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규의 감정은 끊임없이 흐른다. 촬영을 앞두고 스태프들과 대화를 할 때는 누구보다 진지했고, 촬영에 몰입한 후에는 세트장 배경의 푸른색이 주는 우울한 정서에 빠져들었다. 촬영 중간, 그가 표현하는 감정이 미묘하게 바뀌자 현장에서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이후 멤버들과 단체 사진을 촬영할 때의 범규는 어느새 다시 깔깔거리는 21세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범규는 계속해서 스스로를 찾아 나선다. 세상이 주는 수많은 감정의 파도 속에서.

 

이번 앨범 ‘혼돈의 장 : FREEZE’의 콘셉트 트레일러에서 보여준 군무가 정말 멋져요. 그런데 군무에 대해서 “이게 그나마 쉬운 것 같아요. 노력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라 그런지.”라고 말했어요. 쉬운 춤처럼 보이진 않던데.(웃음) 

범규: (웃음) 운이 필요할 때가 있고 정말 실력으로 100% 커버가 될 때가 있어요. 작년 골든디스크어워즈(GDA)에서 농구공으로 퍼포먼스를 했는데 그건 운 50%, 연습 50%였어요. 아무리 연습을 해도 운이 나빠서 공이 튀면 못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군무처럼 연습으로 실패 확률을 확연히 줄일 수 있는 것들은 다 노력으로 되더라고요.

 

타이틀 곡 ‘0X1=LOVESONG(I Know I Love You) feat. Seori’의 뮤직비디오에서 라이터 던지는 장면을 연기하기도 했는데, 그건 운의 영역인가요?(웃음)

범규: (웃음) 제가 직접 라이터를 던져서 차 안으로 골인을 시켜야 했어요. 처음 두 번은 실패해서 제가 감독님께 변명을 했거든요. “아, 갑자기 바람이 불었어요.”, “이번에는 힘을 2%만 빼면 돼요.” 이런 식으로요.(웃음) 그래도 세 번째부터는 계속 골인시켰어요.

 

촬영을 감각적으로 하는 편인가 봐요. 이번 앨범의 콘셉트 포토에서도 범규 씨의 사진은 각 콘셉트마다 느낌이 확연히 다르고, 오늘 ‘위버스 매거진’ 촬영에서도 표현하는 감정이 계속 변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범규: 촬영을 하다 보면 ‘아, 이번에는 이렇게 해야 잘 나오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런 부분들을 그때그때 표현하려고 해요. 그리고 촬영할 때 함께 일하는 분들과 의견을 주고받는 게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제가 표현하려는 의도와 감독님이 표현하려는 의도 사이의 중간이 가장 결과가 좋았어요.

일에 대해서 주도적이네요. 주로 어떤 의견을 내는 편인가요?

범규: 스스로를 잘 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헤어나 메이크업에 대해서도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는 편이에요. 날마다 사진이 더 잘 나오는 얼굴 각도가 다르거든요. 오른쪽 얼굴이 더 잘 나오는 날이라면 그쪽이 더 잘 드러나게 가르마를 타달라고 부탁드리거나, 머리카락이 조금 갈라진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을 손질해달라고 먼저 말씀드리기도 해요. 그래서 항상 죄송한 마음이면서도, 일에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또 할 말은 해요.(웃음) 그렇게 소통하다 보면 좋은 중간점을 찾게 되더라고요.

 

‘0X1=LOVESONG(I Know I Love You) feat. Seori’의 안무에서도 스스로 주도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요. 핸드 마이크를 잡고 춤추면서 계속 제스처나 감정 표현으로 공백을 채워야 하더라고요.

범규: 이제 이 노래만큼은 마이크가 없는 게 더 불편해요.(웃음) 워낙 감정적인 노래라 표현이 어렵지는 않아요. 이 노래의 안무만큼은 칼군무로 맞추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최소한의 동작은 서로 맞추되, 손끝처럼 디테일한 부분들까지 맞추지는 말자고 의견을 냈어요. 춤을 출 때 그 사람의 감정이 다 묻어나오는데, 사람마다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잖아요. 너무 세세하게 다 맞추면 그 감정이 드러나지 않을 것 같았어요.

 

지금까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노래 중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장 절실하게 드러내는 곡이에요. 그 감정을 어떻게 이해했나요?

범규: 노래를 처음 들을 때부터 마음이 아팠어요. 뮤직비디오 내용처럼 친구들과 일탈을 해본 적은 없지만 사랑을 갈구하는 느낌이 뭔지는 안다고 생각해요. 데뷔하고 나서 스스로를 가두는 시간이 잠깐 있었어요. 멤버들을 제외하면 친구들을 만나거나 사귀지 않았는데, 사실 친구들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기쁜지 알거든요. 알면서도 스스로를 가둔 거죠. 그런 관계에 대한 그리움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이 노래의 무대를 할 때마다 마지막에 울컥하는 게 있어요. 감정이 앞서게 되는 노래예요.(웃음)

 

녹음할 때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요?

범규: 후렴구에 ‘Say you love me’라는 가사가 있어요. 그 가사가 이 노래의 모든 걸 말해준다고 생각해요. 때마침 그 부분을 녹음하게 됐는데, 계속 사랑해달라고 말하는 그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런 말을 울면서 할 수도 있지만, 너무 슬프면 이상한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그렇잖아요. 슬픔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으니까, 단순한 슬픔보다는 처연한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이번 앨범의 수록곡 ‘밸런스 게임'과 ‘No rules’의 작사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범규: 이번 활동을 준비하면서 작사, 작곡을 정말 많이 했어요. 오랜만에 작업하니까 즐겁더라고요. 곡을 쓰는 건 제가 느끼는 감정들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예요. 이번 앨범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이전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작곡을 해보기도 했어요.

 

주로 어떤 주제로 곡을 썼나요?

범규: 일상이라는 주제에 꽂혀 있어요. 항상 하는 일 중 하나가 힘든 하루를 보내고 나면 하늘을 보면서 한숨을 쉬는 거예요. ‘오늘 힘들었던 일들은 다 보내자. 수고했다.’ 이런 의미예요. 그런 저의 이야기를 많이 쓰려고 해요. 음악적인 레퍼런스는 세시봉이고요.(웃음) 저는 정말 트렌디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그런 올드한 음악이 신나진 않지만 마음을 울리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안 그래도 얼마 전(5월 24일) 위버스에 카세트테이프로 노래를 듣고 싶다는 글을 올렸었죠.(웃음)

범규: 얼마 전에 촬영하러 갔다가 카세트테이프를 받았어요. 그래서 신나게 들고 왔다가 ‘요즘 노래들도 카세트테이프가 나오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없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찾지 하다가 ‘이럴 때는 위버스지!’ 하면서 모아분들에게 쫄래쫄래 달려가서 물어봤어요.(웃음) 그런데 가끔 특별판으로만 나오고 없다고 하더라고요.

 

평소 음악을 들을 때는 음질 때문에 유선 이어폰을 사용한다고 알고 있어요. 카세트테이프의 매력은 어떤 부분에 있나요?

범규: 음질이 안 좋은 매력이 있죠.(웃음) LP도 그렇고, 카세트테이프도 그렇고 지지직거리고 툭툭 끊기는 게 또 감성적이에요.

여러모로 아날로그 취향을 갖고 있네요. 과거의 것들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범규: 얼마 전에 숙소에서 자고 일어났다가 방으로 다시 들어왔는데, 예전에 일요일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면 나던 집 냄새가 나더라고요.(웃음) 항상 그런 예쁜 추억들을 많이 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 라디오를 듣거나, 크리스마스 선물로 비디오테이프를 받아서 꽂아서 봤던 그런 순간들이 종종 떠올라요. 그런 것들이 지금의 저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요. 지나가면 잡을 수 없는 시간이 아깝고 속상하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그런 시간을 다시 추억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요.

 

‘DAY6의 키스 더 라디오’에서도 라디오에 대한 사랑을 자주 이야기했어요. 

범규: 이전부터 밤에 하는 라디오를 정말 하고 싶었어요. 라디오에 출연하는 3주 동안 힘을 정말 많이 얻었어요. 마침 위로가 필요한 시기에 딱 출연하게 됐거든요.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면서 스스로를 더 위로하게 됐어요.

 

그 시기에 왜 위로가 필요했을까요?

범규: 힘들었던 기억은 빠르게 잊어버리는 성격이라 그때의 감정이 세세하게 기억나진 않아요.(웃음) 그런데 그 당시에는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이 들고, 제가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처음 라디오에 출연한 날 위버스에 ‘사실 최근에 생각이 엄청 많았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인가, 누군가가 힘들 때 내가 의지가 될 만한 사람인가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라는 내용의 일기를 썼어요.

범규: 사람은 누구나 변하잖아요. 19세 때도 그렇고, 20세 때도 그렇고, 매년 아니면 매달이 될 수도 있는데, 제 가치관이나 성격도 계속 바뀌고 있어요.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행복한 걸까?’ 이런 것들을 계속 고민하고 질문을 던지던 시기였어요. 그때는 그런 부분에 꽂혀 있었나 봐요.(웃음)

그 질문들을 거친 지금은 답을 얻었나요?

범규: 모든 질문들을 해결하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그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성장하는 거니까요. 지나고 보면 좋습니다.(웃음) 하나 깨달은 건, 저는 저보다 제 주위에 있는 사람을 지켜주고 싶다는 거였어요. 제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상대가 행복하면 저도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마인드로 바뀌면서 변화가 있었나요?

범규: 사실 종종 고민이 되기도 해요. 어떻게 보면 스스로를 사랑한다는 측면에서는 부족한 걸 수도 있잖아요. 그래도 이런 마음을 먹고 나니까 기분이 좋았어요. 예전에는 예민한 편이었고 상처도 잘 받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저에게 들리는 말 중 감정이 앞선 말에는 상처받지 않고, 정말 필요한 말은 수용해요. 스스로도 미리 생각해봐요. 뭔가를 말하기 전에 내가 지금 감정이 앞서는 건지, 이 말의 목적이 앞서는지 또는 내가 이 행동을 하고 나서 후회하지 않을지에 대해서요.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겠어요. ‘2021 DREAM WEEK 청춘총회’에서 “지금은 저도 저를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찾아가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범규: 어려워요. 지금도 제가 어떤 사람이라고 딱 집어서 말하지는 못하겠어요. 생각이 너무 많아서 피곤하게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들어요.(웃음) 요즘 자기소개를 할 때는 그냥 ‘범규’라고 말해요. 사람이 꼭 어떤 역할로 자신을 설명해야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에서도 어떤 멤버에게는 제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재미있는 멤버일 수도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저는 하나의 역할이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존재이고 싶어요.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보면 형, 동생, 이런 역할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아요.

범규: 맞아요. 정말 그런 게 없어요.(웃음) 워낙 오래 같이 지내기도 했고, 형들도 그런 권위적인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고, 저도 막내들도 그렇고요. 그런데 보이지 않는 선들은 다 지켜요. 치고 빠지는 걸 잘해야 한다고 할까요.(웃음) 멤버들이 다 정말 착하기도 하고, 서로를 잘 받아주는 성격이라 친구처럼 잘 지내요.

 

범규 씨가 생일에 했던 브이라이브에서 태현 씨가 “아빠 왔다!”이러면서 들어오기도 했었죠.(웃음)

범규: 그때 겉으로는 삐친 척하고 있었지만, 사실 속으로는 든든했어요.(웃음) 멤버들이 한 명 한 명 들어와주는 모습이 귀엽기도 했어요. 멤버들도 그렇고, 모아분들도 그렇고 정말 제 인생의 중요한 동반자들을 얻은 거죠. 제가 힘들 때마다 기댈 수 있는 곳이에요.

 

얼마 전 2021 TXT FANLIVE SHINE X TOGETHER에서 정말 오랜만에 모아들을 만났어요.

범규: 모아들이 정말 그리워서 너무나 외롭던 시기에 딱 만나게 됐어요. 그동안 많이 서러웠나 봐요.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우리도 그 사이에 많이 컸는데, 아직도 모아들을 많이 볼 수 없으니 제가 하는 일에 대한 의문이 들더라고요. 그런 시기에 모아들 앞에서 무대를 한다는 자체로 눈물이 나왔어요. 이번 팬 라이브에서는 방침상 환호성 없이 박수만 받을 수 있었는데도 모아분들이 앞에 계신다고 또 힘이 엄청 났어요.(웃음)

 

모아들도 같은 마음 아닐까요? 위버스에서 범규 씨가 말한 것처럼 모아는 범규 씨의 ‘베스트 프렌드’니까요.

범규: 정말 신기해요. 제가 했던 고민을 똑같이 하는 모아들이 정말 많아요. 친구들 관계를 고민하기도 하고, 제가 지금까지 말씀드렸던 고민들을 똑같이 하는 분들도 있고요. 그런데 제가 먼저 그런 부분들을 고민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웃음) 모아들에게 조언을 드린다기보다는, 제가 생각했던 감정들을 공유하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베스트 프렌드가 그런 거잖아요. 일반 친구보다 훨씬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저도 솔직하게 일기를 쓰지만 또 모아분들도 그렇게 다가와주는 게 항상 고마워요.

아리아나 그란데의 ‘pov’를 모아들에게 추천하기도 했어요. 사랑하는 사람의 시선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싶다는 내용의 노래인데.

범규: 맞아요. 그 노래가 너무 제 이야기 같았어요. 저도 스스로를 조금 더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중인데, 갑자기 유튜브에 이 노래가 떴어요. 그래서 제 고민도 나눌 겸, 비슷한 고민을 하는 모아들에게도 공유할 겸 올렸죠.(웃음)

 

‘DAY6의 키스 더 라디오’에서 평소 본인의 상태에 따라 프로필 뮤직을 정한다고 했어요. 그때는 ‘무’의 상태라서 아무 음악도 없다고 했는데, 지금은 걸어둔 음악이 있나요?

범규: 바로 그 노래예요. 아리아나 그란데의 ‘pov’.(웃음)

 

러브 마이 셀프가 이미 시작된 거네요.(웃음)

범규: 어렵지만, 노력은 항상 하고 있어요.(웃음)

글. 김리은
인터뷰. 김리은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임현경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이현주, 허지인(빅히트뮤직)
사진. LESS / Assist. 강민구, 박동훈
헤어. 김승원
메이크업. 한아름
스타일리스트. 이아란
세트 디자인. 다락(최서윤 / 손예희, 김아영)
아티스트 의전팀. 김대영, 신승찬, 유제경, 고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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