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탐구와 노력, 경험과 체화 그리고 다시 성장. 제이가 자기 자신에게 나태해지지 않고, 계속해서 더 멀리, 더 높은 꿈을 향하도록 만드는 무한 동력.

최근 위버스에 새로운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올렸어요.

제이: 네, ‘라이카’라는 브랜드의 디지털 카메라예요. 새벽에 드라마를 보다가 거기 나왔던 등장인물 중에 라이카랑 비슷한 이름이 있었어요. 그래서 생각이 나서 홈페이지를 구경하게 됐는데, 그 에디션이 한국에서 한 박스만 남았더라고요.(웃음) 언젠가는 사려고 했는데 약간 새벽 감성으로 구매하게 됐어요. 원래 제가 무언가 모으는 거에 관심이 많기도 해서, 팬분들과 비슷한 마음으로.(웃음) 지난번에 라스베이거스와 그랜드 캐니언도 갔다 왔는데 풍경 사진을 찍으니까 재밌더라고요. 해외에 돌아다닐 때 조금씩 찍고 몰아서 올리려고요.

 

카메라도 ‘007 에디션’이라 제이 씨가 이전부터 ‘007’ 시리즈를 좋아하셨던 게 생각나더라고요. 시리즈의 정주행은 끝났죠?

제이: 정주행이 끝나서 더 이상 볼 게 없습니다.(웃음) ‘007’ 시리즈는 처음부터 끝까지 보면서, 주인공 역할의 배우 분들이 바뀔 때마다 ‘이 사람이 최고네.’라는 생각이 들 만큼 각자만의 매력이 다른 것 같아요. 보실 분들은 처음부터 다 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웃음)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가 나온 건 다 명작인데, 어둡거나 심각한 걸 좋아하시면 ‘007 스카이폴’을 추천해요. ‘007 카지노 로얄’도 재밌게 봤고요. 또 티모시 달튼이라는 배우가 나온 ‘Licence to Kill(007 살인면허)’도 좋아하는 편 중 하나입니다. 요즘 일본 누아르도 재밌게 봤는데, 캐릭터들이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 확신을 강하게 갖고, 자기가 하는 것이 옳다고 굳건하게 믿는 부분이 멋있게 보이는 요인이었어요.

취미 부자인 제이 씨가 요즘 꽂힌 대상 중에는 일렉 기타도 있어요.

제이: 연습용으로 숙소에 한 대, 회사에서 쓰는 거 한 대가 있어서 시간 날 때마다 연습하고 있어요. 이전에는 연습할 만한 여유가 없다 보니 일렉 기타를 칠 용기가 없었는데, 이제서 다시 슬슬 시작했죠. 요즘 록에 흥미도 있고요. 기타는 제가 마음에 드는 생김새에 마음에 드는 방향성의 소리가 나는 모델들을 골라서 쳐봤어요. 그중 소리가 제일 괜찮고 출력이 좋은 걸 선택했습니다. 지금 당장 현란하게 치는 건 못하니까, 한 대로 웬만한 장르를 다 칠 수 있게끔 범용성이 좋은 걸 골랐어요. 기타를 어느 정도 칠 수 있게 되면 다른 악기도 배워볼 생각이 있어요. 베이스 기타도 덩달아 묶어서 배워보고 싶고, 피아노나 드럼도 기본 정도는 해놓고 싶어요. 그 외에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하모니카랑 색소폰을 배워보고 싶긴 해요.

 

하모니카는 좀 의외의 악기인데요?

제이: 밴드 오아시스 분들이 예전에 영국의 넵워스(Knebworth)에서 한 공연이 있어요. 공연 중 ‘The Masterplan’이라는 노래의 인트로에 하모니카 연주가 나오거든요. 솔직히 요즘 세대에서는 하모니카 사운드를 들을 일이 많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제가 들었을 때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너무 멋있는 악기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밴드 오아시스에 대한 관심도 많아요. 최근 ‘붉은 밤’ 위버스 라이브 때 첫 곡으로 ‘Champagne Supernova’를 선곡하기도 했잖아요.

제이: 예전의 록스타들 중에는 정말 괴짜 같은 뮤지션들도 많지만, 오아시스는 그 애티튜드가 매력적인 것 같아요. “노래를 만들 때 우리는 부정적인 이야기는 안 한다. 가진 게 없어도 노래에서만큼은 세상에서 모든 걸 가진 듯 말하고, 내 아이들이 나중에 내 노래를 들었을 때 우울하고 부정적인 노래를 들려주고 싶지 않다.” 이런 뉘앙스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어요. 그만큼 오아시스는 낙관주의를 잘 드러낸 아티스트이지 않나 개인적으로 생각해요. ‘Whatever’라든지, ‘Stand by Me’, ‘Live Forever’ 그리고 ‘Stop Crying Your Heart Out’처럼 희망을 주는 가사와 노래를 들었을 때 힘을 얻는 것 같아요. 사운드는 당연하고 음악의 주제도 멋있고, 매력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록 장르를 꾸준히 좋아하는 것 같았어요. 위버스 라이브에서 공개한 제이 씨의 스포티파이 연말 결산 리스트를 봐도 그렇고요.

제이: 요즘에는 록에 영향을 받고 현대적으로 해석해, 다른 장르로 파생되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런 현대적인 것들도 계속 듣고, 아예 옛날 고전적인 것도 듣고 있어요. 저는 1950년대까지 갑니다.(웃음) 예전 음악의 매력은 감성과 낭만 같아요. 감성과 낭만이란 건 사람들이 자기가 죽어도 가질 수 없는 걸 뜻하는 것 같더라고요. 지나온 세월과 그 세월 동안 끊임없이 남겨왔던 여파를 감성이자 낭만이라 말하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낭만이란 걸 좋아하는 사람 같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들의 공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를 정도예요. 옛날 것들에서만 나올 수 있는, 현재와는 완전히 다른 매력이 있어요. 제가 오아시스의 넵워스(Knebworth) 공연 라이브 LP도 갖고 있는데, 들을수록 그 시대에 한 번은 가보고 싶어요.

 

과거의 공연은 갈 수 없지만,(웃음) 최근에 해리 스타일스의 공연을 다녀왔잖아요.

제이: 너무 재밌었어요. 배울 게 있다고 느꼈고요. 저는 무대만큼은 진짜 유명하고, 세계 최정상인 사람들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게, 좋은 아티스트가 될 수 있게 만드는 태도라고 생각하거든요. 국내나 해외에서 유명한 분들의 공연을 많이 감상하고, 직접 볼 수 있으면 더 좋고요. 그런 걸 느끼는 게, 저희가 일을 할 때 중요한 자극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지난 3월 일본 뮤지션 유우리(Yuuri)와 컬래버레이션으로 커버 곡을 공개하기도 했는데, 제이 씨에게 좋은 자양분이 됐겠어요.

제이: 어떤 분야, 어떤 사람, 어떤 상황에서든, 내부에서 받는 자극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야 될 지 잊을 때쯤 외부에서도 자극을 받는 게, 제 자신에게 나태해지지 않는 방법이라 생각해요. 공연을 본다거나, 이번처럼 같이 작업을 할 수 있다면 더 좋고요. 여기저기서 배우고 쌓은 경험들은 절대 어디로 가지 않고, 하나하나 쌓여서 나도 모르게 자신을 바꾸는 거라 생각해요. 그럼 할 수 있는 게 많아지고 노력을 하게 되니까, 그만큼 성장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성장이 이번 앨범에도 담겼을 것 같아요. 타이틀 곡 ‘Bite Me’가 이전과 사뭇 다른 느낌인데, 어떻게 받아들였어요?

제이: 여태까지 저희의 타이틀 곡 중에서는 장르적으로 가장 이지 리스닝 쪽에 포함되지 않았나 싶어요. 워낙 유명한 프로듀서분이 만들어주셨고, 그분이 빌보드에 오른 잘 아는 노래들을 만드셨다 보니 더 대단하고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순간이었어요. ‘Bite Me’는 한 개의 포인트에 집중할 수 있고 이해하기 쉽게끔, 저희 나름대로 콤팩트하게 표현한 곡 같아요. 

 

듣기에는 ‘이지 리스닝’이지만, 그 속에서 제이 씨는 다양한 뉘앙스의 보컬을 소화하더라고요.

제이: 이번에 너무 즐겁게 녹음을 한 것 같아요. 노래마다 각자의 매력이 있고 편식할 게 없을 정도로 좋아서요. 부르기에 힘든 노래는 없었고 편안하게 했어요. 특히 희승이 형이 ‘Bite Me’의 보컬 면에서 참여를 해줬기도 하고, 다들 자기만의 목소리에 한발 한발 다가가고 있지 않나 싶어요. 저는 지금까지 아주 낮은 음역대도 있고 높은 음역대를 한 적도 많은데, 그런 유동성 있는 발성과 강한 힘이 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노래하면서 힘이 딸린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은 없어서요.(웃음) 거기다 저도 여태까지 외부의 자극도 받으며 연구를 많이 했고, 고민도 연습도 많이 했고요. 확실히 지난번보다 성장을 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이번 컴백을 준비하면서, 지난 월드 투어의 공연 경험이 조금은 도움이 됐을까요?

제이: 투어를 하다 보면 어떤 상황에서도 공연만은 무사히 끝내야 하잖아요. 좋은 것, 어려운 것, 힘든 부분까지 다 포함해서 다방면의 경험이 된 것 같아요. 무엇보다 콘서트에서는 체력이 말도 안 되게 고갈되더라도, 티가 나지 않는 게 중요했거든요. 50~60°C 넘는 사막에 갔다가 갑자기 사우나 소금방에 들어가면 시원하게 느껴질 것 아니에요.(웃음) 비슷한 것 같아요. 투어가 3단계 매운 맛이라고 하면 활동은 착한 맛, 순한 맛이 된 느낌이에요. 전에도 어느 정도는 여유가 있었지만, 예전보다 무대 위에서의 편안함이나 냉정함 그리고 여유가 생긴 것 같습니다.

 

전 세계의 많은 팬들을 직접 만나고 하게 된 컴백이라는 점도 뜻깊을 것 같아요.

제이: 투어 이후 처음하는 활동인 만큼 저희도 기대가 많아요. 확실히 제 자신이 다른 것 같고,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돼요. 실제로 여러 지역에 가서 엔진분들을 직접 만나뵈었던 그 순간순간이, 무언가 실감을 하게 되는 계기였어요. 사실 숫자만으로는 감이 잘 안 오잖아요. 엔진분들을 실제로 보고 느끼는 게 제일 정확하더라고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제이 씨에게는 직접 경험하고 느끼는 게 소중하다고 생각돼요.

제이: 어떤 경험이라도 삶에 다 도움이 되고, 특히 의도치 않은 곳에서 도움이 될 때가 많더라고요. 예를 들어 어렸을 때 일본어를 배워두려고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유우리 상의 노래가 와닿지 않았을 테고.(웃음) 그렇다면 그분을 직접 만나거나 같이 일을 해보지도 못했을 테고요. 지금을 계기로 나중에 또 어떤 걸 배우게 될지 모르잖아요. 경험과 경험이 이어지기에 쓸모 없는 건 단 하나도 없을 거라 생각해요. 하나하나 소중하게, 제가 할 수 있고, 관심 있고, 열정 있는 건 계속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이 씨가 열정을 들이는 것 중 하나가 운동이지 않을까 싶어요. 

제이: 저희 팀이 워낙 운동을 좋아해서 다들 축구도 하고, 야구도 하고. 저는 그런 즐기는 것도 좋아하고 웨이트, 소위 보디 디자인이라고 하는 몸을 예쁘게 만드는 것도 좋아하는데, 요즘은 체력이 모자라요.(웃음)

여전히 바쁜 일정 속에서도 관심 있는 것들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네요.

제이: 제가 노력하는 것, 관심 있는 것, 해야 하는 것. 통틀어 자기계발이라고 하죠. 쉬는 시간이 생겼을 때 내 자신에게 일을 만들고, 바쁘게 하는 게 스스로에게도 건강함을 준다고 생각해요. 일을 하다보면 때로는 갈 길을 잃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데, 그러지 않도록 여기저기서 자극을 계속 받는 거죠.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뭐가 필요한 지, 머릿속에서 충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2022 ENniversary MAGAZINE’에서 자기계발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있다는 제이 씨의 말이 떠오르기도 해요.

제이: 저는 어렸을 때 고민도 많았고, 자존감이 높은 타입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뭐 하나라도 더 해보며 제 존재의 의의를 찾아갔어요. 그게 어느새 습관이 되고 성격이 되어버린 거죠. 후천적으로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이에요. 자기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조금씩 할 수 있도록 연습하고, 배우고, 만들고. 그렇게 스스로의 능력을 높여가며 하나씩 늘려가는 게, 자신의 의의를 찾을 수 있는 길 같아요.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웃음)

 

그런 제이 씨가 지금 엔하이픈으로 그리고 삶 속에서 찾아낸 방향성은 무엇일까요?

제이: 멤버들에게 제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제가 하려고 해요. 물론 제가 할 수 없는 건 단호하게 포기하는 성격이지만,(웃음) 할 수 있는 한 챙겨주고 싶어요. 저는 남을 챙기고 이끌어주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끝없이 욕심을 낼 것 같습니다. 사물과 생명에는 그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의자나 책상 같은 건 어떤 목적을 갖고 만들어지지만, 사람은 목적을 갖고 어떻게 존재하기 위해 정해져서 태어난 건 아니잖아요. 그건 자기 자신이 평생 찾아가야 되는 숙제이기 때문에. 자신이 이 세상에 왜 필요한지 찾아 나가고, 발전해 나가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Credit
글. 윤해인
인터뷰. 윤해인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김지은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허세련, 이건희, 차민수, 이지훈 (빌리프랩)
사진. 니콜라이 안 / Assist. 조승한, 이해지
헤어. 안치현 (fleek)
메이크업. 권소정
스타일리스트. 지세윤 / Assist. 최한별
세트 디자인. 최서윤, 손예희, 김아영 (da;rak)
아티스트 매니지먼트팀. 박성진, 이신동, 홍유키, 김한길, 강병욱, 우수현, 박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