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훈은 최근 몇 달간의 활동을 되짚어보며 몇 번이나 재밌다는 표현을 썼다. 떨리는 마음보다 재밌다는 감정이 더 컸다고. 이전보다 더 큰 재미를 느낀다고. 지난 인터뷰 이후 5개월의 시간이 흐른 사이, 성훈은 또 변했고, 그의 말에는 자신의 일에 대한 욕심과 애정이 더욱 짙게 묻어났다.

데뷔 후 1년 반이 지나서야 드디어 관객들의 호응을 경험할 수 있게 됐어요.

성훈: 원래는 몰랐는데 ‘더 재밌게 활동할 수 있는 거였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독일에서 무대 했을 때도 처음에는 되게 신기하고 놀랐는데, 바로 적응이 되면서 재밌다는 느낌이 훨씬 컸어요.

 

‘뮤직뱅크’에서도 방청객 앞에서 진행을 하는 건 또 새로운 느낌이겠어요.

성훈: 확실히 진행할 때도 분위기가 더 올라가는 것 같고, 대기 시간에 엔진분들과 미니 팬 미팅처럼 소통도 할 수 있다 보니 전보다 더 재밌게 MC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엔진분들은 엔진봉도 딱 들고 오시고, 휴대폰에 저한테 하고 싶은 말을 써주시기도 해서 바로 구별이 되거든요. 엔진분들이 써주신 문구를 보면서 입 모양으로라도 대답해주고, 하트 해달라고 하시면 하트를 해드리기도 해요.(웃음)


‘자본주의학교’를 보니 ‘뮤직뱅크’가 생각보다 훨씬 긴장감이 넘치는 현장이라는 걸 알겠더라고요. 대사를  하면서 리액션을 하는 동시에 카메라와 생방송 시간도 신경 써야 하고요. 

성훈: 맞아요. 좀… 많이 혼란스럽긴 해요. 정신이 없다고 해야 되나? 한 달이 다 되도록 적응을 잘 못해서 부담이 있긴 했어요. 중요한 방송이니까 잘해야 되고, 저 혼자 하는 거라 기댈 멤버도 없잖아요. 제가 평소에 엄청 활발하거나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혼자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에 어려움이 있어서, 처음에는 조금 힘들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지만요.

 

그런 환경 속에서 성훈 씨가 스스로를 발전시키기 위해 가장 노력했던 부분은 뭐예요?

성훈: 처음에는 멘트 안 틀리는 데 가장 많이 신경 쓰다가 갈수록 그 부분은 괜찮아지니까, 이제는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것처럼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회사에서 스피치 레슨도 몇 번 받으면서 전주 대본을 복습해보기도 하고, 상대 MC분과도 ‘티키타카’가 잘될 수 있도록 최대한 대본 그대로가 아니라 제가 하는 말처럼 하려고 해요. 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부족한 게 많아서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하루 종일 긴장감을 가진 채로 일을 하다 끝나면 어떤 상태예요?

성훈: 확실히 많은 분들과 인터뷰도 하고 이젠 관객분들도 들어오시니까, 힘이 더 많이 들어가더라고요. 요즘은 끝나고 나면 회사에 돌아와서 안무 연습을 하는데, 약간 정상은 아니에요.(웃음)

 

연습할 땐 힘들겠지만(웃음) 음악 방송에서 다양한 무대를 통해 자극을 받다 보니 컴백이 더욱 기다려질 것 같아요.

성훈: 다른 아티스트분들의 무대를 모니터링하면서 액팅이나 표정 등 배운 것도 많았고, 그래서 활동을 빨리 하고 싶었어요. 이제 공개 방청이 풀렸으니까 엔진분들이 ‘우리가 무대를 하기까지의 과정을 하나하나 다 실제로 보시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대도 많이 되고, 너무 재밌겠다는 마음이 커요. 근데 이번 안무가 사실 한 번 추는 것도 되게 힘들어서.(웃음) 체력에 대한 걱정이 좀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PT뿐만 아니라 크로스핏도 하면서 근력이랑 체력을 기르고 있어요.

타이틀 곡 안무를 보니 체력 소모가 굉장할 것 같더라고요. 성훈 씨의 춤 선이 부드러운 편인데도 강하고 빠르게 힘을 조절해야 하는 파워풀한 동작들을 깔끔하게 추는 게 신기하기도 했어요.

성훈: 저는 어떤 춤을 추든 깔끔함은 가져가는 편이에요. 연습생 때 춤출 때 너무 부드럽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아서 그 부분을 많이 연습했는데, 저희 안무 자체도 빵빵 터지고 치는 동작들이 많다 보니 지금까지 활동한 게 연습이 돼서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이번 곡은 제 기본적인 깔끔한 스타일 안에서 힙합의 그루브한 느낌이나 리듬감 같은 요소들을 잘 드러내는 데 신경 쓰고 있어요.


연습이 완벽하게 안 되어 있으면 자신감이 떨어진다는 점은 여전한가요? 성훈 씨가 할리갈리 컵스나 오목같이 집중력을 요하는 게임을 잘해서 연습할 때도 그런 집중력으로 하는 편인지 궁금했어요.

성훈: 네, 그건 여전한 것 같아요. 사실 할리갈리는 옛날에 동생이랑 많이 해서 단련이 돼 있던 것 같긴 한데, 제가 집중력이 좋은 편은 맞는 것 같아요. 연습할 때도 진짜 집중해야겠다고 생각이 들면 확, 빡 몰입해서 하는 편이에요.

 

이번에 연습을 하면서 스스로 더 깨고 싶은 모습은 뭐였나요?

성훈: 카메라를 진짜 부술 듯이 쳐다보는, 그런 사납고 강렬한 눈빛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비주얼적으로도 피스를 붙여서 뒷머리를 기르고, 더 센 분위기의 스타일링을 소화해서 날라리스러운 느낌을 내기도 했거든요. 제가 귀여운 것보다 센 콘셉트를 훨씬 좋아하기 때문에(웃음) 제가 봐도 ‘멋있다.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콘셉트를 잘 소화해내고 싶어요.

 

강렬한 콘셉트를 비주얼적으로 소화하는 걸 넘어 랩에 처음 도전하기도 했잖아요. 랩을 하는 자신의 모습이 생소하게 느껴지진 않았나요? “그냥 꺼져”라는 어감이 센 가사를 불러야 했고요.

성훈: 랩을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처음에 조금 당황하긴 했어요.(웃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그래도 완전 속사포 같은 느낌은 아니고 멜로디가 섞인 랩이라 그나마 많이 어색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나는 껄렁껄렁한 학생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발음도 좀 어눌하고 얼버무리듯 녹음했던 걸로 기억해요. 근데 이번 타이틀 곡에서는 노래 파트가 없어서 조금 아쉬웠어요.(웃음)

보컬에 욕심이 있나요? ‘SHOUT OUT’에서 고음을 지르는 파트를 잘 소화해낸 걸 듣고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느꼈거든요. 

성훈: 노래를 잘하고 싶다는 욕심은 당연히 있는데, 활동하면서 부족한 모습들이 있는 제 자신을 보는 게 좀... 별로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최근에 레슨도 많이 듣고, 비활동기에도 녹음 중간중간에도 보컬 연습을 많이 했어요. 많이 불러봐야 성대도 발달하고, 훈련이 되고, 발성도 잡히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렇게 연습하다 보니 보컬도 전보다는 많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작사에 대한 언급도 종종 하던데, 작사에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어요?

성훈: 사실 데뷔 때부터 가사를 쓰기 시작했어요. 그냥 쓰다 보면 재밌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 전에 곡을 이해하는 시간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서 시간이 있을 때마다 최대한 많이 써보려고 해요. 이번에는 ‘SHOUT OUT’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써봤는데, 들어간 건 한 개도 없었어요.(웃음) 그래도 A&R팀에서 제가 음절을 잘 맞춘다고, 더 열심히 해보면 잘될 것 같다고 격려해주셔서 더 많이 써보려는 마음이 커요. 언젠가 제 가사가 앨범에 들어갔으면 좋겠어요.(웃음)

 

여러 방면에서 성훈 씨의 새로운 시도와 도전으로 채워진 앨범이네요.

성훈: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으니까 그런 의지가 저절로 생기는 것 같아요. 더 잘하고 싶고, 더 멋있게 보이고 싶고,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니까.

자신의 일을 전보다 더 즐기고 있다는 느낌도 들어요. 지금 시점에서 스스로 원하는 길을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오랫동안 피겨스케이트를 부모님의 보살핌 속에서 해왔고, 부모님의 권유로 연습생이 됐잖아요.

성훈: 안 그래도 요즘에는 여러 가지를 혼자서 생각해보고 결정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물론 조언은 많이 듣지만, 결국 제 스스로가 마음먹은 대로 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부모님이든 회사든, 누군가가 끌어주는 대로만 따라가다 보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집중도 안 되고요. 아무래도 스스로 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제가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얼마 전 피겨스케이트 선생님 역할로 ‘THE 윌벤쇼’에 출연하기도 했는데, 어떻게 보면 성훈 씨 삶의 일부였던 피겨스케이트 경험을 활용하면서 활동을 전개하는 것도 또 다른 도전이자 선택일 수 있겠어요.

성훈: 요즘에는 사실 어떤 생각이 드냐면, 데뷔하고 지금까지 피겨와 관련된 걸 꽤 많이 했잖아요. 그래서 이제는 그만해도 될 때가 되지 않았나…(웃음) 왜냐면 저는 이제 피겨스케이트 선수가 아니라 ENHYPEN의 성훈이니까요. 이제는 ENHYPEN으로서 좀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 일상 속에서도 새로운 경험을 쌓고 있는 걸까요? 최근 ‘EN-loG’에서 성훈 씨는 바리스타 체험, 다도, 골프 등 새롭게 배우고 경험을 하는 활동 위주로 선택했더라고요.

성훈: 맞아요.(웃음) 평소에 좀 하고 싶은 게 많았어요. 제가 배우는 걸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해요. 골프도 배워야 할 수 있잖아요. 커피 내리는 것도 배워야 할 수 있고.

 

‘EN-O’CLOCK’에서도 카페 아르바이트 체험을 하면서 되게 즐거워했죠. 나중에 제이크 씨와 감성 카페 ‘피겨왕자 호주친구’를 운영하겠다는 노후 계획을 세울 정도로.(웃음)

성훈: 그렇게 이름을 지을 건 아니지만(웃음), “하면 진짜 재밌겠다. 이렇게 한 번 해보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은 나왔어요.(웃음) 커피 내리는 것도 재밌고, 손님들 맞이하는 것도 좀 재밌는 것 같고, 커피 냄새도 좋고, 인테리어가 잘되어 있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면 기분이 좋잖아요. 그런 감성이 좋은 것 같아요. 제가 그런 카페에 가면 기분이 좋으니까, 그런 카페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웃음) 나무 테이블을 둔다든가 해서 따뜻한 느낌을 주면 좋을 것 같아요. 제이크도 그런 느낌을 좋아해서, 제이크랑도 잘 맞지 않을까요?

계속해서 새로운 환경에 스스로를 노출시키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죠?

성훈: 활동하면서도 그렇고, 뭔가 자연스럽게 성격이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전보다는 좀 ‘E’에 가까워지고 있지 않나.(웃음) 그래도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은 다 해보려고 하고, 평소에 하고 싶은 말도 다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남들 시선 신경 안 쓰려고 노력하고. 신경 안 쓸 때도 있고요.

 

그런데 ‘EN-BTI’에서 MBTI 문항 검사를 하다 “솔직히 나는 내 자신을 몰라. 멤버들이랑 있을 때랑 나갔을 때랑 달라.”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아직은 자신을 알아가는 중인가 봐요.

성훈: 제가 멤버들과 있을 때는 되게 밝고, 말도 많고, 장난도 많이 치는데 혼자 있을 때는 차분하고 조용하게 바뀌는 것 같아서요. 제가 동생이랑도 멤버들한테 하는 것처럼 장난을 많이 치거든요. 가족 같이 편안한 사람들이랑 있으면 좀 다른 성향이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 근데 혼자 있을 때는 또 다르니까 사실 좀 정리하기가 어려운데, 지금은 저도 저를 모르겠어요.(웃음)


성훈 씨에게 안정감을 주는 사람들과 있을 때 표현하는 데 있어 자유로워지는 게 아닐까요?

성훈: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아무래도 의지할 사람이 6명이나 있는 거니까, 멤버들하고 있을 때 많이 편한 것 같아요. 멤버들도 감정 표출을 스스럼없이 하니까 저도 편하게 하는 것 같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인 면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멤버들 외에도 성훈 씨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건 뭘까요?

성훈: 제가 해야 되겠다고 생각한 건 꼭 해야지 안정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오늘 옷을 사야겠다고 생각했으면 꼭 사야 불안감이 좀 없어져요.(웃음) 이번 안무 연습 때 동작 정리 좀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안 되면 좀 불편하고, 해야 편안해지고. 가끔 바빠서 운동을 못할 때는 ‘원래 했어야 했는데, 못해서 좀... 그렇다.’(웃음) 이렇게 생각하면서 아쉬워져요. 정해둔 목표를 못한 것 같은 느낌.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EN-BTI’에서 멤버들 중 유일하게 성향이 바뀌지 않은 걸로 나타난 이유를 알 것 같네요. 성훈 씨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아이돌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과정 속에 있다고 느껴요.

성훈: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은 상황과 환경에 맞춰서 바뀌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혼자 있을 때, 멤버들이랑 있을 때, 무대에 있을 때 모두 조금씩 다르니까. 특히 무대에서는 춤과 노래에만 신경 쓰게 되고 무대 자체에만 집중하게 되니까, 평소에 절대 안 하는 표정이나 분위기도 나올 수 있는 것 같아요. 무대 위에 섰을 때 긴장감도 있지만, 긴장감보다는 ‘빨리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좀 더 크거든요. 그런 생각 때문에 오히려 더 재밌게 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이번 활동에서도 성훈 씨가 원하는 모습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나요?

성훈: 지금처럼 꾸준히 노력한다면,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Credit
글. 이예진
인터뷰. 이예진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김리은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허세련, 이건희, 최아라, 차민수(빌리프랩)
사진. 정재환 / Assist. 정창흠, 송정현
헤어. 김소희, 여진경
메이크업. 권소정
스타일리스트. 지세윤 / Assist. 김민선, 최재은
세트 디자인. 최서윤, 손예희, 김아영(Da;rak)
아티스트 의전팀. 김세진, 오광택, 홍유키, 김한길, 강민기, 이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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