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선은 프로미스나인의 새 앨범 ‘Midnight Guest’의 타이틀 곡 ‘DM’을 “밝지만 울컥한 분위기”라 느꼈다. 노지선이 말하는 법도 그랬다. 

‘2022 Weverse Con’에서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했어요.  

노지선: 이런 과정 자체가 너무 오랜만이었어요. 많은 분들이 있고, 정신없이 하루가 돌아가는 상황 자체가 너무 오랜만이고 색달랐는데, 무대에 대한 욕심이 더 생기더라고요. 사람들이 많은 공연장에 오랜만에 오니까 긴장도 하고요.


2021년은 여러모로 많은 일이 있었어요. 음악 프로그램 1위에 한 해 마지막 날 공연을 하고. 2021년은 어떤 느낌으로 남아 있나요? 

노지선: 1위를 하고 그 이후로 계속 드는 생각은 오히려 이 기점을 터닝 포인트로 만들어야겠다라는 생각이 커졌던 것 같아요. ‘이 1위를 그냥 흘러가게 놔둘 수는 없다, 내 책임을 다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개인 역량을 많이 올려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어요. 부끄럽지 않은 모습이 되고 싶으니까. 하지만 급한 마음보다는 ‘어떻게 해야 현명할까?’, ‘어떻게 해야 날 효율적이게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효율적이게 사랑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노지선: 저는 항상 효율을 짚고 넘어가더라고요. ‘내 삶도 가장 바쁘게 지내는 이 나이를 효율적으로 보내고 싶은데 어떤 선택을 해야 후회를 덜 할까?’라는 생각을 하니까 효율을 따지면서 살아보자 싶었어요.


갈수록 관심 갖는 분야가 많아지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까요? 데뷔 초에는 요리를 잘하는 아이돌이었는데 이젠 ASMR을 하고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고요. 

노지선: 데뷔 초에 뭐 하나 똑바로 잘하는 게 없다고 생각했었어요. 근데 오히려 생각을 좀 바꿔서 ‘난 이것저것 할 수 있으니까 그 부분을 다 편하게 노출시켜보자.’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내가 예능을 못하는 사람은 맞지만 나대로 해보자, 그럼 좋아할 사람이 있을 수도 있잖아.’란 생각으로 하게 됐어요. 제가 뭔가 확신이 있기보다 조사를 하고 계획 짜는 걸 좋아하는데, 그걸 완벽하게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바뀌었던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회 뜨는 법을 배운 게 KBS ‘1박 2일’에서 회를 먹는 걸 보고 배우기 시작했잖아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만큼 철저하게 준비하는 타입이었는데.

노지선: 그런 강박도 되게 심했어요. 그래서 ‘왜 이게 안 되지, 왜 내 마음 같지 않지?” 하다 못해 오늘 일정이 틀어지면 왜 이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었지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흘러가는 상황에서 화가 난 건 저뿐이더라고요. 그래서 저한테도 도움이 안 되고, 그렇다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없으니까 차라리 제 마음을 바꾸는 게 빠르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본인이 해야 한다 싶을 때는 놓지 않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ASMR을 하면서 달고나 뜯는 소리를 내려고 ‘오징어 게임’에 나왔던 달고나를 만드는 가게 걸 공수했다면서요. 

노지선: 사실 그런다고 큰 의미가 없는 걸 알거든요. 그 달고나가 어디서 만들어진 건지 대부분 알지 못할 거라는 걸 아는데,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적어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게 있어요. 최선을 다 못하는 경우가 사실 많은데 어쩔 수 없이 후회가 남더라고요.

  • 스카프 티셔츠는 준야 와타나베(Junya Watanabe).

유튜브의 ‘문명특급’에서 24시간 특집할 때 출연했는데, ASMR에 대해 말할 때 보시는 분들이 각자 원하시는 게 다른데, 그걸 맞추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게 기억나요. 많은 사람들의 반응들을 어떻게 정리하나요?

노지선: ASMR을 한 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 초반에는 A를 하면 B를 원하는 분들이 있고, B를 하면 A를 다시 원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의견이 많은 쪽에 맞췄는데 제가 모두 맞출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정도 반영은 하되 너무 휩쓸리지만 않으면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게 되나요?

노지선: 처음에는 사실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마음을 바꾸려고 하다 보니까 ‘그래, 어떻게 다 내 마음 같겠어.’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지선 씨가 성격이 바뀌는 사이에 프로미스나인도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데뷔 곡 ‘To Heart’부터 지금까지 프로미스나인의 변천사는 어떻게 느껴지나요? 

노지선: 안 그래도 데뷔 초부터 현재까지 저희 팀의 뮤직비디오를 몰아본 적이 있어요. 전에는 우리가 되게 갑자기 바뀌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처음부터 보니까 은근 물 흐르듯 자연스럽더라고요. 콘셉트만 변한 게 아니라 저희 연령대에 맞게 조금씩 변화한 느낌이라 받아들이는 분들도 ‘쟤네 왜 저랬을까?”보다는 뿌듯하다는 느낌이 들 것 같더라고요. 정말 우리는 성장형 아이돌이었구나.(웃음)


약속 지키셨네요.

노지선: ‘약속은 지켰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지헌 씨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이번 앨범에서 더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게 됐는데, 소화하기에는 어땠어요?

노지선: 편했어요. ‘그냥 나를 노출시키면 되겠다, 근데 그게 남들 눈에 보이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곡에 나를 맞춰야겠다는 생각이 조금 덜어졌어요. 스타일링도 그렇고 보컬이나 무대를 구성하는 표정과 안무도 더 편안해진 게 있어요.


지선 씨에게 제일 자연스러운 느낌의 곡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DM’의 2절에서 나른하게 부르는 부분은 데뷔 때를 생각하면 예상할 수 없는 목소리였는데.

노지선: 1위를 한 뒤로 보컬 레슨을 다시 제대로 받기 시작한 게 큰 이유였어요. 앞으로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하는데, 그럴 거면 제가 가진 악기를 좀 더 제대로 만들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에는 열심히 불렀지만 앞으로의 곡들에서는 조금 더 여유와 성숙함이 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래를 받고 든 생각도 이 곡은 마냥 밝고 행복하게 부르기보다는 밝지만 조금의 여유가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그래야 그 미묘한, 밝지만 울컥한 분위기를 살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왜 그렇게 느꼈을까요?

노지선: 항상 만족하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노력해야지, 노력해야지를 되뇌고 있다가 1위를 기점으로 말만 하지 말자 생각하고 실행을 했어요. 그냥 부족한 부분은 도움을 받고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느끼기에 ‘DM’은 지금 저희에게 맞는 곡이라고 생각해요. 조금 더 적극적이고, 조금 더 뭔가 표현하고 있는데 그 감정들이 밝기만 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20대의 딱 반을 살고 있는데 20대가 마냥 빛나기만 한 시기는 아닌 것 같거든요. 확신도 없고, 조금의 불안함도 있고, 근데 또 감정은 터져 나오고. 그런 감정선들 때문에 미묘한 감정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변화들이 춤에서도 나타나는 거 같아요. 특히 ‘Escape Room’의 춤이 이전의 프로미스나인하고 많이 달라요. 웨이브가 많이 들어가기도 하고. ‘DM’에서도 하늘하늘하게 움직이기도 하지만 ‘Escape Room’은 머리를 휘날리는 동작들도 있고.

노지선: ‘Escape Room’을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아무래도 쓰지 않던 몸의 선들이다 보니까 그 스타일을 내 걸로 만드는 게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그런 변화가 새로운 스킬을 획득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변화로 더 다양함을 줄 수 있으니까, 이걸 해내야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DM’에서 ‘장난이 아니야 난 욕심이 생겼어 난’ 부분이 생각나네요. 왠지 이 부분이 지선 씨 마음인가 싶기도 해요.

노지선: 없지 않아 있어요. 욕심쟁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장난이 아니게 만들어 보려고.(웃음)

욕심을 갖고 5년 동안 차근차근 여기까지 왔는데, 그 5년을 잘 보낸 거 같아요? 

노지선: 공백기에 운동을 시작했었어요. 제 뜻대로 바뀌는 게 제 몸밖에 없었거든요. 노력한 만큼 돌아오는 게 좋았어요. 그래서 운동을 정말 많이 했고, 제가 뭔가 안 될 때 힘들어 하면 멤버들이 저를 달래줬어요. 저보다 어린 친구들도, 언니들도 힘든 부분들이 있었을 텐데 서로 많이 그랬던 것 같아요. 서로 많이 달래면서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팀 전체가 그렇게 꾸준히 결속력을 갖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은 뭘까요? 브이라이브나 유튜브 활동도 정말 많이 하고요. 그래서 팬이 된 사람들은 열성적으로 프로미스나인을 홍보하고. 유튜브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계속 프로미스나인을 알리려고 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노지선: 가능한 선에서 우리의 모습을 자주 보여주자라는 생각도 있었고, 플로버분들이 어떤 마음일지 저희가 다 알 수는 없지만 그분들은 저희에 대해 더 모르는 상황에서 언제나 기다려주시는 거잖아요. 우리도 플로버분들을 잘 지지해줘야 된다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각자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해서 뭔가를 할 수 없으면 사진 업로드라도 막 했던 것 같아요. 플로버분들이 “우리 너네랑 같이 나이 먹는 거야.”라는 말은 해주셨지만 정말로 그렇게 묵묵하게 계셔주실지는 몰랐는데 잘 계셔주셔서 너무 감사했고, 저희가 나올 때면 "우리 애들 나왔어요, 알아주세요.”를 하셔서 또 감사했어요. ‘우리만큼 잘 있어주셨구나.’라는 생각에.


팬들한테 브이라이브나 이런 거에서 계속 뭔가 질문이나 요청을 받는 입장이잖아요. 반대로 팬한테 궁금한 게 있을까요?

노지선: “어떻게 해야 제가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요?”예요. 플로버분들이랑 인터넷에서 뭔가 하다 보면 “지선이는 우리한테 질문할 거 없어?”라는 글들이 있는데, 다른 것보다 ‘어떻게 해야 플로버분들이 원하는 걸 맞출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걸 충족시키면 조금 더 자랑스러운 프로미스나인의 구성원이 될 것 같고.


팀에 대한 애정이 강하네요. 

노지선: 사실 9명이 각기 너무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거든요. 진짜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어요. 데뷔 초에 이렇게 모여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 생각이 지금까지 이어져서 참 다른 9명인데도 ‘함께’라는 말로 가고 있어요. ‘그래, 너 다르고 나 다르고 우리 모두 다르지만, 그래도 우리잖아.’


예전에 사소한 추억들을 행복해한다고도 했는데, 요즘은 그런 기억이 있나요?

노지선: 멤버들의 가족이나 친척이 있잖아요. 근데 아직도 뭔가 음식 같은 걸 보내주시면 함께하는 걸 되게 좋아해요. 옆집 사는 친구들처럼 “이거 왔어, 같이 먹자.”고 부르는 일들이 많아요.


유튜브 채널의 ‘Channel_9’에서 숙소를 공개했었는데, 그때 먹는 얘기로 한참을 진행했던 게 기억나네요.

노지선: 함께 먹고 공유하는 걸 좋아하는 멤버들이 많고, 다들 먹는 것에만큼은 진심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연휴처럼 대가족이 모여서 뭔가를 하는 마냥 진행하게 되더라고요.


‘문명특급’에서 ASMR 겸 먹방을 할 때 정말 식욕 돋게 방송을 하던데, 무대에서 춤을 춰야 하는 입장에서 배가 고플 때 야식은 어떻게 해결하세요?

노지선: 예전에는 다 같이 있으면 사실 참기가 힘들어요. 당장 내 눈앞에 떡볶이가 있으면 참기 힘들어지는데,


힘들죠. 

노지선: 그래도 이젠 다음 날 촬영이 있으면 먹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 다음 날 내가 찍히게 될 모습과 그에 대한 책임을 알고 있어서 조금은 자제를 하게 돼요. 가끔 어쩌다 야식을 먹었으면 다음 날 아침 유산소운동이라도 한다든가 하면서 털어내는 편이에요.


따로 야식 때 먹는 레시피가 있나요?

노지선: 저 혼자 있을 때는 뭐가 먹고 싶은데 당장 내가 이것 때문에 잠이 안 올 때는 셀러리를 먹어요. 제가 향을 되게 좋아하는데, 굳이 자극적이지 않아도 향이 세고 뭔가 식감이 확실하다 보니까 해소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판다마냥 셀러리를 먹고 있습니다. 그리고 밤에 먹으면 아무래도 소화를 시키고 자야 하는 걸 알다 보니까 건강 관리를 하게 되더라고요. 다음 날 내 몸이 안 좋아져서 더부룩하게 뭔가 진행을 하는 것도 싫고요. 그래서 좀 자제를 하게 돼요.


아이돌 생활 5년이면 정말 그렇게 되나 봐요.

노지선: 그런가 봐요. 아무래도.(웃음)

2017년 ‘MAMA’에서 첫 무대를 가진 뒤 프로미스나인으로 활동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 지선 씨 모습은 어때 보여요?

노지선: 제가 돌이켜본 스무 살은 좀 왜 그랬나 싶을 정도로 불안해하는 면들이 많았어요. 빨리 뭔가를 이뤄내야 하고 불안하고 확신은 없고. 그때 얼굴을 다시 보면 웃음조차도 조금 어색한 느낌이 있어요. 웃는데 웃는 게 아닌 느낌이 저한테는 보이더라고요. 그래도 ‘내가 지난 시간을 잘 받아들였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스무 살이었어요.


첫 번째 ‘약속회’에서 본인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할 때 “자신감을 키웠으면 좋겠고 조금은 더 즐겼으면 좋겠어. 이제 진짜 시작이니까 잘 쌓아나갔으면.” 이렇게 말했는데 지금 혹시 할 이야기가 있을까요? 

노지선: 지금 저에게요? “많은 변화가 있었고 잘 나를 다듬어 온 것 같다. 그리고 잘 컸지만, 좀 더 지속성을 가지고 뭔가 하면 좋겠다.” 저는 제가 초반에 한 가지를 제대로 잘하는 게 없다고 생각했던 게, 얼추 할 줄 알면 그만두는 게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좀 더 욕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뭔가 계속 계획을 세우고 추진을 하지만 불타오르는 욕심이 있지는 않아서, 그 부분을 좀 채웠으면 좋겠어요.

글. 강명석
인터뷰. 강명석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김리은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유인영, 조민아(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사진. 이규원 / Assist. 이다정, 김재경, 김재언
헤어. 김꽃비, 박은지, 하린(위위아뜰리에)
메이크업. 예미진, 강다윤(위위아뜰리에)
스타일리스트. 이종현 / Assist. 김나영, 이가은(뉴오더콥)
아티스트 의전팀. 안소량, 심연진, 강진성, 안은비, 우지현, 이동영
아티스트 매니지먼트팀. 김낙현, 곽상환, 신도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