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R이 있는 곳은 항상 웃음이 넘쳤다. 그는 현장에서 네임펜을 빌려 커피에 자신의 이름을 쓰며 즐거워했고, 인터뷰가 끝나고 스튜디오를 떠날 때는 “모두 즐거운 저녁 되시고 행복하세요!”라며 재치 있게 인사를 남겨 사람들을 웃게 했다. 그런 그가 웃지 않고 누구보다 진중하게 말하는 순간은, 뉴이스트에 대해, 러브(L.O.Λ.E)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가치관에 대해 이야기할 때였다. 

분홍색 머리가 정말 잘 어울려요.  

JR : 감사합니다. 부끄럽네요.(웃음) 이번에 머리색을 정할 때 많이 고민했어요. ‘한 번 해보고 안 어울리면 바꾸면 되지.’ 이런 마음으로 염색했는데 괜찮은 것 같아서 쭉 하고 있어요. 원래 활동 때는 검은 머리를 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러브들이 이 머리색에 기대를 많이 해주시는 것 같아서, 활동이 끝날 때까지만 그대로 유지하려고 생각 중이에요.

 

브이라이브에서 머리색을 가리려고 모자를 쓰고 나오셨는데, 옆으로 무슨 색인지 다 보이더라고요.(웃음)

JR : (깊은 한숨) 그렇습니다. 러브들은 이미 다 알고 계시더라고요. 사실 머리색 때문에 SNS에 사진 업데이트를 못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희 누나가 사진 좀 올리라고 연락이 왔어요. 머리 때문에 못한다고 하니까, 누나가 “어우, 네 머리색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안다.” 이러더라고요.(웃음)

 

(웃음) ‘Nu’lo9’에서는 고기를 구웠는데, 그날 와인잔에 콜라를 따르기도 했어요.

JR : 그거는 연출이죠.(웃음) 원래는 그냥 마시는데 마침 와인잔이 있더라고요. 있어 보이고 싶은 마음에 콜라를 따랐죠. 그런데 촬영이 끝나고 테이블을 치우다가 와인잔이 떨어져서 깨졌어요. ‘괜히 썼구나, 역시 안 하던 걸 연출하려고 하면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어요.(웃음) 

 

최근 마카롱을 먹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는데, 이전까지 JR 씨가 접하지 못했던 일상을 하나씩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JR : 시국이 이래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보니 ‘이거 한 번 시켜 먹어볼까?’, ‘이거 한 번 해볼까?’ 하면서 일상의 맛을 조금 보게 된 것 같네요.(웃음) 요즘은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풍경을 보는 걸 좋아하게 됐어요. 이전 같으면 스마트폰을 하거나 영상을 봤을 거예요. 마스크를 벗고 밖에 다닐 수 있는 소중함이 얼마나 큰지도 알게 됐어요.

코로나19 시기의 컴백이라 아쉬움이 많겠어요.

JR :  아, 정말 말로 다 못하죠. 이 부분에 대해 항상 아쉽다고 표현하는데, 사실 그 말이 최대의 표현이라 아쉽다고밖에 말을 못하는 거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심정이에요. 이번 활동에서도 음악 방송에 출연하게 될 텐데, ‘이번에도 러브들은 없으시겠지? 안 되겠지?’ 그런 생각이 들어서 괴로웠어요. 그래서 더 애틋하고 소중해요. 또 오랜만의 컴백이라 러브들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제일 크고요.

 

데뷔 9주년이고, 7년 만의 정규 앨범이고, 거의 1년 만의 컴백이기도 해요. 

JR : 정규 앨범이라는 점에 큰 의미를 두려고 하지는 않아요.  어떤 앨범이든 다 열심히 하는 거고, 모든 앨범이 전부 똑같이 소중하니까요. 모든 앨범이 누군가에게는 저희 뉴이스트를 접하는 첫 앨범이 될 수 있으니까  누구보다도 잘해야 돼. 그런 생각을 하면서 준비해요. 그런데 말씀을 들으니까 여러 생각이 스쳐지나가는데, 7년 만에 정규 2집이 나온다는 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뉴이스트가 정규 앨범 하나로 마무리될 수도 있었는데 러브들 덕분에 정규 2집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거잖아요. 정말 감사할 따름이에요.

 

이번 앨범 ‘Romanticize’를 준비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JR : 타이틀곡 ‘INSIDE OUT’은 지금까지 거쳐온 모든 앨범 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서 녹음한 곡이에요. 그만큼 어려웠어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목소리를 긁어도 보고, 하이 톤으로도 해보고 정말 다양한 시도를 했거든요. 말 그대로 미친 사람이 되어서 녹음했어요. 여기에만 빠져야겠다고 생각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녹음실에서 계속 연습했어요. 정말 두 번 하라고 하면 어려울 것 같은 녹음이었어요.(웃음)

 

‘INSIDE OUT’은 군무가 정확하게 맞아야 하고 디테일이 중요해서 그만큼 협업이 중요했을 것 같아요.

JR : 이번 안무에는 멤버들끼리 호흡을 맞추는 부분이 많아요. 그런데 이런 부분들은 저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니 서로 맞추는 걸 가장 중점에 두고 연습했어요. 백호가 힘이 세다 보니까, 같이 당기는 동작에서는 제가 백호한테 “힘 조금만 약하게 해줘!”라고 부탁한다거나.(웃음) 멤버들과 서로 함께한 시간이 길다 보니 그렇게 의견을 조율하거나 동선을 정리하는 건 편안하게 하고 있어요.

 

함께한 기간이 긴 만큼 호흡이 척척 맞을 것 같아요. 

JR : 처음부터 척척 맞는 건 어떤 일을 하든 사실 불가능해요.(웃음) 척척 맞지 않지만 척척 맞춰 가는 중이죠. 저희끼리 오랜 세월을 봤지만 아직도 투닥투닥거리고 가끔은 투덜거리기도 해요. 뉴이스트로 활동하는 동안에는 계속 서로 맞춰 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봐요. 그렇게 서로 좋은 방향으로 맞춰 가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재미가 있어요.


음악적인 협업은 어떤가요? 백호 씨가 작사와 작곡을 하고, JR 씨는 작사를 해서 서로 주고받는 의견들이 있을 것 같아요.

JR : 저희는 서로 존중하면서 작업해요. 백호가 뼈대를 만들면 제가 약간의 살을 붙이는 역할이에요. 백호가 음악 작업을 해서 가지고 오면 저는 그걸 존중하고, 제가 가사를 쓰면 백호도 그걸 존중해줘요. 음악이라는 게 워낙 다양하고 무엇이 정답이라고 정의하기도 어렵잖아요. 그만큼 서로 존중하면서 일단 작업을 하고, 그다음 완성됐을 때 ‘이건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저렇게 해보는 건 어때?’ 이런 식으로 의견을 나누면서 조율하고 있어요.

 

‘INSIDE OUT’의 작사에 참여한 부분 중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있나요?

JR : ‘수많은 표정 남은 건 하나인 듯해’라는 가사를 썼는데, 그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만약 제가 연애를 하고 헤어지면 어떤 감정이 될지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그 감정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해보니 말투와 표정인 것 같더라고요. 말투보다는 표정을 표현하는 게 가사에서는 효과적일 것 같아서 그런 표정에 대해 쓴 가사입니다. 

 

데뷔 때부터 작사를 꾸준히 해왔어요. 스스로 성장했거나 변화했다고 느끼는 지점이 있나요?

JR : 처음에 가사를 쓸 때는 진짜 무턱대고 썼던 것 같아요. 잘 몰랐으니까요. 지금은 현실적인 부분들을 더 많이 고려하게 됐어요. 제 가사로 인해 누군가가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혹은 누군가는 ‘아 그래, 나도 이럴 때가 있었잖아. 힘이 되는 가사네?’라는 생각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작년 9월 ‘ON-CLIP ’에서 이전에 썼던 작사 노트를 공개하기도 했어요. 

JR : (웃음) 사실 공개하기 전에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러브에게 보여주기가 조금 민망하다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그런데 오랜만에 그 노트를 하나씩 훑어보는데, 어느새 제가 미소를 짓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건 공개해서 러브들도 제 기분을 함께 느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릴 때 저는 이런 생각을 하고, 이렇게 가사를 썼고, 그사이 어떤 변화의 과정이 있었는지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꾸준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ON-CLIP ’에서 드럼 연주를 선보이거나 현대무용에 도전하기도 했죠.

JR :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해보고 변화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사실 드럼은 아직도 많이 어려워요. 완전 초보죠.(웃음) 그때 보여드린 드럼 무대도 두 달가량 연습했어요. 드럼은 사지 분리를 해서 쓰는 악기잖아요. 왼쪽 다리, 오른쪽 다리, 왼팔, 오른팔 다 따로따로 써야 하다 보니 정말 어렵더라고요. 드럼 하나를 하면 다른 악기들을 접해도 조금 더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컴백 준비 때문에 최근에는 연습하지 못했는데, 활동이 끝나면 악기는 또 연습하고 싶어요. 

 

이번 앨범의 솔로곡 ‘DOOM DOOM’의 가사가 변화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해요.

JR : 이번 앨범 ‘Romanticize’의 주제가 낭만이잖아요. 사랑 이야기를 쓰고 싶지 않았어요. 다른 주제들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봤고, 스스로에 대한 변화도 낭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작업한 곡이에요. 한편으로는 강렬한 퍼포먼스를 하고 싶어서 만든 곡이기도 해요. 정말 여러 번의 수정과 여러 번의 편곡, 여러 후렴구를 거쳐 만들어졌습니다.(웃음)

 

랩뿐만 아니라 노래를 점점 많이 하는 것도 변화의 일부라고 볼 수 있을까요. 백호 씨와 ‘ON-CLIP ’에서 ‘우리가 사랑했다면’ 듀엣을 보여주기도 했고, 이번 앨범의 수록곡 ‘DON’T WANNA GO’에서는 인트로를 JR 씨가 노래하더라고요.

JR : ‘내가 발전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했을 때 첫 번째로 떠오른 게 노래였어요. 아무래도 저는 팀에서 랩 포지션을 맡고 있으니까 그 부분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여줄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노래 연습도 하면서 조금씩 비중을 늘려가게 됐어요. 다른 친구들에 비해 노래 연습 기간이 짧다 보니 많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노래에 대해서는 항상 두려움이 있어요. 그 두려움이 나쁘지만은 않아요. 그만큼 성취감이 크니까요.

 

성취감에서 동력을 얻는 편인가 봐요.

JR : 평소에는 두려움도 많고, 겉으로 티는 안 내도 혼자 속으로 떨거나 걱정하는 것도 많아요. 그럴수록 그 일이 끝났을 때 큰 힘을 얻어요. ‘아, 내가 또 하나를 해냈구나.’, ‘해보니까 나도 할 수 있구나.’ 이렇게요. 제가 하는 일들은 모두 기록으로 남게 되잖아요. 그만큼 스스로 후회하게 되거나 부끄러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항상 완벽하고 싶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스스로 만족하지 못할 때도 많아요. 그런데 그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사랑해주시는 러브들이 있어요. 그래서 부족한 모습도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해요. 부족한 건 채워 가면 되지만 후회는 되돌릴 수 없으니까.

 

이전에 뉴스1 ‘나는 리더다’ 인터뷰에서 “나는 욕을 먹어도 되지만 멤버들은 안 된다.”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JR :  그래야 제가 편한 것 같아요. 정말 저희가 잘못해서 비판을 받는 건 괜찮아요. 그런 건 받아들이고 뉘우치면 돼요. 그런데 사실이 아닌 일로 다른 누군가 상처받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게 더 신경 쓰이더라고요. 그런 상처가 더 오래 갔던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아직도 리더의 의미를 정확히 잘 모르겠어요. 단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잘할 수 있게 되기도 하고, 멤버들이 알아서 잘하다 보니 리더로서 제 모습이 좋게 보였을 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리더라는 책임감이 있어서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어요.

 

멤버분들을 정말 많이 아끼시는 것 같아요.

JR : 이제 안 아끼려고요.(웃음) 농담입니다. 사실 지금은 제가 리더로서 멤버들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보다는, 제가 저로서 멤버들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제 뉴이스트에는 리더의 자리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멤버들이 항상 알아서 잘하다 보니 스케줄을 하면서 문제가 생긴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러니까 늘 생각하게 되죠. ‘오늘 촬영도 재밌게, 즐겁게 잘 끝나겠구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무대가 끝날 때’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JR : 제게 무대는 ‘장기 자랑’과도 같아요. 장기 자랑이라고 말씀드리면 가볍게 보일까 봐 걱정되는데, 정말 말 그대로 무대는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가장 멋있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곳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모습을 보기 위해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무대를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무대가 끝나더라도 우리 러브들, 저희 가족, 친구들 또는 누군가가 무대가 끝난 뒤에 또 저를 기다려주겠지.’라는 생각을 하니까 행복하더라고요. 그래서 끝난 뒤의 아쉬움이나 공허함만큼 행복도 배로 얻어 가는 것 같습니다.

 

그 무대에서 내려와서 다시 러브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순간이 온다면 어떨 것 같아요?

JR : 그냥 웃고 있을 것 같아요.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겠죠.


글. 김리은
인터뷰. 김리은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오민지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유인영, 장윤희(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사진. 박성배 / Assist. 신지원, 한지훈
헤어. 박옥재(@rue710), 엄정미(@PRANCE)
메이크업. 문주영(@rue710), 달래(@PRANCE)
스타일리스트. 김은주
세트 디자인. 다락(최서윤 / 손예희, 김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