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말투에는 차분함과 단단함 그리고 열정이 동시에 묻어난다.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이며,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만의 확신이 담겨 있기 때문에. 

요즘 마음이의 근황은 어때요? EBS 라디오 ‘청소년소통프로젝트 경청(이하 ‘경청’)’에서 마음이가 간식만 좋아해서 걱정이라고 했는데.(웃음)

정원: 지난번 부모님이 숙소 앞에 잠시 오셨는데, 마음이도 데리고 오셔서 잠깐 봤어요. 가면 갈수록 커요.(웃음) 요즘은 본가에 갈 일이 많지 않아 가족 단톡방으로 업데이트를 받는데, 최근에는 마음이가 TV로 제 영상을 보는 게 있었어요. 저를 알아보는 건 아니고 그냥 화면에서 빛이 나오니까 주목하는 느낌이지만요.(웃음) 간식으로 작년이랑 똑같이 육포나 강아지용 요거트를 좋아하는데, 사실 그냥 밥 빼고 다 좋아해요.(웃음)

 

마음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항상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감에 대해서도 짚어주는 듯하더라고요.

정원: 요즘 유기견이 많잖아요. ‘경청’에 출연한 수의사분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강아지를 키우면 일상을 약간은 내어줄 수도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강아지를 키우려다 보니, 유기견이 많아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2월부터 선우 씨와 ‘경청’을 진행하며 수의사처럼 다른 분야의 전문가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이 많았겠어요. (인터뷰 6월 2일 진행)

정원: 청소년을 위한 라디오 방송이라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분들이 나와요. 수의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되었고, 몰랐던 걸 많이 알게 됐어요. 저희는 각 잡고 촬영하는 게 많잖아요. 그것도 좋지만 가끔은 편안하게 목소리만 들려드리는 걸 하고 싶었는데, ‘경청’이 딱 그랬어요. 제 목소리 톤이 신났을 때는 엄청 높지만 평소에 말할 때는 좀 낮거든요. 라디오를 하면 제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데 그게 편안한 느낌이라 좋아요.(웃음)

DJ를 하다 보면 게스트를 맞이하거나 순발력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도 있는데, 진행이 점점 자연스럽더라고요.

정원: 라디오는 듣기만 하시는 분들도 있으니 말하다 틈이 생기면 방송 사고 같아 부담이 컸어요. 이제는 일단 “그런데”라고 툭 던지고 그사이에 머리를 돌려요.(웃음) 그럼 삥 돌다가 어떻게든 말이 나오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심장이 철렁해요. 하다 보니 선우 형과 호흡도 잘 맞아요. 일부러 정하지는 않는데 여기서는 누가 말하고, 애드리브를 하고 이런 게 좀 정리된 느낌이에요. 저는 말할 때 에너지가 높은 편은 아닌데, 선우 형은 되게 높잖아요.(웃음) 밸런스가 맞아요.

 

라디오는 사연이 오기도 하는데, 또래들의 고민에 코멘트하는 건 어땠어요?

정원: 처음에는 저도 어리니까(웃음) 이게 맞나 싶을 때도 있었어요. 저희처럼 어릴 때 일을 시작하는 건 흔치 않으니까, 공감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 같았고요. 그래도 학교 끝나고 놀러 나가기도 했고, 고등학생이 되고서 진로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 건 제 누나가 겪은 일이기도 해서요. 최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해드리고 있어요. 

 

라디오에서는 사연에 맞춰 노래를 선곡하기도 하잖아요. 음악 감상에도 ‘경청’의 영향을 받았나요?

정원: 최근에는 노래 들을 시간조차 없었는데 몰랐던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LUCY분들이 커버하신 ‘항상 엔진을 켜둘께’가 제목 때문에 기억에 남아요. 원래 저는 R&B를 좋아하는데 요즘은 K-팝도 많이 들어요. ‘경청’의 영향도 있고, 지난번 독일에 다녀올 때 비행기에서 방탄소년단 선배님들 앨범을 다시 들었는데 되게 좋아서, 예전 K-팝을 더 찾아보게 됐거든요. 또 누나가 EXO 선배님 팬이었어서 어릴 때 많이 들었는데, 다시 들으니 추억 돋기도 해서 좋더라고요.

 

어릴 때 들었던 K-팝을 데뷔 이후 들으면 기분이 남다를 것 같은데, 차이가 있었나요?

정원: 그때는 ‘노래가 좋다.’ 이런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진짜 잘하신다.’의 느낌이에요.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도 좋게 들리는 건 대단한 거잖아요. 방탄소년단 선배님들도 그렇고 K-팝에서 톱을 찍으신 분들은 그만한 이유가 있으실 거라 생각하거든요.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저희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번 앨범 ‘MANIFESTO : DAY 1’에 임하는 정원 씨의 각오일 수도 있겠어요. 변화가 많은 앨범이기도 한데 정원 씨가 시작을 열어야 하는 ‘Future Perfect (Pass the MIC)’는 어땠어요?

정원: 정말 힘들었어요.(웃음) 제가 인트로를 많이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원래도 부담은 있었지만 처음 해보는 장르라 부담이 더 컸던 것 같아요. 물론 저번 앨범부터 빌드업이 있었어요. 프로듀서님들도 제 목소리가 “여리여리하다. 너무 아기 같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Blockbuster (액션 영화처럼) feat. 연준 of TOMORROW X TOGETHER’로 그게 조금씩 뚫렸어요. 목 긁는 걸 한 번 하기 시작하니까 어느 정도 조절도 돼서 그나마 괜찮았어요. 이전에 쇼케이스에서 항상 “다양한 장르를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거든요. 그런데 ‘드릴(Drill)’이라는 상상치 못한 장르가 나와서, 도전했다는 것만으로 신기했어요. 

 

첫 트랙 ‘WALK THE LINE’에서는 내레이션을 하기도 하고, 도전이 많았다 보니 정원 씨 보컬에도 성장이 있었겠어요.

정원: 내레이션을 한국어, 일본어, 영어로 한 게 처음이라 또 다른 도전이었어요. 한국어가 조금이라도 어색하면 진짜 어색해지니까 녹음을 많이 했어요. 그래도 프로듀서님들이 제가 라디오를 해서 그런지 목소리 톤이 좋다는 얘기를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어요.(웃음) ‘SHOUT OUT’은 록인데 멜로디가 몽글몽글해서 앙코르 곡 바이브라 이번 앨범에서 제일 좋아하는 곡이에요. 녹음할 때 멜로디만으로 어떤 장면이 상상되기 쉽지 않은데, 딱 핸드마이크 들고 관객들과 마주하는 장면을 떠올렸어요. 최근 녹음을 진짜 많이 했는데, 곡마다 분위기가 달라 표현하는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 같아요.


스펙트럼은 퍼포먼스 면에서도 넓어졌을 듯해요. 이번 타이틀 곡의 안무가 그 어느 때보다 격한데 어땠어요?

정원: 이번에는 제대로 격한 춤을 추는 안무들이 많아서 어렵지만 그만큼 멋있는 느낌이긴 해요. 그리고 저희 곡 중에서 제일 힘들고(웃음) 체력의 한계를 느끼게 되는 안무 같아요. 처음 부분은 체력이 ‘만땅’이라 문제가 없는데, 힘이 빠지면 집중력이 엄청 흐트러지잖아요. 있는 힘을 2절 후렴에서 쓰려고 조절하고 있어요. ‘Blessed-Cursed’도 처음에 ‘‘사녹’을 어떻게 하지?’ 했는데 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 곡은 ‘진짜 아니다.’ 싶은 느낌이지만, 한 달 뒤에는 또 열심히 ‘사녹’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웃음)


앨범 준비 기간에 니키 씨와 ‘스튜디오 춤’의 ‘MIX & MAX’를 촬영하기도 했는데, 앨범 준비에도 도움이 됐을까요?

정원: 이 시기에는 비교적 춤을 덜 추게 되니까 체력이 문제가 되는데 준비하면서 체력 떨어질 일이 없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열심히 준비한 만큼 반응이 좋아서 뿌듯했고, “얘네가 막내라니.” 이런 댓글을 많이 봐서 그게 좀 웃겼어요.(웃음) 사실 니키를 보면서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밸런스가 좋고 못하는 것 없이 모든 동작에 니키스러움이 있거든요. 물론 너무 따라가면 안 되니까 제 앵글은 가져가되, 느낌이나 정확성을 따라 하려고 해봤어요.

또 최근 독일 ‘K-팝 플렉스’ 페스티벌에서 함성이 있는 공연을 경험하기도 했잖아요. 무대가 또 한 번 다르게 느껴질 것 같아요.

정원: 언젠가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서울가요대상’이 크게 느껴졌거든요. 뭔가 제가 하는 일을 자각하게 만들었달까요? 그런데 이번 독일 공연은 4만 명이었으니까 그 마음이 훨씬 커진 느낌이에요. 이어폰을 안 끼고 그냥 귀로 듣는데도 함성이 엄청 크더라고요. 그냥 신기했어요. 심지어 해외였는데 K-팝이 이렇게 인기가 많다는 게 실감이 안 났어요.

 

공연의 경험이 컴백을 준비하는 마음도 달라지게 했을까요?

정원: 이번에는 무조건 대면이 되니까요. 오프라인이니까 음악 방송에서도 엔진분들이 무대의 전체를 보실 수 있잖아요. 원래도 잘 맞춰왔지만 더 신경 쓰는 것 같아요. 오프라인에서는 흥분되니까 맞았던 것도 안 맞거든요. 그걸 생각해서라도 더 많이 맞추고 있어요.

 

‘경청’에서 실수를 해도 그 뒤가 있으니 신경 쓰지 않고 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데, 무대를 준비할 때 그런 생각들이 도움을 주기도 했어요?

정원: 사실 제가 실수를 하면 그다음을 다 포기해버리는 그런 스타일이었어요. 그러면 끝나고 나서 후회만 남더라고요. ‘뒤에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왜 그랬지?’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아직까지도 고치기 힘든 성격인 것 같아요. 그래서 고치려는 중이고요. 저도 멤버들도, 웬만하면 처음에 실수를 안 하려고 평소에 연습을 좀 더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이전보다 퍼포먼스에 부담이 생기는 시점일 텐데, ENHYPEN의 리더로서 정원 씨가 멤버들에게 하는 역할이 있을까요?

정원: 연습할 때 아무래도 안무가 엄청 힘들다 보니까 좀 더 파이팅하는 것 같긴 해요.(웃음) 당연히 모두가 열정을 갖고 있지만, 예전에는 모두가 같은 목적성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그건 불가능하잖아요. “다 비슷한 생각을 가질 수는 없을까요?” 이렇게 스태프분에게 묻기도 했는데, 그건 저의 욕심이니 받아들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듣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듣지 않으면 오해가 생길 수 있고, 다른 사람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생각이 다른 것도 이해할 수 있고요. 요즘은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와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어려운 일이잖아요.

정원: 제가 받아들이는 만큼 다른 면에서는 다른 멤버들이 받아들여주는 게 있는 거니까요. 요즘에는 각자의 가치관이나 생각을 존중해주면서 지내는 것 같아요. 정해진 역할이 더 잘 수행되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다들 잘 따라오니까 사실 크게 걱정하는 건 없어요.(웃음)

 

정원 씨가 택한 일은 다른 사람과도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스스로에게 엄격해져야 하는 순간도 있는데, 그런 순간은 어떻게 넘겨요?

정원: 제가 원래 단 음식을 진짜 좋아하고, 먹는 스타일도 한 번 먹으면 안 남기고 다 먹었어요. 그런데 앨범 준비 기간에도 촬영이 있으면 화면에 비치잖아요. 원래 더 잘생기게 나올 수 있는데(웃음) 변화가 있는 걸 보면 스스로 만족을 못해서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그게 싫어서 관리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잘 안 됐는데, 한 번 해보고 나니까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더라고요.(웃음)

 

일반적인 10대와는 다른 길을 걷는 셈인데, 정원 씨는 꽤나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정원: 아쉬움이 크게 없어요.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고, 이 일을 안 했어도 학창 시절 운동을 해서 학업에 크게 집중은 못했을 것 같아요. 연습생 때는 오전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 멤버들과 있다 보니, 가족들보다 함께한 시간이 더 많아서 추억도 많고요. 형들이랑도 저녁에 밥 먹거나 야식을 먹을 때 연습생 때나 ‘I-LAND’ 얘기를 진짜 많이 하게 돼요. 에피소드도 많고, 유독 할 얘기가 많아서요.

연습생 때와 현재를 비교하면 많은 변화가 있잖아요. 많은 걸 경험했고 또 새로운 경험을 앞둔 지금, ENHYPEN의 성장을 바라보는 기분은 어때요?

정원: 사실 오프라인 이전에는 사이버 가수 이런 얘기도 하고(웃음), 실존 인물이 맞냐는 이야기도 듣고는 했어요.(웃음) 그런데 독일에서 호텔 근처에 희승이 형과 제이 형이 잠깐 나갔는데, 모자랑 마스크를 써도 알아보시더라고요. 사실 2~3년 전의 저는 연습생이었고 아무도 못 알아보셨는데, 몇 년 사이 이렇게 많은 분들이 사랑을 주시고, 좋아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시고, 그런 성장이 실감이 났던 것 같아요. 

 

그런 소중한 엔진은 활동을 앞둔 지금의 정원 씨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정원: 엔진분들의 의미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똑같은 것 같아요. 저도 응원을 받고 큰 힘이 돼요. 엔진분들은 그냥 다 좋아해주시니까요. 그래서 이번에는 영상보다도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된다고 생각해서 더 열심히 해요. 직접 시간을 내서 오시는 거니까.


정원 씨 또한 언제 어디서나 애정 어린 관심을 엔진에게 보내고 있고요.

정원: 제가 댓글도 많이 읽고, 위버스도 많이 하는 이유가 엔진분들은 어디에서든 직접 글을 올려주시고 저희에게 표현을 엄청 많이 해주시잖아요. 그런 만큼 저희가 엔진분들을 신경 쓰고 있다는 건 표현을 해야 아시니까, 저희도 보고 있다고 알려드리는 거죠.(웃음) 

Credit
글. 윤해인
인터뷰. 윤해인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김리은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허세련, 이건희, 최아라, 차민수(빌리프랩)
사진. 정재환 / Assist. 정창흠, 송정현
헤어. 김소희, 여진경
메이크업. 권소정
스타일리스트. 지세윤 / Assist. 김민선, 최재은
세트 디자인. 최서윤, 손예희, 김아영(Da;rak)
아티스트 의전팀. 김세진, 오광택, 홍유키, 김한길, 강민기, 이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