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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 Mercury Records

포스트 말론의 네 번째 앨범 ‘Twelve Carat Toothache’는 6월 18일 자 빌보드 200 차트에 2위에 진입했다. 주간 판매량은 12만 장 단위로 대부분 1위에 오르고도 충분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발매 5주 차에도 엄청난 스트리밍 성적을 유지한 배드 버니의 ‘Un Verano Sin Ti’가 약간의 격차로 1위를 기록했다. 2016년 데뷔 앨범 ‘Stoney’가 최고 4위에 오른 이후, ‘beerbongs & bentleys’와 ‘Hollywood’s Bleeding’이 역사적인 흥행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다소 실망스러운 초기 성적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지난 1월 ‘빌보드’와의 인터뷰 발언은 이에 대한 예언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는 1위가 필요 없다. 더 이상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언젠가부터 그렇다.”
 

이는 새 앨범이 뭔가 다를 것이라는 예고였고, 그 결과는 차트 성적일까? ‘Twelve Carat Toothache’는 포스트 말론의 앨범 중 가장 짧고, 이는 앨범 트랙을 늘려 스트리밍 성적을 극대화하는 전략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과거보다 밝은 분위기를 일부 포함하는 것이 눈에 띄긴 한다. ‘Wrapped Around Your Finger’는 라우브가 불렀어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앨범 전체에서 포스트 말론의 기본이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앨범이 간결해지면서 그림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그의 음악이 장르적으로 무엇인지 말한 때, 새 앨범은 도드라지는 예시를 연이어 내놓는다. 그에게 힙합은 사운드가 아니라 태도로 의미가 있고, 그는 싱-랩의 대중적 저변과 그 사운드의 경계를 넓히는 양면에서 크게 공헌했다. 결과적으로 팝, R&B, 얼터너티브, 컨트리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사운드의 영향을 받은 독특한 보컬리스트가 남는다. 흥미롭게도 그의 목소리가 모든 장르를 구현하거나 대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각 트랙의 스타일이나 주제에 관계 없이 감정적 동요 없이 일관되게 가라앉는다.
 

대신 ‘Twelve Carat Toothache’에서 개별 트랙의 개성은 피처링 아티스트를 통해서 드러난다. 거너나 더 키드 라로이처럼, 랩과 노래의 경계에 있는 아티스트가 참여한 트랙은 포스트 말론의 전형에 가깝다. 여기에 더 위켄드나 도자 캣처럼 완전히 구별되는 특질을 가진 아티스트가 변주를 제시한다. 여기에 플릿 폭시스는 어떨까? 플릿 폭시스는 2000년대 인디 록에서 가장 유명한 이름 중 하나다. 컨트리, 포크, 사이키텔릭 사운드로 일가를 이룬 팀과 포스트 말론의 결합은 여전히 말이 되면서도, 짧은 앨범의 영역을 상상 이상으로 넓힌다.
 

여기에 포스트 말론은 어디 있는지 묻고, 이를 앨범의 문제로 지적하는 입장은 충분히 타당하다. 다른 시각을 위해 데뷔 앨범  ‘Stoney’의 ‘Déjà Vu’로 돌아가보자. 이 노래의 저스틴 비버는 2015년의 ‘Purpose’와 2020년 이후의 ‘Changes’, ‘Justice’ 사이에 그가 보여준 진화의 청사진이다. 여기서 포스트 말론은 어디서나 알아볼 수 있는 목소리를 앨범 전체를 연결하는 접착제로 삼는다. 새 앨범은 포스트 말론이 당시의 선택을 보다 다양하게 실험한 결과처럼 보인다.
 

포스트 말론에게 1위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성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보다 보다 유연해지겠다는 선언일 것이다. 포스트 말론의 앨범이나 노래가 스트리밍 시대에 유독 꾸준히 소비되고 그만큼 오래 차트에 머무는 이유로, 거의 모든 트랙에서 일관되는 특유의 분위기가 든다. 냉소적으로 말하면 틀어 놓기 좋다는 말이다. ‘Twelve Carat Toothache’를 반복한다면, 이유가 조금 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