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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사진 출처. 빅히트 뮤직

“도망갈까?” 
‘The Dream Chapter: MAGIC Concept Trailer’는 휴닝카이가 이 한마디를 남기고 문 바깥으로 나가며 끝난다. 아마도 먼저 사라진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다른 멤버들과 함께였을 것이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다. ‘The Name Chapter Concept Trailer’ 또한 휴닝카이가 문밖으로 나가며 끝난다. 이번에는 그가 가장 먼저다. 하지만 문밖의 세계에는 ‘The Dream Chapter: MAGIC Concept Trailer’처럼 발 디딜 땅이 없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멤버들은 하늘 위의 집에 갇혀 있고, 집은 곧바로 무너질 것처럼 흔들린다. 선택해야 한다. 몰락은 예정돼 있다. 피하는 방법은 문밖으로 뛰어 추락하는 것이다.

“I’ll teach you how to jump on the wind’s back, and then away we go(내가 너에게 바람 위에 올라타는 법을 가르쳐줄게. 우리 함께 떠나는 거야.).” 그러나 다른 선택지도 있다. 소설 ‘피터팬’의 이 문장처럼, 날아오르는 것.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The Name Chapter Concept Trailer’에서 처음으로 눈을 감았다 떴을 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피터팬’의 문장들을 통해 그들에게 날아오르라고 유혹한다. 아마도 그들의 키보다 높이 있는 창문 바깥에서 그들에게 나오라고 손짓하는 그 존재의 목소리일 것이다. 날 수 있다면, 그들의 마지막 장면은 추락이 아닌 비상이 될 수 있다. “It looked delightfully easy.” 하늘을 나는 법은 아주 쉬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들은 아무런 준비 없이 곧바로 하늘을 날아다닌다. 그러나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날아오르기 전, 그들의 몸은 이미 줄에 묶여 누군가의 손에 조종당하고 있었다. 하늘을 나는 것처럼 움직이던 그들의 몸짓 또한 어느새 바닥에 누워 움직이는 것처럼 바뀐다. 그리고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다시 눈을 감았다 떴을 때, 그들은 다른 공간에 그 동작 그대로 바닥에 누워 있다. 첫 번째 공간이 바닥과 벽이 하나로 이어져 현실과 가상의 이미지를 분간하기 어렵게 한 것과 달리, 두 번째 공간은 바닥과 벽이 좀 더 뚜렷하게 구분된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자신들이 여전히 하늘이 아닌 바닥에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The Name Chapter Concept Trailer’의 첫 번째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악마의 유혹에 관한 고전들을 활용하고 있는 것은 상징적이다. 고전 ‘파우스트’에서 악마 메피스토텔레스가 그랬던 것처럼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속이는 존재 또한 “온갖 환상과 술수를 동원해 파우스트를 유혹”한다. 그리고 이 존재는 파우스트를 유혹한 마녀처럼 입에 빨간 쥐가 나온다. 붉은 액체를 잔에 따라 마시다 쏟아내는 모습은 파우스트가 마녀에게 젊어지는 약을 받아 입에 대자 “가벼운 불꽃”이 일어난 장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The Name Chapter Concept Trailer’에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모든 것이 무너지는 현실 앞에서 악마의 유혹을 받는 셈이다. 날 수 있다고. 그 유혹은 거짓이다. 그러나 유혹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이 유혹은 거짓이기에 의미 있으므로.


두 번째 공간에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초능력자처럼 빛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다. 그들이 빛을 조종하는 것에 몰입할수록, 발 딛고 있던 바닥은 점점 시야에서 사라진다. 어디선가 깃털들이 생겨나고, 깃털들은 그들 주변을 감싸며 몸을 공중으로 띄운다. 사람이 공중으로 뜨는 것은 오래전부터 불길한 전조나 악마의 유혹을 상징하는 장치이기도 했다. 이를테면 성서에서는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거든 뛰어내려 보시오. 성서에, ‘하나님이 천사들을 시켜 너를 시중들게 하시리니 그들이 손으로 너를 받들어 너의 발이 돌에 부딪히지 않게 하시리라’ 하지 않았소?”(마태복음 4장 6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또한 악마가 예수를 높은 산에 데려간 것처럼 마치 천사의 깃털을 연상시키는 깃털과 함께 높게 떠올라 땅에 발 딛지 않을 수 있다는 유혹을 받는다. 그러나 이 유혹은 그들이 다시 눈을 감았다 뜰 때마다 점점 사라진다. 그들이 세 번째로 눈을 감았다 뜨자 환상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던 벽도, 공중을 떠다니던 빛과 깃털도 사라졌다. 대신 진짜 깃털이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옷에 붙어 있을 뿐이다. 바닥과 하늘은 흑과 백으로 나누어져 현실을 더욱 자각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환상이 사라질수록, 유혹은 역설적으로 더욱 매혹적인 것이 된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에게 현실은 “너”마저 잃은 채 “길었던 눈물은 뒤로”하고 “걸어가 운명을 마주”하는 “가야 할 길이 많은 아이”(‘Thursday’s Child Has Far To Go’)로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The Dream Chapter: MAGIC Concept Trailer’의 닫힌 공간으로부터 도망쳤고, “우린 계속 아름다워”라고 말할 수 있었던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의 순간 또한 있었다. 그러나 ‘The Chaos Chapter: FREEZE Concept Trailer’에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공격하던 거대한 얼음 조각들처럼, 현실은 그들을 계속해서 쫓아왔다.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 뮤직비디오에서 부모의 차를 훔쳐 타고 도망친 그들을 기다린 것은 ‘LO$ER=LO♡ER’ 뮤직비디오의 엔딩이다. 땅에서 하늘로 뛰어나가는 그들의 차는 순간적으로는 하늘을 날아오르는 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추락이 예정돼 있다. 그리고 ‘minisode 2: Thursday’s Child’에 이르러 그들은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에서 “나를 구해줘”라고 외치게 만들었던 “너”마저도 잃었다. 돈도, 친구도, 연인도 없다. 대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그래서 이 유혹은 속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키아누 리브스)가 파란 약과 빨간 약을 고르는 것처럼,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가, 잊고 환상을 현실이라 믿을 것인가. ‘The Name Chapter Concept Trailer’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서사를 통해 현실에 질문을 던진다. ‘정신 승리’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이 시대는 자신의 현실을 왜곡하여 외면하기 쉽다. 자신의 입맛대로 구성한 SNS 타임라인에만 몰입해도 내 머릿속 세상이 현실의 진실을 대체할 수 있다. 떨어질 곳이 땅밖에 없는 추락이라면, 날아오르는 환상을 품는 것은 잘못된 것인가.

 

‘The Name Chapter Concept Trailer’는 ‘The Dream Chapter: MAGIC Concept Trailer’처럼 닫힌 공간에서 시작한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움직이는 공간이 하늘인지 벽인지, 바닥인지 불분명하게 묘사되는 것도 같다. 다만,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The Dream Chapter: MAGIC Concept Trailer’와 달리 교복을 입지 않는다. 그들이 교복을 입은 채 닫힌 공간을, 또는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 뮤직비디오처럼 학교에서 도망치던 그때는 돌아오지 않는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네 번째로 눈을 감았다 떴을 때, 그들이 살고 있던 하늘 위의 집은 무너지고 있었다.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톤의 배경을 뒤로하고 있는 이 집의 붕괴는, 순간의 환상을 영원히 지속하고자 한 결과다. “우린 계속 아름다워”라며 영원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5시 53분” 같은 찰나의 순간에만 가능하다. 그것은 청춘의 현실에 환상이 필요한 이유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학교로부터 또는 폐쇄적인 세계로부터 벗어나려면 환상을 꿈꾸는 상상력으로부터 동력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환상만을 반복하고 현실을 유예할 때, 청춘의 성장은 정지한다. 청춘이 불행할 필요는 없지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성장해야 할 시간이라면, 환상으로의 지속적인 도피는 청춘의 세계를 영원히 그들의 머릿속으로만 한정시킨다. 


‘The Name Chapter Concept Trailer’의 ‘피터팬’은 그 잘못된 선택에 대한 은유처럼 보인다. 피터팬은 아이들에게 날 수 있다고, 창문 바깥으로 나와 영원히 아이로 살 수 있는 “네버”랜드에서 살자고 한다. 영원히 성장이 멈추는 것, 그리하여 자신의 세계가 영원히 확장되지 않는 것을 축복이라 할 수 있을까.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세 번째 눈을 떴을 때, 그들은 가면을 쓴 자신과 마주친다. 나와 가면을 쓴 나의 사이에는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문이자 거울이 설치돼 있다. 그곳을 통해 나는 가면을 쓴 나와 서로 위치를 바꾼다. ‘The Dream Chapter: MAGIC Concept Trailer’에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문을 통해 바깥으로 나갔다. 반면 ‘The Name Chapter Concept Trailer’의 세 번째 공간에 등장한 문은 안과 바깥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나와 내면의 나, 심지어 나와 타인의 경계마저 흐릿하게 만든다. 그리고 원의 대형을 이루던 멤버들이 일렬로 서서 문을 직선으로 배치한 뒤, 차례로 춤을 추며 한 번씩 등장했다 사라지는 안무에서 마지막으로 춤을 추는 멤버는 공교롭게도 수빈이다. 수빈은 ‘The Dream Chapter: ETERNITY Concept Trailer’에서 다른 멤버들과 떨어져 소외됐었다. 그때 그와 멤버들의 사이는 작았던 원형의 테이블이 점점 커지는 것으로 묘사된다. 반면 ‘The Name Chapter Concept Trailer’에서는 원을 이루던 문이자 거울이 일렬로 직선이 됐을 때, 그래서 나와 타인이 하나로 연결됐을 때 타인과 나는 마치 한 사람처럼 일체화된다. 그리고 다시 나를 바라보았을 때, 반대편에는 가면을 벗은 내가 있다. 유혹이 주는 환상에 빠지지 않고, 내면의 나를 직시한다.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나를 돌아보면, 깃털이 사라진 채 모든 것이 흔들리는 나의 세상이 보인다. 마치 하늘 위의 집처럼 환상적일 만큼 좋았던 ‘5시 53분’의 순간은 끝났다. 남은 건 무너지는 환상 속에 계속 있을지, 다시 땅에 발 딛기 위해 뛰어내릴지 선택하는 것이다. ‘The Name Chapter Concept Trailer’는 ‘The Dream Chapter: MAGIC Concept Trailer’로부터 시작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컴백 트레일러 역사를 한 번에 정리하면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지난 여정이 도달한 길을 보여준다. 현실은 바닥이고, 환상은 무너져내리고 있다. 그리고 나는 유혹 앞에서 흔들린다. 그때 무너지는 환상과 비참한 현실 속에서, 흔들리는 청춘은 피터팬처럼 환상을 날아다닐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현실에 추락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