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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사진 출처. 빅히트 뮤직

지민은 다정한 사람이다. 인터뷰를 위해 만날 때면 그는 자연스럽게 상대방이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목소리는 작고 차분하게, 어떤 질문이든 표정은 조금은 수줍은 것처럼 웃는 표정으로 솔직하게 답했다. 지민은 자신을 “사랑받고 싶어 하는 사람”(‘위버스 매거진’)이라고 말했지만, 그건 사랑받으려면 타인을 살피고 이해하는 다정함이 있어야 한다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2018년 12월 31일에 지민이 첫 번째 자작곡으로 발표한 ‘약속’은 지민이 2018년 10월 7일 뉴욕 시티필드 스타디움 공연 중에 들었던 생각, ‘다짐을 하자. 약속을 하자. 상황이 힘들 수는 있으나 내가 나를 힘들게 하진 말자. 내가 나를 욕하진 말자.’가 바탕이 되었다. 이 말을 했던 2019년 1월 19일 브이라이브에서 그는 ‘약속’을 만들기 전 “‘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못할까?’ 힘들면 ‘힘들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이제 그렇게 못하니까 나의 그 모습을 보는 게 너무 답답했다. ‘분명히 나보다 힘든 사람들도 많고 자기 이야기를 솔직하게 못한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라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말을 이었다. 그의 내적인 고민에서 비롯된 ‘약속’의 가사가 누군가에게 보내는 말의 형식으로 만들어진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이젠 내게 약속해 하루에 몇 번씩 혼자라 느껴도 널 버리지는 마”. 자신의 내적인 고민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약속이면서 나와 같은 문제를 겪고 있을 사람들에게 보내는 다정한 위로. 

지민이 평균적인 삶을 사는 20대 청년이었다면 다정한 마음은 사적인 장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민은 방탄소년단의 멤버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관심과 평가가 그를 둘러싸고, 때로는 근거 없는 억측과 이유 없는 악의로 가득한 공격마저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정할 수 있는 사람의 마음이란 어떤 것인가. 지민의 첫 번째 솔로 앨범 ‘FACE’의 두 번째 곡 ‘Interlude : Dive’는 지민이 공연에서 팬들에게 밝게 인사하는 목소리가 삽입돼 있다. 그런데 그 앞에는 흐느껴 우는 듯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애정과 감사를 전하는 슈퍼스타의 모습과 아주 사적인 개인의 괴로움이 교차한다. 마치 영화처럼 음악 위에 지민의 다양한 삶의 소리들을 녹음(이 곡의 크레디트에 따르면 지민이 ‘Foley & Ambience’를 직접 담당했다.)한 ‘Interlude : Dive’는 물을 따라 마시는 소리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Interlude : Dive’의 다음 곡이자 ‘FACE’의 타이틀 곡 ‘Like Crazy’의 티저 사진은 수많은 유리 조각이 바닥에 쌓인 집의 탁자에 홀로 엎드린 지민을 보여준다. 혼자 물을 따라 마시는 사적인 행동은 그렇게 폐허와 같은 외로움과 연결된다. “날 적셔 밤새도록 아침도 취해서 오지 않게”라는 ‘Like Crazy’의 가사는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 지민이 외로움을 잊기 위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이 그를 알지만,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외로움. ‘약속’이 그랬던 것처럼 ‘FACE’를 지민의 내면에 대한 고백이라는 관점에서 들으면, 이 앨범이 그리는 이야기의 윤곽이 보인다. 곡 중간에 첼로 연주까지 더하며 지민의 일상의 소리들을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로 끌고 가는 ‘Interlude : Dive’가 제목 그대로 지민이 자신의 내면 속으로 침잠하는 과정에 대한 묘사라면 ‘Like Crazy’는 이 심리 상태에서 잠시나마 벗어나려는 발버둥이다. 그러나 마치 ‘Like Crazy’의 다음 날 아침 풍경을 보여주는 것처럼 시계 알람 소리로 시작하는 다음 곡 ‘Alone’은 “술 취해 잠들고 기억이 나지 않을 때 생각해봤어 /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 왜 나만 이런 건지 / 아니 모두가 그렇지 / 매번 괜찮은 척하는 내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져”라며 지난 밤의 소란으로도 없앨 수 없는 외로움과 슬픔을 고백한다. 

 

‘FACE’의 곡들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이 세 곡의 앞뒤에 배치된 ‘Face-off’와 ‘Set Me Free Pt.2’는 지민이 고백하는 심리적인 괴로움의 시작과 끝이자, 의지와 실행이 된다. ‘Face-off’는 “지금 내 모습을 봐 / 살아 머저리같이”라며 스스로를 자책하지만, 그 원인은 “사람을 믿는 건 지독한 악몽의 시작”에 있다. 지민이 앨범 전체의 첫 가사로 이런 내용을 쓴 이유는 그 외에는 정확히 알 수 없겠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들 중 한 사람의 주변에서 어떤 일들이 얼마나 일어날지는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Face-off’에서 “빌어먹을 지난 날들도 이젠 끝”이라고 다짐하고, ‘Set Me Free Pt.2’에서 “더 이상 아파도 숨지 않아 / 미치지 않기 위해 미치려는 것 / 지나간 나를 위해 손을 들어”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 점에서 ‘Set Me Free Pt.2’가 ‘FACE’ 발표 전 선공개된 것은 그 행위 자체로 이 곡에 다층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FACE’ 전체의 맥락 안에서 ‘Set Me Free Pt.2’는 지민이 앞의 곡들에서 비친 고민들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의 반영이며 결과다. 그러나 선공개됐을 당시 싱글로서의 ‘Set Me Free Pt.2’는 솔로로 나선 지민의 시작점으로, 제목 그대로 스스로 자유롭고자 하는 지민의 현재다. 시작인 줄 알았던 곡은 앨범의 끝이었고, 동시에 그 끝은 솔로로 나서는 지민의 시작이 된다. 

지민은 ‘FACE’를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전달한다. 퍼포먼스만으로 구성된 ‘Set Me Free Pt.2’의 뮤직비디오는 이미 K-팝 최고의 퍼포머 중 한 명이 된 지민의 퍼포먼스를 부각시킨다. 반면 타이틀 곡 ‘Like Crazy’는 디스코에 신스팝을 더해 음원으로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접근하도록 만든다. 선공개 곡은 퍼포머로서 지민의 위상을, 타이틀 곡은 보컬리스트로서 그의 역량과 보다 대중적인 히트를 염두에 둔 선택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민이 두 곡을 포함해 ‘FACE’를 통해 펼치는 이야기는 그의 선택에 보다 다층적인 의미를 담는다. 이를테면 ‘FACE’의 티저 이미지부터 강조한 흑과 백은 직관적으로 상반된 이미지를 보여준다다. 콘셉트적으로 이른바 ‘다크’한 지민과 밝고 순한 지민을 나눠놓은 것처럼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FACE’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흑과 백은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 한 사람의 외면과 내면에 가깝다. 지민은 ‘Set Me Free Pt.2’에서 검은 옷을 입고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하늘로 솟아오른다. 이것은 슈퍼스타로서 그의 존재에 대한 은유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Like Crazy’ 티저 사진과 뮤직비디오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흰색 옷을 입는다. 흰 옷을 입은 지민은 클럽에서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도 외로운 한 개인이다. 그는 흑과 백의 선명한 이미지를 통해 자신이 ‘FACE’를 내기까지 겪었던 복잡한 감정들을 풀어낸다. 그 점에서 ‘FACE’는 이 다정한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얼마나 섬세한 동시에 격정적으로 살아가는지에 대한 증거다. 그는 자신이 한 개인으로 또는 방탄소년단으로 살아오며 겪은 삶의 이야기를 첫 번째 솔로 앨범의 주제로 삼았다. 동시에 그는 그것을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상징과 프로모션, 곡과 퍼포먼스를 통해 최대한 쉽게 다가서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흑과 백 또는 ‘Like Crazy’와 ‘Set Me Free Pt.2’처럼 대립적으로 보이는 두 가지를 어느 한쪽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한 노력은 ‘FACE’에 의미심장한 성취를 가져다준다. ‘Set Me Free Pt.2’에서 지민이 댄서들에 의해 하늘 높이 솟았다가 땅으로 떨어지는 순간, 그의 모습은 잠시 사라졌다 흰색 옷을 입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를 둘러싸던 수많은 사람들이 사라지자 사람들의 시선과는 다른 그의 내면이 드러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Set Me Free Pt.2’ 뮤직비디오는 가사 그대로 지민의 고민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었다. 지민이 이 곡에서 “끝에 멈춰 선 나”를 노래할 때, 댄서들은 소용돌이를 연상시키는 모양을 만든다. 지민은 그 소용돌이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이 소용돌이가 사라지고 지민이 무대 중심에서 춤을 추기 시작하는 순간은 “날아가 butterfly”의 ‘butterfly’부터다. 이어지는 가사는 “Finally Free”고, 이때 카메라는 무대 전체를 넓게 잡는다. 소용돌이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문제들에 멈춰 서 있다 나비처럼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순간의 해방감. ‘Set Me Free Pt.2’ 뮤직비디오는 방탄소년단의 ‘Black Swan’이 그랬던 것처럼 가사의 메시지를 현대무용을 연상시키는 안무와 여기에 합을 맞추는 촬영을 통해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방탄소년단의 퍼포먼스는 물론 지민이 무용을 전공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 선택은 지민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선택처럼 보인다. 그러나 ‘Set Me Free Pt.2’의 대부분의 동작은 힙합을 기반으로 한 현대적인 춤 동작들로 구성돼 있다. 그는 대부분의 동작을 강하게 끊거나, 힙합의 바운스를 즐기듯 타는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Like Crazy’는 뮤직비디오 내용처럼 클럽에서 들을 법한 흥겨운 디스코에 무용을 연상시키는 동작들을 다수 넣는다. “아침도 취해서 오지 않게”부터 지민과 댄서들이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며 이동하는 모습은 ‘Black Swan’ 등에서 보여준 지민의 무용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에 이어지는 “시끄러운 음악 속에 희미해진 나”부터 여성 댄서들이 그를 중심에 두고 돌면서 손으로 계속 건드리는 안무처럼, 무용을 활용한 퍼포먼스는 ‘Like Crazy’에서 전달하는 지민의 외로움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한편으로는 디스코 리듬이 가장 두드러지는 “I’d rather be” 이후의 후렴구에서 지민 특유의 춤선이 부각되는 동작들로 가볍게 리듬을 타기도 한다. 반대로 ‘Set Me Free Pt.2’에서는 현대무용의 구성 안에서 힙합을 기반으로 한 강렬한 춤을 통해 수많은 댄서들이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분위기 속에서 강력한 에너지로 퍼포먼스를 끌어간다. 그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장르의 특징에 자신의 메시지를 담는 반면,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을 통해 장르를 새롭게 해석한다. 

이것은 방탄소년단으로부터 시작된 아티스트로서 지민의 역사가 오랜 세월 쌓인 장르적 전통과 만나 새로운 무엇으로 탄생하는 순간이다. ‘FACE’는 전체적으로 힙합 / R&B의 기조 안에 있다. ‘Face-off’는 R&B 멜로디로 시작해 후렴구 “Break it down”부터 트랩을 더하고, ‘Set Me Free Pt.2’ 또한 힙합을 기반으로 지민이 노래와 랩을 동시에 한다. 지민이 ‘Alone’에서 앞부분과 달라진 템포로 “술 취해 잠들고”를 부르는 부분부터는 완연한 R&B 스타일의 전개를 보여준다. 이 맥락에서 ‘Like Crazy’는 ‘FACE’의 또 다른 방향성을 보여준다. 흥겨운 디스코 리듬에 맞춰 무대를 장악하는 솔로 아티스트. ‘Like Crazy’를 부르는 지민의 모습은 더 위켄드로부터 크리스 브라운, 어셔, 더 거슬러 올라가 마이클 잭슨에 이르는 흑인 솔로 아티스트들의 전통을 연상시킨다. 여기에 R&B / 힙합으로 구성된 ‘FACE’의 다른 곡들을 더하면, ‘FACE’는 오히려 미국에서는 요즘 좀처럼 나오지 않는 퍼포먼스에 강한 R&B / 힙합 솔로 아티스트의 첫 앨범이 된다. ‘Like Crazy (English Version)’가 한국어 원곡과 또 다른 가치를 갖는 이유다. 지민이 미국의 토크쇼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The Tonight Show Starring Jimmy Fallon)’에서 영어로 ‘Like Crazy’를 부를 때, 이 곡과 무대가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지민은 전통을 잇는 것에 멈추지 않고 새로움을 더한다. ‘Like Crazy’는 클럽에 어울리는 댄스 곡이지만, 뮤직비디오에서도 표현하듯 클럽 안의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외로운 그의 심리를 그린다. 그만큼 사운드는 도입부에 일반적인 클럽 댄스 곡과 달리 차분하게 시작되고, 무거운 저음이 배경처럼 깔린다. 가장 신날 법한 후렴구와 간주 사이에도 경쾌한 신시사이저 리듬 아래로 저음이 깔리고, 나직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어간다. 곡이 일차적으로 전달하는 느낌은 신나는 클럽 댄스지만, 그 아래에는 미묘하게 우울한 분위기가 더해져 있다. 이것은 무대 위의 화려한 스타인 동시에 바스라질 것 같은 여린 감성을 동시에 지닌 지민의 캐릭터를 음악으로 형상화한 것이기도 하다. ‘Like Crazy’는 ‘Lie’로 시작된 방탄소년단 속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지민의 역사가 새로운 스타일을 만난 순간이고, ‘FACE’는 장르적 전통 위에서 지민만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장르의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난다. 

‘Alone’의 도입부에서 지민은 저음의 멜로디를 처음 들려주는 목소리로 부른다. 마치 목이 조금은 잠긴 것처럼 노래하는 그의 목소리는 ‘Like Crazy’에서 묘사한 밤의 풍경에 이어 아침의 허무함과 슬픔을 담아낸 ‘Alone’과 이어진다. 그리고 그는 R&B 스타일의 이 노래에서 고음으로 올라가는 “나 돌아갈 수 있을까?” 부분을 마치 한국의 발라드 곡을 부르는 것처럼 격정적으로 부른다. ‘FACE’는 장르적으로 R&B와 힙합이 중심에 있지만, 지민은 곡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와 감정에 따라 창법과 톤을 달리하면서 가장 적절한 답을 찾아 나간다. ‘Face-off’에서 “Get it Out 미친 듯 소리 질러 다 yeah yeah”처럼 자신의 강렬한 모습을 선보일 때는 R&B 스타일의 보컬로 강렬함을 표현한다. 하지만 ‘Like Crazy’에서는 디스코 리듬 위에서 별다른 기교 없이 음악을 흘러보내듯 부르며 클럽에서 신나게 놀지만 사실은 우울한 미묘한 감정을 담아낸다. ‘FACE’에서 지민의 다양한 보컬은 그 자체로 그의 새로운 모습일 뿐만 아니라, 그가 ‘Like Crazy’에서 노래하는 “드라마 같은 뻔한 story”처럼 특정 장르의 전형적인 패턴과 스타일로부터 벗어나 그만의 ‘story’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Set Me Free Pt.2’에서 지민은 노래와 랩을 하고, 도입부와 후렴구의 목소리를 다르게 한다. 때로는 오토튠을 사용하며 곡의 구간에 맞춰 어울리는 톤과 창법을 배치한다. 이 화려한 변화들은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겠다는 이 노래의 다짐과 연결된다. 이 곡이 ‘FACE’에서 사실상의 대미를 장식하는 곡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사용하는 방식만으로도 곡의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할 수 있다. 지민은 ‘FACE’의 모든 부분을 통해 집요할 만큼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표현한다. 그것은 한 사람으로서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무슨 고민을 통해 여기에 도달했는가에 대한 소통의 노력이다. “사랑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자신의 약하고 어두운 면을 솔직하게 드러내되, 그것을 사람들이 가장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섬세하게 표현한다. 그 결과, 오히려 K-팝과 미국 대중음악 산업 양쪽의 경계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가진 유니크한 아티스트이자 오랜만에 등장한, 첫 앨범부터 직관적으로 ‘팝스타’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솔로 아티스트의 영역을 동시에 달성한다. 

그래서 ‘편지’가 ‘FACE’의 마지막 곡으로 실물 앨범에만 수록된 것은 지민이 그 자체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처럼 보인다. ‘Like Crazy’나 ‘Alone’이 그러하듯, ‘편지’ 또한 지민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도 이해할 수 있는 가사를 담았다. “더 행복하길 바래요 나 넘어질 때면 내게 그 손 내밀어주던 you”처럼, ‘편지’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모든 사람에게 닿을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을 건드린다. 그러나 지민이 지난 10년간 만들어온 역사를 안다면, 특히 그가 ‘약속’을 만들었던 심정에 대해 안다면 ‘편지’에는 또 다른 의미가 생긴다. ‘편지’는 제목과 똑같이 그가 팬에게 보내는 편지의 의미를 가졌고, 그는 이 곡을 실물 앨범에만 수록해 그 의미를 분명하게 전달한다. 지민의 실물 앨범을 사는 그의 팬들은 앨범 포장을 뜯고 CD를 플레이하면 지민이 “우리가 함께라면 사막과 바다가 될 수 있던 그때 그 모습 그대로”, “추운 겨울 속 내게 따뜻한 봄날 같던 you”를 부르는 것을 들을 수 있다. 그는 팬을 위한 노래에서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인용한 가사를 통해 자신과 팬 사이 10년의 역사를 회상하게 만든다. 지민이 지금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정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사랑의 치열한 표현. 그 마음이 그를 이전과 또 다른 영역으로 이끌었다. 다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