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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해인
사진 출처. 세븐틴 위버스 라이브

“나 설거지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았지?” 지난 5월 6일, 위버스 라이브에서 추억의 플래시 게임 ‘슈의 라면집’을 플레이하던 세븐틴 원우가 당황스럽다는 듯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제한된 시간 동안 마우스 클릭으로 라면을 끓여 목표 수익을 달성해야 하는 ‘슈의 라면집’에서 클리어를 실패할 때 뜨는 “넌 설거지나 해!”라는 문구에 나온 의외의 답변이었다. 컨트롤 실력이나 전략 수립이 복합적으로 수반되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이하 ‘롤’)’, ‘배틀 그라운드’ 같은 게임에 능숙하다고 알려진 그였기에, 상대적으로 단순한 게임에 낯설어 하는 원우의 반응은 팬들의 애정 어린 웃음을 자아냈다. “(게임을) 모르시는 분들은 제 얼굴을 봐주세요.”라는 말을 농담처럼 던져도 누구나 진지하게 받아들일 비주얼부터 게임을 하다 아깝게 실패해도 “아쉽다.” 정도의 말만 남기고 바로 다시 시도해보는 성실함, 특유의 곧은 자세와 중저음 톤의 차분한 설명까지. ‘게임 보이(GAM3 BO1)’ 원우의 시작이었다.

 

원우는 “연습생 때는 취미 생활도 게임밖에 없었다.”고 말했을 만큼 원래 게임을 즐겨왔고, 3년 전 중국 플랫폼 ‘후야TV’를 통해 ‘배틀 그라운드’ 플레이를 라이브로 진행한 이력도 있다. 작년 세븐틴의 자체 콘텐츠 ‘고잉 세븐틴’의 ‘GSVT E-Triathlon Championship 2022’에서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할 때는 플레디스 뉴미디어파트 이윤주 파트장의 설명처럼, “진짜 고수의 향기가 느껴지는 닉네임 선정과 플레이”를 뽐내며 팬덤 안팎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고양이가 모험을 펼치는 ‘스트레이’ 게임을 플레이할 때 초반부터 스토리의 진행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미션을 구분하고, 중요도 낮아 보이는 미션은 생략하며 진행하기도 하는 등 게임의 유형을 금세 파악하고, 그 와중에 게임 주인공인 고양이의 귀여움을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센스도 갖췄다. 

“원우 씨가 먼저 게임 라이브를 시작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고, 장비의 세팅과 라이브를 담당하는 크루를 구성하게 됐어요.” 하이브 아티스트콘텐츠4스튜디오 염지빈 LP가 전한 것처럼, ‘원우의 GAM3 BO1🎮 #1(이하 ‘GAM3 BO1’)’는 원우의 오랜 취미와 의견을 바탕으로 시작됐다. 첫 라이브 도중 원우가 참여한 세븐틴 힙합 유닛의 곡명을 따서 ‘GAM3 BO1’라는 라이브 제목이 정해졌고, 무려 평균 3.3시간에 달하는 일곱 번의 라이브가 약 두 달 사이에 진행됐다.(7월 28일 기준) 염지빈 LP에 따르면 ‘슈 게임’처럼 가벼운 플래시 게임으로 시작해, 롤의 ‘칼바람(롤의 무작위 총력전(ARAM)을 일컫는 말)’을 거쳐 ‘본 게임’에 이르는 구성은 원우의 제안에 따라 두 번째 라이브부터 자리 잡게 됐다. “‘슈 게임’ 같은 플래시 게임에 팬분들이 워낙 좋은 반응을 보여주셨어요.” 염지빈 LP의 말처럼, 2000년대 초반 흥행한 플래시 게임들은 주로 포털 사이트를 통해 서비스되고 조작 방법이 단순하다 보니, 어린 시절 쉽게 접할 수 있는 접근성이 좋은 게임이었다. 캐럿들의 추억을 소환한 동시에, 원우에게 댓글로 팁을 전수하며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손 풀기’ 단계에 해당하는 롤의 ‘칼바람’은 조금 더 깊은 게임 방송의 재미를 원하는 이들에게 적합한 코너이고, 마지막 ‘본 게임’은 비교적 긴 플레이 시간이 필요한 게임들이 배치된다. 비주얼적인 요소들을 배경으로 스토리를 따라가며 미션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몰입감을 만들어내기에, 사전 지식이 없더라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게임을 좋아하거나 좋아하지 않아도 다가갈 수 있는 종합 선물 세트나 다름없는 구성이다. 그의 게임 방송이 라이브를 할 때마다 관련된 키워드가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오를 만큼 꾸준한 호응을 얻고 다른 멤버를 초대하는 개념의 합동 방송을 하기까지 하는, 전문 게임 방송 같은 역할까지 톡톡히 해낼 수 있는 이유다. 

 

원우는 ‘스트레이’에서 주인공을 위해 희생하는 친구 로봇에게 “진짜 멋진 친구 같아. 난 저런 마음 가짐을 가지기 힘들 것 같아.”라며 선한 이들의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또 고양이가 물건을 훔칠 때는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면 안 됩니다. 여러분.”이라며 게임 속에서만 가능한 행동이라고 짚는다. 그는 자신의 게임 방송에서 훌륭한 플레이어일 뿐만 아니라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진행자의 역할까지 전부 아우른다. 라이브마다 시청자 입장에서 사운드가 잘 들리는지 체크하고, 물리적 환경을 넘어 정서적 환경까지 고려할 정도다. 염지빈 LP에 따르면 “첫 라이브 전에 원우 씨가 미리 오셔서 저희와 테스트를 해보시고, 특정 온라인 게임의 닉네임이 안 나오게 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씀해주셔서 반영”했다고 한다. 무작위의 유저가 다수 접속하는 온라인 게임에서 종종 불쾌감을 주는 닉네임과 채팅이 등장할 가능성 때문이었다. 라이브 중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비하고자 아티스트와 스태프 모두 사전에 테스트를 진행했고, 화면 전환의 타이밍도 맞췄다고 염지빈 LP는 부연했다. 이런 안전장치가 있음에도 플레이할 상대를 고심하는 원우의 신중함이 더해져 ‘GAM3 BO1’는 다양한 게임을 다루되 더욱 안전한 범위 내에서 여럿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라이브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게임과 게임 방송에 모두 능숙할 뿐만 아니라 그의 방송을 바라보는 팬의 마음까지 생각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GAM3 BO1’의 매력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염지빈 LP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팬분들이 원우 씨의 다정함을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원우는 수많은 힌트를 모으거나 비밀번호를 찾고 추리하는 ‘페인스크릭 킬링즈’ 게임을 플레이할 당시 “이건 캐럿들의 아이디어를 받아야겠어.”라며 시청하고 있는 팬들의 댓글을 보면서 비밀번호를 조합하거나, 다음에 어떤 장소로 이동할지 묻는 등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용하며 미션을 해결해 나갔다. 그러자 팬들이 자체적으로 복잡한 등장인물과 스토리, 게임의 진행 상황 등을 정리해서 공유하기 시작했다. 이후 “원우 씨가 팬분들 반응을 보다가 팬분들이 게임 캐릭터와 관계도를 정리하신 걸 보시고는, 그걸 참고해서 보기 좋게 정리해달라는 요청을 주셨어요. 그래서 보기 쉽게 따로 PPT를 만들어서 드리게 됐어요.”라는 염지빈 LP의 말처럼, 여섯 번째 라이브에서 ‘페인스크릭 킬링즈’를 정리한 PPT가 등장했다. 원우가 라이브에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자 캐럿들은 게임의 공동 플레이어가 되고, 캐럿들은 다시 더 많은 캐럿들을 게임 안으로 끌어들인다. 콘텐츠가 또 다른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게임이 서로와 서로를 연결하는 순간이다. 염지빈 LP의 말은 ‘GAM3 BO1’의 핵심을 압축한다. “‘GAM3 BO1’는 원우 씨랑 캐럿들이랑 같이 만드는 방송이라 생각해요.”

“형은 널 기다리고 있어.” ‘GAM3 BO1’에 첫 게스트로 찾아온 에스쿱스가 말했다. 2인 1조로 총을 쏴서 게임 안의 보스를 처치하고 적의 공격도 피해야 하는 악명 높은 난이도의 ‘컵헤드’ 게임을 플레이하던 중이었다. 게임에 내공이 많은 두 사람이 쉬운 난이도를 택해도 어려워할 만큼 까다로운 게임이었고, 한 플레이어가 죽으면 다시 터치해서 살려주기 위해 호흡을 맞추거나, 혼자 남으면 2인의 몫을 끝까지 해내야 하는 게임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경쟁심과 반복 플레이를 유도하는 게임의 특성상 실수가 발생해도, “천천히 가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어.”라며 응원하거나, “내가 깨줄게.”라며 다른 한 사람을 리드하기도 했다. 두 사람이 게임을 하는 방식은 ‘고잉 세븐틴’에서 각 유닛별로 여름 날씨에 더운 방에서 게임을 클리어해 탈출해야 하는 ‘8월의 크리스마스’ 같은 에피소드를 통해 세븐틴이 보여줘온 모습과도 맞닿는다. 실패하는 게 당연한 난이도의 게임을 하면서 “괜찮아. 좋은 방법이었어.”라고 응원을 건네는 우지의 말이나, “이거는 이렇게 잘하는 사람이 해줘야 해.”라는 호시의 말처럼, 하는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시도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때로 에스쿱스나 원우처럼 게임을 잘하는 멤버들이 주축이 되지만, 제한된 시간 속에서 모두가 돌아가며 시도해보고 함께 고민한다. 누군가는 플레이어를 맡고, 누군가는 플레이어를 응원하며 각자의 포지션을 자연스레 정리해 나가는, 소위 ‘조별 과제 희망편’ 같은 순간이 게임 플레이 속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GSVT E-Triathlon Championship 2022’에서는 예능적인 재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선 안에서 적절한 승부욕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세븐틴의 게임에는 멤버들이 서로를 위하는 배려와 깊은 유대감에 바탕을 두고 있다. 승부욕이나 경쟁으로부터 적절히 거리 두기를 하고, 게임을 게임으로만 받아들이는 것. 이는 이윤주 파트장의 말처럼, ‘고잉 세븐틴’의 촬영이 “전체적으로 즐기면서 하는 분위기”가 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일 것이다. 원우의 라이브는 이 세븐틴의 게임 문화 또는 놀이 문화를 캐럿들과 함께 세상에 전파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방향의 게임 문화의 시작이다.  

“꼴찌여도 괜찮아. 우리 계획대로 가고 있는 걸?” 디노가 ‘GSVT E-Triathlon Championship 2022’에서 말했다. ‘고잉 세븐틴’에서 게임을 이기기 위한 경쟁은 멤버들이 그 과정을 즐기기 위한 방법일 뿐이다. ‘GAM3 BO1’가 높은 호응을 얻고, ‘고잉 세븐틴’에서 세븐틴 멤버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하루만 세븐틴이 되어 같이 게임하고 싶은’ 팬들을 늘려나갈 수 있는 힘은 여기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게임을 하면서도 다정하다. 언뜻 충돌되는 것 같은 두 단어가 만났을 때 도리어 소통과 협동이라는 게임의 또 다른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자 “역시 다 같이 모이니까 안 되는 게 없네.”라는 원우의 말처럼, 세븐틴과 캐럿들이 함께 미션을 해결하고 완성해낸 동료로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순간이 온다. 도합 일곱 시간이 넘는 ‘페인스크릭 킬링즈’ 플레이를 마친 원우가 말했던 그 순간 말이다. “캐럿들이랑 다 같이 잘 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