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원하지 않는 이유로 인류의 역사에 오랫동안 기록에 남을 한 해였다. 그래도 사람들은 살아갔고, 살아남기 위해 애썼다. 12월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이어지는 여섯 팀의 어떤 무대들에 대한 각각의 이야기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2020. 5. 15.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 ’노래 제목’, ‘슬픔활용법’, ‘A thousand Years’, ‘I’m in Trouble’

2012년 데뷔한 뉴이스트는 미니 8집 앨범 ‘The Nocturne’을 발표한 뒤 출연한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지난 9년에 대해 이야기했다. MC 유희열이 그들에게 한 질문처럼 잘한 일도 후회되는 일도 있었고, 일반적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극적인 일들도 있었다. 그러나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그들은 그 이야기들의 연장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보여준다. 9년을 정리하는 이야기 앞에는 데뷔 7주년을 맞아 발표한 ‘노래 제목’을 불렀고, 이야기 끝에는 ‘The Nocturne’의 타이틀 곡 ‘I’m in Trouble’이 있었다. ‘노래 제목’이 ‘널 위해 적은 가사에 시작은 너였으면 해 / 이 노래 제목을 나 대신 채워줘’라며 그들에게 극적인 성공을 안겨준 팬에게 전하는 감사의 노래라면, ‘I’m in Trouble’은 뉴이스트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분기점과도 같다. 뮤직비디오는 2016년 앨범 ‘Q is.’이후 앨범의 서사를 끌고 간 ‘여왕의 기사’ 세계관보다는 멤버들에게 각자 다른 콘셉트를 부여한 비주얼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고, 가사는 ‘감정을 모험함’과 ‘너의 친구들이 내가 누구냐고 물어봤으면 해’처럼 누군가를 유혹한다. 불행과 행복 또는 어둠과 밝음이 극단적으로 펼쳐지곤 했던 긴 이야기를 지나, 뉴이스트는 ‘I’m in Trouble’에서 멤버 각자가 가진 매력들을 새롭게 어필한다.

지난 이야기의 정리와 새롭게 선보이는 매력의 교차점 그리고 뮤직비디오 속에서 마치 2D 캐릭터처럼 비현실적인 외모를 보여주던 그들은,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통해 한 명의 아이돌로서 다가온다. 게스트가 여러 곡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노래 제목’에서 뉴이스트의 ‘노래 실력’을 보여줄 기회를 얻게 하고, 라이브를 강조하는 프로그램 특유의 사운드는 뉴이스트가 ‘I’m in Trouble’을 안무와 함께 부르며 내는 숨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다른 음악 방송과 비슷한 엔딩 화면의 클로즈업이라 할지라도,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는 멤버들의 숨가쁜 호흡이 함께한다. 어떤 설명도 없이 뉴이스트가 가수로서, 사람으로서 다가오는 순간이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그들이 노래 제목을 지어달라던 그 팬들의 환호성과 함께 이 팀이 가진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순간으로 남지 않았을까. 뉴이스트가 또는 다른 가수들이 돌아올 시점에는 그들의 노래와 숨소리와 땀이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기를.
글. 강명석
디자인. 페이퍼프레스