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은 되돌아봤다. 아티스트로서 바로 선 지금, 스스로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생각했던 시절들을.

​사진 찍기와 LP 감상 같은 새로운 취미들이 생긴 걸로 알고 있어요. 장비를 갖춰 사진 촬영을 하는 이유가 있나요?
연준: 저는 늘 카메라에 찍히는 입장이잖아요. 한 번은 놀러 나갔을 때 친구가 카메라를 갖고 왔는데 당시에 찍은 사진들을 시간이 지나서 보니까 너무 예쁜 거예요. 저도 그렇게 평소에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순간순간을 잘 담아서 나중에 다시 볼 때 그때를 기억하고 추억하고 싶었어요. 제가 찍은 사진들은 단순히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을 때 찍히는 제 모습과는 또 다르게 진짜 저만의 비하인드가 될 테니까.

성격적으로 내향성이 증가하면서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많아졌다고 하기도 했죠.
연준: 전에는 시간이 생기면 무조건 친구들을 만나서 시간을 보냈는데, 이제는 제 스스로 하고 싶은 것들을 계속 찾게 되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에게 항상 노출이 되는 직업을 갖고 있잖아요. 어느 순간 돌아보니까 정말 혼자 보내는 시간이 아예 없는 거예요. 오로지 저만의 시간이 좀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원래는 밥도 혼자 먹는 걸 싫어했는데 언젠가부터 혼자 먹는 게 편해지기도 하고, 조용히 가사 쓰고 방 청소를 하면서 혼자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스스로 파악하면서 생겨난 변화네요.
연준: 제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돌아보는 시간을 평소에 습관처럼 많이 갖다 보니 바로바로 자각을 하는 편인 것 같아요.

본인에 대해 잘 아는 만큼 남들에게 보이는 자신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인지할 것 같아요. 특별한 날이 아닐 때도 입을 옷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 이유가 있어요?
연준: 아무래도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까 평소에도 어느 정도 단정하게 입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외적인 모습도 중요한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저에겐 자기 관리예요.

자신에게 엄격한 스타일이라 스스로 만족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편인데 ‘2023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이하 ‘VMAs’)’에서 선보인 ‘Back for More (with Anitta)’는 “오랜만에 스스로도 만족하고 뿌듯한 무대”라고 표현했어요.

연준: 저희는 이 무대를 위해 같은 춤을 몇백 번 추잖아요. 그래서 내가 지금 잘 추고 있는지 아닌지 다 안단 말이에요. 보통의 경우엔 아쉬운 점들이 있었어요. 체력 분배를 잘 못했다든지, 어느 동작을 좀 날렸거나 삐그덕댔다든지, 그런 실수들이 티가 안 나더라도 저희 스스로 다 느끼거든요. 저희만 아는 디테일이고, 그럴 때는 남들이 잘했다고 해도 그냥 아쉬울 수밖에 없어요. 무대를 할 때는 의상도 다르고 컨디션도 다르다 보니 연습 때만큼 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VMAs’ 무대는 딱 연습 때만큼 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만족이 됐어요.

 

다리 각도까지 계산해 동작을 표현한 것처럼 흐트러짐 없는 몸의 움직임이나 발끝의 디테일까지 살리는 건 모두 미리 생각하고 연습한 건가요?

연준: 습관이 됐어요. 밥을 먹을 때 ‘숟가락을 어떻게 잡아야 되지?’ 이런 생각을 안 하고 그냥 먹는 것처럼 각도든 디테일이든 저한테는 너무나 당연하게 맞아야 하는 것들이라서 연습할 때 다 적용이 되는 것 같아요. 춤출 때 어느 부분을 특별히 신경을 쓴다는 게 중요하다기보다 신경 쓰는 것 자체도 저한테 당연한 습관이 된 거죠.

 

‘롤라팔루자 시카고’ 연습 중에는 멤버들에게 실전처럼 연습하는 걸 진지하게 제안한다거나 외국 댄서들과 합을 맞출 때 적극적으로 수정 의견을 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연준: 무대에 있어서는 저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해서 나온 행동들이었던 것 같아요. 페스티벌 무대에서 자유롭고 즉흥적으로 하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당시에 제가 느끼기엔 다 같이 잘 놀고 즐긴다는 느낌보다는 여유가 없어 보였어요. 당장 그 여유가 부족하다면 그마저도 연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댄서들과 합을 맞추는 과정도 정말 그냥 경험이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터득했던 것 같아요. 연습생 때부터 다양한 사람들과 계속 합을 맞춰왔다 보니 애매하게 얘기하는 것보다 스스럼없이 의견을 전하는 게 오히려 맞추는 사람 입장에서도 편하고, 그 안에서도 조금은 여유 있고 편한 분위기를 조성할 줄도 알아야 원활한 진행이 가능하다는 걸 느꼈거든요.

 

“가수로서 갈 수 있는 최고의 공연장이 됐든 최고의 무대가 됐든 하고 싶다.”라고 언급한 이후에 스타디움 규모의 콘서트부터 ‘롤라팔루자 시카고’ 헤드라이너와 ‘VMAs’에까지 섰어요. 그 바람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봐도 될까요?

연준: 많이 이뤄졌죠. 근데 더 이루고 싶어요. 인간의 욕심이지만.(웃음) 저희가 더 할 수 있고 더 넓힐 수 있는 만큼 계속해서 개척해 나가고 싶어요. 최고의 무대들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큰 자극이에요. 하나 했다고 끝난 게 아니라, 오히려 여기까지 왔으니까 내려가고 싶지 않아요. 성과를 내고 성장을 할수록 사람들이 거는 기대도 더 커질 테고, 올라갈수록 떨어지는 높이도 커진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더 잘해야된다는 강박이 더, 더, 더 생겨요. 무엇보다 저 스스로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아요.

정규 3집 앨범이 현실을 직시하며 꿈을 향해 활강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어요. 타이틀 곡 ‘Chasing That Feeling’의 가사처럼 연준 씨가 현재 마주하고 있는 “growing pains”가 있을까요?

연준: 제 스스로 알고 있는 부족함, 그걸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얼마나 부족한지 알거든요. 그러니까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거고, 그래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런 점이 저를 갉아먹을 때도 있지만 동시에 저를 성장시켜주는 걸 아니까 굳이 외면하지 않아요. 그래서 이번 타이틀 곡이 가지고 있는 그 간절함을 잘 살리고 싶어요. 곡에 완벽하게 몰입한 상태로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고요.

 

지난 앨범 녹음할 때 디렉팅이 이해는 되지만 스스로 구현이 안 돼서 굉장히 힘들어하고 답답해했던 모습이 생각나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느껴졌을까요?

연준: 그건 비슷한 것 같아요. 제 목소리로 부르기 편하고 쉬운 노래가 있는 반면, ‘아, 나 이렇게 못하나?’ 싶을 정도로(웃음) 좀 어렵고 구현하기 힘든 노래도 있어요. ‘Happily Ever After’처럼 되게 얇고 ‘하이’하게 내는 사운드가 제 스타일이랑은 거리가 좀 있어서 어려웠고, ‘Growing Pain’ 같은 처음 도전해보는 곡이 오히려 편했어요. 요즘 록 장르를 너무 좋아하기도 하고, 부르면서 스스로 한 단계 올라간 것 같아서 되게 재밌었어요. 제가 이런 것도 잘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요.

 

앨범의 총 다섯 곡에 작사로 참여했어요. 연준 씨 가사는 늘 독특하고 트렌디한 느낌을 주는데 어떤 방식으로 가사에 접근하는 걸까요?

연준: 아, 근데 저도 요즘 좀 헷갈려요. 이번엔 작사 과정이 순탄치 않았어서.(웃음) 제가 기존에 쓰던 방식이랑 회사가 지향하는 스토리텔링적인 요소를 잘 맞추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사실 전에는 그런 부분을 그래도 잘 이해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좀 많이 안 들어맞지 않았나.(웃음) 제 가사가 자잘자잘하게 채택이 되긴 했지만 감이 잘 잡히지 않고 확신이 좀 덜한 채로 쓴 느낌이에요.

 

그런 충돌을 느낄수록 창작에 대한 갈증이 더 커질 것 같아요.

연준: 요즘 그 생각이 좀 많이 들어요.(웃음) 믹스테이프 작업도 계속 하고 있고요. 근데 가사 쓰는 것 자체가 전보다 좀 어려워진 게, 잘 쓰려고 하다 보니 더 안 되더라고요. 믹스테이프도 제가 너무 잘하려고 신경 쓰다 보니까 오히려 시도조차 못하겠고요. 옛날에는 그냥 편하게 썼던 것 같은데, 요즘엔 가사를 쓸 때 고민을 너무 많이 하고, ‘아... 어떻게 해야 하지?’ 고뇌하면서 쓰게 돼요. 이것도 결국 제 스스로에 대한 압박감 때문인 것 같아요.

압박감을 느끼는 만큼이나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많이 드러내기도 하잖아요. 본업에선 완벽주의에 가까운 연준 씨가 팀에 대해서는 어떻게 일관된 프라이드를 가질 수 있는 걸까요?

연준: 그냥, 그냥 자신이 있어요. 부족함을 느끼고 자존감이 떨어질 때도 있지만 팀과 제 자신에 대한 자부심은 절대 잃지 않았던 것 같아요. 사실 많은 사람들이 저희가 좋은 선배님들이랑 회사 덕분에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걸어온 부분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실 수 있잖아요. 그 과정 속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은 게 맞지만 하나하나 다 저희가 밟아온 길이고 저희가 이뤄낸 것들이기도 해요. 그에 대한 프라이드와 자신감이 있어요. 어쨌든 우리가 해냈고 끝까지 걸어왔으니까.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더 높은 곳을 갈망하는 것도 그곳에 도달할 수 있다는 걸 스스로 알기 때문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준: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은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없으면 못하죠. 할 거면 패기라도 있어야지.(웃음)

 

얼마 전 방영하던 보이그룹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봐도 되냐는 모아의 질문에 “봐도 돼요. 모아분들은 저를 좋아해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걱정 안 해요.”라고 망설임 없이 대답하시더라고요. 본인에 대한 자신감과 모아와의 관계에 대한 확신, 어느 쪽에서 비롯된 생각일까요?

연준: 둘 다요.(웃음) 일단 뭐, 볼 수 있죠. 근데 ‘그래도 내가 더 매력 있을 걸?’(웃음) 이런 자신감도 있긴 했죠. 어쨌든 모아들이 장난으로 막 질투 유발하려고 하시는 걸 아니까요.(웃음)

 

‘찐친’ 느낌이네요.(웃음) 모아들만 있는 무대를 할 때는 전혀 떨리거나 부담되지도 않는다고요.

연준: 진짜 친구 앞에서 뭔가를 재거나 신경 쓰면서 행동하지 않듯이, 모아들에게 갈 때는 멤버들한테도 “얘들아 놀다 오자!” 이렇게 얘기하고 가거든요. 우리가 뭘 해도 우리를 제일 잘 아는 분들이고, 우리의 성격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춤추고 노래하는지까지도 제일 잘 알고 또 그 점을 사랑해주시잖아요. 그래서 부담이 전혀 안 돼요. 반면에 다른 분들이 있는 곳에서는 ‘우리 팬분들 자랑스럽게 해줘야지.’라는 생각 때문에 어느 정도 부담이 되고요.

팬분들을 자랑스럽게 할 만큼, 연준 씨만의 가장 큰 무기는 뭐라고 생각해요? ‘슈취타’에서는 태현 씨가 “끼와 스타성”이라고 대신 대답하기도 했었는데.

연준: 가장 큰 무기가 뭘까? 저도 좀… 궁금하고, 잘 모르겠어요 솔직하게. 그냥 뭐, 고루고루 다 나쁘지 않은 것?(웃음) 이 정도 연차가 되니까 후배분들께서 저를 굉장히 많이 좋아해주신다는 얘기를 엄청 많이 듣거든요. ‘아니, 내가 그 정도의 사람인가? 날 왜?’(웃음) 이런 생각이 들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가끔 생각해보기도 했는데 솔직한 답은, ‘잘 모르겠다’. 근데 또 ‘대충은 알 것 같기도 하다’?(웃음) 굳이 따지자면 태현이가 말해준 부분인 것 같지만 뭐가 됐든 다 똑같이 계속 열심히 하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슈취타’에서 태현 씨와 함께 정상에 가고 싶다는 목표에 대해 말하는 걸 보면서 그 야망의 근간이 궁금해지더라고요.

연준: 저는 그냥 애초부터 아무것도 잘하는 게 없는 사람이었어요. 근데 제가 처음으로 남들에게 주목을 받았던 게 학교에서 춤췄을 때였거든요. 정말 못 췄지만(웃음) 애들이 막 “잘 춘다.” 얘기해줬던 게 시작점이었어요. 처음엔 이 정도의 욕심과 야망이 없었는데 한 단계씩 밟다가 연습생이 되고, 거기서 또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한 단계씩 올라가고, 그러다 결국 데뷔를 하고, 데뷔하고 나서는 또 경쟁을 하고, 계속 한 걸음씩 밟아가는 과정 속에서 그 욕심이 정말 자연스럽게 생겼던 거예요. 애초에 저는 이거 아니면 다른 걸 할 생각이 아예 없기도 했고요. 그리고 지금도 똑같아요. ‘이거 아니면 나 뭐 해야 되지?’ 제가 다른 걸 못해서가 아니라, 다른 일을 이만큼 사랑하고 감정과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할 자신이 없어요. 이 일이 너무 힘들 때도 많지만, 이걸 안 하면 더 힘들 것 같아요.

그렇게 꿈을 좇았던 과정이 자존감이 낮았다던 시기에서 현재의 연준 씨로 성장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줬던 건가요?

연준: 영향이 컸을 거예요. 댄스 학원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너무 떨어서 노래를 부르지도 못했거든요. 춤도 못 췄고요. 너무 무서웠고, ‘내가 진짜 할 수 있을까?’ 자신도 없었고, 무시당할 것 같고, 그랬었어요. 근데 학원 다닐 때 이 얘기 하나는 들었어요. “춤출 때 표정이 좋다.”, “노래할 때 톤이 좋다.” 그런 칭찬들이 하나하나 던져질 때마다 너무 큰 힘이 됐어요. 그렇게 자신감을 조금 붓고, 또 붓고, 더, 더, 더 부으면서 지금의 모습까지 온 것 같아요. 그 힘들었던 시기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제 곁에 있어주고, 친구가 되어주고, 저와 함께 시간을 보내주기도 했고요. 그때를 떠올리면, 정말 제일 힘들었지만 동시에 제일 행복했던 때 같아요.

 

이 일이 연준씨를 완전히 바꿔놓은 거네요.

연준: 맞아요. 진짜 맞아요. 이 일이 저를 정말 많이 바꿔놨죠. 제가 처음으로, 유일하게,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일이에요.

 

“하루만 다른 사람으로 산다면?”이라는 질문에 “놉. 내가 젤 좋음.”이라는 답을 했어요. 연준 씨는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연준: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삶, 그 과정 속에서 만났던 사람들, 관계들, 일. 그냥 다 너무 감사해요. 그래서 저는 다시 태어나도 저로 태어나고 싶어요. 그 힘들었던 시기를 다시 겪어도 상관없어요. 어쨌건 그 안에서도 저는 행복을 찾을 걸 알기 때문에.

Credit
글. 이예진
인터뷰. 이예진
디자인.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이지연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정수정, 김서연, 손유정(빅히트뮤직)
사진. 장덕화 / Assist. 김은지, 윤민기
헤어. 김승원
메이크업. 노슬기
스타일리스트. 이아란
아티스트 의전팀. 김대영, 김지수, 신승찬, 유제경, 고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