으로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리고 이제는 녹음에서 보여줬던 섬세한 뉘앙스를 라이브에서 더 할 수 있는 영역에 발을 딛다 보니까, 그걸 완성시키고 싶고요.
스스로에 대한 그런 판단과 발전은 매번 어떻게 만들어요?
태현: 내가 뭘 못하는가를 먼저 생각하고, 다음에는 내가 뭘 잘하는가. 못하는 걸 하다가 지칠 때 잘하는 걸 연습해주고 이런 식이에요. 저는 극복과 발전은 인정에서 온다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뭘 못하는지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안다고 생각을 해요. 나를 속이지 말고 가면 누구든지 훨씬 좋은 방향으로 발전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이번 ‘Chasing That Feeling’에서 하는 얘기랑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Chasing That Feeling’처럼 회피보다는 정면 돌파네요.
태현: 저는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절대 이런 스타일 아니고요.(웃음) ‘즐길 수 없으면 싫어하면서라도 하자.’는 스타일이어서. 그래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지 않았나 싶어요. 뭐가 정답인지 아는데, 몸으로 실행이 안 될 때가 많잖아요. 그 감정을 느끼는 상태에서 내가 해야 할 걸 좇는 게 노래에서 얘기하는 ‘Feeling’인 것 같아요.
타이틀 곡이 메시지도 노래도 춤도, 기존과는 조금 다른데 어떻게 받아들였어요?
태현: 사실 노래를 듣고 안무가 어떻게 나올까 예상이 가지 않았는데, 춤으로 곡에 설득력과 감정이 생긴 느낌이었어요. 달리는 제스처나 무언가를 좇고, 손을 뻗거나, 아파하기도 하는 동작들이 있어요. 안무를 받고 연습하고 찍은 영상을 모니터하니 조금 더 방향성을 알 것 같았어요. 앨범이 이제 현실로 내려와서 환상이 있던 것 보다는 당연히 조금 더 척박하고 힘들겠지만, 그래도 나아가겠다는 걸 담고 있거든요. 타이틀 곡이 앨범의 이야기를 제대로 해주는 것 같아요. 다양한 삶의 환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 같아 매력이 느껴졌고요.
앨범에서 태현 씨 자신에게 공감을 건넨 노래도 있었나요?
태현: 이것도 공감이라면 공감인데, 저희가 긴 서사를 써왔잖아요. 그 서사 내에서 여기까지 왔을 때를 잘 표현한 가사가 ‘Happily Ever After’에서 “Oh my God / 끝을 알 수 없네 / Life is not a fairy tale” 같아요. 그동안 저희가 동화 같은 모습도 보여줬는데, ‘현실로 내려와 삶은 동화가 아니란 걸 깨달았지만, 그래도 한 치 앞을 볼 수 없고 끝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어서 아름답다. 나는 그 길을 가겠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한 번에 얘기하는 것 같아서 괜찮은 것 같아요.
그 가사처럼 태현 씨가 생각하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지금 어디쯤이에요?
태현: 이번 앨범이 되게 전환점인 것 같아요. 공감이 되는 이야기지만 그걸 현실적인 소재로 푼 적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 아예 현실로 내려왔다는 얘기를 하니까요. 저희가 해야 되는 이야기, 할 이야기를 가사로 푸는 과정에서 편안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저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이야기가 교집합을 이루는 부분이 많아질 것 같은 느낌이에요.
태현 씨가 언젠가 자신만의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은 방향성도 있나요?
태현: 아직 뭐 정해놓은 게 없어요.(웃음) 워낙에 다양한 음악을 좋아하는데, 최근에는 귀가 피곤하지 않으면서 감동이 있는 음악을 들으려고 해요. 보컬과 가사, 노랫말 자체가 주는 설득력이 있는 곡을 듣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요?
태현: 당장 생각나는 건 맥 밀러(Mac Miller)의 ‘Circles’ 앨범에 있는 ‘Good News’라는 노래가 있어요. 제가 힘들 때 그 노래와 앨범을 듣고 영감을 받고, 위로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그 앨범을 이번에 연준이 형 생일에 선물로 LP를 줬거든요. 지금도 ‘Good News’를 들으면 가슴 한 편이 아려 오는 게 있는 것 같아요. MBTI가 ‘T’지만 갑자기 공감 능력이 ‘뿜뿜’한 느낌이 들어서.(웃음) “so tired of being so tired”라고 “피곤해하는 거에 지쳤어”, 그 가사가 되게 와닿았어요.
음악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그걸 해소하는 것도 음악이에요.
태현: 아이러니하게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사실 음악 자체는 스트레스를 많이 주진 않아요. 노래나 안무를 만드는 과정에서의 땀과 노고는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물론 다른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지만, 그걸 해결해주는 것도 음악이고요.
그 속에서 태현 씨가 나아가는 방향의 끝에는 뭐가 있어요?
태현: 나중에 점점 퀄리티가 올라가서 한 번 딱 보여줬을 때 사람을 울리는 감동의 정도가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감동에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저는 너무 좋은 작품을 보면 감동을 받거든요. 최근에 정국이 형의 ‘3D’ 안무 영상을 봤는데 감동을 받았어요. ‘아우라가 너무 다르다’, ‘너무 ‘GOAT’가 되어 버렸다.’(웃음) 노래 한 소절 동작 하나하나에서 뿜어져 나오는 멋과 뉘앙스가 ‘지금 내가 뭘 본 거지? 뭘 들은 거지?’ 싶어서 한 번 더 보게 되는. 그게 감동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것이 음악 이야기로 귀결되는데, 팀으로서 갖는 목표도 있겠지만 태현 씨가 개인으로 가진 꿈도 있을까요?
태현: 제가 연습하면서 노력했던 것들이 조금씩이라도 보여지면 되게 좋아요. 당장 곧 잡을 수 있는 꿈들이기도 하고요. 어쨌든 다 일과 관련됐어요.(웃음) 그런 게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것 같아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나 혼자 연습해서 ‘안 되던 게 되네?’ 그러면 누가 시킨 걸 할 때도 좀 더 재밌게 하고요.
그 과정에서 어려운 일을 맞이할 때의 압박은 어때요?
태현: 그냥 받습니다. 저는 늘 ‘해낸다.’라는 표현을 쓰는데, 단어 자체가 성취감이 느껴지잖아요. ‘한다.’는 표현은 누가 시킨 것 같고 성취가 없는 느낌인데.(웃음) 그래서 주어진 걸 ‘해낸다.’에 포커스를 맞춰서 생각해요. 멤버들도 다들 비슷한 것 같아요. 다 같이 “해냈다.” 이렇게.(웃음) “힘든데?”라고 했을 때 “힘든 게 맞아.” 이렇게 얘기해준다거나, “힘든 게 맞고, 나도 힘들어.” 이런 게 힘이 되더라고요.
함께 헤쳐나가는 멤버들을 태현 씨가 소중하게 여긴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태현: 제가 신경 쓰는 사람들에 한해서는 다정하다고 느껴주실 것 같아요.(웃음) 일단 당연히 모아들이 있고. 그리고 저희 멤버들, 회사 구성원분들이 끝이긴 한데요. 특히나 저랑 일을 하면서 제가 어떤 성격인지 잘 아는 사람들은 제가 되게 ‘애써준다.’(웃음)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다정하고 따뜻하게 해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팬들을 위해 일부러 무대 돌출로 최대한 나가려고 한다거나, 콘서트 추첨일 등을 기억하기도 하고요.
태현: 저는 말이 조금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고, 뭘 하든 실행력은 괜찮았던 편이어서, 행동으로 하는 것 같아요.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누구보다 조금 더 살펴보려고 하고요. 의견을 낼 때도 “이건 좀 더 하면 안 될까요?” 이렇게 얘기하는 것들이지 않을까 싶어요.
일에 대한 진심이 태현 씨만의 애정 같기도 해요. 지난 활동 중 1위 소감으로 “음악적 뚝심이 통했다.”는 기사 제목을 빌려 모아에게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잖아요. 이번 앨범의 음악을 통해 모아에게 전하고 싶은 건 뭘까요?
태현: 저는 앨범을 낼 때마다 늘 그렇게 생각해요.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번에 잘 얘기하지 않는 것들을 공감해주는 앨범인 것 같아서, 힘이 될 것 같아요. 힘이 됐으면 좋겠고. 가사를 보면서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남한테 얘기 잘 안 하잖아요.(웃음) 그 인정의 과정을 잘 얘기하지 않는단 말이에요. 내가 이걸 당장 해야 되는 걸 알지만, 나도 속이고 남도 속인단 말이죠. 그런 걸 알아주는 노래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 ‘우리도 이랬으니 그 감정을 좇는 게 맞다.’ 얘기하는 것 같아요. 응원 아닌 응원이 됐으면 좋겠어요.
위로를 건네는 앨범이네요.
태현: 그렇죠.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청춘이니까. 그런 얘기들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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