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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랜디 서(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 MAX 유튜브

맥스(MAX)는 다재다능하다. 그래서일까, 늘 바쁘다. 작년 9월, 4년 만의 풀렝스 앨범 ‘Colour Vision’이 발매되었고, 올해 3월에는 그 앨범의 딜럭스 버전이 나왔다. 이 앨범은 2019년부터 차곡차곡 내온 싱글들을 모아 만들었는데, 앨범 발매 시기에 뮤직비디오를 공개한 ‘Blueberry Eyes (Feat. SUGA of BTS)’까지 포함하면 이 한 장의 앨범에만 총 7개의 싱글 곡이 있다. 모두 앨범의 타이틀처럼 컬러풀하고 감각적인 뮤직비디오와 함께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 22일에는 새 디지털 싱글 ‘WASABI’를 내놓았고, 10월부터 연말까지는 북미 투어가 예고되어 있다. 중간중간 컬래버레이션 작업도 했다. 아무래도 재능이 넘치는 그를 원하는 곳이 많은 모양이다.

 

맥스는 본래 아역 배우 출신이다. 그가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게 된 계기는 2012년 미국의 아동·청소년 대상 케이블 방송 니켈로디언 채널의 틴에이지 음악 시트콤 ‘하우 투 록’에 출연하면서였다. 2000년대 미국에서 니켈로디언이나 디즈니 채널의 틴에이지 시트콤은 틴 팝스타의 산실이었다. 마일리 사이러스, 셀레나 고메즈, 아리아나 그란데 등이 이렇게 인기를 얻어 지금의 스타덤에 올랐다. ‘하우 투 록’에서 맥스는 노래와 춤에 능한 매력적인 전학생 잰더 역을 연기했다. 아쉽게도 ‘하우 투 록’은 1년 미만을 방송하고 곧 종영했다. 2012년은 TV 틴에이지 시트콤의 붐이 사그라들 때였다. 2000년대 중반 첫 방송을 시작해 5년여 간 방영한 유명 시트콤들, 예를 들면 디즈니 채널의 ‘한나 몬타나’나 니켈로디언 채널의 간판 시트콤 ‘아이 칼리’ 등이 각각 2011년과 2012년 차례로 종영했다. 유튜브처럼 유저가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는 인터넷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대두되며 TV가 주도하던 대중문화 지형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때이기도 했다.

 

이 과도기, 그러니까 인터넷이 초기의 일방적 정보 제공에서 유저가 생성하는 콘텐츠와 소셜 미디어 중심의 세상으로 변해가던 시기를 ‘웹 2.0’이라고 부른다. 맥스는 이 과도기의 중심에 있었던 아티스트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맥스는 하이틴 TV 스타이기도 했지만, 기회가 되면 어디서든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적극적인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했다. 그가 커트 휴고 슈나이더의 채널에 같은 니켈로디언 채널 스타 빅토리아 저스티스와 마룬파이브 메들리로 함께한 영상은 2012년 당시로서는 개인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영상으로는 믿을 수 없는 짜임새와 실력으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레거시 미디어가 지고 뉴미디어가 뜨던 미묘한 웹 2.0의 시기, 그는 아직 10대의 나이로 두 세계를 모두 경험했다.

 

웹 2.0은 인터넷의 역할을 확대시키며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참여는 단순히 콘텐츠 업로드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의견 개진 그리고 여럿이 모여 이루는 기존 패러다임에 대한 도전도 이뤄냈다. 대중음악 산업계에서도 의미 있는 움직임이 있었다. 인디 로커 아만다 팔머가 2012년 킥스타터 크라우드펀딩으로 30일 동안 100만 달러가 넘는 제작비 모금을 달성한 것이다. 팔머는 평소 블로그로 팬들과 진솔한 소통을 해온 아티스트였고, 팬들은 그의 뜻에 공감하며 지지의 뜻으로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여기에서 많은 아티스트들이 가능성을 보았다. 크라우드펀딩을 하는 뮤지션은 꾸준히 늘어 2015년에는 TLC 같은 20세기의 빅네임도 킥스타터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를 열었다. 2015년에 나온 맥스의 첫 앨범 ‘NWL’ 역시 킥스타터 모금으로 제작된 앨범이다. 크라우드펀딩은 인터넷으로 하는 ‘게릴라 콘서트*’와 같다(*: 1990년대 한국에서 방영된 예능 프로. 가수가 예정에 없는 공연을 열며 단 하루 길거리 홍보를 하고, 제한 시간까지 현장에 관객이 일정 인원 이상이 모였는지로 공연의 성사를 가리는, 인기 가수의 관객 동원력을 소재 삼은 방송이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한 달 동안 가수와 팬들은 가진 수단을 모두 동원해 모금에 참여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함께 달성률을 지켜본다. 맥스는 이런 과정을 통해 팬들과 끈끈한 유대 관계를 맺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그는 팬 사랑이 각별한 가수다.

 

맥스는 2016년 내놓은 첫 메이저 스튜디오 앨범 ‘Hell’s Kitchen Angel’로 자기 이야기에 솔직한 음악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의 고향인 뉴욕시티 맨해튼의 지역구 헬스 키친을 배경으로 한 1번 트랙부터 그가 그리는 사랑 노래들은 일상의 로맨스를 충실히 그린다. 센슈얼한 가사나 맥스 특유의 섹시한 보컬에도 민망한 느낌이 들지 않는 이유는 그의 음악이 맥스 자신처럼 들리기 때문인 것 같다. 꼭 그가 10대 시절 출연했던 시트콤의 캐릭터처럼, 음악을 좋아하는 스위트한 소년이 그대로 자라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려주는 노래처럼 느껴진다. 이 앨범의 최대 히트 곡 ‘Lights Down Low (Feat. Gnash)’는 당시 교제 중이던 연인이자 현 아내인 에밀리에게 바치는 노래였다. 이 노래를 들려주며 프러포즈했고 곧 결혼했다고 한다. 이렇듯 그는 음악에 자기를 담아내되, 대중이 공감할 만한 감성으로 다듬을 줄 안다.

 

맥스는 지금까지 여러 아티스트와 컬래버레이션을 했다. 노래를 맛깔나게 살려주는 보컬이자 곡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작곡가로서 그는 많은 아티스트가 탐낼 만한 협력자다. 그의 피처링 곡들을 보면 그가 얼마나 공동 작업에 진정성 있게 임하는지가 보인다. 심지어 뮤직비디오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고 열연한다. 한국 청자들에게는 방탄소년단 슈가(a.k.a. Agust D)의 ‘D-2’ 믹스테이프 중 ‘Burn It’ 피처링 그리고 답례처럼 슈가가 맥스의 ‘Colour Vision’ 앨범 중 ‘Blueberry Eyes (Feat. SUGA of BTS)’에서 한 랩 피처링이 가장 유명한 사례일 것 같다. 영미권 가수가 외국어, 특히 한국어 피처링을 넣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기에, 이 작업이 단순히 관심을 모으기 위한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뮤직비디오에 함께 출연한 아내 에밀리와 슈가의 한국어 랩 벌스를 익혀서 립싱크 연기를 하고, 나아가 라이브로 여러 번 소화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그는 매사에 성의를 다해 함께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를 지켜보는 팬들의 마음을 얻어왔다.

 

맥스를 더 알고 싶은 한국 청자들에게 여름에 들으면 특히 좋을 그의 곡들을 몇 개 소개해본다.

1. ‘Satisfied (Feat. MAX)’ - Galantis

‘U & I’로 유명한 스웨덴의 일렉트로닉 듀오 갈란티스의 곡에 맥스가 피처링과 공동 작곡으로 참여한 2018년 곡이다. 펑키한 베이스로 시작하는 레트로 무드가 점차 고조돼 코러스에서 더없이 청량하게 터져 나갈 때의 쾌감이 좋다. 코로나19 이전의 여름 무드가 그대로 느껴지는 곡이다.

2. ‘Yet to Come’ - 방탄소년단
맥스는 슈가와의 협업 전에도 아이돌과 작업한 적이 있었다. 2013년 호주의 틴 팝 가수 코디 심슨의 앨범에 작곡으로 참여한 경력부터 2015년에는 일본 쟈니스 사단의 나카야마 유마 그리고 동방신기의 최강창민 일본 음반에도 곡을 제공했다. 2022년 발매된 방탄소년단의 앤솔로지 앨범 ‘Proof’의 신곡 중에는 ‘Yet to Come’의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본인도 하이틴 스타였던 적이 있는 그이기에 또 방탄소년단과 친분이 생기고 팀을 더 잘 알게 된 그이기에 작업이 보다 자연스러울 수 있지 않았을까? 정확히 어느 부분에 참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맥스 스타일의 편안한 멜로디나 감성적인 화성이 그의 공로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3. ‘Acid Dreams’ - MAX, Felly
‘Colour Vision’은 어느 하나 빠지는 곡 없이 듣기 좋은 준수한 앨범이다. ‘Acid Dreams’에서는 힘을 빼 신선하게 들리는 그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다. 

4. ‘Bite My Tongue’ - Party Pupils
파티 퓨필스는 맥스가 프로듀서 라이언 시걸과 함께 결성한 퓨처 펑크 듀오 이름이다. 전자음악의 많은 장르가 그렇지만, 퓨처 펑크는 특히나 인터넷 커뮤니티와 친밀한 장르다. 퓨처 펑크의 탄생에 큰 영향을 미친 ‘베이퍼웨이브’는 2000년대 무렵 서구권 인터넷 유저들이 일본의 버블 시대 시티팝을 가져다 샘플링해 몽환적이거나 댄서블한 무드의 곡을 만드는 일종의 놀이 문화였다. 레트로한 무드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맥스 음악의 주 관심사 중 하나로 보인다. 

5. ‘WASABI’- MAX
7월 22일 발매된 최신 곡이다. 10월 투어를 앞두고 발매되어 공연에서 그를 만날 팬들의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달콤하면서도 힘 있는 그의 보컬을 들어볼 수 있는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