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의 설렘을 말하며 환하게 웃음 짓다, 언니들을 떠올리며 촉촉한 눈망울이 되는 은채의 얼굴에는 시시각각 다양한 감정들이 스친다. 은채의 말을 따르다 보면 그 모든 끝에는 사랑이 있다.

데뷔 1주년 축하드려요!

홍은채: 와, 감사합니다!(웃음) 아직은 실감이 잘 안 나요. 많은 걸 경험했고 진짜 바쁘게 지내다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벌써 1년이 지나버린 게 아쉽기도 해요.

 

‘FIM-LOG’에서 “만약 100살을 산다면 그 100년 중에 제일 잊지 못할 한 해”일 것 같다고 말했어요.

홍은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으니까요! 앞으로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지만(웃음) 그래도 꿈을 이룬 해니까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몇 년 동안 노력했던 게 성과로 돌아오기도 했고요. 잊지 못할 1년이었어요.

 

이어서 나온 은채 씨가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을 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죠.

홍은채: 새해를 맞는 건 큰 이유가 없다 해도 그 자체로 신나는 것 같아요.(웃음) 언니들은 별 감흥이 없다는데, 저는 열여덟 살이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설렜어요. 무엇이든 간에 기대감과 설렘이 있어야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앨범이나 무대를 준비할 때도요. 그동안 낯설고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는 법이니까 그 처음이 나에게도 왔구나.’ 생각하고 즐기면서 지내려고 했어요.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는 기분은 어때요?

홍은채: 진짜 ‘은채의 스타일기!’라고 생각해요.(웃음) 초등학생 때부터 유명했던 선배님들을 만나 이야기도 나눠보고요. 트와이스 나연 선배님께서 “‘은채의 스타일기’에 출연하고 싶었는데 못 나가서 아쉽다.”고 말씀해주시기도 했거든요. 흐아, 너무 신기했어요. 처음에는 무려 KBS에서 저를 위한 콘텐츠가 만들어졌다는 게 부담도 되고 ‘내가 이 자리를 맡아도 되는 건가?’ 싶어서 긴장도 많이 했었는데요. 그래도 저에게는 너무 좋은 기회니까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컸던 것 같아요.

 

컴백하는 소감을 담아 ‘은채의 스타일기’에서처럼 일기를 쓴다면 어떤 문장으로 시작하고 싶어요?

홍은채: “드디어… 언니들을 인터뷰하는 날이 왔다!” ‘뮤직뱅크’ MC가 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빨리 르세라핌이 컴백하기만을 기다렸거든요. 매주 무대에 서는 팀들을 지켜봐야 하니까 너무 부러워서 ‘나도 저기서 빨리 언니들이랑 무대 하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이제 진짜 낼모레! 빨리 금요일이 왔으면 좋겠어요!(인터뷰는 5월 3일에 진행됐다.)

이번 컴백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홍은채: ‘ANTIFRAGILE’ 때는 각자가 지닌 서사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면, ‘UNFORGIVEN’에서는 ‘다 같이 손을 잡고 더 나은 세상으로 가자.’는 느낌을 담았다고 생각해요. 특히 타이틀 곡에서 언니들과 손을 잡고 나가는 코러스 파트는 보시는 분들이 저희 사이에 끼어서 함께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 “예뻐 보이려고도 멋있어 보이려고도 하지 말고 그냥 신나게 웃자!”라고 하면서 연습했어요. 저는 활짝 웃었다고 생각했는데 카메라로 찍어 보면 그 모습이 잘 안 담기더라고요. 진짜 입을 크게 벌리고 웃어야 해서 다섯 명 다 그 파트만큼은 웃는 연습을 엄청 많이 했어요.

 

보컬적으로도, 퍼포먼스적으로도 분위기가 전환되는 ‘UNFORGIVEN (feat. Nile Rodgers)’ 프리 코러스 파트를 소화하는 건 어땠어요?

홍은채: 타이틀 곡에서 처음으로 긴 보컬 파트를 맡게 되어서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연습했거든요. 여태껏 녹음하면서 스스로도 100% 만족했던 적이 없어서 이번만큼은 모두를 놀라게 해드리고 싶었어요. 실제로 녹음하는 날 PD님께 칭찬도 많이 들었던, 저에게 너무 소중한 파트예요. 한 명이라도 빠지면 할 수 없는 안무이기도 해요. 두 명이 먼저 당겨주고, 제가 달려가면 두 명이 잡아줘야 하는. 퍼포먼스 디렉터님이 한 발짝 내디디면 바로 떨어질 것 같은 낭떠러지 같은 상황에서 잡아주는 동료가 있기에 다 같이 일어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설명해주시는 걸 듣고 진짜 잘해내고 싶었어요. 언니들에게 완전히 몸을 맡겨야 하는데 저도 모르게 자꾸 힘을 주고 버티게 돼서 그 합을 맞추는 과정이 어렵긴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저도 언니들을 믿고 기대게 되더라고요.

 

퍼포먼스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처럼 난이도 높은 퍼포먼스는 어떻게 소화했나요? 

홍은채: 춤보다는 연기에 가깝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채원 언니가 저를 인형처럼 조종하는 파트에서는 에나벨처럼 소름 돋게 웃어 달라는 디렉션을 받고 웃었는데, 자꾸 언니들이 “어우, 귀여워.” 그러니까(웃음) 어떻게 잘 살려야 할지 고민이 컸어요. 사과를 무는 동작을 할 때도 이브에게 몰입해서 감정 표현하기 쉽지 않더라고요. 특정한 콘셉트를 표현하는 게 아직은 어렵게 느껴져서 콘셉트 포토 ‘BLOODY ROSE’ 버전을 촬영할 때도 처음 접하는 분위기라 걱정이 많았거든요. 그에 비해 결과물이 잘 나와서 마음에 들어요.(웃음) 찰나의 순간에 많은 컷을 찍으니까, 모든 사진이 다 예쁘게 나올 수가 없잖아요. 못 나온 사진을 걱정하기보다 디렉션 주시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고 최대한 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나를 표현해야 하는 순간을 확실히 캐치하는 게 중요하겠어요.

홍은채: 제가 타이틀 곡에서 “Oh, 보게 될 거야, 나다움”을 부를 때, 멋있는 표정이나 제스처를 딱히 하지 않고 스쳐 지나가기만 하거든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게 어색했는데, 퍼포먼스 디렉터님이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나가기만 해도 충분히 너답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리고 정말 저다운 모습은 ‘No-Return (Into the unknown)’ 직캠에 잘 담긴 것 같아서 되게 좋아하는 영상이 됐어요. 표정 하나하나가 제 ‘찐’ 감정들이거든요. 자연스럽게 즐기면 되는 무대가 저는 더 쉽게 느껴지더라고요.

 

어떤 모습이 가장 나답다고 생각해요?

홍은채: 크게 웃을 때? 진짜 입 크게 벌리고 “와하하!” 웃는 모습이 제일 저답다고 생각해요.(웃음)
 

콘셉트 포토 ‘DEWY SAGE’ 버전의 은채 씨 컷에 들어간 슬로건처럼요? “행복이란, 온전히 나 자신이 되는 것.”

홍은채: 저도 당연히 멋있고 예쁘고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죠. 그런데 제 웃음에서 힘을 받는다는 팬분들도 많고 언니들도 늘 그렇게 얘기해주니까, 그것만큼 좋은 게 없더라고요. 덕분에 저다운 모습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좋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빵 터진’ 모습이 담긴 컷이 저를 제일 잘 표현한 사진이라고 생각해요. 무언가 꾸며내는 건 온전한 제 모습이 아니잖아요. 그러면 완전히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떠올리게 된 문장이에요. 무대 위에서는 멋진 모습을 보여드려야겠지만 대신 SNS에 사진을 올리거나 할 때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자주 보여드리려고 해요.

무대 아래 언니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카메라로 담아주시는 장면이 비하인드 영상에 자주 나오더라고요.

홍은채: 제 시선에서 보는 언니들이 예뻐서 자꾸 카메라로 찍어주고 싶어요. 찍어달라고 하지 않아도 옆에서 슬쩍 찍어서 잘 나온 사진을 보여주면 언니들도 좋아해주니까요.

 

언니들에게 관심이 많아요. 카즈하 씨와 위버스 라이브를 할 때 처음 만난 날이 언제인지도 기억하던데.

홍은채: 1월 20일, 모든 언니들을 처음 만난 날이에요. 제가 르세라핌에 합류한 날이라 기억하고 있는데, 그만큼 중요한 날이 아니더라도 꼭 기억하려고 하지 않는 것들까지 저도 모르게 외우게 돼요. 

 

예능에서 은채 씨의 그런 센스 있고 세심한 모습들이 돋보이는 것 같아요.

홍은채: 예능을 좋아하기도 하고 평소에 많이 챙겨 보려고 해요. ‘은채의 스타일기’를 촬영할 때도 제가 이미 게스트분들의 자체 콘텐츠를 다 알고 있는 거예요. 거의 다 봤던 것들이라 얘기했더니 나중에 작가님도 칭찬해주셨어요. ‘아는 형님’이나 ‘문명특급’에 출연하게 됐다는 얘기를 들으면, 콘텐츠를 많이 찾아보면서 다들 어떻게 하셨는지 공부해요. ‘아는 형님’에서는 ‘내가 여기서 유일하게 잘할 수 있는 건 반말이다!’(웃음) 생각하고 임했어요. 반말을 해야 하는 콘셉트인 거니까요. 

 

평소에도 눈치가 빠른 편이라면서요. 타고난 성향도 있겠지만 스스로 노력하는 부분이 있을 듯해요.

홍은채: 많은 스태프분들이 저를 챙겨주시고 언니들에게도 늘 귀여움을 받고 있다 보니, 그런 마음들을 돌려줘야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신경을 쓰게 되고 그 과정에서 점점 눈치가 쌓이는 것도 같고요. 제가 훨씬 더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는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저희 팀이 막내를 사랑하는 그룹인 걸로 유명하잖아요. 다른 분들이 보시기에도 제가 예쁨을 정말 많이 받는구나 싶더라고요. 항상 제가 받는 게 큰 것 같아요. 팬분들이 주시는 사랑도, 언니들이 주는 사랑도.

 

사쿠라 씨 생일 편지에 “행복을 나눠줄 수 있는 동생”이 되겠다고 썼어요. 어떤 마음일까요?

홍은채: 연습생 때는 한동안 제가 제일 언니였어요. 엄청 어리긴 했지만 나름 맏언니로서 제일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는데, 지금 언니들도 그런 생각을 조금이나마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러운 막내가 되고 싶고, 이 팀에 웃음이 되어줘야겠다는 부담이 있긴 하지만요.(웃음) 저는 집에서도 팀에서도 진짜 사랑만 받고 자랐거든요. 그래서 사랑받을 때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나눠주고 싶어요. 언니가 슬플 때는 같이 슬프고, 행복할 때는 같이 행복한 사이가 되고 싶어요. 

 

그럼 은채 씨는 슬픔을 나누면 어떻게 된다고 생각해요?

홍은채: 제 슬픔을 나누면 그 사람까지 슬퍼질 것 같아서 별로인데, 남의 슬픔을 저한테 나눠주는 건 그 사람의 슬픔이 조금 덜어지지 않을까 해서 좋아요. 항상 제 말에 잘 공감해주는 것처럼 언니들도 슬프거나 화날 때 ‘나만 힘든 게 아니니까.’ 이러면서 넘기지 말고 얘기해주면 좋겠어요. 방송에서는 장난으로 ‘T’라서 서운하다고 많이 말하는데(웃음) 저도 사실 스스로에게는 되게 ‘T’인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채원 언니나 꾸라 언니에게도 공감이 돼요. 현실에서는 누구보다 서로를 잘 이해하기도 하고요.

 

짧은 시간 안에 정말 가까운 사이가 됐네요.

홍은채: 신기해요, 저도. 데뷔 전에도 이렇게까지 친해질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거든요. 1월에 일본 활동할 때 딱 저희 5명이서 식당에서 밥을 먹을 자리가 있었는데요. 그냥 이 자리가 너무 소중한 거예요. 평소에는 일 얘기하느라 바쁘고, 숙소에서는 자느라 바쁘니까. 그래서 오늘 이 시간만큼은 “진짜 핸드폰 다 내려놓자!” 하고 저희끼리만 할 수 있는 재밌는 이야기를 나눴어요.(웃음)

‘Burn the Bridge’의 “나에게 주어지지 않은 선택지 / 내 모든 것을 걸어 그것을 택해”라는 가사가 마치 은채 씨가 르세라핌에 녹아드는 과정 같아요.

홍은채: 데뷔 조에 합류하던 때를 떠올리며 그 파트를 불렀어요. 회사에 들어오는 것보다 데뷔하는 게 훨씬 어렵다고들 하잖아요. 무려 이런 언니들과 데뷔를 한다는 게 쉬운 게 아니니 진짜 잘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부담도 컸고 자신감도 없었어요. 그런데 도망칠 길이 없는 거 있죠. 포기하고 집에 가긴 또 싫고요. ‘그러니까 나에겐 선택지가 없다. 2-4 연습실, 여기에 있을 운명이다.’(웃음)

 

‘ANTIFRAGILE’을 연습할 때 밑창이 두꺼운 신발을 신고 어떻게든 해내려고 하던 모습이 기억나요. ‘SBS 가요대전’ 무대를 마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죠. ‘on the street (with J. Cole)’ 챌린지도 몇 번씩 다시 찍었고요. 

홍은채: 신발은 바꿔 신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오기가 발동한 거예요. 앞으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신발을 신어야 할 텐데 그때마다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요. ‘SBS 가요대전’은 각자의 서사를 퍼포먼스로 녹여낸 소중한 무대에서 제가 실수를 한 거니까 너무너무 속상했고요. ‘on the street (with J. Cole)’ 챌린지는 연습을 많이 해갔는데, 러닝머신 위가 익숙하지 않아서 제대로 못한 것 같아서요. 사실 아직도 좀 아쉬워요. 제이홉 선배님께서 제가 눈치 보일까 봐 “한 번 더 할까? 나는 상관없어, 진짜.” 이렇게 계속 말씀해주셔서 몇 번 더 할 수 있었죠. 너무 감사했어요.(웃음) 

 

욕심쟁이네요.(웃음) 그런 다짐이 흔들리는 순간은 없었나요? ‘피어나 (Between you, me and the lamppost)’의 “솔직히 말해 난 그토록 강하지 않아”라는 가사처럼요.

홍은채: 사람이니까 당연히 힘들 때도 있고, 지칠 때도 있고, 울고 싶을 때도 있기 나름이잖아요. ‘ANTIFRAGILE’이라고 노래하지만, 솔직히 나는 강한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 진짜 제 얘기 같아서 그냥 말하듯이, 외치듯이 불렀어요. 작사를 처음 해봐서 막막했는데 윤진 언니가 썼던 가사를 보여주면서 도와줬거든요. 피어나랑 멤버들에게 편지를 보낸다고 생각하고 썼어요.

 

곡의 부제처럼 언니들과 피어나를 향한 사랑의 표현이네요.

홍은채: 저를 조건 없이 사랑해주시는 분들이니까, 피어나 덕분에 이겨낼 수 있고 힘을 낸다는 표현을 꼭 직접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팬 미팅 무대에서 제 한마디 한마디에 같이 웃고 울어주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걸 눈으로 보고 더 확실히 느꼈던 것 같아요. ‘제가 뭐라고 이 모든 감정을 함께해주시는 걸까? 제가 받는 사랑들을 돌려주는 사람, 그 사랑에 마땅한 사람이 되고 싶다.’

Credit
글. 송후령
인터뷰. 송후령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오민지
사진. LESS / Assist. 이수정, 박순석
아티스트 의전팀. 김형은, 김아리, 손나연, 신광재, 김현호, 박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